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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 큰일을 치루다 ^^^^^^^^^^^^^^

치즈가 처음 저희집에 온 때는 3월 20일 경이었습니다.
어미 두투가 새끼 3마리를 데리고 왔지요.
새끼는 까만 냥이 두 마리와 치즈 냥이 한 마리.

거의 이틀에 한 번 씩 새끼들을 데리고 와서 밥을 먹고 갔습니다.
잠 자는 곳은 따로 있는 것 같았지요.

한참 동안 두투도 새끼도 보이지 않더니
어느 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치즈 냥이가 저희 집에 왔습니다.
너무 가엾어서 밥도 신경써서 챙겨주고 저염치즈도 먹이고 그랬습니다.
그러다 울집 마당냥이가 되었지요.


지난 4월에 양평군청에 TNR(중성화 수술 사업)을 신청했습니다.
며칠 전 양평군청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수술 시기를 다시 여쭈었더니 순번이 대략 내년 5월 쯤이라고.
치즈가 어미 두투를 따라서 온 때가 3월 20일 경이니
한 달 전에 출생했다고 가정한다면 8월 20일이 6개월입니다.
알아 보니, 냥이는 6개월 이후부터는 임신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내년 봄까지 기다리는 건 안되겠다 싶어서 중성화 수술 결정.
워낙 영민하고 눈치 백단이라 쉽지 않겠다 싶었지요.
치즈는 저를 따라다니기도 하고 엄지발가락 냄새도 맡고
밥 들고 나가면 저의 발목에 몸을 비비기도 하는데
제가 만지는 건 절대 허락하지 않거든요.

등바구니 집도 튼튼하게 보수하고 바구니 바닥에도 박스를 깔아 고정하고
고심 끝에 바베큐용 철망도 준비했습니다.
등바구니 집에서 낮잠 잘 때 예행연습도 해봤는데.. 안 되더라구요.
거의 빛의 속도로 후다닥 튀어나갑니다.

오늘 새벽 6시 30분에 감행, 다행히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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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등바구니를 물어뜯고 튀어나올까봐 그물망으로 한 번 더 씌웠습니다.
어찌나 격하게 울부짖던지 달래고 얼래서 진정시키고 들어가면 또 울부짓고
다시 달래고 들어가면 또 울부짓고..

저는 아침도 못 먹고 사과 한 쪽 먹고 병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차 안에서도 계속 달래가며 병원으로 데려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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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오픈 시간이 9시인데 8시 40분 도착했고 원장선생님은 9시 30분에 출근하신다셔서 기다렸습니다.
9시 30분에 중성화수술 예약 고양이가 있어서 10시 30분에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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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선생님과 남자 간호사가 치즈의 체중을 재다가 놓쳐서 한 바탕 난리를 겪고
그 와중에 치즈가 할퀴어서 남편 손에서 피가 줄줄.. ㅜㅜ

무사히 수술 마치고 나온 모습.
아랫 배 면도하고 발톱도 깎고 예방주사도 맞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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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에서 깨어난 후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한참 동안 등바구니 집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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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돌아오자 고깔을 빼려고 맹렬하게 저항을 합니다.
벽에 몸을 부딪히면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저러다 어디 부러지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우당탕탕.. 거의 발작 수준입니다.
조금 무섭기도 하고.. 보고 있자니 가슴이 찢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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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깔은 일 주일 정도 채워주어야 한답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술 부위를 핥아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3일까지 비를 맞히면 안 되고, 일 주일 후 고깔을 빼주어야 하니 목줄도 해야 합니다.

바닥에 박스를 깔고 원목의자로 가드해 주고 모래 퍼다가 화장실도 마련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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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목소리로 다독여주었더니 조금은 진정이 된 모습입니다.
중성화 수술이 뭔지.. 왜 해야 하는 건지.. 모를 겁니다.
치즈 입장에서는, 다정하게 대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돌변해서
일방적으로 결박하고 폭력을 휘두르고 학대 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수술 트라우마로 목줄 빼는 날, 멀리 도망갈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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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밥을 뽑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추가금 지불하고 매몰법으로 수술했습니다.
일주일 간 사용할 목줄 구입하고 광견병 등 예방접종하고.
적지 않은 비용 지출했지만..
우리 집에 찾아왔고 인연이 되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마땅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요..
울부짖는 치즈 모습, 수술 후 축 늘어진 모습, 고깔 벗으려는 격렬한 몸짓..
이런 거 지켜보는 내내 가슴이 미어지네요.

다시는 이런 일 못할 것 같습니다.
치즈가 생애를 다할 때까지 돌봐주는 것으로 마음의 매듭을 지었습니다.

제발..
키우던 개와 고양이 버리지 마세요.. 제발..

댓글
  • 녹두호빵맨 2022/08/30 17:22

    저 눈빛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감이 잘 안옵니다.
    상처가 아물때 즈음에는 과거의 아픔도 아물면 좋겠습니다,ㅜㅠ

    (ThMdsk)

  • 고래공주 2022/08/30 18:21

    6시에 밥 주라해서 줬는데 안 먹네요. 울고 싶습니다.

    (ThMdsk)

  • 수원빠 2022/08/30 17:42

    참 사려 깊은 분이십니다...☆

    (ThMdsk)

  • 고래공주 2022/08/30 18:23

    해야된다 생각해서 했는데 저렇게 ㅅㅇ하면서 울고 있으니..
    가슴이 저립니다..

    (ThMdsk)

(ThMd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