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혐] 서른 넘어서 노팬티로 퇴근한 썰

전날 밤 9시

평소와 다름없이 야근을 하던 중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삼각김밥을 샀음

당직실에 와서 김밥 포장지를 벗기려는 순간

콜폰이 울렸다

수술한 환자의 혈압이 요동친단다

해야 할 일이 있다

노르핀 도부타민 수액으로 밸런스를 맞추고

중환자실에서 다시 당직실로 돌아와서 김밥을 한입 먹고나니

콜폰이 울렸다

그분(임상용어로는 섬망delirium이라고도 함)이 오신 환자가 스스로 흉관을 뽑았단다

해야 할 일이 있다

교수한테 꼰지르고 흉관은 다시 넣은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려는데

또다시 콜폰이 울린다

이런ㅅ발 홍진호한테나 먹히는 삼연벙이 왜 나한테 먹히는 것인가

약을 맥스빠와로 땡겨쓰는 내과환자가 혈압이 안 올라서 에크모 얘기가 나왔단다

해야 할 일이 있다(결국 안 넣었음)

그렇게 9시에 먹을 예정이었던 삼각김밥은 밤 12시가 돼서야 작성자의 뱃속으로 들어갔고

오전 4시 30분, 작성자의 모닝콜로 설정한 테란 ost 2번 브금이 울릴때쯤

이변이 발생했다

분명히 방귀였는데

어째서...?

배도 별로 안 아팠는데

도대체 왜.....?

그저 화장실에 앉아있는 꿈이었는데

꿈이 어째서 현실로.......?

그렇게 작성자와 3년을 같이한 팬티와 1.5일을 함께한 수술복 바지는

해병짜장범벅이라는 희대의 드러븐 엔딩을 맞이하며 쓰레기통에 쳐박히게 됐고

남은 13시간의 근무시간 동안 작성자는

진지하게 논문진행상황을 발표하고 신명나게 말로 털렸다, 노팬티로

경건한 마음으로 회진을 돌고 환자 드레싱을 챙겼다, 노팬티로

LCC에 빵꾸가 난 대동맥판역류 환자의 판막을 조직판막으로 갈았다, 노팬티로

인턴의 사례발표 리허설을 듣고 피드백을 줬다, 노팬티로

진상 보호자한테 원내폭언/폭행 플로우차트를 보여주며 쫓아냈다, 노팬티로

저녁으로 먹을 햄버거 세트를 사들고 기숙사로 돌아갔다, 노팬티로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팬티를 새로 갈아입고

세줄요약

작성자 삼각김밥 잘못 먹고 배탈남

작성자 배탈나서 바지랑 팬티에 똥지림

작성자 팬티 버리고 퇴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