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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신화)죽음과 싸워 이겨 신이 된 남자 - 상한 무릎







어릴 적 도서관에서 아프리카 전설에 관한 책을 본적이 있다

죽음의 신과 싸워 이긴 그의 이야기는 어린 나에게 매우 감명깊은 이야기였으며

어른이 되었을 때도 다른 흥미로운 신화에 뒤지지 않은 재미를 주었었다


이제와서 다시 찾으려 하기엔

한국 인터넷엔 그에 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기억나는 검색 키워드는 죽음, 무릎, 비의 신, 아프리카 전설이었으며

한글로 이것들을 검색했을 때 나온 건 

'아프리카 BJ 철권 무릎, 상대는 아무것도 못하고 죽음'

재밋는 이야기긴 했지만 내가 기대한 신화전설의 웅장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영어로 검색해도 나온 것 대부분은 아프리카가 아닌

아메리카의 이야기인 운디드니 전투에 관한 이야기였다

다행이 영어로 검색하고 몇 페이지쯤 지나보니 마침내 내가 찾던 내용을 발견했다

https://africanexplorermagazine.wordpress.com/tag/tsui-goab/


취고얍, 티고압, 츠이고브

무엇이 맞는 발음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내가 찾던 상남자임에 틀림없었다


Tsui'goab 우리 말로 상한 무릎(Wounded Knee)

코이코이 족(쿠이쿠이 아님ㅋ)의 신화에서 최고신의 자리에 있는 신으로

기본적으로는 바알, 제우스, 스사노오 등등 우신의 계보중 한자리에 있으나

창조와 번영 등등 다른 좋은 의미의 신이기도 하다


내가 어릴 적 보았던 이야기는 

그가 상한 무릎이라고 불리기 전, 아직 인간이었던 적의 이야기였다





코이코이 족은 매우 오랜 시간 동안 가뭄에 들고 있었다

대지의 모든 것이 말라 비틀어져 가고 있었고 그것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한 코이코이 족 사내는 그것을 슬프게 바라보고 있었다

강인하고 젊고 건강한 전성기의 몸을 가진 그였으나

언제까지 자신과 자신의 부족이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어느 날도 하염없이 텅 빈 하늘만을 보고 비를 기원하고 있을 때

저 사막 멀리서 두건을 쓴 한 남자가 찾아왔다.



두건의 사내는 얼굴에 기름이 충만했고

살과 근육이 매우 탄력있게 붙어있었다


온 아프리카가 죽어가고 있는데 저자는 어찌 저렇게 건강하단 말인가?


믿을 수 없는 존재를 본 그는 즉시 그자에게 달려가 질문했다

여행자는 순순히 여러질문들에 답해주었다


- 반갑습니다. 여행자여, 혹시 오시면서 비와 물, 생명을 보진 못하셨습니까?

- 제가 지나간 길에선 단 한 방울의 물도, 단 한 포기의 생명도 없었습니다


실망스러운 대답이었다

하지만 어째서 그렇다면 이 남자는 이리 건강하단 말인가?


- 오시던 길에 시체와 죽음은 없었단 말입니까?

- 제가 온 길 모든 곳에 시체와 죽음만이 있었습니다


그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무엇이 일어난 것인지, 무엇이 온 것인지 눈치챈 그는 마지막 질문을 했다


- 누구를 찾으러 이곳에 오셨습니까?

- 이곳에 있는 모두를 찾아왔습니다




- 당신이 바로 죽음이군요

여행자는 죽음의 신 가우나브, 가우납(Gaunab)이었다



자신의 부족에게 무엇이 찾아온지 안 이상 다음에 해야할 것은 명백했다

사내는 죽음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자신이 승리하면 죽음은 즉시 이 자리를 떠나야 할 것이고

자신이 패배한다면 이 마을은 다른 아프리카와 다를 바 없는 땅이 될 것이다


죽음은 딱히 이 내기를 할 이유가 없었다.

강력한 자신의 권능으로 모두를 쓸어버릴 수 있는데 왜 내기를 받아들여야한단 말인가?


죽음이 말했다

- 내가 마법으로 당신을 바로 태워버릴지 어떻게 믿고 당신은 나에게 결투를 신청한 것입니까?

- 전 당신이 공정한 조건으로 싸울 것임을 믿습니다

일찍이 누군가 자신에게 이렇게 대한 것은 처음이었던 죽음은

곧 내기를 받아들였다




둘의 싸움은 몇날 며칠을 이으면서 계속되었다

죽음의 신은 사내의 내기를 받으면서 어떠한 마법적인 수법을 쓰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공정하게 싸울 것임을 맹세하긴 했으나

비쩍말라가는, 곧 있으면 내버려두어도 자신의 권속이 될 남자가 신다운 근육을 가진 자신을 어떻게 이긴단 말인가


하지만 눈 앞에 선 사내는 좀처럼 쓰러지지 않았다

앙상한 몸에도 불구하고 부족의 미래를 짊어진 사내 안에는 투지가 가득차있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대지에 먼저 쓰러진 건 죽음이었고

사내는 자신의 승리를 선언했다


죽음은 당혹스럽기 그지 없었다

제아무리 마법을 쓰지 않았다해도 

생에 첫 패배, 그것도 그저 평범한 인간 사내에게 당하다니


혼란과 분노 속에 자신을 잃은 죽음은

눈 앞에 선 사내의 무릎을 힘조절도 못한체 후려쳐버렸다


사내는 박살이 나버린 무릎을 쥔 체 쓰러졌고

이내 죽어버렸다


죽음은 실수로 사내를 죽여버렸으나 곧 이성을 찾고 자신의 맹세를 지키기 위해 순순히 마을을 떠났다





하지만 이상하게 사내는 다시 눈을 떠버렸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왜 자신이 살아있는지 의문이었던 사내는 이내 자신이 구름 위에 서있고

자신이 살던 마을이 구름 아래에 있는 것을 보았다



- 상한 무릎이 죽음을 이겼다!

- 죽음이 물러간다!

구름 아래 마을에선 그를 상한 무릎이라고 외치며

환호하고 있었다


상한 무릎은 자신이 무엇이 되었음을, 무엇을 할 수 있음을 알았다

그는 손가락을 앞으로 내밀었다


손가락에서 솟아나온 한 방울의 물은 이내 커지고 커져

소나기가 되어 대지에 닿았다


댓글

  • 루리웹-6700932834
    2022/08/12 05:06

    이런 인간찬가 좋아
    상대가 코스믹 호러적 존재라도 내 가족 지키려면 죽어도 네놈새기는 데려가겠다는 의지

    (QBIDPR)


  • 북추
    2022/08/12 05:07

    모 아프리카 신화가 생각나네. '카멜레온맨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그래서 구워먹엇다. 맛있었다' ㅋㅋ
    TV에서 아프리카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봄.

    (QBIDPR)


  • 아키야마 유카리
    2022/08/12 05:14

    카모플라쥬 능력 흡수 그런거 없이 그냥 맛있고 끝이냐고

    (QBIDPR)

(QBID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