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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블루스라는 게임을 찾아서...

이걸 대체 어떤 게시판에 올려야할지 감이 안잡혀서 이래저래 봤는데(추억의 게임도 아니고 게임 리뷰도 아니고...)


어차피 근근웹에서 모든건 유머로 통하는 바이기 때문에 유게에 올리는게 최선이라고 판단해 올리게 됐습니다








일단 여의도 블루스는 먼옛날에 게임잡지에서 광고로 한번은 봤던 게임입니다


당시 저는 이런 게임에 별로 관심이 없었고 아마 앞으로도 없을... 줄 알았지만 이런 종류의 게임을 하나 내면서 관심이 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아무튼 시대적으로 보면 90년대말 이 시절 한국은 어쩐지 공전의 미연시 붐이 일고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어드벤처 게임입니다만 뭐 미연시도 어드벤처 범주에 해당하긴 하죠


제작난이도와 예산은 낮은 편인데 시나리오만 좋다면 괜찮은 작품이 나오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직 IMF 충격이 덜 가셨던 시절이기도 하니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미연시라는건 비주얼 노벨처럼 선택지 고르기가 다가 아니라 주인공을 컨트롤해서 스탯을 쌓고 히로인과 호감도를 올리면서 스토리를 진행해나가는 류의 고전적인 스타일의 게임입니다. 시대가 지나면서 혼동되고 있습니다만 사실 서로 다른 겁니다



갑자기 이 게임에 왜 관심을 갖게 됐냐면, 그냥 생각없이 여기저기 보고 있는데, 한국산 게임들에 대해 리뷰가 좀 있는 하드코어게이밍을 보다 이 게임의 이미지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미지가



설마 99년에 나온 K-게임에 H씬이 있다...?


조선은 지금도 유교탈레반 소리를 듣지만 20년전엔 당연히 지금보다 더 엄숙주의가 심했습니다


만화책에 속옷 씬이라도 나오면 거따가 친절하게도 셔츠를 덧그리곤 했으니까요


당장 천국의 신화때문에 이현세를 잡아갔던게 이 게임이 발매예정이었던 99년에서 고작 2년전인 97년입니다


그러니까 이런건 조선천1지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거죠



진짜 이런 게임이 나온게 사실인가 싶어서 저는 긴급히 이 게임에 대한 자료를 찾았습니다




문제는 하필 동명의 노래가 나왔었다는 거고...


심지어 하나도 아니고 여의도 블루스라는 제목의 곡이 두 개나 있었습니다



뭔가 저도 공감? 이 느껴졌습니다. 여러분 게임 제목은 페이트 정도로 대박 칠 자신있지 않으면 쉬운 조합이나 일반명사 한 단어로 짓지 맙시다


찾기 힘들다고...



이렇게 된 이상 검색어를 바꿔서 계속 찾아봤습니다. 99년 1월 발매 예정이었다고 하니 뭐 적어도 말이죠 그럼 99년이나 2000년 게임잡지에 리뷰라도 실려있어야 하지 않나? 하고 생각이 들었단 말이죠


예전같으면 99년~00년 사이 발매된 게임잡지들을 집에서 찾아보던가(아직 보관중인게 있습니다) 수소문하던가 뭐 헌책방 발품을 팔던가 해야했겠지만 매우 다행스럽게도 PC파워진을 발매했던 제우미디어는 현재 게임메카에서 과거 발매한 잡지들을 전부 스캔해 무료공개하고 있는 중이라 그걸 봤습니다


당시 PC파워진은 국내 게임잡지중에 가장 크고 잘팔리는 잡지였으니까 여기 없을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근데... 없습니다




일단 이건 PC챔프(PC파워진의 이전 이름) 99년 3월호에 실려있던 광고입니다


"순도 99%의 성인게임" 이라고 하는데 그럼 나머지 1%는 뭘까요



아무래도 좋지만 위에는 '99년 1월'이라고 쓰인 광고 보이실 겁니다. 그렇습니다. 연기된 거죠


원래 당시 K-게임들은 개발환경도 열악했고 대개 체계잡힌 게 하나도 없이 주먹구구로 만들어지다보니 발매연기가 흔했습니다


기껏 나와도 버그로 속앓이 하는 경우도 흔했고 말입니다. 뭐 연기는 그렇다 칩시다




이건 PC챔프 99년 4월호에 실린 광고입니다


여기는 4월에 발매된다고 쓰여있죠


죄상단의 '사이버 VJ 4월초 방영 예정'이라는 문구가 대단히 신경쓰입니다. 대체 뭐였을까요... 버튜버 같은 건가?


라고 하기엔 당시엔 통신회선도 지금처럼 빠르지 않았고 PC사양도 안좋았고 유튜브도 없었습니다


대체 저게 뭐였는지 정말 궁금하게 만드는군요


이거 이후엔 잡지광고에도 더이상 실리지 않았습니다. 정보를 잡지로만 얻어야 했던 시대의 잡지광고 가격은 비쌌으니까요


아무튼 인터넷 검색으로도 덤프된 CD는 커녕 광고지를 스캔한 걸 제외하면 스크린샷 하나 안 나오는게 뭔가 이상했습니다


게다가 요새는 인터넷 시대잖아요? 인터넷에는 뭐든지... 어... 대부분 있습니다. 하물며 디즈몽같은 이미테이션 게임 따위도 찾아보면 나옵니다



저는 한번 꽂혀서 궁금한게 있는데 그게 안풀리면 잠도 못잘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 뭔가 알아내야만 했습니다


그러던 중 이런 책을 발견합니다




1999년에 발간된 '대박터지는 게임시나리오'라는 책입니다


여의도 블루스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다고 합니다. 작가가 문제의 여의도 블루스 시나리오 작가라고 하는군요


절판된지 한참 됐으므로 또 헌책방 발품을 팔아야 하나 했지만 온라인에 중고품이 있길래 즉시구매했습니다


물론 부록CD 있는 거로. 중요한건 저 CD이기 때문입니다




FIMALLY(마참내)!




이 책은 뭐 게임잡지같은거도 아닌데 정품 게임이 부록으로 들어있다는 부분이 정말 괴이합니다


1998년에 발매된 칸: 바람의 신화라는 게임입니다. 그냥 평범한 디아블로1 클론이고 똥겜입니다


98년에 발매됐는데 99년에 책 부록 따위로 나왔다는데서 이 게임의 똥겜력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정품 패키지를 가지고 있는 제가 보증합니다



작가 약력입니다


만화, 게임 기획, 애니메이터 등 여러 문화직종을 했군요. 개중엔 다 알만한 작품들도 있고


가장 최근 저서가 2019년에 나온 '게임 시나리오 창작'이라는 책입니다. 아직도 활발하게 활동중이신 모양


이분이 쓴 책을 표절해서 출판한 출판사들도 다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뭐 책 소개가 아니니까 그건 아무래도 좋고 여의도 블루스... 여의도 블루스는 어디냐...!



여기서부터 시작입니다


'시나리오'라고 했습니다만 사실 내용을 보면 시나리오라기보다는 실제 게임에서 사용된 스크립트를 그대로 옮겨온거 아닌가 싶습니다




이모티콘같은게 그대로 쓰여있는게 묘하군요. 설마 진짜 인게임 텍스트가 저렇게 나왔을까요? 여러가지로 궁금합니다


귀여니가 2001년에 나왔으니 2년이나 앞서 있었던거죠




"원망한다" 루트의 파일명이 SIBAL이라 보자마자 웃었습니다



뭐 이렇게 여의도 블루스의 한 루트 시나리오가 쭉 있습니다만 당연히 게임 내 내용을 전부 까발릴 수는 없기에 배드 엔딩만 있더군요




"앞으로 발매할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


이 책은 1999년 11월에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뭐다? 최소 99년에는 발매가 안 됐다


좀 멀리 가서 2001년 잡지까지 봤습니다만 여전히 이 게임의 정보는 없었습니다


즉 여기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죠. 발매되지 않았다





씨디 안에 들어있는 파일 중 여의도 블루스와 관계있는 파일은 이거 두개가 전부였습니다...


m.hwp는 게임 매뉴얼 파일이고 youido.에이브이i는 게임의 오프닝 영상 파일입니다



이게 영상입니다. 굉장히 90년대스러운 노래군요. 당시 있었던 뭐 HOT같은 그룹들이 생각나는




그리고 이게 매뉴얼. 한 장씩 jpg파일로 추출한겁니다




완 전 히 일 치




나름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IMF로 하루 자고 일어나면 회사 망하고 실업자 양성되던 시절을 겪었으니...











솔직히 말해서 일러스트는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당시 국산 게임 기준으로도 그다지 잘 그린 편은 아닙니다


묘하게 디테일이 대충 뭉개져있는 부분도 있고 무엇보다 채색 스타일이 너무 좀 그렇습니다


2000년대 일본 아마추어 작가 홈페이지 가면 자주 볼 수 있었던 류의 스타일인데 거꾸로 말하면 프로는 못되는거죠




당시엔 교통카드와 따릉이가 없었기 때문에 걸어다니기만 했어야 했나봅니다


지금은 따릉이만 있으면 적어도 여의도 내에서 어디 다닐때 교통 걱정은 안해도 됩니다


전 매년 4월 되면 반년짜리 끊고 있습니다. 겨울엔 자전거 안타니까






마지막장은 인터페이스에 대한 설명인데 이게 끝입니다


저기다 화살표 쳐놓고 3, 4 써놓은거는 뭔데? 왜 설명안해?????? 




아무튼 여의도 블루스라는 게임에 대해 제가 알아낸 건 여기까지입니다


혹시 이 게임이 진짜로 발매가 됐는데 저만 모르는거라던가 뭐 그런 건 아니겠죠...


성인용 게임을 표방하며 나름 시장의 개척자가 되고 싶었던게 아닐까 합니다만 어쨌거나 그렇게 됐습니다


이 시나리오의 저자분이 아직도 활동 중인데, 혹시 문의하면 뭔가 진실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군요



이상입니다

댓글
  • 죄수번호-349331476 2022/07/07 00:13

    나왔으면 어떻게든 자료가 있을거 같은데 아마 발매 안된듯


  • 페피니에르
    2022/07/07 00:11

    완전히 일치ㅋㅋㅋㅋㅋ

    (Kk5L8n)


  • 죄수번호-349331476
    2022/07/07 00:13

    나왔으면 어떻게든 자료가 있을거 같은데 아마 발매 안된듯

    (Kk5L8n)


  • 어뷰즈머신
    2022/07/07 00:24

    이렇게나 정보가 없는거 보면 역시 안 나온 거겠죠

    (Kk5L8n)


  • PRL412
    2022/07/07 00:32

    Hardcore gaming에 나와있는 여명기 한국 게임들 지금 자료는 커녕 검색하기도 어려운 게 태반임 ㅋㅋㅋㅋㅋㅋ

    (Kk5L8n)

(Kk5L8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