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이 아니라고 하자..

서태지는 표절을 한 적이 없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그러나 제법 조리있게 글을 써대는 이들이 있다. 레퍼런스로 삼거나 인용했거나 샘플링을 했거나 영향을 받은 것이지 베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까짓 그 말이 맞다고 하자. 그러나 그 말이 맞아도 나를 포함한 수많은 대중들 귀에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먼저 나온 다른 노래들과 비슷하게 들린다는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나는 서태지 노래들이 유행할 때 서태지 노래들을 들어본 적이 거의 없는 사람이다. 그런 류의 노래가 당시 내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귀는 서태지에 관한 한 어떤 호/불호 선입감정도 없다. 처음 듣는 사람처럼 그의 노래들과 그가 레퍼런스를 삼는 등등을 했다는 노래들을 비교해서 들을 수 있다. 내 귀에는 50보 51보이다. 내 귀에는 미국 민주당의 자본주의 예찬과 미국 공화당의 자본주의 예찬 간의 차이에 불과하다(그 둘 간에 차이가 있다면 말이다). 사람을 죽이는 것과 사람을 안 죽을 정도로만 패는 것 간의 차이가 대단한가? 교묘히 표절을 피하는 것과 표절하는 것 간의 차이가 대단한가? 나는 대놓고 표절하는 인간들보다 교묘하게 표절을 피해가는 인간들이 더 혐오스럽다. 우리 모두에게, 사회에게 더 손해를 끼치는 것은 법망을 교묘히 피하는 인간들이지 대놓고 법을 어기는 인간들이 아니다. 법치 국가에서 대놓고 법을 어기는 짓을 지속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