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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참된 사실만이 과학의 편입니다.

패터슨은 핀 머리 크기만한 지르콘 결정 속의 우라늄이 붕괴하여 생성되는 납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은 이전에 관찰돼온 것보다 천 배나 더 작은 단위로 분석해야 하는 아주 정밀한 작업이었다. 


마침내 그는 수십억 년 전의 선캄브리아기 암석 속에 들어 있는 납 동위원소 연구로 박사학위 논문을 써냈다. 하지만 그의 연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직 지구의 나이를 알아내지 못한 것이다.


시카고대의 박사후 과정 연구원을 거쳐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패터슨은 계속 그 문제에 매달렸다. 1953년 드디어 지구의 나이를 계산할 만큼 아주 순수한 납 시료를 얻은 패터슨은 아르곤국립연구소의 질량분석기를 이용하여 운석과 지구의 나이가 45억년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7년간의 긴 연구 끝에 얻은 성과였다.


3년 후 그는 지구의 나이를 45억5천만년으로 수정했고, 그 수치는 지금까지 거의 변함이 없다. 하지만 현재 그의 이름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의 이름을 언급한 교과서도 거의 없을 뿐더러 지구의 나이를 결정한 사람이 패터슨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도 드물 정도다. 그 이유는 그의 이후 행적과 깊은 연관이 있다.


지구의 나이를 알아내기 위한 그의 연구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는 실험실 환경이었다. 당시 미국에는 납을 이용한 산업이 매우 발달해 있었다. 노킹 방지를 위해 자동차 연료로 유연 가솔린을 사용했으며, 통조림 캔, 물탱크, 치약튜브, 살충제 등 거의 모든 제품에 납이 들어 있었다. 심지어 포도주 병도 납을 씌운 코르크 마개로 봉했는데, 납으로 가득찬 사회였다는 표현이 적절했다.


오늘날과 같은 청정 실험실이 없던 때라서 패터슨이 분석하고자 하는 납 시료의 양보다 주변에 떠도는 납의 양이 더 많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그는 납을 분석하는 일보다 먼저 실험실 도구와 환경에서 나오는 납의 양을 확인하고 제거하는 일에 매달려야 했다.


그 과정에서 패터슨은 보통 물체들 속에 포함된 납의 함량에 대해 발표되는 수많은 통계가 대부분 틀렸다는 사실과 일상 환경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게 납으로 오염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구를 거듭하면서 그는 점차 자동차 연료인 유연 가솔린이 그 주범이라는 증거들을 수집하게 된다. 


1960년대 미국에서 판매된 연료의 90%가 유연 가솔린이었으며, 미국 산업계에서 생산하는 10대 화학물질 중의 하나였다. 또한 납의 위험 여부에 대한 연구비용도 거의 모두 당시 사에틸납 첨가제의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에틸사에서 부담하고 있었다. 잘못된 연구결과가 발표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주위 환경을 오염시키는 납의 배출이 유연 가솔린에 의한 것임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사에틸납이 판매되기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야 했다. 패터슨은 얼음에서 그와 같은 정보를 얻기 위해 극지방과 그린란드의 켜켜이 쌓인 얼음층의 납 농도를 조사했다. 이것이 현대 기후학 연구의 기초가 된 빙핵 연구의 시초였다.


그 결과 극지방의 얼음은 자연상태에서는 매우 순수하지만 현대에 들어와 그린란드에 쌓인 눈에는 산업화 이전에 내린 눈보다 납이 100배나 많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가 발표되자 예상했던 대로 많은 어려움이 그에게 몰아닥쳤다.


미국석유협회에서 지원해주던 연구자금이 끊어졌고, 납 산업계는 그가 재직 중이던 대학의 이사에게 그를 해임하라는 압력을 넣기도 했다. 하지만 패터슨은 기꺼이 그들과 싸우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자신이 의지할 곳은 ‘사실’밖에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 그는 거의 평생 동안 질량분광법과 깨끗한 실험실 기술을 사용해 광범위한 납 오염 실태를 입증했다. 결국 미국 의회는 1970년 청정 대기법을 통과시켰는데, 그것은 가솔린에 첨가하는 납을 줄이기 위한 최초의 입법적 시도였다. 또 1986년에는 미국에서 모든 유연 휘발유 판매가 금지되었다.


덕분에 미국에서 유연 가솔린의 소비는 1972년 25만3천톤에서 1988년 1만7천톤으로 급감했다. 미국에서 납 소비가 급감하자 그린란드의 눈에 침전되는 납의 양도 약 90%나 줄어들었고, 1989년에는 자동차시대 이전의 수준에 근접했다. 또한 미국인 혈액의 납 농도도 80%나 감소했다.


이처럼 화학자들에게 전 지구적인 환경오염을 분석하는 법을 가르친 지구화학자이자 환경화학자였던 패터슨은 1983년 하와이 화산에서 산성기체 시료를 채취한 후 심한 천식 증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 후 천식 치료를 위해 복용한 약으로 인해 유전성 골다공증이 악화되어 키가 27㎝나 줄어드는 병고를 겪는다.


그러다가 1995년 12월 결국 그는 천식으로 숨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그의 연구 프로젝트가 얼마나 광범위한지 제대로 이해해주는 동료들은 거의 없었다. 


그가 죽을 때까지 명성을 얻지도 관심을 끌지도 못했던 것은 자신이 선택한 ‘진실’의 길을 혼자서 외롭게 걸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는 치명적인 납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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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비도 명성도 과학의 편이 아닙니다.

좋은 의도도 과거 행적도 과학의 편이 아닙니다.

오로지 사실만이, 객관적이며 참된 사실만이 과학의 편입니다.



돈과 명성과 찬사는 거짓을 말하는 사람이 모두 가져가더라도, 진실을 버린다면 과학을 한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댓글
  • 뱃살좀치워라좀 2017/06/04 01:24

    거의모든것의역사라는 책에서 나온 대목이군요

    (KQdpUP)

  • 소원이있어요 2017/06/04 01:28

    그래서 과학은 논문 나오면
    일단 까고 보는게 시작 아닌가요
    어떻게든 허점 찾아서 공격하는게 기본 ㄷ.....

    (KQdpUP)

  • 신들의황혼 2017/06/04 01:50


    추천 +1

    (KQdpUP)

  • 김윤슬 2017/06/04 01:55

    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sisa&no=952218&page=3
    한켠에선 진실을 부정했던 과거를 나름의 의미부여로 합리화하고 있는 중입니다
    털보형의 통계논리적 오류로 시작된 미분류표미스터리를 합리적의심으로 보고 그 위에서 구축된 음모론을 음모론으로 취급하는것이 위험하다는 사고에 경의를 표하고싶을 정도네요

    (KQdpUP)

  • 스떼 2017/06/04 05:14

    신작 코스모스 다큐에 위와 같은 페터슨 얘기 나와요...일종의 명예회복이겠네요...
    혹시나 해서 첨언하자면 유연의 연은 한자의 납연자입니다.

    (KQdpUP)

  • 아치달바메 2017/06/04 08:26

    일반적인 그냥 사람 입장에서 말하자면
    어 더 플랜 볼때도 오 그럴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은 들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제가 통계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수학을 잘 하는 것도 아니라서... 어 솔직히 좀 반신반의 했었음...
    왜냐하면 내가 몰랐기 때문에 무조건 적으로 이건 잘못되었다...! 라고 행동하는 것은 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과게글을 잘 읽어보아도 잘 모르겠어서...
    모르겠네요.
    먼가 그래도 잘못된 일이 있었다면 그것에 대해 사과하는 것은 응당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함.
    그게 누가 잘못했던.

    (KQdpUP)

  • 오덕막후투 2017/06/04 08:28

    역사도 쓰래기들의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과학과 진실에 근거했으면 좋겠어요

    (KQdpUP)

  • 사진사 2017/06/04 09:10

    글이 이상합니다.
    클레어 C 패터슨의 행적을 구글링 한 결과, 위키피디아 및 짧은 biblography 등에서 그는 화학자이자 환경 운동가로 외로운 길을 걷지는 않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좋은 글에 사족이 달린 느낌입니다.

    (KQdp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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