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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토끼 초롱이의 일기 - 1

안녕 내이름은 초롱이야
물론 태어날 때부터 그 이름은 아니었지만...
나는 유기된 토끼들을 모아서 데려다 놓은
몽마르트 공원이라는 곳에서 4월 20일에 태어났어
우리 엄마는 흰순이라는, 이름 그대로 하얀 토끼야
몽마르트 공원엔 토끼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다른 곳에 홀로 유기된 것보다는 훨씬 안전하지만,
태어난지 얼마 안 된 나 같은 아가 토끼들에게는 다양한 방문객들과 그들의 반려 동물들, 
밤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길 고양이들의 위협 때문에 여전히 위험한 곳이야
그런데 나 같은 그런 아가들을 위해 무료 자원 봉사로 노력해주시고 계시는 토끼 할아버지가 한 분 계셔
할아버지는 공원 내의 모든 토끼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기억해 두고 계시다가,
우리 엄마처럼 임신한 토끼가 생기면 데려가서 돌봐주셔
할아버지께도 사정이 있으니까 모든 위협에 대처할 수 있을만큼 오래는 아니지만,
어린 아가들에게 꼭 필요한 성분이 가득 담긴 엄마의 토유를 듬뿍 먹으며,
유아기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한 달 정도 돌봐주셔
그리고 그 한달 동안 아래와 같이 공고를 내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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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 지날 무렵
나랑 같이 태어난 형제, 자매(난 아직 내 성별을 모르겠어..)들은 모두 누군가를 만나서 떠나갔어,
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누군가를 만나지 못 해서, 산후조리하는 엄마 곁을 떠나, 다시 몽마르트 공원으로 돌아왔어.
뭐 공원에서의 생활도 나쁘지는 않았어.
나는 아직 어리지만, 엄마에게 물려받은 건강하고 튼튼한 두 뒷다리가 있으니까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어.
공원에는 비록 아직 정확히 구분은 못 하겠지만, 풀들도 많고
숨어서 쉴 그늘도 많았으니까.
그냥 그렇게 때론 쉬며, 때론 피해 다니며, 자라다 보면 나도 건강한 어른 토끼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 날 웬 낯선 거인 둘이 나를 보고 싶다고 찾아왔어.
그것도 다들 노느라 정신 없다는 토요일 한밤 중에
처음 보는 나한테 자꾸 초롱이라고 부르면서 친한 척을 하길래,
빠른 발로 한 30분은 도망을 다녔을거야.
물론 노련한 토끼할아버지의 솜씨를 피하지 못 해 잡히고 말았지만.

근데 참 웃기는 사람들이지,
나를 보려고 왔다면서, 초면에 데려가겠다는 거야.
처음에는 그냥 보려고 온거라 내가 쉴곳도 안 가져왔다면서,
그냥 종이 가방에 나를 넣어 가겠대.
나는 그런 상황이 태어나 처음이라,
무섭고 두려웠어.
거인 중 머리가 긴 거인의 손에 잡혀서 가방 속에 들어가면서
발버둥을 쳤지만 내 힘으론 한계가 있었어
가방 속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자동차라는 것을 타고 어딘가를 향해 가는데,
거인들의 이야기가 들렸어.

미안해 이런 걸로 데릴러와서,
아직 집을 못 만들어놨는데 어떡하지.
집더하기는 닫았대.
디다음마트는 어떻대.
열었으면 거기로 가자.
일단 집부터 만들어주자.

....이런 대책 없는 거인들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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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이의 일기 2편은 집사가 초롱이랑 친해지면 연재됩니다.. ^_^;;


댓글
  • 도미찜 2017/06/01 15:53

    초롱아 먹는거 멈추지 말고 꼭꼭 씹어서 건강한 응가 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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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yyyyyyy 2017/06/01 15:53

    귀엽다 토끼................... 나만없어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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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eastory 2017/06/02 10:38

    아예 데려와서 주인이 된 건가요? 토끼는 안 키워봤는데, 예민하다고 들었는데 기르면서 토끼에 대해 많이 알려주세요~.
    근데 토끼는 새끼를 많이 낳는 동물인데...그 공원에서 암수여럿있으면 나중에 새끼들 수 감당 못할 거 같아 걱정이 슬쩍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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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ysochic 2017/06/02 17:18


    똥밭에 있는 사진만 있는 거 같아서,
    다음 편들에 올리려던 사진을 미리 하나 공개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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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끼고기BBQ 2017/06/02 17:25

    퇴끼 두마리를 6년째 모시고 사는 노예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시면 얼만지 물어보십셔.
    다만 해외에 거주중이라 건초는 어디서 사는 게 좋냐, 어디 병원이 토끼를 봐주느냐 등은 저도 모릅니다...ㅜ
    막짤에 알파파를 급여하시는 걸 보니 훅 마음이 놓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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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호날두 2017/06/02 18:59

    와 공고 마지막줄이 뭔가 마음이 아픈 말이네요 ㅠㅠ..
    비단 토끼뿐 아니라..다른동물들도..
    기르다 지루해지면 이곳에 두시면 된다니ㅠ.ㅠ....
    가족인데 지루해진다고 반려동물을 내치는사람들이 없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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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픈영혼을 2017/06/02 22:08

    핡 토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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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롱이아빠 2017/06/03 16:51

    우리 고양이 초롱이가 언제 토끼가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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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땃쥐 2017/06/03 17:13

    몽마르트 공원 토끼 좋아하는 사람들은 꽤 알고있는 곳이죠. 토끼 보고 싶어서 먹이도 줄겸 가는 사람도 있고 유기토끼들 모인 곳인거 알고 버리러 가는 사람도 있고요. 물론 도로나 골목에 버리는 것보다는 나은 거죠.
    할아버님께 안쓰는 건초(알팔파,티모시)나 넉넉한 크기의 토끼장 지원해드리면 도움이 될것같아요 개나 고양이는 개체수조절을 위해 시에서 중성화수술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는데 토끼는 그런 대상이 아니거든요 길고양이만큼 거리에 많은 동물이 아니긴 한데,번식력이 좋아 새끼를 자주 많이 낳아 수가 늘어나기 쉽고,약한 초식동물이라 고양이,개,새 등의 공격에 많이 약합니다
    제가 보기에 이 공원의 토끼 수는 더 늘어날것같아서 토끼할아버님같은 봉사자들의 손길이 더욱 필요할것 같네요
    덧붙이자면 도심에서 주인 없이 떠도는 토끼들은 산토끼나 야생토끼가 아닌 버려진 집토끼입니다...버려진 동물들을 우리가 죄책감만 가지고 모두 거둘 수는 없으니 키우다 버리지말아주세요 개나 고양이는 비싸게는 몇십만원~몇백만원까지도 하지만 새끼토끼 한마리가 마트에 가면 2만원가량에 팔리고 있어요 싸니까 쉽게 사고 거리낌없이 버리는거겠죠
    포인핸드같은 유기동물 어플에도 토끼가 꽤 자주 올라온답니다 잘 아프고 여린 아기토끼보다 성체까지 무사히 성장한 건강한 토끼들 입양 가능하신 분들은 데려가서 사랑해주시면 좋겠어요 아프고 다친녀석들도 많은데 문제없이 건강한 놈들,어리고 귀여운 놈들도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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