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 이번화 카이도 팰 때 카타르시스 쩌는 이유

와노쿠니 편 내내 나오는 얘기가

"이 나라는 갑갑하다"인데

카이도는 이 나라의 갑갑함을 더더욱 강화시켜주는 설정의 캐릭터임

즉 갑갑함의 화신이라고도 볼 수 있음

심지어 피부가 너무 딱딱해서 데미지를 전혀 안 입는다는 설정이라

아무도 카이도한테 항의 못하고 쥐 죽은듯이 살고 있음

근데 그전까지의 애니나 코믹스 보면

카이도 나오는 장면이 딱히 암 걸리거나 갑갑하지는 않음

왜냐면 카이도는 무고한 시민 잡아서 채석장 굴리고 죽이긴 했어도

그런 짓을 한 직접적인 장면이 나오진 않았거든

카이도보다 훨씬 약한 스팬담이

"암 걸린다", "죽이고 싶다"라는 평가를 받은 것과 정반대임

우리는 딱히 카이도 보고 암 걸리지 않음

나쁜 짓 하긴 했다지만 그건 그냥 얘기로만 나왔고

시민들한테 의도적으로 나쁜 짓 하는 장면이 딱히 안 나왔으니까

물론 무고한 시민들 웃음 열매 먹이긴 했지만

그건 방관만 했고 시행자는 오로치라서 카이도한테 빡치지는 않음

카이도까지 가는 전개가 지지부진 했던 것도

카이도가 별로 안 갑갑한 데 한몫 함

카이도 피해자 하나 나오고, 몇년 뒤에 걔 까먹으면 또 하나 나오고,

몇년 뒤에 또 하나 나오고 이런 식이라

"아 그냥 나쁜 놈이구나"싶지 다들 감정적으로 뭐가 생기진 않았고

정작 카이도랑 만났을 때는 카이도 피해자들 누군지 다 까먹음

오히려 우리는 카이도의 악행보다는

질질 끄는 전개에 암 걸리고 있었음

물론 오뎅 과거에서 카이도가 심한 악행 보이긴 했으나

오뎅 서사가 호불호 갈리기도 하고

오뎅은 카이도랑 싸워서 패배한 전사지 힘없는 시민은 아니라서

오뎅 죽음에 대한 동정심이 덜했음

이런 때에 애니 이번화가 전체적으로 빌드업을 진짜 잘한 게

카이도의 딸 야마토가 섬 나가고 싶어서

미치고 팔짝 뛰는 암 걸리는 상황을 만든 후 드디어

"얘가 지금 답답한 전개의 직접적인 원흉이다"를 보여줌

뒤이어 카이도한테 개패듯이 얻어맞은 킨에몬을

안티들마저 동정했을 정도로 진짜 어어어엄청나게 불쌍하게 연출함

그 다음 장면에서 이 불쌍한 사람을 마구 폭행한 가해자가

위풍당당하게 어쩌라고 식으로 등장하는 연출을 보여줌

그리고 "얘들 기억나니?" 하듯이

지난 10년 간 우리가 잊고 있던 수많은 카이도 피해자 리스트가

촤라라라락 등장함

그래서 10년이라는 지지부진한 연재기간 동안

"그냥 악당" 이미지로 굳혀진 카이도는 이번 화 20분 만에

지 딸을 집에 영원히 가두려는 아동학대범,

불쌍한 아저씨 마구 패고 모가지 치켜드는 건달,

셀 수도 없는 불쌍한 사람들 잡아다 죽인 살인마,

근데 아무도 항의조차 못하고 쥐죽은듯이 있어야 하는

그야말로 암 걸리는 캐릭터성이 똘똘뭉친 갑갑함의 화신이 됨

그렇게 애니가 카이도를 20분 내내 암 걸리는 캐릭터로 만든 후

한 방으로 박살낸 거임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지금껏 한번도 안 보여줬던 미친듯이 당황한 모습 보여줘서

카이도에게 암 걸렸던 사람들 단번에 항암치료 시켜버림

그 뿐만 아니라 이 펀치 한 방으로

카이도 만나기까지 10년 질질 끌던 암 걸리는 전개의 종말까지 선언함

(원피스 접어뒀던 사람들은 위 전개보다는 이 뽕맛을 크게 느꼈을듯)

그야말로 레전드 에피가 아닐 수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