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쯤 나는 하던 일 계약이 끝나서
재취업 준비 하며 그냥 놀긴 뭐해서 동네에서 하는 산불진화대 일을 시작했음.
처음 한 달간은 그냥 물차에서 호스 끄는 훈련이나 등짐펌프 쓰는 훈련 등을 하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팀별로 배정받은 스타렉스 1대씩에 타고 각 지역마다 산불 나는 데 없는지, 누가 불 피우는데 없는지 감시하는 일을 하였음.
사실 이 일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음. 그냥 차 타고 동네 돌아다니고 산 타다가 밥 먹고 그러다 점심 먹을때쯤에 노가리 좀 까고먹을때쯤되거든.
보통 산불진화대 일은 농한기때 어르신들이 그냥 놀기도 뭐해서 잠시 하는 일인지라 나는 자연스럽게 팀의 막내가 되었고, 나름대로 어르신들에게 귀여움도 받았음.
진짜로 산불만 안 난다면 이것만큼 괜찮은 일이 없겠구나 싶었음.
뭐, 처음에 누가 밭두렁 태우다가 불이 뒷산에 옮겨붙은 일이 있긴 했는데, 헬기도 오고 불도 그리 크지 않아서 금방 끝나긴 했음.
그런데
...진짜로 산불이 났네?
그 때가 일요일이였고 아침에 근처 친척집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길이었음. 돌아오고 잠깐 산책 좀 가려니까 휴대폰이 울리더라. 받아보니 우리 팀 반장님이였음. 어디 불이 났으니 바로 오라고 하더라.
해서 차 몰고 집합해보니까 다른 지역에 불이 났고, 다행히 그 불은 우리 조가 진입하기 전에 헬기가 진화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돌아가려는데
...다른데서 또 불이 났다네?
그래서 그 불 났다는 동네 가 보니 소방차 잔뜩 와 있고 우리 조 포함 다른 조들 다 와 있고 난리도 아님.
그래서 곧바로 산에 올라가 보니...
이미 불은 마을 뒷산을 넘어 산등성이를 타고 퍼지고 있었음.
나중에 알고 보니 마을 주민 하나가 화목보일러 재를 그냥 뒷산에 버렸다가 불이 난 게 퍼진 거래더라.
그래서 나를 포함한 팀원들이 불을 어떻게 끄느냐 하면
직접 불을 끄려면 요런 물차에서 호스를 산까지 끌고 와서 뿌리거나
소방헬기가 출동해야 하고
우리 팀이 할 일은 일단 갈퀴나 삽 등으로 땅에 있는 낙엽 등을 치우며 방화선을 구축하거나
요런 등짐펌프에 있는 물 가지고 물을 뿌리는 일 정도였음.
아무튼 그래서 쎄빠지게 산을 오르며 방화선 파고 물 뿌리고 헬기가 물 뿌리고 하는데도 불이 도저히 꺼질 기미가 안 보였고,
그러다가 밤이 되었음.
밤이 되면 소방헬기가 뜨기엔 위험해서 헬기는 철수하고, 결국 새벽 2시까지 산 속에서 불을 껐던 걸로 기억함.
집에 돌아와 보니 내 온 몸에서 불내가 나고 속옷까지 까만 게 묻어 있더라.
아무튼 그렇게 3시간인가 자고 다음 날 다시 현장에 돌아와 보니
큰 불은 이미 산 하나를 다 태우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다 거의 진화되려는 상황이었고, 우리가 어제 갔던 곳은 이미 다 타 있었음.
그럼 여기서 끝이냐?
※출처: 부기영화
ㄴㄴ.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임.
잔불 잡으려고 그 타버린 산 전체를 오르며 갈퀴질을 해 가며 잔불을 잡아야 함.
잔불 진화작업에도 헬기가 물 뿌려 주긴 한데 헬기가 물 뿌린 데도 까뒤집어 보면 아래가 바짝 말라 있어서 또 파헤치고 등짐펌프로 물 뿌리고 해야 함.
이 짓을 한 3일간 했었음.
결국 쎄빠지게 고생한 끝에 산불은 완전히 진화되었고, 화목보일러 재를 잘못 관리해서 불을 낸 양반은 거액의 배상금을 물었다고 들었음.
지난달에 강릉이랑 울진에서 일주일간 산불 났다고 했을 때 산불 진화에 동원된 분들이 얼마나 고생했을지 눈에 보이더라고.
지금은 다른 일 하고 있지만, 불 때문에 고생하고 나니 불이 얼마나 무서운 지 알겠더라고. 유게이들도 불조심 해라.
수고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와 ㅈㄴ 존경한다
ϟƘƦƖןןΣX 2022/04/01 20:13
수고했다
블랙패더 앤티기어 2022/04/01 20:14
수고많으셨습니다
저는 님친구입니다 2022/04/01 20:22
와 ㅈㄴ 존경한다
빵부스레기 2022/04/01 20:22
큰 일 하셨네
아도겐68 2022/04/01 20:22
네가 진짜 영웅이다
깔깔유모어 전문가 2022/04/01 20:23
나는 단기로 한 일이지만
이 일을 업으로 삼는 소방관 분들이나 산림청 관계자 분들이 진짜 존경스럽더라
ChoChoMofo 2022/04/01 20:23
재를 산에 그냥 버려? ㄷㄷ
TifaLockhart 2022/04/01 20:23
존경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