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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혼자 아이를 키운지 98일째

싱글라이더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잠들기 전 입에 약털어 넣고 보면 보다 잠들기에
5일정도에 걸쳐 본것 같네요.

참으로 슬픈 영화 입니다.
우울증이 있으신 분들은 절대로 봐선 안되는 영화 같습니다.

회사엔 복직하였고 복직후 첫 조정이혼으로 법원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이곳에 육아일기를 쓴다는걸 아마도 아내가 알것 같습니다.
두렵진 않지만 일기를 올리는것이 조심스럽습니다.

그래도 일기는 거의 매일 씁니다. 그리고 혼자서 곱씹으며 조금씩 행복해짐을 느낍니다.
많은 힘주신 오유 분들께도 제 행복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항상 아이에게 그리고 배우자에게 사랑한다는말 아끼지 마세요.

남자 혼자 아이를 키운지 98일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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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밤엔 방에서 아이를 재우고 약을 먹은후 잠시 거실 tv를 보다가 쇼파에서 잠든것 같다.
눈을 떠보니 시계가 새벽 세시를 가르키고 있다.
혼자 자고있을 아이가 걱정되어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키려 하니 
내 배위에 아이가 잠들어 있다.

아마도 자다가 깨어 아빠가 없음을 알자 거실까지 나와 쇼파를 기어올라 아빠 배위에서 잠들었으리라..
곤히 잠든 아이를 조심히 안아 방에 눕혔다.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내 딸이다.

하루의 일과가 똑같다는건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지루하다.
휴일임에도 아이와 집에만 있는것은 죄를 짓는것 같은 느낌이라
오늘도 집을 나선다.

작은 누이 식구가 근처에서 밭을 일구기에 주말마다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380평 작은 땅에 컨테이너형 작은 집을 가져다 놓고
고구마, 감자, 옥수수, 토마토 등등등 많은 것을 심는다.

딸아이도 누이들과 함께 즐겁게 뛰어논다.
그쯔음 아이들은 그또래 아이들과 노는것이 가장 즐거운듯 하다.
해맑게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니 나도 마음이 즐겁다.

일구어진 밭에 고구마 순을 심고 물을 주고 비닐을 덮는 것이
보는것과는 다르게 엄청 힘들다.

매형과 같이 일하는 순간순간 가슴 찢어지는 슬픔이 생각이 나질 않는다.
고랑 사이로 엉거주춤 걸어와서 내게 땀닦으라며 수건 건네주는 아이를 보며 웃는다.

행복하다.

지금 이순간이 이렇게 행복할수 없다.
나에게도 아이게도 하루하루 이런 행복한 날들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저번에 심어둔 감자가 싹이 터서 올라왔다.
덮어둔 비닐을 찢어주자 탱탱한 줄기가 올라와 나여기 있다라고 몸을 세운다.
생명의 신비를 느낀다.
농작물에도 정을주며 키우는 농부들의 마음이 존경스럽다.

어디선가 잡아왔는지 딸아이가 내게 다가와 달팽이를 두마리 내민다.

'아빠 달팽이랑 아기 달팽이야.'

딸의 말에 

'엄마 달팽이는?'

하고 묻는다.

아이는 

'엄마 달팽이는 저쪽에 있는거 같아'

대답한다.

'그럼 아빠 달팽이랑 아기 달팽이 엄마에게 보네주자'

하곤 수풀쪽으로 가서 달팽이들을 풀어준다.

'우리딸 달팽이들에게 인사해야지?'

하자 내딸램이는 

'안녕히가세요'

하고 인사한다.

내딸이다.

내딸이 이렇게 이쁘고 사랑스럽다.
이미 전부터 딸바보 놀림받고 살던 나였지만
그 놀림조차 이제 자랑스럽다.

낡이 맑아 놀기 딱 좋은 날씨였다.
내딸은 씻지도 않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잠들었다.
잠든 아이를 조심히 침대에 눞히고 

또한번 결심한다.
난 절대 아이만 바라보고 살겠다.
딸을 위해 헌신하고 진심을 다할것이다.
가끔 욱하고 혼낼때도 있겠지만 사랑으로 다시 품에 안을것이다.
농작물이 농부의 노력에 열매를 맺듯이
내딸도 아빠의 노력에 이쁘게 자라줄것이다.

나는 세상 가장 이쁜 딸을 가진 아빠가 될것이고
우리는 가장 행복한 가족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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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Moonrises 2017/05/20 01:43

    늘 행복하세요❤️ 슬픈 다람쥐가 기쁜 다람쥐가 되는 그날까지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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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에하루씩 2017/05/20 02:05

    일기 올리시는거 꾸준히 보구있습니다. 아이의 맘도 너무 이쁘고 작성자님의 큰 사랑도 너무 이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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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브리L 2017/05/20 02:09

    힘내고또힘내세요 응원하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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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한끼식탐 2017/05/20 02:44

    싱글라이더 보고 울었어요
    아버지, 가장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새삼  알게된 영화 였습니다
    어깨를 토닥토닥 해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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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국민정수석 2017/05/20 03:13

    늘행복하세요 응원하고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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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심뭐먹어 2017/05/20 03:17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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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비태풍 2017/05/20 03:17

    얼마나 힘 드실지 . . .
    오지랍 부려서 조심스레 한 말씀 드려요
    아이를 위해 헌신한다고 생각하시기보다
    아이를 챙기고 함께 살아가며 성장해 가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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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클 2017/05/20 05:00

    힘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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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률매니아 2017/05/20 05:12

    힘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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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손안의모래 2017/05/20 05:41

    딸 바보란 소리는 딸을 정말 사랑하고있구나.. 라는 칭찬이죠^^
    님 글을 자주 봅니다. 가끔 놓치는 글이 있지만요.
    사실 그간 님 글을 볼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많이 신경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잘 살고계신듯 해 마음 놓았습니다.
    그리고 항상 다는 댓글이지만.. 님은 정말 좋은 아빠예요. 그 사실을 절대 잊지 마세요 ㅎㅎㅎ
    아이와 함께 늘 행복하시길 빕니다. 슬슬 날이 더워지니 건강 챙기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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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자2 2017/05/20 06:07

    새로운 인연이 다가오면 거부하지 마세요.
    우리는 정해진 시간 동안만 사는거라서 행복하게 살 의무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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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땡큐프란시스 2017/05/20 06:19

    함내세요. 따님은 엄마와 같이 살고 있지않지만 아빠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고있으니 너무 죄책감 같지 마시고요. 아이를 위해서라도 작성자는 곡 행복해지셔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행복기운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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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강향 2017/05/20 06:57

    꼭 행복한 다람쥐가 되실 거예요! 응원하고 기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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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론리 2017/05/20 07:10

    저역시 조금 앞선 이야기지만,
    새로운 인연이 다가 오면 거부하지 마시길
    고민에 고민 거듭해보고 잘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누구나 실수도 하고 또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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