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학번 제주 출신 아재입니다.
고등학생 때 국사 선생님이 생각나네요. 5월이면 그 분이 항상 떠오르곤 했는데 어느새 잊혀지더니 오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키도 작고 정말 비쩍 마른 데다가 말소리도 조곤조곤 조용조용하신 분이었죠. 전라도 사투리 약간 섞인 문씨 성을 가진.
솔직히 그 선생님 수업을 아주 열심히 듣진 않았어요. 너무 조용하고 그저 차근차근 설명만 하셔서 별로 재미는 없었거든요. 근데 왜 기억에 남느냐...
그 분은 5월이 되면 수업을 제대로 안하셨어요. 아니 못하셨겠죠.
미리 진도 왕창 빼놓고 5월 동안은 수업보다 창밖으로 고개 내밀고 담배 필 때가 더 많았던 그 선생님께서 5월이 다 지날 무렵. 그 이유를 말씀하시더군요.
광주에서 그 피비린내는 나는 살육이 저질러지던 그 때 선생님은 조선대학교 학생이셨다더군요.
소식을 듣고 도저히 가만 있을 수 없어서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거리로 뛰어나간 선생님은 말보다 소문보다 훨씬 참혹한 현실을 보고 앞뒤 가리지 않고 자기도 시민군이 되겠다고 나서셨답니다. 그런데 어른들이 말렸다고 하시더군요. 자네같은 학생들이 살아남아서 기억하고 전하고 오래 싸워야할 것 아니냐고요. 27일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도청에서 고등학생들을 내보내던 분들도 저런 말씀을 하섰죠.
그래도 그냥 있을 수 없었던 선생님이 아무거나 시켜달라고 막무가내로 떼를 쓰자 결국 할 일을 하나 주시더랍니다.
그 일은
실려오는 시신들을 염습해서 입관하고 태극기를 덮는 일이었다고 하시면서 눈물이 글썽글썽하시더군요.
그 선생님의 원래 성격이나 젊은 시절의 모습이 어땠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만 왜 5월엔 수업을 못하시는지부터 그 왜소한고 마른 모습, 조용함을 넘어 뭔가 응어리진 것을 풀지 못해 체념해버린 듯한 힘없는 목소리, 그리고 그때서야 새삼 알았지만 유독 웃음이 없는 얼굴 등 그 분의 삶 전체가 한꺼번에 이해돼 버리는 듯한 순간이었습니다.
세다 지쳐서 잊어버린 몇 구인지도 모르는 그 시신들을 당신 손으로 일일히 수습하면서(광주사진집을 보신 분들이면 아실 겁니다. 그 모습이 말이나 글로는 설명이 안됨을...) 느끼셨을 슬픔과 분노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총을 들고 싸우다 거리에서 생을 다한 분들과 다르게 자기는 이렇게 부끄럽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구요. 그 말 끝에 그 때 자신에게 학생은 총 잡을 생각말고 살아서 후세에 길이길이 이 얘고를 전해나 달라고 하던 그 시민군 청년이 그렇개 원망스러울 수가 없더라고 하시면서 다시 담배를 물고 창가로 가신 선생님.
오늘만큼은 그 죄책감, 분노, 응어리진 한이 조금이나마 풀리셨길 빕니다.
몸 건강하시길.
https://cohabe.com/sisa/227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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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빠가 그러시드라구요.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사건 벌어진 직후에도 국민들은 그걸 몰랐어 몇년 동안이나... 알게 된 이상 잊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유공자 분들께 더없이 죄송하네요
오늘 대한민국이 왜 더이상 자유당 세력들에게
더이상은 정권을 주면 안되는지 똑똑히 보았습니다.
그동안 유가족분들이 느꼈을 아픔을 그들은 외면했고 짓밟았습니다.
더이상 용서 하면 안됩니다.
자네같은 학생들이 살아남아서 기억하고 전하고 오래 싸워야할 것 아니냐고요..
하루 종일 우네요..ㅠㅠ
518때 대검으로 남성들뿐만 아니라 여성들 가슴 등 특정부위 찌르고 생식기도 군화로 밟고 그런 살육이 없었다고 하죠..전 광주 살아서 어릴때 학교에서 망월동 가면 그 안에 사진을 못 보겠더라구요..너무 잔인해서 외면하고 싶을 정도..외면해서는 안되죠 앞으로 철저한 진상규명 되고 처벌되어야합니다.
93학번인데 사실 광주에서 일어났던 일을 제대로 알게 된건 대학교 1학년입니다. 학생회에서 틀어놓은 80년 광주의 비디오를 보여주는 조그만 티비 앞에서 30분 정도 자리를 못 떠났던 기억이 있네요.
폭력의 권한을 쥐어주면 그 안에서 마음껏....잔인해지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전 모래시계를 보면서 어린 날에 광주에대해 처음 알았어요. 그때 그 군인들을 보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슬퍼져서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공포였던것 같아요..
지들보다 똑똑하고 깨어있는사람들이 천지삐까리인데...
지손을 낫으로 착각하고 덤비는 사마귀꼴이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를 몇달 전에 읽고
약 삼십년 전 버스를 기다리다 근처에 전시 된
5.18의 사진들이 떠올랐습니다.
고등학교때 국사심화라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때는 현대사에 대한 다큐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같은 프로를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5.16쿠데타, 1212사태 인혁당사건 5.18... 굉장히 조용하신 선생님이셨는데 (목소리가 너무 조곤조곤 하셔서 반이상이 졸았었죠 ㅠㅠㅠ생생함 ㅠㅠㅋㅋ) 사건 개요에대해 간략히 설명해주시고 동영상틀어주시는데 5.18관련 비디오에서만 너희에게 이걸 그대로 보여줘야할지 고민을 많이했다면서 설명을 오래하셨었어요. 군인들이 시민에게 총,대검을 휘두르고 길가에 즐비한 시체들을 보는데 정말 괴롭더라구요. 반이상 졸던 친구들도 그날은 파랗게 질려서 끝까지 시청하고.. 그게 제가 처음 접한 5.18의 얼굴이었습니다. 그 비디오를 본 후에 악몽도 많이꾸고 머리 속에 오래 남아 (아직도 생생하네요) 정말 괴로웠지만 그때 보여주신 선생님께 너무 감사해요. 글로만 접했더라면 저 말도안되는 참상이 이렇게 까지 다가왔을까 .. 저 생지옥을 비디오로 봐도 손이 떨리는데 눈앞에서 목격하신 분들..평생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가야하는 분들은 어쩌나. 아직도 잘 모르고 폭도의 소행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그냥 넘어가지말고 제대로 알려주기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관련 이야기가 나오면 목소리에 힘이들어가네요. 이것 밖에 해드릴게 없네요..
고등학생때 여수시내에 대자보처럼 붙어있는 사진들을 봤어요. 너무 잔인한 온얼굴이퍼렇게 멍들고 안구는 터져있고 또는 군화발에 으깨져 얼굴형체를 알수없는 ...더이상은 잔인해 표현도 못하겠습니다. 그후 타지역으로 대학을 갔는데 518을 사람들은 모르더군요.흥분하는 나만 이상한 사람 됐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