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관 최강자들이 무쌍 안 찍음?.jpg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의 세계관 포가튼 렐름에는 엘민스터라는 양반이 있다.

이래저래 이야기가 많지만 요약하자면 선의 편 최강 마법사로,

모험가들이 하는 임무는 주로 이 인간이 내어준다.

그래서인지 "스토리상 엘민스터가 나가서 쓸면 되지 않음? 왜 우리에게 시킴?"

이라는 질문이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작가들이 엘민스터의 입을 빌려 말하는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준비되지 않은 공격은 오히려 이쪽이 피해를 입는다.

엘민스터는 강하다. 하지만 엘민스터보다 강한 놈이 있을 수도, 엘민스터보다는 약하지만 나름 강자인 자들이 힘을 합칠 수도 있다. 그러니까 본인이 직접 나서기 이전에는 반드시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는 왜 안하냐고? 니가 나가서 임무 해결하는게 준비잖아.

둘째. 내가 일을 해서 일이 잘못되면, 큰 나쁜 결과가 일어날 수도 있다

현실에서도 자주 보이는 "의도는 좋았다" 유형이다.

아무리 정의를 위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남들에게는 참견이고 간섭으로 보일 수 있는 법이다.

때문에 자신이 직접 나서는 일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야만 한다.

셋째. 강한 힘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된다.

현실에서 미국이 온갖 견제를 받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강한 힘은 모든 것을 한번에 해결해줄 수 있을지언정, 그것이 반드시 모두의 동의를 받지는 않는다.

모두의 동의를 받게 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거고, 강제로 동의시킨다면 그건 걍 독재잖아...

넷째. 단순히 악을 때려부수는 것만으로는 일이 끝나지 않는다.

마을을 습격한 코볼트 무리를 몰아내는 것보다도 마을을 재건하는 것, 혼자 튀어버린 이장에게 판결을 내리는 것, 다시 코볼트 무리가 침공하지 못하도록 효과적인 방어책을 구상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하물며 국가의 명운이 걸린 문제라면? 단순히 강한 힘으로 해결될까?

다섯 번째. 너희들은 그냥 우리가 농땡이피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냐?

세계관 최강자 레벨쯤 되면 밤에 별을 보는 것도 사악한 마법사의 메테오 공격을 방어하는 중일 수 있고, 부엌에서 요리를 하는 것 같아도 전염병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행위일 수 있는 법.

강자들은 강자들의 레벨에서 저마다 대결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자.

엘민스터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만약 강한 이들이 자신이 나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모든 일에 나선나면?

그게 곧 독재고, 악이 아니겠냐고 말이다.

제목 어그로를 끌기는 했지만 엘민스터는 강한 마법사일 뿐 세계관 최강자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엘민스터가 말한 "왜 강자들이 모든 일을 처음부터 직접 처리하지 않고 다른 약자들에게 일을 시키나요?"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여전히 많은 창작물에서 써먹기 편리한 모범답안으로 유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