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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무인이 표류해 아이누족을 만나는 이야기.jpg

 

당신은 혹시 아이누족에 대해 들어본 일이 있는가? 




아이누족은 오랫동안 일본의 북쪽지방에서 

아시아의 주류였던 황인종과는 별개로 살아왔던 원주민이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지속된 일본의 탄압으로 

아이누족은 차츰 사라지고, 

그 후손들도 지금은 모두 일본인과 동화 해버려서, 


더 이상 진짜 '아이누족'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다만 그 문화의 흔적이라면 관광지에서 겨우 찾아볼 수 있는 정도이다. 



그런데, 그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보이는 


17세기 조선인이 그들을 직접 만난 적이 있다고 한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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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숙종 대(1696년)에 일본의 훗카이도까지 표류했다가 


일본 원주민인 아이누인을 만나고 돌아온 이지항이란 인물의 이야기이다. 




이 모험기는 숙종시대 평범한 무신이었던 이지항이 


부산에서 경북 영덕으로 가기 위해 


삯을 내고 상선(商船)을 얻어타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선달(李先達)은 이름은 지항(志恒), 자는 무경(茂卿)이다. 

선조는 영천 출신의 학자로 동래부에 살아왔다. 

을묘년 별시에서 무과에 급제하였다. 






이 선달은 조금이라도 편히 가보자 해로를 택한 모양인데, 


운이 없게도 부산포를 출발한 지 15일 만에 풍랑을 만나 미목이 파손되고 만다. 


여기서 미목이란 후미 일부, 혹은 방향키가 아닐까 한다. 



덕분에 배의 방향을 바꾸지 못한 채 어딘지 모를 곳으로 떠밀리고 만다. 


그나마 목숨을 부지한 그는 운이 좋다고 해야할지.... 이어서 다음의 기록을 살펴보자.





5월 6일



물이 다 떨어졌다. 


작은 꾀를 시험해 보려고 생각하여 바닷물을 솥에 담아 솥뚜껑을 거꾸로 닫고 

소주 내리듯이 하여 솥뚜껑에 겨우 반 사발 가량의 증류수를 받았는데, 

그 맛이 과연 담담하였다. 


그 후로 번갈아 가면서 불을 지펴 증류수를 받아 먹었다.






▷ 표류되는동안 이선달 일행은 물에 불린 생쌀을 씹어먹고 

   

바닷물을 끓여 증류수를 먹으며 버텨나간다. 







5월 8일



우리는 큰 바다 복판에서 이리저리 표류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나는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전에 내가 일본 지도를 본 일이 있었는데, 동쪽은 다 육지였다. 

또 통신사를 수행하여 왕래했던 사람의 말을 들으니, 

‘그 중간에 대판성(오사카)이 있고, 동북방 강호(江戶)라는 곳에는 관백이 있다. 


이제 우리는 동해가 다하는 곳까지 가면 반드시 일본의 땅일 것이니, 

이는 하늘이 도운 요행이다.” 하니, 




선인(船人)들은 다 말하기를, 

“끝내 육지를 못 만나니, 이건 틀림없이 텅 빈 큰 바다와 통해 있습니다.”

하고는, 다들 하늘을 부르고, 부모를 부르며 통곡하였다. 



밤 2경 쯤에 큰 바람이 갑자기 일어나, 파도가 치솟아 뱃전에 부딪쳐 우레와 같은 소리가 나자, 

모두들 다 엎드려 빌었는데, 꼭 죽는 것만 같았다. 

   

 

 

1 (3).jpg

 

 

5월 12일


오후3시 쯤에, 배 앞에 태산과 같은 것이 비로소 보였는데, 위는 희고 아래는 검었다. 

희미하게 보이는데도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기뻐했다. 


점점 가까이 가 살펴보니, 산이 푸른 하늘에 솟아 있어 위에 쌓인 눈이 희게 보이는 것이었다. 

우리가 나아가 정박하려는 사이에 날은 이미 저물고 있었다.

굶주림과 갈증으로 기력이 없어진데다가, 배 안에는 물이 가득해져서 거의 뒤집혀지려고 하였다. 


여러 사람이 일시에 배를 움직이며, 작은 두 개의 통으로 물을 퍼내어, 

물에 빠져 죽는 것만은 면했다. 그러나 우리들은 옷이 다 물에 젖어 추워 덜덜 떨었다. 

겨우 물이 얕은 굽이진 곳을 찾아 정박하고는 비옷을 덮고 밤을 지냈다.



아침에 육지를 바라보니, 산이 중천에 솟아 있는데, 중턱 이상에는 눈이 가득 덮여 있고 

그 아래로는 초목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었다. 사람 사는 집은 없고, 다만 산기슭 밑에 임시로 

지어 놓은 초가 20여 채가 보일 뿐이었다. 가서 그 집들을 보니, 집 안에는 무수한 물고기들이 

매달려 있었는데 그 고기는 거의 대구ㆍ청어였고, 이름도 알 수 없는 기타 잡어(雜魚)는 

건포를 만들려고 많이 매달아 놓았다. 


선인들은 그것을 가져다가 삶아 먹고 목이 말라 물을 잔뜩 마셔서 배를 북처럼 해가지고는 

곤히 누워 일어날 줄을 몰랐다. 그대로 그곳에 배를 정박시키고, 


배에서 내려 비옷을 덮고서 자는둥 마는둥 밤을 지냈다.


댓글
  • Ireneo 2021/09/22 22:17

    ㄷㄷㄷ 저 당시에 해류 잘못 타고 태평양 나갔으면 ㄷㄷㄷ

  • 비바[노바] 2021/09/22 22:17

    와, 재밌네
    이런거 재밌지
    중국 기록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안돈" 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돼었다던가 하는
    그런 류의 신기함이네


  • Azathoth
    2021/09/22 22:16

    jpg라며!

    (ah3Pd7)


  • Ireneo
    2021/09/22 22:17

    ㄷㄷㄷ 저 당시에 해류 잘못 타고 태평양 나갔으면 ㄷㄷㄷ

    (ah3Pd7)


  • 비바[노바]
    2021/09/22 22:17

    와, 재밌네
    이런거 재밌지
    중국 기록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안돈" 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돼었다던가 하는
    그런 류의 신기함이네

    (ah3Pd7)

(ah3Pd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