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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들 모르는 의외로 태종의 작품인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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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촉빔으로 유명한 신권의 왕권 견제.

 

이게 그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는 전후후무한 시스템인데, 이걸 확립한 사람이 바로 태종임.

 

태종은 왕이 절대권력을 잡으면서도 "신권이 옳은 말을 할 때에만 발동할 수 있는" 절묘한 권력균형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옆나라의 명나라 태조 주원장이 황제의 권력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막강하게 만들어 절대권력을 쥐게 한 거랑 굉장히 대조적인 모습임.


태종은 계산기를 타닥타닥 두들겨서 숙청을 아주 조금씩 사용하면서 그 효과를 극적으로 얻어낸다던가(태종의 킬 수는 조선왕조에서도 최하위인데, 태종의 정치력으로 그 사람들을 죽이면서 얻어낸 정치적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서 아직까지도 킬방원 이미지로 화자되고 있음)

 

퇴위 쇼까지 하면서 그래 퇴위하십쇼 한 애들 짜르고 하면서 신권이 넘보기는 커녕 감히 시비조차도 틀 수 없을 정도의 막강한 전제권력을 이룩해내는것과 동시에

 

자기가 직접 찍어누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냥을 떠난다던가 일부 행위를 한다던가 할 때, 신하의 말이 옳은 말이라면 "하지 못하는" 행위를 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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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짜 놀라운 게 뭐냐면 보통 신하들이 간언하거나 반대하면 왕이나 황제가 그걸 "받아들여서" "안하는" 형식이지, "못하는"것처럼 하는 경우는 전례가 한번도 없었음. 이런 유사한 일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신하가 왕권을 틀어잡고 왕권이 땅을 기는 수준 아니면 없는데, 이마저도 일부 신하들이 권력을 붙잡는거지 모든 신하들의 발언이 이치에만 맞는다면 "못하는" 경우는 역사상 전례가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

 

그런 걸 하는 것과 동시에 왕인 이방원 본인의 논리가 맞다면 가차 없이 전제 권력을 휘둘렀고, 신하들의 논리가 맞다면 시스템이 확립되기도 전이라 명태조 주원장이 했던 것처럼 권력으로 "찍어누르기"도 충분히 가능했는데, 그걸 의도적으로 하지 않고 못하는 것처럼 상황을 연출함. 이 시스템이 조선 특유의 신권-왕권의 균형 시스템이 되게 됨.

 

태종 본인은 킬수는 조선왕조 최하위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죽여댄 다른 왕들이랑 달리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이 있었는지,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왕실 능멸죄를 저질러도 모조리 살려주고(왕자 이름을 공에다가 붙이고 차고 놀았는데도), 죽을 때는 "악업은 내가 전부 짊어지고 갈테니 주상(세종)은 하고싶은걸 다 하시오" 하고 죽은 걸 보면 필요악이라고 생각하고 저질렀다는걸 알 수 있음.

 

물론 신하들이 "이치에 맞는 상황"에 한정에서 발동하는 권리기 때문에 왕이 하고 싶은 건 이치에만 맞으면 뭐든지 맘대로 할 수 있었고, 이게 바로 조선 초의 찬란한 발전을 이룩하는 데에 알파이자 오메가 그 자체인 영향력을 주게 됨. 이 시스템이 아니었으면 세종은 삼년상 하다가 죽었을수도 있는데, 이 시스템의 진가가 나오는 부분은 세종과 문종을 보면 알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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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은 이미 태종이 자기 어머니의 삼년상을 치루지 말라고 했던 것 때문에 한이 엄청 서려 있어서 (세종 : 내가 아버지 말은 다 듣겠는데, 이것만큼은 못 듣겠습니다. 하고 오열한 적도 있음) 태종의 삼년상만큼은 최선을 다해 치루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었는데, 태종은 이를 알고 세종에게 "삼년상 도중에도 고기를 먹어라"라는 말을 남기고 사망함.

 

이거 때문에 세종이 "삼년상 도중에 고기를 먹는 불효자식이 어디 있냐!" 하고 신하들한테 따지면서 끝까지 삼년상을 치르려고 했지만

 

신하들이 "태종께서 고기를 먹으라고 하셨는데 그걸 무시할 셈입니까? 본인이 고기 먹으라고 하고 죽었는데 그걸 무시하다가 체력 떨어지면 그게 더 불효 아닙니까?" 라는 논리를 반박하지 못하고, 결국 어쩔 수 없이 고기를 먹게 됬음.

 

세종 수준의 전제권력이어도, 이치에 맞는다면 이는 거부할 수 없었다는 걸 뜻함. 이 시스템이 아니었었으면 세종은 그냥 신하들 말을 씹고 삼년상 하다가 몸이 다 축났을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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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스템이 또다시 드러나는건 아들인 문종 대인데, 세종은 자기의 두 부모님의 삼년상을 제대로 치루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커다란 한이 서려 있었기 때문에, 자식들에게는 삼년상에 대해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고 사망함.

 

그렇기 때문에 이미 어머니의 삼년상을 3년동안 치르자마자 세종이 죽어서 6년상을 치르게 생긴 문종에게 16번이나 상소가 가고 신하들이 제발 고기라도 먹어달라고 문종에게 탄원하고 또 부탁했으나, 이번에는 태종의 발언과 같은 것이 없었기에

 

"아버지께서도 할아버지와는 달리 아무말 안 하셨는데, 삼년상 도중에 고기를 먹는 불효자가 어디 있냐?" 라고 따지자, 이게 옳은 소리였기 때문에 신하들은 문종에게 반발을 전혀 할 수 없었음.

 

물론 이런 경우야 세종과 문종이 이상할 정도로 효심이 깊은 사람이라서 그렇지 후기 왕들은 평범한 사람들처럼 설렁설렁 했지만, 이걸로 "옳은 말을 한다면" 신하들이 찍소리도 못한다는 시스템인게 보여줌. 반대로 옳은 말일 경우에는 그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왕조차도 따라야만 하는 시스템인걸 보여주고.

 

 

근데 이렇게 완벽한 균형을 잡은 이방원의 왕권-신권 시스템은 세조가 찬탈하고 자기가 끌던 패거리가 훈구공신, 훈구파가 되면서 막대한 권력을 짊어지면서 박살나게 됨. 시스템 자체가 없어진 건 아니지만 "절대권력을 지닌 왕"에 대항하는 "옳은 말을 할때만 발동하는 신권"이라는 시스템이 신권이 막강한 권력을 틀어쥐게 되면서 절대권력이 전제가 되어야만 하는 시스템 자체의 근간이 무너지게 됨.

 

이후 신하들이 왕을 가지고 흔든다던가, 그거 견제한다고 왕들이 힘 엄청 소진한다던가, 그 훈구파를 견제하기 위해 세조와 성종이 사림을 들여오면서 당파싸움의 막이 열린다던가 (성종은 내가 왕인데 내가 하고싶은거 하나도 못 한다고 불만을 토로한 적도 있음.)

 

그거 막겠다고 선조나 영조, 숙종 같은 왕들이 막강한 권익을 지닌 신하들을 일부러 싸움붙여서 그 과정에서 권력을 취하는 비효율적인 방법을 취해야만 그 왕에만 한정해서 그나마 전제 권력에 가까운 권력을 얻을 수 있게 된다던가(반영구적인 태종의 시스템과는 달리 왕이 죽었는데 후대 왕이 똑같은 짓을 할 능력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 됨)

 

그 당파를 완화시키기 위해서 정책을 펼쳐서 차악을 들여왔더니 그 대가로 세도정치라는 다른 문제가 출범하고 조선 끝까지 가게 됨.

 

즉 단종때까지는 왕의 절대권력에 대한 "억제기이자 대체방안"으로써의 장치에 불과했던 신권(왕이 무능하더라도 돌아갈 수 있는 구조)이 세조 대에 이르러 변질되면서 원래 목적으로도 굴러가기도 했지만 신하들의 권력을 투사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기도 한 것.

댓글
  • 돈 디에고 2021/09/13 12:46

    물론 통촉빔 그대로 하진 않고 이건 이러이러해서 아니되옵니다 이러는데, 이걸 요새는 통촉빔이라고 부르길래 그냥 그렇게 말했슴

  • 메가톤.맨 2021/09/13 12:44

    통촉빔은 방송사 연춯이란 말이 있던데


  • 메가톤.맨
    2021/09/13 12:44

    통촉빔은 방송사 연춯이란 말이 있던데

    (AzpmNw)


  • 메가톤.맨
    2021/09/13 12:44

    연출

    (AzpmNw)


  • 돈 디에고
    2021/09/13 12:46

    물론 통촉빔 그대로 하진 않고 이건 이러이러해서 아니되옵니다 이러는데, 이걸 요새는 통촉빔이라고 부르길래 그냥 그렇게 말했슴

    (AzpmNw)


  • 루리웹-5219400771
    2021/09/13 12:59

    전례가 없다기에는...
    공자나 맹자가 왕들 말빨로 털어도 왕들이 걍 부들대기만 하고 살려보내는게 전국시대부터 있었음.

    (AzpmNw)


  • 팬티속다람쥐
    2021/09/13 12:59

    결국 세조가 도트딜 넣은게 조선 망한거란 이야기.

    (AzpmNw)


  • Westerwald
    2021/09/13 13:00

    왕이 신하들이랑 경연을 자주 한 이유이기도 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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