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이게 다 담배 때문이다. 아님 술 때문일지도.
가출해서 피방을 전전하며 노숙한지 이제 일주일이 넘었다. 세상이 콱 없어져 버렸으면 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진 않더라. 집 나오기 전에 입은 옷이 교복 아닌게 졸라 다행이다. 교복이었음 너무 눈에 띄니까.
우리끼리 모여서 담배 빠는 골목이 있다. 처음봤을 땐 어린 새끼가 여기서 담배질이냐며 시비라도 걸까봐 쫄았는데 항상 별 말 없이 지도 한 대 빨고 돌아가던 새끼가 있었다.
언젠가 맥주 뚫어 온 날 술 좀 깨고 집에 들어가려는데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근데 거기 그 새끼가 와서 불을 붙이더라. 평소 혼자였음 쫄려서 그런 말 못했겠는데 그날은 술김이었다. 까이면 쪽팔리고 말지 X발.
그때 그 새끼가 뭐라고 말했는진 잘 기억 안 나는데 이후로 둘이 마주치면 한 대씩 얻어 피다 보니 금방 순순히 내 담배셔틀이 되어 주었다.
꼰대질도 안하고 괜찮은 형인 것 같아 잘됐다 싶었는데 며칠 전 만났을 때 자기 방에서 치맥 하지 않겠느냔 말에 따라 들어갔다. 완전대박. 꿈과 환상의 놀이공원 자유이용권이 내 손 안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들어가자마자 거실에 컴퓨터가 보였는데 모니터부터 쩔었다. 티비도 완전 벽지인줄. 더 쩌는 건 그 밑에 정렬한 게임기들이었다. 엑박에 플스에 풀세팅 되어있고 그 옆엔 게임 케이스가 잔뜩 꽂혀 있었다. 그리고 탁자 한가운데 놓여있는 후라이드 반 양념 반. 맥주들 부라보.
“형네 집 개쩐다. 친구들 데려와도 돼요?”
“걔들은 담배 피우면서 침 뱉잖아. 싫어.”
드런 새끼들. 뭐 이 정도면 혼자 몇 년이고 처박혀 있을 자신이 있었다.
“형 저한테 뭐 바라는 거 있어요?”
세번째로 맥주를 따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얻어먹을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잘해주지?
“학교 다닐 때 못 놀았던 생각 나서 그래.”
담배에 불을 붙여 나에게 한 대 건네면서 물어왔다.
“넌 학원이나 과외 안 가냐?”
“과외쌤은 못 해먹겠다고 튀었고 학원비는 삥땅치다 걸려서 뒤지게 맞았어요.”
피식 웃으며 치킨 한입에 맥주를 마신다.
“집에서 뭐라고 안 해?”
“엄빠도 손 놨어요. 뭐야, 왤케 꼰대같이 굴어요?”
“내가 너한테 숙제라도 시키겠냐? 여친은 있어?”
“아이씨, 모쏠! 그러는 형은요?”
“지금 사귀는 사람은 없는데 난 해봤지.”
귀가 번쩍 뜨인다. 시발 어기 들어와서 제일 재밌는 얘기가 될 갓 같은 강한 예감이 들었다.
“언제? 누구랑? 어디서? 어떻게? 몇 번 해봤어요?”
“남의 사생활을 묻고 그래.”
“아 형이랑 내가 남은 아니죠.”
“뭔데?”
“담배동생. 의형동생. 형제형제”
“형제 같은 소리하네. 난 동생 필요 없어.”
최대한 애교를 부려보았다.
“그럼 친구?
“너가 내 친구냐?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데.”
“아 왜 알잖아요. 학원비 삥땅 친 거 얘기 했잖아요. 나는 얘기 했는데 형은 왜 얘기 안해요?”
내 말에 픽 웃는다
“고작 그게 비밀이라고.”
“그러는 형은 뭐 대단한 거 있어요? 거, 비밀?”
“여자 얘기 듣고 싶은 거 아니었어?”
맞다. 존나 쩌는 대단한 비밀이다.
그리고 이어진 X발 존나 개쩌는 파격적인 제안.
“내가 하는 말 잘 듣기로 약속하면 너도 하게 해줄게.”
눈 앞에 뜨거운 것이 번쩍 지나갔다.
X발, X발X발X발씨----발!!!!!!
아다를 떼 준다니 이런 존나 파격적인 새끼가 다 있나.
문득 정신을 차려본다.
“형 그거 여자랑 하는 거 맞죠?”
“그럼 그걸 여자랑 하지 누구랑 하냐?”
의심하기엔 흥분이 날 압도했다.
“알았어요. 무슨 말이든 잘 듣겠슴다!!!
“그럼 지금 바지에 텐트, 그거 내려.”
“아, 형!”
그 형, 그 새끼는 낄낄 웃으며 폰을 꺼내 들었다.
“너 톡 하지? 내 아이디 이거야. 앞에 @붙여서 추가 해. 게임톡 보내는 것 처럼.”
“겜톡 보낼 사람이 없어서 나랑 놀아요?"
“이제부터 암호로 신호 할거야. ₩₩₩톡을 보내면 담배 피는 장소 있지? 거기로 톡 받고 30분 안으로 나와. 말을 잘 듣는지 아닌지 한 번 보자. 내가 일방적으로 보낼 테니 여기다 다른 말은 쓰지 마. 뭐라고 쓰면 바로 아웃이다.”
나는 그 다음날부터 핸드폰만 들여다보며 겜톡 오길 기다렸다. 아주 아주 존나게 눈알이 빠지도록.
드디어 게임톡이 왔을 땐 거짓말 안하고 제자리에서 뛰어올랐다. 빨리 튀어가고 싶었는데 형이 잘빠진 누나를 데려올 거라는 기대에 옷을 고르고 머리 세팅도 하느라 바빴다.
간신히 시간 맞춰 골목으로 가니 형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왜 이렇게 차려 입었어?”
“너무 끼부렸어요? 향수는 뿌리지 말 걸 그랬나?”
“처음인데 격식도 나쁘지 않지.”
꽁초를 던지고 자연스레 이동하는 형을 따라가니 승용차 한 대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형 차도 있어요? 완전 부자다.”
“안전벨트 매, 그리고 핸드폰 줘봐.”
그 새끼는 내가 건네준 핸드폰을 끄더니 지 품으로 넣어버렸다.
“끝날 때까지 이건 내가 맡아 둘게.”
그 말에 뜨끔했다. 기회가 되면 좋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을 생각이었는데, 아쉽..
형이 준비한 장소는 생각보다 멀었다.
시외를 빠져나가 비포장된 시골길을 달리니 기분이 묘했다. 평소엔 아빠차만 타고 다녔는데.
가로등도 없는 데로 한참을 들어가 어디 창고같은 건물 앞에 섰다.
제법 오래 차를 타서 다리가 굳었는지 어설프게 차에서 내렸다.
“저 안에 있어. “
드디어 실제로 해본다는 생각에 아래로 쏠리느라 머리가 하얘졌다. 처음에 어떻게 시작을 하지?
창고 문이 열리고 들어가고 다시 닫히는 사이 인사를 하고 시작을 하나 그냥 시작을 하나 고민했는데 머리가 잘 안 돌아갔다. 그저 바지가 터질 것 같았다.
이제와 하는 생각인데 창고가 그렇게 어두운 것부터 정상은 아니었다. 아무것도 안보이는데 그 새끼는 척척 잘도 들어갔다.
"불 켠다."
불이 켜지자 창고 안의 모습이 어둑하니 눈에 들어왔다.
바닥엔 파란색 큰 방수포가 깔려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 여자가 있었다.
그런데 얜 초딩이다. 아무리 봐도 초등학생. 초글링. 초딩. 초딩 여자애가 의자에 입이 막혀 묶여있었다.
애가 볼까 아랫도리를 가릴 필요도 없었다. 걜 보자마자 확 쪼그라들어 버렸으니까.
내가 얼어서 서있는 동안 형은 낚시가방에서 이것저것 꺼내 늘어 두었다.
큰 비닐뭉치, 칼, 칼, 칼, 톱, 칼, 캠코더, 노트북.
그 중 제일 긴 칼과 캠코더를 집어 들고 형이 말했다
“뭐해? 시작하자.”
그 이후로 나는 평생 잊지 못할 씹쓰레기 같은 경험을 존나게 했다.
그 중에서 제일 좆같았던 일은.. 그냥 다 좆같았다.
그 미친 새끼는 삼각대 위에 캠코더를 설치 해 놓고는 나에게 칼을 하나 쥐어주었다. 얼이 빠져서 멍하니 서있었더니 칼을 뺏아갔는데 십새끼가 웃고 있더라. 그리곤 그 칼로.. 여자애 목을 그었다. 피가 터져 나오고.. 토하느라 정신 없는 사이에 미친 새끼가 머리가 분리된 몸에다.. 하고 있더라 X발.
신고할 수도 도망칠 수도 없었다. 눈물 콧물 흘려가며 구역질을 참고 있는데
발가벗은 그 새끼가 나한테 와서 도망가다 금방 잡혔다. 그 새끼는 나를 여자애 시체와 캠코더 사이에 세워두고 캠코더를 바라보게 했다.
“야, 바지 내려.”
그래. 그 새끼가 나한테 시킨 짓은 시체에 대고 하란 거였다. 울면서 속옷을 벗었는데 서겠냐. 간신히 그러쥐고 아무것도 모를 때처럼 혼자 조물락 대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그 새끼는 내가 시체 앞에서 딸을 치기 위해 울면서 노력하는 모습을 낄낄거리며 녹화하고 있었다.
모든 일이 끝나고 그 새끼는 친절하게 나를 안 죽이고 차에 태워서 동네로 데려다 주었다. 핸드폰도 돌려 주었다. 나를 찍은 동영상을 전송해 준 채로.
“기대했던 것 보다 재미있었다. 다음에 만날 때 동영상 지워져 있으면 안된다?”
나는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럴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그 새끼를 신고 할 수 없게 되었다.
내 핸드폰엔 내가 울면서 고추를 손에 쥔 4분짜리 동영상 하나와 역시 내가 울면서 여자애 시체에 칼을 대는 3분짜리 동영상이 들어있다.
핸드폰을 누군가 볼까 봐, 그 새끼한테 또 연락이 올까 봐 나는 이렇게 거지꼴을 하고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난 지금 여기 서서 또 쳐 울고 있다. 일주일 만에 그 새끼가 게임톡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 동영상을 누군가가 본다면 내 인생은 완전 끝장나겠지. 아니 이미 끝났는데 내가 모르는 건지도 모른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경찰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엄마 아빠가 날 용서 해 줄 수 있을까? 변명 할 말은 이것 말곤 떠오르지 않았다. 이게 다 담배 때문이라고.
오싹하네요...
와.... 잘 읽었습니다
그래도... 비뚤어지긴 했어도 완전 악인은 아니네요...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추가 피해자는 막을 수 있을테니ㅠ 소설이지만 감정이입 제대로 되네요ㅋㅋ...
소름 돋으며 보고 내려왔는데
광고때문에 피식 했네요ㅋㅋ
잘봤습니다
ㅠㅠ무섭소잉
괜히봤어ㅠㅠㅠㅠㅠ 글 되게잘쓰시네요ㅠㅠㅠ
페도필리아, 네크로필리아, 납치, 강O, 살인.
조ㅈ같은 글이네요.
무섭지도 소름끼치지도 않아요.
그냥 존나 역겨울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