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안철수의 사립유치원 발언에 대해 쓴 짧은 글에 대한 반응에 나도 놀랐다.
쓰고 난 후 다른 일을 하다가 한시간 후에 조금 더 덧붙일까 해서 들어가보니 그새 반응을 보인 사람이 1천명을 넘었다. 이미 널리 알려진 글에 덧붙이기는 뭐해서 그냥 오타 한두군데만 수정했다. 그러나 이미 수정하기 전 글이 복사되어 여기저기 카페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보니 이미 신문 기사로도 보도가 되어 있었다.
흐음, 이쯤 되면 페이스북에 글을 쓰기가 어려워진다. 평소처럼 그냥 생각 가는대로 쓴 글들인데 이렇게 순식간에 퍼지면 종전처럼 자유롭게 쓰기가 꺼려진다. 이것 참! 남이 읽으라고 쓴 글이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많이 읽으면 괜히 거북해진다. 에잇, 그래도 그냥 생각나는대로 쓰겠다.
덧붙이려고 했던 것은 안철수가 한 말 중 사립유치원 독립성을 유지해주겠다는 말에 대한 얘기였다.
한국의 사립교육기관들은 참으로 이상한 존재다. 사립인데 대놓고 정부 지원을 요구한다. 자기들이 하는 업무 영역이 교육이고, 교육은 공공성이 있으니, 정부가 자기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한다. 얼핏 들으면 그럴 듯하다. 그러나 돈만 내고 경영에는 간섭하지 말라고 한다. 사학법 논란이 이것이었다.
안철수가 건드린 것도 그것이었다. '당신들 장사에 방해되는 공립은 지금처럼 초등학교에 딸린 것만 하게 하고, 새로운 장소에 설립하지는 못하게 하겠다. 그리고 정부가 경영에 간섭하는 것은 하지 못하도록 해주겠다.'가 그의 발언 뒤에 숨은 뜻이었다. 그래서 사립유치원장들이 그토록 환호를 지른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지원을 받으면 자율권을 어느 정도 양보해야 한다. 국가 지원을 받으면서 전과 같은 자율을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문제는 어떤 자율권을 포기하는 것이 합리적인가다.
예를 들어 유럽 국가의 교육체제가 어떻게 사립학교에 대한 지원과 자율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지를 보자.
프랑스에서 카톨릭 학교의 수는 약 9천개이며, 재적 학생의 숫자는 약 200만명이라고 한다. 국정 교육과정을 가르치고 종교에 상관 없이 입학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국가가 교사들의 봉급을 지급하며 학생 수에 비례해서 보조금을 제공한다.
이 국정 교과과정에서는 일반적인 여러 종교에 가르침에 대한 교육만을 역사과목에 포함해서 실시할 뿐이다. 따라서 카톨릭 학교라고 해도 국가의 지원을 받으면 카톨릭의 교리 교육은 선택하는 학생에게만 제공하게 되어 있다. 대신 학생선발, 등록금, 운영방식은 카톨릭 학교 자율에 맡긴다.
한국은? 그야말로 엉망이다. 우선은 정부탓이다. 교육부가 학교 선택권, 등록금, 학생 선발, 운영방식에 대한 자율성은 눌러 놓았다. 대신, 국가의 재정 지원을 받으면서도, 예를 들어, 종교재단이 운영하는 학교는 배정받은 학생들에게 자기 종교를 강제로 가르칠 수 있게 했다.
사립유치원은 영리기관인가? 법상으로는 아니다. 다른 교육기관과 마찬가지로 비영리 법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영리기관처럼 운영된다. 재산의 소유주는 대부분 법인이 아니라 개인이다. 자기들끼리 사고 팔기도 한다. 하지만 현행 법규상 유치원 설립ㆍ경영자가 수익의 일부를 가져갈 수 없다. 친인척을 교사로 올려 놓고 인건비를 받는 등의 방식으로 수익 일부를 가져가는 편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사립유치원장들의 요구는 자기들의 개인재산권은 인정하여 영리기관처럼 굴도록 허용하고, 국가는 계속지원을 하라는 것이다.
모두들, 자기가 원하는 곳만 골라 빼먹고 싶게 마련이다.
안철수는 다른 사람이 들으면 무슨 얘기인지 잘 모르지만 그들은 잘 알아들을 얘기를 한 것이다. 사립유치원장이 원하는 얘기를 해준 것이다. 한마디로 경쟁자는 없애고, 지원은 계속하고, 운영은 당신들 개인재산처럼 마음대로 하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공립유치원을 지을 때 사립유치원장 눈치를 보는 게 아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선거에 이기고 싶은 정치가들이 눈치를 보는 것이다. 그 덕에 우리 아이들만 고생이다.
https://cohabe.com/sisa/18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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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수정]이게 정확한 분석이죠
국가 지원은 받되 사립유치원의 독립권은 보장한다는 건..
설명 좋군요.
긴 글이지만 술술 읽히는군요.
글 잘봤습니다
안철수의 말은 애매모호해요.. 그러나 유치원 발언은 엄마들은 정확히 아는 단어였죠.. 그후 그걸 모면 한다고 말로 어지럽혔지만 더 수렁에 빠질뿐이죠.
사립 유치원 원장들도 확실히 우리나라 국민인건 맞는데...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처지는 나몰라라하고 사립 유치원 원장들의 입장만 생각한거 아니냐는
말이 나와도 할말이 없는 상황으로 가는군요...
아까 한겨레 기사보니까 [사립 유치원어린이집의 민원사항이었다]라고 나오던데...
이해가 쉬운 글이네요. 잘 이해했습니다
쉽게 잘 풀어썼네요~~
이 글 정치부회의 기자들에게 보여주고 싶네요.
잘봤습니다. 도대체 왜? 의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