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스캔 위한 스캐너 선택 관련 고민중입니다.

오래 전에 필름을 접으면서 각종 필름 장비는 물론 니콘 CoolScan 9000ED까지 처분했었는데, 또 다시 필름으로 넘어오게 되었습니다. 사진 찍는 과정의 재미를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 중형카메라를 장만했는데, 마지막 관문에서 스캐너 고민에 휩싸이게 되어 조언을 구하려고 합니다.
9000ED가 지금 내손에 있다면 쓸 수 있는 때까지 쓰면 되니까 새삼스럽게 걱정을 할 이유가 없는데, 지금 시점에 이미 수명을 넘긴 노후장비를 다시 사들이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네요. 9000ED를 오래 사용했던 경험 탓인지 제게 필름 전용 스캐너에 대한 미련이나 집착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용스캐너를 인터넷 검색해보았더니 독일제 Braun FS-120과 Reflecta MF5000 정도가 눈에 들어오는데, 3백만원 가까운 금액도 그렇고, 사용 중 장애가 있을 경우 독일로 포장해서 보내고 기다렸다가 다시 받아야 하는 불편을 생각하니 그것들이 내 물건은 아닌가보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필름전용스캐너가 아니라면 평판스캐너 중에서 골라야 하는데, EPSON V850이 113만원이 조금 넘더군요. V800도 그리 싸지도 않으니 굳이 V800을 사야 할 이유가 없어보이구요. 사게 되면 국내에서 살 것이므로 AS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도 있고, 이렇게 대충 마음이 기울어져 가는 와중에 V850의 120 필름 홀더가 이중의 유리를 사용하게 되면서 필름의 평탄성은 높여주지만 색수차 초래, 선예도 저하 등 심각한 화질열화를 가져오므로 예전 모델의 필름홀더가 있다면 그것을 사용하라는 리뷰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또 어떤 리뷰는 필름홀더 제작에 특화된 업체의 120 홀더를 사용하라는 글도 보았습니다.
과거부터 문서 스캔을 위해 캐논 9000 F Ⅱ 스캐너를 갖고 있어서 어제 처음으로 120 슬라이드 필름 하나를 Vuescan 소프트웨어를 이용, 스캐닝 해보았는데 엄청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주더군요.
저는 흑백필름 자가현상을 못하기 때문에 칼라 슬라이드, 네가티브 필름만을 사용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자가 스캔을 하고 싶지만, 어느 정도 수준의 이미지 결과물을 자가 스캔으로 얻을 수 없다면 필름현상을 맡길 때 현상 및 스캔까지 해달라고 주문하는 옵션 외에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 답답합니다.
필름 생활을 오래 해오신 분들의 생생한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특히 EPSON 스캐너의 필름 홀더 이슈에 관해 깊이 있는 말씀을 기해합니다 (해결책까지 주신다면 더욱 더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