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1721617

[종합] 흔한 풀샥 철티비 이야기

P1045845_RT_cover.jpg
저는 싸구려 생활자전거를 탑니다.
돈도 없고 자전거에 대한 지식도 없거든요.
사실은... 오랫동안 짠돌이로 살아온 관성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도 두 개의 미니벨로와 하나의 철로드를 썼었는데, 모두 중고가 10만원 이하였습니다.
한국에선 서울 개포동 집에서 분당 정자동 직장까지 탄천을 따라 다녔습니다.
왕복을 하면 하루운동량을 거뜬히 채울만한 거리였지요.
독일에 유학 온 2014년 이후, 지금까지 두 개의 생활자전거를 샀습니다.
하나는 28인치의 믹스트 프레임의 철로드, 또 하나는 26인치의 풀샥 철티비입니다.
이곳에선 한국에서보다는 훨씬 짧게 왔다갔다 할 뿐입니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동네마실용입니다.
P1044927_RT_web.jpg
개인적으로 다이아몬드형 프레임보다는 여성형 프레임이 마음에 들더라구요.
그 중에서도 믹스트(Mixte) 라는 프레임이 제일 예뻐보였습니다.
에메랄드와 연보라의 배합도 무척 마음에 들었구요.
30유로였습니다.
그런데 점점 타이어, 브레이크, 기어가 노후화되더군요.
물론 수리를 하면 또 쌩쌩해지겠지만, 슬슬 터프한 라이딩도 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제가 사는 동네의 도로가 좀 많이(!!!) 험합니다.
집 근처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낮은 산도 있구요.
그래서 또 하나 질렀습니다...
20201011_02_web.JPG


20201011_03_web.jpg
며칠동안 동네의 여러 중고 자전거들을 둘러봤습니다.
러시아 털보아저씨의 황당할 정도로 낡은 풀샥자전거가 특히 기억에 남네요.
그래도 신중하게 고르고 골라서 결국 하나를 업어왔습니다.
그립쉬프트, 고정할 수 없는 샥, 그리고 퀼스템.
예, 전형적인 구형 철티비입니다.
55유로였습니다.
원래의 퀼스템은 안타깝게도 너무 구형이었습니다.
못생겼을 뿐만 아니라, 제 몸체에 비해 너무 낮고 짧았습니다.
그래도 있는듯 없는듯한 뒷쇼바는 참 맘에 들었습니다.
얼핏 보면 하드테일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물론 샥은 정상작동합니다만.
Verstellbarer_Vorbau_01.JPG


Verstellbarer_Vorbau_08.JPG
이젠 더이상 22.2mm 규격의 1인치 퀼스템은 찾기가 어렵더라구요.
그래도 이베이를 통해 각도조절이 되는 걸 구했습니다.
배송비 포함 20유로였습니다.
그런데 이걸 교체해 줄 자전거가게를 찾기가 또 난관이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어디는 예약이 꽉 차있고, 어디는 아예 문을 닫았거든요.
설령 영업을 한다고 해도, 외부 자전거는 예약을 잘 안받아 주더라고요.
어찌어찌하여 동네의 한 가게에서 퀼스템 교체를 마쳤습니다.
아이고... 퀼스템보다 더 비싼 값을 치렀습니다.
25유로였습니다.
그래도 보기는 좋습니다.
라이딩 자세도 한결 편해졌구요.
추가로, 전조등과 후미등, 헬맷을 샀습니다.
조그만 후미등은 자전거 뒤가 아니라 헬맷 뒤에 부착했습니다.
헬맷은 좀 크네요. 대체로 싼 게 좀 큰 편이죠...
그래도 색깔은 참 맘에 듭니다.
P1045802_RT.JPG


P1045838_RT.JPG
적은 짐을 수납할 작은 가방도 달았습니다.
아주 오래된 제 카메라가방입니다.
위너 로보 넘버5 입니다.
케이블타이로 고정했습니다.
나름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한동안은 이렇게 다닐 것 같습니다.
P1045902_RT.JPG


P1045917_RT.JPG
마지막으로, 흙받이를 달았습니다.
원래 흙받이가 달려있었습니다만, 딱 한번의 자빠링으로 깨지더라구요.
비오는 날 흙받이 없이 타고가다가 엉덩이가 다 젖고보니, 아무거나 빨리 사야겠더군요.
그래도 고르고 골라 가장 싼 녀석을 하나 샀습니다. ㅎㅎㅎ
배송비까지 5.80유로입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개판이네요.
전체적으로 좀 찌그러져있고, 절단면도 엉망입니다.
또한 모든 나사들과 각도조절관절이 완벽하게 조여지지 않습니다.
험로를 달리고 나서 보면 각도가 살짝 틀어져 있습니다.
소모품으로 쓰다가 망가지면 버려야겠어요.
그래도 뭐, 생긴 건 맘에 듭니다. ^^
전 프로라이더도 하이아마츄어도 아닙니다.
속도를 내는 것에는 별 흥미가 없구요, 장거리 여행을 떠나지도 않아요.
업힐은 더 힘들어졌지만, 아무생각 없이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쪽 타이어는 2.00 규격이고 뒤쪽 타이어는 1.95 규격입니다)
결과적으로는 총 110유로 정도 들었군요.
예, 보시다시피 흔한 풀샥 철티비입니다.
그런데 전 그냥, 녀석의 형태와 색깔이 맘에 듭니다.
녀석의 묵직한 무게도 운동한다 생각하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렇게 마음과 엉덩이의 평화를 얻은 겁니다.
요즘 들은 최고의 명언으로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업힐은 로드로 해도 힘듭니다. 걍 원래 힘든 겁니다."
위 명언의 출처 : 칫솔님의 블로그 [MTB 하드테일이냐 풀샥이냐]
https://blog.naver.com/akiliner/220265778116
댓글
  • [F4]™ 2020/11/07 09:08

    잘 봤습니다! 어쩌면 진정한 라이더이실지도~~~!

    (bzWhZa)

  • 마칠 2020/11/07 14:35

    요즘은 저렴한 자전거 하나 사고 싶네요..동네 마실용으로.
    저도 젊었을때 엄청 짠돌이로 살았는데 그로 인해서 나이들어 조금은 편안한 생활을 하네요..^^
    잘보았습니다.

    (bzWhZa)

  • webbper™[웹퍼™] 2020/11/07 18:01

    제 주변에 오래전에 친구랑 술먹고(?)내기하다가 철티비로 부산갔다올수 있다 없다 된다 하다가 부산갔다온분이....

    (bzWhZa)

  • 고독한사진가 2020/11/07 18:10

    싸이클 종주국에서도 그렇지 않은데 한강에 나가보면 수백 수천만원짜리 외제 자전거가 즐비하더군요

    (bzWhZa)

(bzWh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