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에 처음으로 글을 쓰는 눈팅러입니다...
사실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네요. 엊그제만 해도 멀쩡하던
고양이가 갑자기 피를 토하고 사지가 뒤틀려 죽다니..
느닷없이 청원을 요청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글은 아닙니다.
다만 그냥 묻어두기엔 저희집 고양이가 사연이 있는 애라
애견 애묘 키우는분들도 공감하실거라 보고, 요즘 세상이
흉흉해서 이유없이 고양이를 학대하고 살해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이런사례도 있구나 하셨으면 해서 글을 적습니다.
저희 '진이'의 명복을 빌어주세요.
10년전 대학 하교길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있길래
무슨일인가 해서 보니, 누군가 고양이를 치고 가버린듯 했는데
어미는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있고, 그옆에서 조그마한 새끼 한마리만 애처롭게 울고있더군요.
다들 불쌍하다 어떻게 해 이런 소리만 외칠뿐 선뜻 나서는이 하나 없었습니다. 그저 불쌍한 길고양이 새끼 한마리일뿐이어서 였을수도 있었겠죠. 평소 동물을 좋아하지도, 무언가 키울 생각 한번 해본적도 없는 저라는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그아이를 수건으로 품에 안고 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내버려두면 저 작은 생명이 죽을거 같아, 제가 거둔거 같애요. 그렇게 데려온 고양이를 동물병원에 데려가니, 아직 젖도 안뗀 아이라 분유를 줘야한다 하더군요.
고양이 분유를 사고, 집을 사고 예방접종까지 하고 즉석에서 진이라고 이름도 지어줬습니다. 일을 저지르고 보니 부모님께는 뭐라 말을 해야 하나 난감했어요.
그래서 몰래 제방에 일단 데려와서 분유를 타 먹이면서 몇일간 길렀습니다. 그러다가 뭔가 이상한 울음소리(?)가 나는것에 어머니가 방문을 열어보시면서 진이의 존재를 들켜버렸네요.
당장 데려다줘라 하시는 어머니의 불호령에 안된다 그럴거면 같이 나가겠다며, 필사적으로 감싸고 돌았습니다.
결국 부모님도 두손 두발 드시고, 우리집 식구가 된 진이..
키우면서 사고도 많이 치고 야단칠때도 있었고, 목욕 시키거나,
발톱 깎아줄때마다 전쟁을 치렀지만 어느덧 무럭무럭 자라 사람만 보면 졸졸 따라 다니는 개냥이가 되었습니다.
10년간 키우면서 잔병치레 한번 안했고, 우리 식구뿐만 아니라
집에 오는 친인척분들 손님분들 마다 귀엽다, 이쁘다 소리 듣던 녀석..
새벽 4시마다 식구들 다 깨워 놓고 자기는 코골면서 자버리던
얄미운짓도 했지만, 한없이 귀여웠던 고양이. 엉덩이 두들겨 주면 골골송 부르면서 발라당 누워 재롱 부리던 고양이.
우리집 벌레란 벌레는 다잡아서 보란듯이 거실에 펼쳐놓던 아이..
몇일전만 해도 아무탈 없이 애교부리고 놀던 아이가
피투성이가 되어 일광욕하며 좋아하던 베란다에 엎어진채
사지가 뒤틀려 차갑게 식어 있더군요.
정말 2시간은 울었습니다. 이글을 적는 지금도 목이 메이네요.
어머니는 퇴근하고 오셨다가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있는 아이를
보고 너무 놀라셔서 울기만 하셨네요.
10살.. 이제는 이별을 준비해야하는 시기라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괴롭게 갈줄은 몰랐네요.
못해준거만 생각나 참 괴로웠습니다. 그래도 보내주어야 했어요.
급하게 화장업체 수소문했고 늦은 시간임에도 괜찮다고 잘 수습해서 오라 하셔서, 피투성이가 된 아이를 품에 들고 갔습니다.
화장 동의서를 작성하고, 염을 하고, 삼베수의 입히는 모습 하나하나 지켜보면서 미안하다라는 말만 나오더군요.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화장로에 들어가 어느덧 하얀 가루만
남은 진이..
겁이 참 많던 아이였는데 나 찾는다고 여기저기 울면 어쩌나 싶어요. 진이를 뿌리기로 결정하고 제손으로 할 자신이 없어 맡겨두고 왔습니다. 오늘 오전 나무 밑에 고이 뿌려주셨다고 문자가 왔네요. '진이야' 아빠가 너 갑자기 그렇게 갈줄도 모르고 간식이며 장난감이며 장바구니 가득 담아뒀는데 이거 어쩌냐 정말...
너무 아프게 가서 참 마음이 아프네. 저세상에서는 아프지말고 우리가족한테 사랑을 알려줘서 너무 고마워. 사랑해.. 나중에 우리 다시 꼭 만나자...
추신: 살아생전 모습 물어보신 몇분이 계셔서 같이 올렸습니다. 코숏이지만 길고 마른아이라 이쁘다는 소리 많이 들었어요. 사후에 몸무게가 4.8정도 였습니다. 사진정리하다 또 눈물 터졌네요 하하;; 이래가지고 내일 출근이나 할수있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