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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마감하고 불 꺼진 가게에 혼자 앉아서


  울었습니다.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목 놓아 펑펑 울고 집에왔습니다...

... ...

안녕하세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자그마하게 빵집을 하고있습니다.

가게에서 일을 할 때 저녁 8시가 되면 무조건 제 전화기에서는 뉴스룸 손석희 앵커의 목소리가 최대치로 흘러나옵니다. 손님이 몰릴 때면 소리를 조금 줄이지만 전화기에서는 손석희 앵커, 안나경 아나의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옵니다.

2017년 3월 22일 수요일 세월호 인양이 시작된 날 저녁 8시 뉴스룸 세월호 인양 뉴스가 전해지자마자 제 눈은 새빨갛게 충혈되기 시작했습니다. 손님앞에서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으려고 허벅지를 꼬집으며 꾸욱 참고 참았습니다.

'오늘 만큼은 뉴스룸 할 때 손님이 안 왔으면 좋겠다. 우리 동네 사람들 다 이 세월호 인양 뉴스를 봤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수습자 가족분 연결, 22일 뉴스룸 엔딩 곡인 마왕의 '날아라 병아리'가 흘러나올 때에도 계산중이었는데 헛기침으로 손님앞에서 겨우 눈물을 참았습니다.

그리고 23일 뉴스룸. '배 보이자 다시 절규, 눈물' '미수습자 9명 그들은...' '그때 아이들이 보내온 편지', 엔딩곡까지... 하... 정말 참기 힘들었습니다...

얼마 전 '세월호 그 날 오유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라는 글에도 댓글을 달았지만 제 가게 옆에는 제 모교인 고등학교가 있습니다. 정말 운 좋게도 1~3학년까지 친구들 이동이 거의 없이 반이 그대로 올라가서 3년 동안 친구들하고 쌓은 우정이 정말 많고 두텁습니다. 그래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에 타고 있었던 우리 단원고 아이들 생각이 많이 납니다...

하교 후나 야자 후에 빵 사러오는 모교 후배님들보면 더 많이 생각납니다. 특히 가방이나 소지품에 노란 리본하고 오는 후배님들 보면 참 고맙습니다.

술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건강 이슈로 작년 8월부터 금주중이고, 담배는 입에 물어본 적이 없어서 담배 연기에 슬픈 마음을 조금이나마 날려버릴 수가 없어서...

자정 넘어 가게 마감하고 불 꺼진 가게 카운터 한 켠에 앉아 유튜브로 세월호 관련 영상들을 하나하나 봤습니다. 끝내 참아왔던 눈물이 터져나왔습니다.대성통곡했습니다. 목 놓아 펑펑 울었습니다. 몇 년만에 이렇게 울었는지 모르겠을정도로 실컷 울었습니다.

3년 동안 얼마나 춥고 슬프고 배고프고 외로웠습니까...

미안합니다. 늦어서 너무너무 미안합니다. 

이제 집에 갑시다. 우리와 함께 갑시다.


p.s _ 세월호에는 일반인 승객분들 약 40분도 타고 계셨고, 단원고 선생님들도 타고 계셨습니다. 그 분들 절대로 나누어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그리고 생존자분들의 아픔 및 심리치료에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관리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두서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_ _ )
댓글
  • 누가그러던데 2017/03/25 03:55

    추천은 드렸지만
    며칠 동안 미디어와 인터넷을 끊고 지내시길 바랍니다
    며칠 동안은 자신 만을 위해 지내세요

    (YNISQs)

  • 제브라얼룩말 2017/03/25 04:05

    전국민이 트라우마 치료를 해야 합니다 ㅠ,.ㅠ

    (YNISQs)

  • RobZombies 2017/03/25 04:33

    4월 16일 그날 아침, 전 어떤 꿈을 꾸었어요...
    방송용 헬기에서 내려다 본 시각인데 북극인지 남극인지 얼음판 위를 항해하던 쇄빙선이 좌초 되어
    더이상 움직이지 못하자 승객들이 우르르 내려서 빙판위를 이동하는데 커다란 북극곰이 나타나 사람들을 해치는 꿈을...
    꿈은 반대라고 들 하잖아요. 무슨 좋은 징조인가 싶어 아침 출근길에 콧노래를 부르며 로또를 한장 구입했었지요.
    하지만 잠시 후 아홉시 사십분에 접한 세월호의 좌초와 이후 전해져 오는 침몰소식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일이 발생하기 전 이였지만 불길한 징조의 꿈을 꾸고도 로또를 구매하며 즐거워 했다는 사실에 미치도록 미안했습니다. 죽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거리를 지나가며, 생활하며 로또를 판매하는 곳을 보면 지금도 앞으로도 미칠만큼 가슴 아프고 부끄러워요.
    언제인가 그 상처가 회복 되겠지만 우리국민 모두에게 4월 16일은 가슴에 밖힌 비수마냥 큰 흉터가된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어제 화제가 된 세월호 구름을 보고나니 정작 세월호의 희생자들이 아파하는 국민들을 위로하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했습니다.
    우리를 위해 싸워 주어서, 위로해 주어 고맙다고...
    뉴스룸보다 세월호 리본을 닮은 구름을 보고 저는 더 울었어요. 우리 힘내요!.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YNISQs)

  • 지원이삼촌 2017/03/25 14:11

    좀더 참읍시다. 좀더 기다리며 두고봅시다.
    그래서 우리모두 의혹이 다풀리는것보고,책임자 처단(처벌이 아닌 처단입니다.)하고   이곳  오유에 세월호 게시판이 없어지는날 참았던 울음 웁시다...

    (YNISQs)

  • 낮은자리에서 2017/03/25 16:12

    저도 의혹 다 풀리고 책임자 처벌받으면 다시 귀국해서 지인들과함께 팽목항에 캠핑가기로 했습니다. 꼭 밝혀지길 기도합니다.  소주는 얼만큼이 되었던 제가 다 살테니......

    (YNISQ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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