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고향에는 고아원이 있었습니다
70명 남짓 수용하는 시설이었는데
어떤 책임감없는 부모가 1978년 여름날에
아이 생년월일과 이름(한자 이름은 써놓지도 않음)만
갱지에 휘갈겨놓고 아이를 시설 앞에 버리고 갔습니다
당시 고아원은 그렇게 어린 아이를 수용할 능력이 없었죠
생후 40일에서 50일 사이였을 거라고 추정하는데
젖먹이를 어떻게 키우겠습니까
그래도 죽으라고 내버려둘 수는 없어서
여중생들이 있는 방에 보내고 돌보도록 했습니다
여중생들도 많이 놀랐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돌봤고
다행히 아이는 죽지 않고 자라서 학교에 갔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말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애들이 발견되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센터에 보내서 진단을 받게 하고
결과에 따라 치료를 하지만
1980년대 중반에 그런게 어디있습니까
그냥 말없는 아이인 거죠
아마 지금 그 아이가 진단을 받는다면
선택적 함묵증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워낙 말이 없고 표정도 어둡다보니
고아원 형들에게 많이 맞았는데
그것이 선택적 함묵증을 심화시키진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아이는 제 아버지하고만 소통을 했습니다
아버지도 장애가 있으시고 어려운 형편이었는데
그 어려운 와중에 고아원에 봉사를 다니셨거든요
아이는 봉사 나온 아버지에게 말을 걸었고
고아원은 애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기뻐했습니다
벙어리인 줄 알았거든요
아버지는 그 짠한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셨습니다
아이는 전반적으로 공부를 잘했고
특히 수학과 미술을 잘했는데
희한하게 자동차번호판을 그렇게 잘 외웠습니다
당시 시골에 몇 안되는 차 번호를 모두 다 외웠거든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진학을 할 무렵
아이의 선택적 함묵증은 서서히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말은 정말 없었죠
다른 아이 100마디 할 때 한마디 할 정도?
당시 고아원은 원생들이 19세가 될 때까지 수용을 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시설에서 나가야 했습니다
이것 때문에 원생들은 인문계 고교를 갈 수 없었습니다
인문계 나오면 대학에 가야 하는데
고아원에서 대학까지는 책임져주지 못하니까요
이 아이는 인근 지방도시의 비평준화 명문고에 가고 싶었고
실력도 충분히 되었습니다
하지만 고아원에서는 공고에 원서를 써서 보내버렸고
아이는 어쩔 수 없이 공고에 수석으로 입학했습니다
3년간 전액 학비 면제를 받았죠
아이는 동물의 왕국 같은 공고의 거친 생활을
상당히 힘들어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이는 전기과는 물론
전체 수석을 놓치지 않았고
고2때 해당 부문 전국대회에서 대통령상을 탔습니다
그리고 고3때 이미 우리나라 제일가는 조선소에
정규직으로 취업을 했습니다
회사 가서도 설계 부문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냈고
28살에 과장을 달게 됩니다
결혼도 엄청 빨리 했습니다
공고 졸업하고 그 해에 같은 고아원 출신과 식을 올렸죠
그 다음해에 바로 딸 쌍둥이를 낳아갖고
어제 장례식장에 있던 딸은 이미 대학생이었습니다
고아원 출신들이 대부분 그렇듯
얘도 돈에 대한 집착이 상당했고
머리까지 좋다보니 어떻게 하면 돈걱정없이 살까
이런 궁리를 항상 하는 애였습니다
운대가 맞았는지 어쨌는지
같은 직장 선배가 자기 회사 주식을 상당히 갖고 있었고
선배의 권유에 따라 얘도 회사 주식을 계속 모았습니다
회사 주식이 너무 올라서 더이상 살 수 없게 되자
주식을 전부 팔아 수십억을 손에 쥡니다
그리고 돈에 그렇게 집착하던 이 아이는
주식을 판 돈 중 일부를 우리 아버지에게 주었고(큰돈입니다)
장애인용 자동차를 선물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는 공고에 진학하며 좌절된 꿈을 이루기 위해
회사 생활을 하면서 수능을 봤고
H대 공대에 진학합니다
여기서부터 불행이 시작됩니다
회사생활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경제적인 여유는 충분했지만
회사의 배려로 학교에 다니면서 일할 수 있게 된 후배는
직장생활과 학교생활을 병행했고
생각보다 빡센 공대 생활에 힘들어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로
이전보다 더더욱 집안에 신경을 못쓰게 되자
후배의 와이프는 남편의 부재를 견디기 위해
기도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간질 발작이 있었던 후배의 와이프는
이걸 기도원에서 고쳐보겠다면서
3일 4일 이렇게 기도원에서 단식을 하며 기도를 합니다
쌍둥이 딸 중 하나는 밝은 성격에 공부를 잘해서 약대에 갔고
하나는 딱 지 아빠 성격을 닮아서 말도 없고
공부 보다는 빵 만드는 걸 좋아해서 제빵을 배워 빵집을 냈습니다
빵집을 운영하는 딸과 함께 기도원에 들어간 후배 와이프는
어처구니없게 거기서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주위에 물어보니, 기도원에 들어갔다가
그런 일을 겪게 되는 사람이 의외로 좀 된다고 합니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걸 알게 된 후배는
기도원에 가서 가족을 집으로 데리고 갑니다
직장도 휴직하고, 학교도 휴학한 다음
집에서 와이프를 돌보기 시작합니다
와이프는 상태가 호전되었다 악화되었다가를 반복하다가
어느날
아파트 베란다를 넘어 뛰어내리고 맙니다
9층에서 떨어진 후배 와이프는
그자리에서 즉사하였고
엄마의 자살을 말리지 못한 것에 대해
심한 자책감을 느끼던 딸은
엄마가 하늘나라로 떠난 다음날
엄마의 장례를 치르는 중에
똑같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고 맙니다
이때부터 저와 제 가족들은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후배는
명절 내내 저희 집에서 같이 있을 정도로
저희 가족이 많이 신경썼었는데
후배 마누라와 딸이 저렇게 되고 나니까
후배까지 극단적 선택을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저와 마누라가 교대로 후배 집에서 후배를 감시하고 사정을 알고 있는 경찰에게도 도움을 청했습니다
심지어 주민센터에까지 연락해서
수시로 찾아가보면 안되겠냐고 부탁하고
다행히 긍정적인 답을 받았습니다
후배 딸 장례까지 다 치르고
화장하고 납골당에서 나오는 길에 후배가 그러더군요
내 장례는 형이 치러서 애들엄마랑 xx 옆에다가 갖다놔 주소
마누라와 딸을 가슴에 묻은 후배를 생각하면 참아야 됐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화가 나서
후배 뺨을 올려 붙인다음에 욕을 하고 말았습니다
남아있는 xx이는 어쩌라고 이 식기야
그럴 말같지도 않은 말 내뱉을 정신 있으면 살아라.....
저도 회사에 이야기하고 3일간 휴가를 낸 다음
후배 집에서 후배랑 그냥 아무 말 안하고 앉아있었습니다
주말까지 끼어서 5일간 후배는 진짜 단 한 마디도 안하더군요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약대 다니는 딸은 우리 집으로 보내서 당분간 살게 했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니까 다행스럽게도 딸은 정신을 차렸습니다
후배도 정신이 좀 돌아오는가 싶었는데
어느날 보니까 직장을 그만두었더라구요
학교도 자퇴해버리고,......
뭐하는지 궁금해서 주말에 찾아가보니까
뜻밖에도 후배는 자기를 버린부모를 찾고 있었습니다
이제 와서 찾으면 뭐하겠다고......
근데 찾기가 쉽지 않았나봅니다
애가 고아원에 버려질 적에 호적신고라도 제대로 되어 있었으면
무슨 실마리라도 찾을텐데
생년월일과 이름을 대조하면서
전국 여기저기 헤매다니며 찾아본 결과
후배는 호적신고조차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유전자 등록도 해보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지만
후배의 부모는 당시 극빈층이었을 거라는 추정 외에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 것입니다
더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후배는
며칠 전에 유서 세 장을 써놓고
목을 맸습니다
이해가 안되더군요
딸이 남아있는데 왜 저러는 거지......
딸 생각하면 저럴 수가 없는데.....
얼마나 괴로웠을까.....이런 생각보다는
그냥....이해가 안됐습니다
유서 하나는 남은 딸에게
하나는 제게
하나는 우리 아버지께
이렇게 써놨더군요
아버지도 건강이 별로 안좋으신 상태인데
소식을 들으시고는 크게 충격을 받으셨고
유서를 읽고 싶지 않다면서
그냥 저한테 처리하라고 하셨습니다
제게는 xx를 잘 부탁한다
유서 갖고 변호사한테 가지 말고
형이 알아서 처리해달라(저는 법하고 친한 일을 합니다)
일 안꼬이게 잘 해주리라 믿는다
부탁한대로 나는 마누라와 딸 옆에다가 둬라
미안하다
이런 내용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하고 제게 똑같은 액수의 돈을 남겼더군요
집을 살 정도의 거액은 아니어도
제 연봉보다 더 큰 돈이었습니다
변호사한테 가지 말라고 한 것은
상속 자격이 없는 저와 아버지에게
재산을 나누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 같습니다
물론 남은 딸에게 거의 대부분의 재산이 갑니다
아버지께 유서 내용을 말씀드리고
후배가 돈을 좀 남겼다고 했는데
아버지는 액수도 안물어보시고
그 돈 절대로 안받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그 돈을 받으면 죄 받을 것 같습니다
유일한 상속인인 딸에게 유서를 공개하고
니 아빠가 이렇게 해놨는데
우리는 니 아빠랑 널 생각하면 이렇게 못하겠다
법적으로 상속인은 너니까
너한테 남긴 유서만 변호사 찾아가서 처리하고
나하고 아버지에게 쓴 유서는
없는 셈 치자.....
이렇게 말할 예정입니다
진짜..... 살면서 이런 말도 처음 해보고
이런 기분도 처음 느끼는 건데
마음이 갈가리 찢어지는 것 같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습니다
내 가족도 아닌데
내 가족이 하늘나라로 떠난 기분입니다
영화같이 불행한 스토리네요. 고인의 명목을 빕니다. 글쓴님도 잘 추스리시길
가슴 아프네요.그 후배분 인생도ㅜㅜ 님의 마음도 감히 위로조차 못드리겠어요ㅜ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소설이길 바라며 사실이라면 글쓴이분께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가슴 한켠이 뻥 뚫려 허 하실거라 생각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남은 딸이 걱정이네요 ㅜㅜ
기도원에서부터 잘못된건가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남아있는 따님이 참 걱정이네요
글쓴분의 아버님도 걱정이구요
글쓴분도 물론 잘 추스리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찹찹....ㅠ
저런일이 실제로있네요...인생참...
ㅜㅜ 힘내십시요
너무 슬프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남은분들이 걱정 되는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너무 가슴 아파요. 명복을 빕니다. 글쓴 분도 많이 힘드시겠네요. 힘내시고 남은 딸이랑 계속 관계 유지하시고 행복하세요.
안타깝네요.
그상황에서 친부모를 찾던 고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ㅜㅜ 후배분이 저랑 동갑인데 너무 슬프네요
글이 긴 줄도 모르고 숨도 못 쉬며 읽었네요..
삶이라는 게 참 어찌 이리도 잔인한지.. 누굴 원망하지도 못하겠습니다.
남은 분들에게는 건강만이라도 깃들길, 떠나신 분들은 풍진세상 상처 슬픔 다 내려놓고 평안하시길 그저 기도 드립니다.
[리플수정]새드 엔딩의 영화 같네요 ㅜ 인생이 뭔지 참 ㅜ안타깝네요 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주위 분들 마음 잘 추스리시길 ㅜ
저라면 감히 감당하길 힘들 일이네요
어려우시겠지만 남은 따님 잘 보살펴주세요
함내세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뭐라 써야할지 모르겠네요
정말 참 안타까워서요
주어진 행복에 감사하고 긍정적으로 살아야겠네요
어휴 글만봐도 숨이탁막힙니다 기억력이가물가물한엄마땜에 좌절스럽고 불행하다고생각하는데 이거보니 뭐 말도못꺼내겠네요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잔인하고 비극입니다
남은 딸도 불쌍하고..후배분도 불쌍하고..
에휴 내세에서는 고통없이 지내길 부디..
가슴 속 한을 쏟아내고 원망할 사람이 필요했나봅니다
그마저도 안되니ㅜ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제3자도 이리 마음 아픈데...글쓴분도 마음 잘 추스르시길 바랍니다
가슴이 아픈일이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이고 ㅠㅠ
masitdak//
추측입니다만
글쓴분 지인께서 어딘가에 기대길 원한게 아닌가 싶네요
세상의 모진풍파 이기고 견뎌왔는데 사모님이 돌아가시고
감당하기 어려워서 무너져버린 상태셨던거 같습니다
가신분 남겨지신 분들의 고통이 가늠이 안되네요 ㅠㅠ
힘내세요
안타깝네요 ㅠㅠ
힘내십시요
뭐라 말이 안나오네요...
하늘에서는 힘든일 없이 편히 계세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애고... 그 남은 딸 한분은 가족 셋이 모두 자살로 생을 마감했으니 너무 위험한데요...
잘 살펴봐야 할듯합니다...
글로만 봐도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일이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숨막히게, 숨죽여서 읽었네요...
남겨진 딸은 세 가족이 전부 자살이라 엔간해선 정신적으로 버티지 못할거 같은데 잘 케어해줘야할텐데
글쓴님도 힘드시겠네요 ㅠㅠㅠ
어휴.먹먹하네요.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니 무슨 이런 영화같은일이 있나요 ㅠㅠ 힘내세요
남겨진 딸 아이 어떻게 살라고 ㅜㅜ
기도원이 문제네요.
그리고 남은 딸은 자살 가족력이 있으므로
반드시 잘 보셔야 합니다.
[리플수정]남겨진 딸 트라우마가 클듯합니다 가족전부가 차례대로 자살했으니까요 님이 좋은분이니 잘 알아서 돌보시겠지만 딸이 정신과 상담받을수 있도록 신경써주세요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
아무말도 못하겠네요...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조금 힘드시겠지만 남은 딸을 잘 보살펴주시고 글쓴님도 마음 잘 추스리셔서 정리하셨으면 좋겠네요..
읽기만해도 눈물이나네요 그 남은 딸아이 엇나가지않게 잘 보살펴주세요.. 그게 님이 할길입니다 든든한 후원자가 되주세요 오바같지만 님과 아버지앞의 돈 .. 그 딸아이 시집갈때 보태줘도좋지않을까요 너무 어린나이에 큰돈 만지면 그게 또 엇나갈가 쓸데없는 오지랖과 노파심입니다. 아버님도 마음의 상처가 크시겠습니다. 아무쪼록 님도 아버지도 딸도 잘 추스를 수 있길.. 명복을 빕니다
진심으로 고인과 남은 분들의 버텨가야 할 삶이.. 고통없길 기도합니다
부디 남은 딸 잘보살펴주세요ㅠㅠ
힘내십쇼 ㅜㅜ
힘내십쇼 형님ㅠㅠ
아이고 ㅠㅠ
남겨진 딸은 어찌 사나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