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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영화 [세레니티]를 보고.. 영화 전체가 하나의 낚시질이라니... (강스포 포함)


스티븐 나이트 감독의 [세레니티 (Serenity)]를
VOD로 무려 만원을 결제하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만원을 고스란히 날렸습니다.
[이스턴 프라미스], [로크], [얼라이드],
그리고 [거미줄에 걸린 소녀]...
시나리오 작가를 겸하는 스티븐 나이트가
각본을 쓴 작품들입니다.
[로크]는 직접 연출까지 맡았구요.
최소한의 흥미는 보장하는 감독입니다.
주연은 매튜 맥커니히와 앤 해서웨이.
매튜 맥커니히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앤 해서웨이는 [레미제라블]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오스카 위너이자
[인터스텔라]에서 쿠퍼와 브랜드로
이미 멋진 조합을 만들어낸 배우들입니다.
여기에 다이안 레인과 제이슨 클락이
조연으로 가세했으니,
재미없게 만들기가 오히려 불가능한 영화인데
정말 완벽히 재미가 없습니다.
영화를 관람한 후 찾아보았더니,
2,500만 달러의 제작비를 썼으나
미국내 흥행수익이 800만 달러에 그쳤고
로튼토마토 평점도 처참하기 이를 데 없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뷰를 쓰는 이유는
캐스팅, 포스터, 또는 시놉시스에 홀려
낚시를 당하는 피해를 막고 싶어서입니다.
혹시라도 영화의 결말에 대해
저처럼 쓸데없는 호기심을 느낄 분들을 위해
글의 후반부에서 스포일러도 밝히겠습니다.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섬, 플리머스에서
누구도 잡지 못한 참치 낚시에 집착하는
선장, 베이커 딜(매튜 맥커니히).
이혼한 전처, 캐런(앤 해서웨이)이 찾아와
남편, 프랭크(제이슨 클락)를 죽여달라며
천만 달러를 건 위험한 거래를 제안합니다.
평온했던 섬사람들은 변하기 시작하고
딜을 조여오는 사건들이 물밀 듯이 덮쳐오는데…
이 얼마나 귀가 솔깃한 시놉시스입니까.
참치 한 마리를 낚는 데
이상할 만큼 목을 메는 주인공을 그린 초반부는
그래도 꽤 흥미롭습니다.
차라리 허먼 멜빌의 [백경]처럼
참치와의 사투를 이야기하는 데 집중했어도
지금의 결과물보다는 나았을 듯 싶네요.
딜의 아들인 패트릭과 아내를 학대하는 계부를
살해하는 치정 스릴러에 집중했어도
충분히 흥미롭게 극을 이끌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전처가 나타나 은밀한 제안을 하고
마을 사람들의 행동이 이상해지며
낚시용품을 파는 회사의 직원이 자주 등장하자
뭔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점점 현실화되기 시작합니다.
게임에 몰두하는 패트릭의 모습이
인서트 숏으로 수시로 잡힐 땐
그것만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꿈틀거립니다.
리모콘에 자꾸만 손이 가고
화면을 2배속, 4배속으로 바꾸게 됩니다.
매튜 맥커니히의 피곤한 얼굴은 피로감을 더하고
앤 해서웨이의 금발도 어울려 보이지 않습니다.
두 배우 사이의 케미스트리도
별반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만, 딜이 콘스탄스(다이안 레인)에게
샤워를 하러 간다고 말을 하고선
절벽에서 나신으로 다이빙하는 씬은
제법 간지가 있었습니다.
편집은 엉망진창이고
극의 긴장감을 이끌 동력 자체가 부재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불안한 예감 그대로...
(이제부터 스포일러입니다.)
러닝타임 내내 일어난 모든 일들은
컴퓨터 천재인 패트릭이
가상의 공간에서 만들어낸 겁니다.
플리머스섬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며
마을 사람들 모두도 허상입니다.
아버지인 딜은 이라크 전쟁에서 전사했습니다.
패트릭은 자신과 엄마를 학대하는 계부를
진즉에 직접 살해했으며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죽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이 모든 일들을 기획하고 연출했습니다.
영화의 엔딩에서
부자가 마침내 해후하게 될 땐(역시 가상이지만)
뭉클하기보단 허탈하고
더 나아가 괘씸합니다.
애써 관객들을 꼬셔서 시간을 빼앗은 후
이 모든 건 가짜였다고 말하는 건
일종의 반칙에 가깝습니다.
영화 속 대사들은 게임의 규칙을 말하지만
부실한 시나리오는 반칙에 의존하고,
딜은 잡고 싶은 참치를 Justice라고 불렀지만
영화는 관객을 낚는 부정의를 저지르며,
영화의 제목은 딜의 요트 이름인 동시에
고요함, 평온, 평정을 뜻하는 Serenity이지만,
영화가 끝난 후 관객들의 마음에 찾아오는 건
폭풍같은 분노입니다.
감독의 낚시질에 낚이는 분들이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오늘 저녁 메뉴는 무조건 참치회입니다.
분노의 폭풍 흡입을 해주게쓰...
댓글
  • WhiteCrow 2020/04/09 05:34

    헐, 님이 이정도로 까는 영화는 첨인거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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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20/04/09 05:36

    WhiteCrow// ㅋㅋㅋㅋㅋ 그런가요? 하나 더 있었는데, 사일런트라고. ㅋㅋ 평점은 5점 만점에 1.5점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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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iteCrow 2020/04/09 05:38

    아 글쿤요. 저 두영화 기억해두겠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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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려야하니 2020/04/09 05:40

    이 분 리뷰 좋아하는데 이번 리뷰는 더욱 더 와 닿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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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20/04/09 05:40

    WhiteCrow// 기억보다는 깨끗하게 망각을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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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20/04/09 05:41

    달려야하니// ㅋㅋㅋㅋ 피해를 막기 위한 충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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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ymposia 2020/04/09 05:48

    2005년 영화를 보셨어야져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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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20/04/09 05:53

    Symposia// 그건 이미 봤습니다 진즉에... 그것도 모 딱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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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인구 2020/04/09 06:04

    만원 포인트적립해드리고 싶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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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ymposia 2020/04/09 06:07

    전 뭐 2005년꺼는 시간때우기 용으로 아주 괜찮았어요.
    개인적으로 지난 토요일에 매트릭스 보고 일요일에 리로디드,레볼루션 몰아보면서 느낀 기분 더러움이 기억나 위추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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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20/04/09 06:20

    유인구// 무탈하시죠?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ㅋㅋㅋ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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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20/04/09 06:21

    Symposi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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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더프랑코 2020/04/09 08:35

    글을 잘 쓰시니 글만 읽어서는 보고싶은 욕구가 일어나네요 ㅋㅋㅋㅋ 오히려 피해자 양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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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지박약 2020/04/09 08:38

    근데 담장에는 맨뒤에 강스포가 잘려서 안보여요
    스포를 제목 앞에다가 달아 주시길
    저는 이미 봤지만 이런류의 영화는 스포가 치명적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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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스통르루 2020/04/09 09:39

    낚시의, 낚시에 의한, 낚시를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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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의라디오 2020/04/09 12:20

    세레니티하니 미드 파이어플라이 영화판이 생각나네요. 그거 은근히 명작이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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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에단한번 2020/04/09 17:01

    밤의라디오// 그렇지요. 비교자체가 그 세러니티에 대한 모욕임.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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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맥콜 2020/04/09 17:24

    ㅋㅋㅋㅋㅋ 영화 내용보다 리뷰가 더 재밌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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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재인 2020/04/09 22:42

    사일런트 앤드류가필드 영화 말씀하시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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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라부세 2020/04/09 22:47

    우리로 치면 이병현, 송강호에 김혜수가 나오는데 관객 30만 들고 망해버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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