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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일을 배우시겠다는 분들께...

스냅일을 생각하시는데 아직은 사진에 자신이 없다...라는 분들이 더러 보여서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약간 조언을 드리고자 글을 씁니다.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니 당연히 다른 의견도 있을수 있으므로
현업에 계시는 분들중 저와 생각이 다르다 해도 불편해 하시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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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스냅 배우면서 일하실분, 웨딩스냅 배우면서 일하실분...
이런 구인 글 가끔 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배우고 가르친다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요?
고객 앞에서 이럴땐 이렇게 찍으세요, 저럴땐 저렇게 하는겁니다 하는 모습...
"아니 이사람들이 나를 교보재로 생각하는건가? 뭐지 지금 내 결혼식이 아니고 수업시간인거야?"
고객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뛰다보면 구도를 구상하는 1초의 시간 사이에
이미 몸은 그 촬영위치로 이동하고 있어야 상업스냅작가입니다. 그게 안되는 스냅작가는 없어요.
그와중에 교육...가능할런지요.
배우러 온 사람은 그저 멍 하니 뒤에서 서브랍시고 눈치나 보면서 아무도 쓰지 않을 사진을 찍어댈 뿐입니다.
물론 집에와서 보면 그중 몇장은 메인보다 더 나은 구도일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인물사진 연습을 위해 시간을 보내려면 차라리 집에계신 부모형제와 동네 공원에 나가시는 것이
본인을 위해 훨씬 이득입니다.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촬영하며 인물사진 연습을 할수 있으니까요.
현장에 나가서 뒤치닥꺼리라도 하고, 간간히 얻어걸린 사진 한두장이라도 준다면 도움이 되지 않겠냐
하실수도 있겠지만 사실 메인기사 입장에서는 그래도 뭔가 가르쳐라도 줘야하는 사람이 옆에 붙어있다는것은
정말 엄청나게 귀찮고 걸리적거리는 일입니다.
위에 말씀드린대로 1초의 시간 사이에 모든것이 이루어져야하고, 고객 컨트롤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등에 커다란 짐을 지고 있는것 같은 느낌이 되어서, 정말 같이가고 싶지 않아요.
뭐라고 설명이라도 해주려고 해도
장소 이동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복도를 걸으며...그렇게 고객 몰래 해줘야 합니다.
현업에서 뛰시는 분들의 사진 실력은 거의 대부분 상위 10% 안에 모여있습니다.
그 안에서 바글바글 하죠.
거기에 실력있는 리터쳐가 붙어있거나 작가 본인이 실력있는 리터쳐라면 조금 더 앞으로 나가는 것이죠.
돌스냅 배우면서 일하실분, 웨딩스냅 배우면서 일하실분...
이런 구인 글 찾지 마시기 바랍니다.
거기에 가서 배우실 시간에, 말씀드린 대로 부모형제와 동네 공원에 나가셔서
셔터카운트 5만컷 될때까지 열심히 찍으시다보면 그런 업체에서 허드렛일 하는것보다 훨씬 사진실력에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어느정도 사진 실력이 됐다 느껴지면
그 다음부터는 남들이 찍은 행사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아 계속해서 보세요.
그냥 와~ 멋지다 하는 사진들도 보셔야겠지만 행사 시작부터 끝까지 한팀을 다 찍은 사진들을
행사 순서와 같이 쭈욱 보시는 겁니다.
그렇게 수십팀 분량의 사진을 계속해서 보다보면 어느 작가나 공통적으로 찍는 구도들이 있어요.
그리고 사실은 그런 사진이 행사사진의 80% 이고 나머지 20%가 작가의 창의력입니다.
그런 통계를 통해 행사에서 어떤 어떤 사진들이 필수 요소구나~하는 구상이 섰으면
동네 결혼식이든 돌잔치든 [절대 카메라 들지말고] 가서 구경합니다.
메인기사를 멀리서 따라다니며 어떤 상황에서 그런 사진들을 찍으며
그때 메인기사는 어느 위치인지, 그리고 심지어 무슨 멘트를 날리는지도 관찰해 보세요.
[절대 카메라 들고가지 마세요] 민폐일 뿐더러 본인이 뭐라도 찍어보고싶은 마음에 관찰에 지장이 됩니다.
그런 과정들을 반복하며
무슨 행사에서는 어떤 위치에서 어떤 사진을 찍더라~하는 과정이 머릿속에 자리잡았다면
주위에서 지인의 행사를 공짜로 맡아서 한 대여섯번 정도 해보세요.
사실 일반인이 지인의 행사를 맡아서 해본다는 일이 대여섯번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무턱대고 업체 따라 현장에 나가서 뒤에서 뻘쭘뻘쭘 의미없는 셔터질 하는 것보다는 큰 공부가 됩니다.
그렇게 한팀분량의 사진 보기, 현장 방문하여 메인기사의 동선 보기, 지인의 행사 맡아보기...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하류일지언정 스냅작가가 됩니다.
이제는 위에 말씀드린 나머지 20%의 사진에 그 작가의 그레이드가 나뉘게 되는거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진촬영하실때 수평구도 비트는 버릇 하지 마시고,
핀나간 사진 흑백으로 조져놓고 감성으로 우기지 마시고
인물 표정은 엽사인데 장면은 멋지다고 delete키 망설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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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자를 위해 쓴 글입니다.
현장에 계신 고수분들께는 거듭하여 말씀드리지만
저와 생각이 다르다 하여 언짢아 하지는 마시기 바래요.

댓글
  • 독야청청™ 2017/03/14 08:00

    공감가는 좋은 글입니다

    (UxQDMP)

  • 일본토마토 2017/03/14 08:05

    추천합니다

    (UxQDMP)

  • [냥이당]봄이아빠 2017/03/14 08:09

    맞아요 배우면서 하실 분 이런 구인글 사라져야 합니다.

    (UxQDMP)

  • 노뭘레인 2017/03/14 08:16

    다 맞는 말씀 같습니다만..
    마지막 맨트..
    "사진촬영하실때 수평구도 비트는 버릇 하지 마시고,
    핀나간 사진 흑백으로 조져놓고 감성으로 우기지 마시고
    인물 표정은 엽사인데 장면은 멋지다고 delete키 망설이지 마세요."
    순간 얼어붙었네요..ㄷㄷㄷㄷ 제 얘기 하시는줄 알았어요..ㅠㅠㅠ

    (UxQDMP)

  • 키높이아저씨™ 2017/03/14 08:17

    취미가 직업이 되면 이 좋은 취미가 사라질까봐 생각도 안하는 척하며 실력없음을 숨김....
    좋은 글 고맙습니다^^

    (UxQDMP)

  • 과학의날 2017/03/14 08:27

    사진 수평잡는거 ...
    안정된 구도로 찍는거...
    사진 취미 10년 하니까 겨우 알겠더라구요.
    (특히 돈주는 입장에서) 까다로운 우리나라 사람들 앞에서 만족감을 주고 일을 한다는 것
    차체가 하루하루 도전일거 같습니다.

    (UxQDMP)

  • KiKi™ 2017/03/14 08:36

    좋은 방법이기는 한데, 자칫 자신만의 우물에 빠질 가능성도 높은 방법이기도 한거 같아요.
    동행촬영은 촬영자체보다 이후에 사진리뷰를 할 때 도움이 많이 되죠.
    물론 가르쳐 준다면서 리뷰도 안해준다면 정말 문제겠지만...

    (UxQDMP)

  • 김민용 2017/03/14 09:13

    진입 허들이 워낙 낮아지고 취미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에 많은 분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시는것 같은데.
    결국 직업은 직업입니다..

    (UxQDMP)

  • 재경아빠 2017/03/14 09:18

    공감가긴 하네요. 사실 현장에서 배우기 어렵죠. 예전에 친구 스튜디오 땜빵 몇번 해주면서 느낀건데.. 역시 돈받고 찍는건 쉬운일이 아닙니다. 본인이 정말 자신있다고 생각할때 나서야 하는게 프로입니다.

    (UxQDMP)

  • ⓒSinuRish 2017/03/14 09:21

    스냅 시작하시려는 분들께 정말 좋은 조언일듯 합니다~
    마지막 세줄은 취미로 하는 저도 세겨 들어야겠어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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