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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뱃지

어제 함께 밥을 먹던 지인이 내 앞에서 울화통을 터트렸다. 모 커뮤니티에서 누군가가 지하철 임산부 좌석에 임신하지 않은 여성들이 자꾸 앉으니 임신 여부를 어떻게든 확인할 수 있는 여성에게만 임산부 뱃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는데, 지인이 거기에 댓글로 문제를 제기하자 커뮤니티에서 단칼에 차단당했다는 것이다. 뭐 그런 커뮤니티가 다 있느냐는 생각에 씁쓸하게 밥을 씹고 있는데 지인이 말했다.
“뱃지. 그거 임산부가 달게 아니라 우리가 달면 안 되나? ‘나는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겠습니다’라고 적힌 뱃지를 우리 같이 임신 안 한 사람들이 달고 있으면 되잖아.”
나는 밥 먹다가 귀가 번쩍 뜨여 지인에게 좀 구체적으로 말해 보라고 채근했다. 지인은 밥알을 튀기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임산부들 입장에선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양보해 달라고 말하기가 굉장히 부담스러워. 노약자석에 가면 어르신들이 무섭게 눈을 뜨고, 그렇다고 임산부 전용 좌석으로 가면 죄다 아재들이 앉아 있고. 특히 초기 임산부 같은 경우는 겉으로 티가 잘 안 나기 때문에 그냥 서서 갈 수밖에 없단 말이지. 그러나 생각해 봐. 어떤 여성이 자리에 앉아 가기 위해서 ‘저 임신했어요’라고 공공장소에서 거짓말을 하겠어? 차라리 언제든 자리를 양보해 주겠다는 뱃지를 우리 같은 사람들이 달고 앉아 있으면 임산부들이 안심하고 우리한테 오지 않을까? 괜히 헤매거나 힘들게 서서 가지 말고 우리한테 오라 이거야.”
‘나는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뱃지를 제작해 지하철역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캠페인 같은 걸 하면 참 좋겠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서 뒤통수를 빵 맞은 느낌이 들었다. 맞다. 사회적 약자에게 자신이 약자임을 증명하라는 요구까지 강요하는 건 강자의 입장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임산부라 해도 앉을 자리 하나 안 보이는 지하철에 타면 누군가에게 양보를 부탁할 생각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서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달라고 부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겠다는 뱃지를 단 누군가가 보인다면? 왠지 믿고 가서 양보를 부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굳이 임산부만 뱃지를 달아야 하는 이유는 전혀 없었다.
지인과 나는 어떻게 하면 그 캠페인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다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허무하게 웃었다. 우리는 둘 다 어떤 여성 단체에도 연줄이 없고 여성가족부와는 더더욱 인연이 없다. 우리가 직접 뱃지를 제작해 배포할 여유도 없다. 그나마 우리 둘 중에 내가 SNS를 하니 오늘 밥 먹으며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 게시물로 올려보겠다고 지인에게 말했다.
나는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그게 어떤 심정인지 알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임산부 전용 좌석 때문에 걸핏하면 논란(?)이 벌어지는 이 나라에서 임산부가 정말 사회적 약자로 여겨지는 게 맞다면 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약자보다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임산부 전용 좌석은 만들어 놓았지만 그 좌석을 확보하는 것은 임산부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식의 행정은 사실상 있으나마나한 것이다. 이 게시물이 ‘좋아요’를 눌리고 눌려 여성 단체 분들이나 여성 정책을 만드는 분들에게까지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지인의 아이디어는 꽤나 쓸 만하다. 네. 이 글은 노골적으로 ‘좋아요’와 공유를 구걸하는 글입니다^^

댓글
  • 아임힐러 2017/03/11 08:51

    디자이너의 자질 중 하나도 배려,
    아래 공유 글을 읽어보면 본질을 조금 이해할 수가 있다.
    아이, 임신부, 노인 뿐 아니라 무거운 책가방을 든 학생, 여행을 다녀온 지친 젊은이, 철야 후 귀갓길의 회사원 등 등
    무거운 허리를 겨우 버티는 사람은 눈빛이 다르다.
    그들에게 행복을 나눠 주자.
    내 무릎과 허리가 정상이라면. -우리학교 교수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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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노보노양 2017/03/11 11:04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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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igma 2017/03/11 11:44

    좋은 생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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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학궤범 2017/03/11 14:29

    사회적 비용( 캠페인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늘상 뱃지를 달고 다녀야함, 발부 뱃지가 몇백배는 증가함 )이 올라갈뿐
    효용(어차피 임산부임을 이야기해야함)은 적고
    악용(임산부뱃지 타가는 사람 인증도 있었음 히물며 말 따위야)은
    막을수 없고  별로 좋지 않은 정책제안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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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keItBetter 2017/03/11 14:30

    "어떤 여성이 자리에 앉아 가기 위해서 ‘저 임신했어요’라고 공공장소에서 거짓말을 하겠어? "
    그런데 그게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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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리달열이틀 2017/03/11 14:31

    좋은뜻 좋은글인건 알겠는데 유머글은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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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에내리는비 2017/03/11 14:35

    좋은아이디언데요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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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ncyU 2017/03/11 14:40

    배지 가 정확한 맞춤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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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명 2017/03/11 14:41

    게시판좀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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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urius시저 2017/03/11 14:44

    배지보다 팔지나 앱같은건 어떨까요
    서로 설치되어있으면 팝업이 떠서 아무말없이 비켜줄수 있더던가.. 임산부석 다없에고 그렇게 은밀하게 배려하는것도 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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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연 2017/03/11 14:45

    실효성은 좀 떨어질지 몰라도 약자에 대한 배려를 다른 방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글입니다. 그러나 유머자료는 아니네요. 이 글엔 비공감을 누르지만 좋은 글 게시판에 올라오면 추천 누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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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사경 2017/03/11 14:47

    아이디어 좋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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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나래 2017/03/11 14:48

    ;; 이게 좋은 정책이라니요..
    배려는 호의이지 의무가 아닙니다..
    그걸 하나의 상징(배지)으로 만들게 하자?
    헬조선 식으로 바꾸면
    배지 찬사람들은 배지 안찬사람들과 비교하며 우월감을 과시할것이며,
    양보문제를 배지 찻냐 안찻냐 차이로
    위정자가 노예끼리 싸우게 만들듯 ,
    그들끼리 싸우게 만들 장치가 다분합니다..
    안그럴것같다구요?
    또한 헬조선식이라면
    그마저 배지 찬사람상대로 악용하기 시작할것이고
    종국에는 선의로 배지찬사람도 상처받아 안차게 될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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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오르 2017/03/11 14:51

    사람들의 도덕성에 맡기기 어려울때에는
    시스템과 기술을 이용하면 됩니다.
    비콘 기술을 이용하여 임산부가 가까이 있으면 좌석에 불이 들어 오는 기술이죠
    핑크 라이트 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xpjfnOTLzs
    물론 뱃지는 임산부 임신 기간중에만 반응하도록 시간 설정해놓으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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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어 2017/03/11 14:53

    저는 글보고 공감이 안갔는데요.
    임산부가 저 뱃지달고 있는 사람이 있다한들
    자리 양보해달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냥 보통의 여성이라면 '나 임신했으니 자리 양보해달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선의로 양보뱃지를 패용하더라고 활용성자체는 극히 낮을거같아요.
    그 낮은 활용성이라도 좋다면 할말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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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_⊙]#001 2017/03/11 14:54

    "사회적 약자에게 자신이 약자임을 증명하라는 요구까지 강요하는 건 강자의 입장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적극적으로 찬성합니다. 몇년전 무상급식논란때도 보편적 복지를 주장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스스로 가난함을 증명하게 하는 방식이 과연 옳은것인가? 거기에 대해 오유는 물론이고 많은 시민들이 '아니오'를 말했죠.
    같은 선상에서 저는 이 주장에도 동의합니다.
    물론 일부의 악용가능성이 있지만 그 악용하는 일부때문에 사회적 약자들 모두를 외면하는 것 역시 옳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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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짱먹깨비 2017/03/11 14:55

    전 이런것 보다도 모든 좌석에 내릴 역 표시하는 장치가 있으면 좋겠음...
    눈치게임 힘들어요...
    이런 장치가 있다면 거기에 양보의사 있음도 표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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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unabelle 2017/03/11 14:58

    너무 좋은글이라 생각해서 저도 페북에 공유했는데요,
    생각해보니 '나한테도 양보하라'며 애매한 분들이 제 앞에 몰려들 두려움도 생기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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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dayhomo 2017/03/11 15:05

    이런글 볼때마다 너무 안타까운게 좋은 의도로 게시판 어기면 그 좋은의도가 퇴색되는데 그걸 모르시는거 같아요 유머글 보는 사람들은 웃으러 들어왔다가 이런글 보면 기분이 참.. 좀그래요 의도는 알겠는데 제발 게시판좀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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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바람별빛 2017/03/11 15:09

    지하철에 앉았을때 왠만하면 양보는 합니다만
    굳이 뱃지를 달고 다닐 것 같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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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랑땡 2017/03/11 15:11

    악용될 소지도 있습니다.
    임산부 등 자신보다 약한 `약자'만을 노리는 괴한이 뺏지달고 기다린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정글이건 사회건, 약자를 배려해 주기도 하지만, 배척하기도 합니다.
    착한 사람만 사는 올바른 세상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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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스파이레스 2017/03/11 15:24

    마지막에 출처가;;
    저 이름 어디서 꽤나 들어본 것 같다했는데 역시나..
    이름, 아니 프사 만으로 믿고 거르는 남성혐오주의자인데 링크타고 가셔서 다른글들도 감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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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남자사람 2017/03/11 15:25

    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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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이로스 2017/03/11 15:27

    ....;;; 애초에 자리 양보는 개인적 상황에 달린 겁니다.
    누구나 지치는 날이 있구요. 그런 날은 떼고 다녀요?
    달고 다니다가 힘들면 떼고요?
    임산부가 되도록이면 잘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던지
    아님 좀 더 편한 교통 수단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게 나은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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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투는나의힘 2017/03/11 15:46

    그냥 노약자석 없애면 안되나?
    노약자석 아니라도 지하철,버스 타보면 나이든 사람,거동 불편한 사람,임산부 등에게 자리 양보해 주는사람 많음
    노약자석에 나이 어중간한 꼰대들 앉아서 개기면 진짜 앉아서 가야할 사람은 못앉고
    노약자석 아니라도 양보할 사람들은 양보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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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퓨피 2017/03/11 15:50


    얼마전 페북에 글이 올라와 한번 보게된 사람인데 이런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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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덕함 2017/03/11 15:54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지하철에 임산부전용좌석이 있나요???
    설마 바닥에 분홍색 칠해져있고
    당신이 미래의 주인공이니 뭐니하는
    그곳이 임산부전용좌석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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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N대 2017/03/11 15:55

    임산부 뱌지를 달고 있는거나
    자기 임산부니까 양보를 부탁하는거나
    다를게 뭔지...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해줄 수 있다는 배려 배지를 달 사람이면 짜피 임산부배지를 달고 있는 여성을 보고 자리를 양보해 줄 사람 일텐데요.
    어떤 의미로 발상의 전환이라고 하시는 자는 이해되고
    그  발상의 의미 자체는 존중하지만
    임산부도 아닌 사람이 임산부 배지도 발급 받아가는 마당에 별별 사람들이 임산부라면서 양보를 강요하는 일도 예상되네요.
    그 외에도 이런저런 문제가 될 만한 요소가 너무 많아 보이고요.
    글 자체를 감성적으로 써서 혹 하시는 분들이 많아 보이는거 같은데 냉철하게 생각해 보면 헛점이 너무 많을 뿐더러 나라에서 시행했으면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탁상공론 소리 들을 만한 아이디어 인 거 같습니다.
    그냥 임산부 배려석에 남자들 앉아가는 모습 등에 집요하게 집착하는 사람이 공감 이끌어 낼려고 폭풍감성 쏟아내서 쓴 글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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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S64F 2017/03/11 16:04

    저 페이스북 본문 상에 지인의 발언이라며 인용된 "그러나 생각해 봐. 어떤 여성이 자리에 앉아 가기 위해서 '저 임신했어요'라고 공공장소에서 거짓말을 하겠어?"라는 전제부터가 이미... 사상 최악의 범죄 중 하나인 성범죄조차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거짓말해서 피해자 코스프레로 상대방을 말려 죽일수도 있는 세상인데 하물며 임산부 행세쯤이야 불가능할까요? 네이트판발 자료에서도 얼마든지 허위로 발급받아 임산부 행세하고 다닐 수 있음이 드러나기도 했고 이를 조선일보 카드뉴스 제작팀에서 검증해서 사실로 규명되기도 했고요.
    개인적으론, 임산부 전용석 논란은 두 축이라고 봐요. 하나는 이를 악용하는 여성들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여 사실상 여성전용석이라는 일종의 '계급형 특권석'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 나머지 하나는 그로 인해 야기되는 대중교통 이용상의 비효율성이라는 점.
    문제를 짚고 해결책을 제시하려면 이걸 중점적으로 둬야 하는데, 여기에 '사회적 약자더러 자신이 약자라는 것을 입증하라는 건 너무 가혹한, 그야말로 강자만이 떠올릴 수 있는 방식'이라는 식의 감성적 접근, 감성에 호소하는 논법은 정답 그자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 문제는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교통 관련 부서 혹은 대중교통운영기관이 알아서 지속적으로 교육, 계도, 홍보하며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시켜 나가는 것으로 충분하지, 굳이 저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 사안이라고 봅니다.
    윤리적으로 배려를 계속 증진시켜야 할 사안을 저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사실상 반강제적인 배려의 의무화로 하여금 사람들에게 멍에로 덧씌우는 것밖에 더 될까요. 개인적으론, 최대 54석의 좌석이 붙어있는 수도권 광역전철 전동열차 편성차량 1량 기준으로 차량 양단의 최대 12석과 차량 가운데의 7석을 합친 최대 19석이(설치 좌석의 약 35.185%) 노약자(노인만 생각하기 쉬운데, 애초 이 '노약자'라는 개념 자체 안에 임산부가 포함되어 있음.)배려석으로 지정되어 있는 것이 사회적으로 허용되고 합의될 수 있는 현행 임계치라고 생각해요. 양보와 배려의 순기능 발휘를 위해 공공기관 등의 지속적인 교육과 계도가 필요할지언정, 임산부전용석 지정으로도 모자라 저런 식의 접근법은 오히려 과거 매너손 논란의 재탕 삼탕이 아닐까 싶은 생각부터 드네요.
    다시 말해, 저 의견은 개인의 도덕적 우월감은 다소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개인의 자율에 맡겨야 할 배려를 횡포와 폭력으로 변질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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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란시스크릭 2017/03/11 16:08

    솔직히 본문 내용보고 웃겼습니다. 임산부를 위해서 관계없는 타인이 임산부좌석배려자 배지를 달고 다녀야 한다는 말입니까? 법에서도 보호가 필요한 사람 중에서도 적극적으로 권리를 요구하는 사람을 보호할 뿐이지 권리위에서 자는 사람은 보호하지 않는다. 그게 원칙이죠? 왜 그럴까요? 임산부배지가 임산부가 아닌 배려자 배지보다 더 쉽고 간편하며 저노력 저비용으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노약자석에 따로 앉을 수 있도록 분리해서 표기해놓지 않았습니까? 노인이 불편해하며 시비를 걸어서 이용 못한다구요? 내가 임산부니 자리비켜줄 수 있느냐고 일반석의 타인에게 이야기 못 한다구요? 타인에게 말하기 어려워서 이야기 꺼내기 싫으면 그냥 지금그대로 살아야죠. 배려는 말 그대로 배려일 뿐 의무가 아닙니다. 요즘 지하철을 매일 타는데 임산부가 오면 자리를 비켜줍니다만 배려라서 비켜주는게 아니라 비켜주는게 내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죠. 배려를 권리인 양 착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주절주절 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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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로정원 2017/03/11 16:09

    페북에서 보고 어이가 없던 글이었는데, 여기서도 보게 되는군요.
    저는 이 글이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그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소름끼칠 정도로 박정한, 소위 넷페미에서 자주 보이는 오류가 있다고 봅니다.
    먼저, 배려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신체건강하니 이정도는 양보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건강한 사람들도 피로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이미 지속적인 양보를 하고 살고 있습니다. 이미 지하철에 노약자석, 장애인 휠체어 공간, 임산부석, 임산부 배지 등이 도입되어 있고 신체건강한 사람들은 이 모든 제도를 숙지하고 가능한 한 양보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건 제법 피곤한 일이죠.
    여기에 더 배려를 하라고 요구하는 셈인데, 솔직히 못할 것은 없지만 너무 당연하게 배려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임산부측만 신경쓰고 신체건강한 사람들의 의견은 고려를 하지 않고 있어요.
    그리고 항상 문제를 일반 시민에게 고충을 떠넘기는 식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이런 방안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아요. 보통 사회문제는 기술이나 제도의 발전으로 개선됩니다. 더 좋은 장비를 만들고 더 효율적인 정책을 실시하는 식인거죠. 페미니즘적 담론은 이런 방식으로는 접근하지 않아요. 그저 남들에게 좀 더 배려해 달라고만 할 뿐입니다. 다른 분들도 지적했다시피, 본문 제도는 행정적으로 임산부 배지보다 훨씬 운영하기 불편합니다. 그런 부분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게 아쉽군요. 정말 철저하게 편협한 방안이에요.
    사실 이건 임산부 전용좌석때도 느낀 거지만 차라리 공학적인 개선, 예를들면 특수 차량 또는 임산부용 편의시설을 개발하거나 연구하는게 더 도움될겁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약자는 제도를 악용할 리가 없다는 터무니없는 가정을 하고 있습니다. 당당하게 자리 요구하며 제도를 악용하는 일부 노인들을 충분히 봐 왔을텐데 어째서 임산부는 악용할 리가 없다고 가정하는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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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햄스터마왕 2017/03/11 16:11

    제 개인적으로는 아니라고 보내요
    양보하겠습니다라는 뱃지 달고있으면 임산부가 직접가서 내가 임산부니까 자리 비켜주세요 라고 말해야 하는것부터가 에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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