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간은 오후 세시 입니다.
이때가 되면 전쟁같았던 마스크 배급이 끝나고
그나마 약국이 고요한 상태가 됩니다.
이제야 좀 심신이 쉴수 있는 시간이 되는거죠.
그리고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늘 이시간이 되면 뿌듯하면서도 허탈하고
쓴웃음이 나는 기분이 듭니다.
뭔가 일은 엄청 했는데
실질적 소득은 없고
체력은 방전 되있고
보람은 있지만 보상은 없는 그런 느낌이요.
차량 2부제도 아니고
생전 듣도보도 못한 마스크 5부제라는걸
약국이 거의 전담하면서 첫주가 지났는데
참 많은 생각이 스칩니다.
약국 문을 여는 순간부터
마스크 있어요?
마스크 언제와요?
마스크 몇시부터 팔아요?
마스크 몇개와요?
마스크 예약 안돼요?
이런 질문들과 전화로 아침이 꽉 찹니다.
(마스크 도착시간은 랜덤이라
약국도 알지 못합니다ㅠㅠ)
그리고 이미 질려버리고 지쳐버리죠.
본업은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마스크 관련 일만 하다가
그일이 끝나면 저 자신이 소모된 느낌이 옵니다.
(전 1인 약국이라 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여기는 그래도 점잖은 분들이 많은 편이라
큰 물리적 충돌 없이 일주일이 지나갔지만
(사실 약국에도 득될게 없는 이 일을 하면서
손님과 충돌이 일어나면 스트레스에
정말 저 자신을 억제할수 없을까봐,
그런일이 없길 간절히 바랬는데
정말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이걸 언제까지 할수있을까-
손님들 까다로운 다른 약국들은 괜찮을까-
우리가 이걸 언제까지 버텨낼수 있을까-
그런 걱정들이 듭니다.
시간을 정해놓고 파는 곳도 있지만
또 시간을 정해놓으면
그 시간에 못오시는 분들의 불만이 많은 편이라
(어떤 결정을 해도 욕을 먹습니다.)
전 그냥 오는대로 선착순 판매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애시당초 매뉴얼이나 규정이 있지도 않은 채로
급하게 약국에 마스크 관련 일을 떠넘겼으니
이런 일이 생길수 밖에요.
대리수령에 있어서도 문제는 마찬가집니다.
규정은 10세이하 80세 이상 분들을 대상으로 한다지만
그럼 11살 어린이나 79세의 노인 분들은 어떻게 하나요-
1살 차이를 이유로 거절해야 하나요-
저는 그냥 웬만하면 어린이와 노인분들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다 대리수령 하게 해드렸고
아마 이런 약국들이 많을겁니다.
그러면서도 왜 규정대로 하지 않느냐며
뭐라고 하는 분이 계실까봐 조마조마 했네요.
다행히 그럴일은 없었지만요.
일주일을 지나보니 확실히
사신분들이 또 못사게 하는
중복구매 방지의 효과는 있었지만
그러기엔 “일주일에 두 장” 이라는 양이
너무 터무니 없는지라
(위생적으로도 대단히 좋지 않습니다)
그리 큰 긍정적 효과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중복방지를 위한 명목으로
약국에게 너무 큰 부담을 지웠죠.
일전엔 그냥 줄 쭉 서있다가 선착순으로
배분하면 20분-30분이면 끝날 일이었는데
이젠 있지도 않던 프로그램에 들어가
신분증 보고, 확인하고, 입력하고, 계산하고,
드리다 보니 거의 배의 시간이 듭니다.
행여 짜증나거나 불친절한 모습을 보이면
약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지 않을까봐-
“와 이러니까 제가 공무원이 된 느낌이네요”
“오 공항 입국심사 직원이 된거 같아요”
이런 농담을 치면서 웃으며 넘어가고는 있지만
언제까지 웃으면서 할수있을지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미 이번주부터 공적마스크를 포기하고
취급하지 않은 약국들이 늘고 있습니다.
연세가 있으신 약사님들이 주로 해당되시는
걸로 아는데 염려도 되고 부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심정을 알기에
그 약국을 비난할 수는 없겠더군요.
전에 글에서도 말했지만
애시당초 이 마스크 문제는
중복구매가 문제가 아니라
초기대응 실패로 공급량이 적은게 문제였습니다.
첨엔 5장씩 줘라 그러다가 3장씩 줘라
그러다 이젠 2장으로 굳어졌지만
5부제를 한다고 해도 못사가는 분은
여전히 못사가시는게 현실이며
사가시는 분들의 만족도도
그닥 높지 않은 편입니다.
결국 시민들도 약국들도
딱히 득을 보는게 없는 방법이라는 겁니다.
이 마스크 대란에서
5부제는 해결방안이 될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지금 정부는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이해나 시장에 대한 이해가
정말 1도 없는것 같습니다.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고
공급량이 늘어나면 가격이 하락 하는것이 당연합니다.
원자재 값이 올랐으면 마스크 가격이 500원 1000원
올라가더라도 공장에서 마음껏 생산하도록 도와주고
(전기세 감면이라던지)
유통을 시장에 맡겨버리면 되는데
자꾸 본인들이 개입해 시장을 통제하려 합니다.
규제를 만들어서 한번 돌려보고
문제가 생기면 그 규제를 규제하는 규제를
또 만들고
거기서 또 문제가 생기면,
그 규제를 규제하는 규제를 규제하는 규제를
또 만들고...
애시당초 시작부터 잘못되었다는걸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여러분이라면
1500원에 2개만 사는게 좋으십니까
2000원 2500원을 주더라도 5-6개를
사게 해주는게 좋으십니까
마스크 수요가 높아져서 가격이 조금 오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이미 경동제약
(아이유가 모델은 하는 그날엔 이라는 약으로 유명한 제약회사)에서
마스크 생산을 담당하는 공장도,
정부의 요구를 맞춰주느라,
생산에 문제가 생겨 위약금을 내고
경동제약과의 계약을 파기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늦어도 3월 중순엔 받을수 있을줄 알았던
제약회사의 마스크 마저
약국에는 이젠 없던일이 되었습니다.
담당자가 전화로 쉼없이 사과를 하는데
이 사람이 뭔 죄가 있어서
내게 이러나... 참 기분이 묘하더군요.
사태가 안정화 될때까지는
아마 이 시스템이 유지되지 않을까 예상해보지만
아까 언급한대로 저 자신 조차도
언제까지 버틸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바라건대는, 약국에 가셔서 마스크 없다고
너무 짜증내거나 화내지는 말아주세요ㅠㅠ
마진도 거의 남지않는 마스크 때문에
(돈이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당연한 희생이란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본업무를 보지 못하면서까지
이난리가 나고도 보상이 없는건 참안타깝습니다.)
약국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따금씩
약국이 약을 팔아야지 이게 왠 고생이냐며
걱정해주시는 분들이나,
"이 사태가 지나가면 지금 이렇게
신분증 들고 마스크
사는일도 추억이 되서 언젠간 이 사태를
웃으며 말할수 있을거다"란
어르신들의 말을 들으면
눈물이 왈칵 하면서 그게 그렇게 고맙대요-
그런 분들 덕분에 그나마 아직은 버티고 있습니다.
가슴이 답답해
주저리 주저리 적다보니 길어졌네요
(이 글 하나 적는동안도 수없이
문의하러 들어오셨...)
다들 개인 건강 잘 챙기시고
얼른 따뜻해져서 상태가
나아지길 기도해봅니다.
저도 봄이 오면
매일 125명에게 마스크 대신
증상에 맞는 약을 좀 드리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https://cohabe.com/sisa/1377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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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십니다~
약국에 보상이 있어야 하는건 맞다고 봅니다. 다만 지금보다 더 잘하긴 힘든것도 맞다고 보네요.
진짜 고생이시네요. 감사합니다.
고생하십니다.
고생하시네요
약사님 지역약사회 문의하셔서 도우미 요청하세요
저도 와이프도 다 도우미통해서 하니 일이 훨씬 수월합니다.
엄청 스트레스 받았던. 월.화수. 를 넘기고 이제 어느덧 익숙해지네요ㅎㅎ
고생많으십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
수고하십니다 정부가 무능하니 의사 약사분들이 고생이네요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ㅜㅜ
그렇지만 시장에 맡기는게 현 상황에서는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도 도저히 줄 설 수 없는 상황이었던 분들이 공적판매라도 하니까 2장이라도 구매해봤다는 분들이 많으시거든요.. 저도 마찬가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사님들의 희생과 봉사에 너무도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어요.ㅜㅜ
드릴건 그저 추천 뿐... 감사합니다.
[리플수정]고생하시네요 ㅜㅜ 파이팅 입니다. 근데 저도 5부제 시행하고 마스크 구경하네요
시장에 맡기는 순간 사재기하는 일당과 온라인 클릭전쟁이 뻔해보입니다ㅜ
다행이 대리구매로 문제는 없었지만 문제 안생기는 제일 속편한 방법은
매정하게 규정대로 하는거죠
11살 79세는 어떻게하냐 하면 그 다음엔 12살 78세는 또 1년차이로 안되는거냐 할 수도 있는데
규정대로 끊으면 해주고 싶어도 규정이 그런데 정부한테 따지세요 하면 그만이거든요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공급부족인데 그 짐을 약사님들한테 나눠지게 하는 상황이지만 처음엔 초기라 잘 몰라서 묻던 사람들도 익숙해지면 그럴일은 줄어들거라 봅니다.
내용의 대부분을 공감하고 수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마스크를 시장경제에 맡겨야한다는 얘긴 공감하기 힘드네요
생산량은 한정된 상황에서 비싼 가격에 여러장을 구매가 가능하다는 뜻은
형편 어려운 사람, 시간이 없는 사람은 못사는 상황이 된다는 뜻이죠
시장원리에는 그게 맞는 방향일지 모르지만
방역차원이나 생존권차원에선 말이 안되는 얘기같네요.
근데 정부가 정한 룰대로 하시는게 좋겠습니다
예외를 만들면 끝도 없고 더 완화된 예외를 요구할겁니다
그리고 마스크값 싸져서 저는 좋네요
2500원,3000원도 부담되서 못사는 사람 많고
시장에 맞긴 결과가 마스크 매점매석에
마스크 돌다다니면서 싹쓸이하는 사람들입니다
고생많으십니다. 하지만 공적마스크 5부제 시행이 없다면 이전처럼 4천원 5천원이 넘는가격에 사야하겠죠. 공적마스크가 아닌 일반유통 마스크 압구정약국에서 한장에 8천원 9천원하는거 보고 기겁했네요. 지금처럼 일주일에 최소 2장마자도 사지 못해 포기해버리는 사람들이 속출할수밖에 없기때문에... 2주차 3주차 이후엔 좀더 국민이나 약국이나 서로 구입하기 수월해질수 있는 방안이 나왔으면 하네요.
수고하셨고 제가 사는 동네는 의용소방대가 판매하기로 한 시간에 봉사하러 나와서 질서 정연히 (5명씩 들어가서) 잘 샀습니다
정말 수고가 많으십니다
저도 마스크를 시장경제에 맡겨서 이 사단이 낫다고 생각해서요..ㅎㅎ
고생하십니다 감사하고요
근데 마스크를 시장경제에 맡겨야한다는건 저도 공감이안되네요
그리고 공급은 지금풀가동인데 늘릴방법이 딱히....
물론 정부가 초반에 삽질한건 욕 먹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지나면 더 자리잡을테니 조금만 더 힘내시길
고생하셨습니다.
마스크 구매한 분들이 나중에는 단골이 될수도 있습니다.
기운내세요!
2000 2500에 5~6개씩 사게하면 못사는사람 더 많아질거에요..
문천지들이 이 글을 싫어합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고생 많으시네요. 근데 시장경제에만 맡겨두면 아마 한장에 4000-5000원 까지는 오를거고 매점매석은 심해지고 불만도 더 많아지겠죠. 애꿎은 약사님들만 고생하니 그것도 문제네요. 빨리 보완이 이루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