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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전 대ㅅ진ㄹ회 포교자 만난 썰

그냥 문득 생각나서요. 의식의 흐름대로 쓸거라.. 두서가 없어도 이해 부탁드려요.
 
9년전, 20대 중반에 늦은 공부를 위하여 학원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어떤 여성분이
"기운이 참 맑으시네요. 조상님이 이뻐하시네. 얼굴에 복이 있어요"
라면서 말을 거심.
 
호기심이 좀 있는 편이라 이미 18살때 그런 '도를 아십니끼?' 종류의 사람을 따라가서
뜬금없이 제사상에 절도하고 뭐 하얀 동그란 스티커같은 떡과 와인도 먹고 와본적이 있기에 크게 궁금하지는 않았지만
 
학원에서 집까지는 아주 천천히 걸어서 30~40분 거리라 그 여성분을 말동무 삼기로 함.
 
워낙 오래전 일이라.. 한 3시간을 얘기했는데 지금 생각나는건 요정도에요.
 
여-  학생이에요? 얼굴에 참 복이 많네. 이게 다 조상님들이 도와주셔서 그런거야. 효(孝)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 가서 절도 하고 기도도 하고 그래야 조상님들이 좋은 곳에 가시고. 좋은 곳에 가셔야 후손들 더 잘되게 힘도 더 쓰시고 그러는거지. 그게 다 효야. 효. $^%&^#$*&&%@
나- 음.. 아.. 네.. 걸어가면서 애기해요.
여-?
나- 길 한복판인데 계속 서서 얘기하실거에요? 얘기 들어드릴테니까 천천히 걸어가면서 얘기해요^^
 
여- 전라도에 'ㅇㅇ사'라는 절이 있는데 그 절에 'ㅇㅇ탑'이 있어.(어떤 절인지 어떤 탑인지 이름이 잘 기억 안남..) 정말 신기한게 뭐냐면, 세계지도를 접고 접고 접고 접고 계속 접다가 맨 마지막에 그 다 접어논 지도의 가운데를 콕 찍으면! 바로 거기가 그 전라도 'ㅇㅇ사'의 'ㅇㅇ탑'이 나와!! 어때 ?? 신기하지?? 그 탑에 가서 기도를 드려야해. 그게 가장 조상들한테 효를 쌓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야. 근데 거기까지 갈 수가 없잖아. 너무 멀어. 그래서 따로 절을 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놨어. 거기가서 기도하면 그 탑에 기도하는 것과 같아.
그리고 우리나라에 2천년에 한번씩 영웅이 탄생하는데, 이순신 장군 알지?? 그 이순신장군이 바로 그 영웅이야! 블라블라...!@$$%^&
 
이런 얘기를 들으며 어느새 집 근처에 다옴..
근데 얘기가 너무 재밌어서 헤어지기 아쉬웠음. 그래서 그 언니분께 집 근처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으라고 하고 본격적인 얘기를 하기 시작했음.
 
나- 아아 그래서 거길 가서 기도를 하고 절을 해야지 효를 실천하는 것이고, 제가 복을 더 받는다는 말이신거에요? 음 근데 저는 지금 학생인데 공부해야할 학생이 공부를 해도 모자를 시간에 그런데 가서 절하고 기도하면서 시간낭비하는 것보다 그 시간에 한 글자라도 더 공부해서 원하는 시험에 합격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그런데 가서 기도하는 것보다 부모님 입장으로서는 더 큰 효도가 아닐까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언니 부모님께서는 언니가 이러고 다니는거 아세요? 부모님께서 뭐라 안하세요? 이러고 다니는게 정말 부모님께 효도라고 생각하시는 거세요? 진심으로?
 
여- 어..(동공지진..)어.. 알지...알아..! 우리 부모님도 다 알고 계셔..
 
나- 그리고 그 아까 전라도의 무슨 탑 얘기하셨는데.. 그 세계지도라는 게 그냥 둥근 지구를 서면화 하기 위해 임의로 구를 잘라놓은 거잖아요? 그 잘라지게 된 구의 선은 실제로는 아무 의미도 없고, 꼭 그 부분이 아니라 좀 더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자를 수도 있는건데 그 아무 의미 없는 선으로 잘라서 만든 세계지도를 뭐하러 접고 접고 접어요? 아무 의미가 없는 거고. 그 접는 방향도 실제로 그 탑을 인식하고 그 쪽을 중심으로 접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고, 꼭 그 탑이 아니라 접기만 잘 접으면 우리집도 세계의 중심으로 만들 수 있어요.
그리고 2천년마다 태어나는 영웅이 이순신이라고 하셨는데요. 우리나라에 영웅이 얼마나 많은데요. 왜 이순신장군만 영웅이라고 얘기하시는 거에요? 그럼 광개토대왕, 강감찬장군.. 이런 분들은 영웅이 아니란 말씀이세요?
 
여- (동공지진+제 손을 꼭 잡으며) 그.. 나중에.. 정말 꼭 따로 얘기하고 싶은데..그럴 수 있을까..
 
 
사실 그 여자분 혼자 말을 건 것도 아니고, 어떤 계량 한복같은 걸 입으신 중년의 남성분이 계속 따라오셨어요.
여성분의 일행인 듯 보였지만 저한테는 말 한마디도 안거셨구요.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그 중년남성분이 감시자(?)같은 역할을 한 걸로 생각되요.
그 언니분도 좀 그 종교의 논리에 세뇌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 포교활동을 하고 다녔겠지만..
그 언니분께서 얘기하시는 모든 신기한(?) 이야기들에 제가 따박따박 저 나름의 논리를 대입해서 얘기하니 좀 뭔가 충격받으신 눈빛이었어요.
그렇지만 뒤에 남성분이 계시니 솔직하게 말을 못하겠고.. 저를 통해서 깨닳음(?)을 얻고자 하는 눈빛이어서.. 좀 안타까웠었어요.
원래는 절대로 전화번호 안알려주지만 그 언니분의 눈빛이 너무 절실해보여서 사람하나 구제하는 셈치고 연락처도 알려드렸지만 그 이후로 연락이 오지는 않았어요.
 
특별한 사이다는 아닌데..  그래도.. 음 그 종교가 주장하는 신기한 이야기들에 나름대로 반박한 게 사이다가 아닐까해서요.
 
끝은 어떻게 내는지 모르겠어융..
 
다들 행복한 저녁 되세요!
댓글
  • 愛Loveyou 2017/02/28 21:03

    절대 신체적인 폭행을 하지 않는것이 중요합니다.
    공범이 공범 아닌 척 하며 목격자로 돌변하거든요..
    게다가 인상착의도 스타일이 비슷하면서도 특정한
    스타일이 아니기땜에 그런 위장이 쉬운탓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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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은친구 2017/03/01 14:49

    미안하네요.
    계량한복 -> 개량한복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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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호박양갱 2017/03/02 12:46

    저도 궁금해서 한번 들어는 봤는데요
    보통 위에 사수같은 관계인거 같더라구요.
    이제 입문하는 사람이 포교? 하는거 같고, 옆에 레벨 좀 되는 사람이 따라다니며 지켜보고...끼어들진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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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있던닉 2017/03/07 18:59

    여기 위에는 무슨일이 있었던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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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vislevian 2017/03/07 18:59

    집에 저 혼자 있을 때 아버지 친구라면서 저런사람이 아버지 계시냐면서 자꾸 들어오려고 하길래 식칼들고 쫓아낸 적 있어요.
    무슨 제사지내러 가야된다고 그러던데 경찰 부른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들어오려고 하더라구요.
    그때 마침 옆집 어르신 아니었으면 큰일날뻔..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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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유댓글실록 2017/03/07 19:24


    사관이 논한다
    우리가 언제 허례허식으로 제사 지내라 했고
    우리가 언제 제사 안지내면 복을 안준다 했는가?
    그런 말을 하는 자들은
    무덤에 묻힌 우리들인가
    아니면 돈을 벌려는 사이비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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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keItBetter 2017/03/07 20:12

    고딩때 버스정류장에서 신입 도를아십니다 누나가 붙잡길래 열심히 들어주고, '그래요 누나 근데 누가 집에선 누나가 이러고 있는거 아세요?'라고 했더니 울먹울먹...
    지나가던 사람들이 나를 쓰레기보듯함...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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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붕5빵 2017/03/08 08:36

    말 진짜 잘한다...........엄청나다..........원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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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ren 2017/03/08 19:52

    깨닫다, 깨닳음x 깨달음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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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뀰낑깡 2017/03/08 19:54

    넷상에서 썰로만 많이 봤었고 요즘엔 도를 아십니까 라는 멘트 말고 좀 더 신선한 멘트로 접근하겠구나 했는데 아니더군요;; 수유역 앞 지나가는데 복 많게 생겼다며 도를 아냔 말까지 세트로 들이대더라구요 아주머니 혼자서요.. 딱히 말섞을 필요도 없을거 같아서 무시했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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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의큰먼지 2017/03/08 20:07

    이게요, 웃고 넘길 일이 아닙니다. 전에는 누가 길을 물어보면, 급한 일이 없는 한 최대한 친절하게 가르쳐 드렸어요. 언젠가부터는 지하철 역이나 버스정류장 옆에서 길을 묻는 사람 중에 이상한 사람들이 있었어요. 한참 길을 설명하는데, 결국 얼굴이 좋아보인다... 기도를 해보겠느냐...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요즘에는 누가 길을 물어도 경계하게 돼요. 이건 사회의 신뢰를 와해시키는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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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멍멍이똘이 2017/03/08 20:23

    여주에 대순진리회 본점(?)있는데 거기 엄청 커요..
    언덕길 하나에 좌우로 있는데 건물이며 부지며 엄청크고 그 안에 주유소도 있어요
    제일 충격이었던건 눈오니까 자체 제설장비로 길에 눈을 치우더라구요.
    무슨 날만 되면 한복입은 신도들이 버스로 수십대는 와서 2열종대로 걸어가는데..
    진짜 장난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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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빼고다준년 2017/03/08 20:41

    18살때 다녀오신 곳이 이미 그곳인듯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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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쿵다래 2017/03/08 21:13

    우리 동네에도 저사람들 있는데 좀 사라졌으면..
    저번 주에 남자 둘이 길막하고 공덕 많아보인다고 했을 때 너무 무서웠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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