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사진...

작은 스튜디오를 하면서 종종 영정사진을 의뢰를 받습니다.
보통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단정하게 차려 입고 가족사진이나 영정사진을 미리 준비하지만
급하게 병색이 짙어져 증명사진이나 카톡 프로필 사진 정도만 가진 분들이 의외로 많아요.
오늘도 작은 사진 하나 들고 오신 따님이 눈물을 흘리며 제 때 사진 하나 못찍어 드린 게 한이라고...
그 손님은 얼마전 여권사진 찍으셨던 분인데 당시에 제가 부모님 사진 하나 찍어 놓으라고 했었거든요.
건강하실 때 사진을 남겨 놓으시라고... 그런데 이제 병원에서도 손을 쓸 수 없어 마지막을 준비하면서
아쉬움을 토로 하시네요.
한 번은 오래된 여권 밖에 없는 분 영정사진도 만들었었습니다. 얼굴의 반은 빨간 도장이 찍혀 있어서
지우느라 애먹었는데 게다가 너무 작은 사이즈라 11R 사이즈로 만드니 아쉽더라구요. 거의 그림을 그리다시피 했다는...
다른 사진관 사장님들이 들으시면 서운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안타까운 일들을 자주 보면서 65세 이상 노인들은 무료로 영정사진을 찍어드립니다. 이 봉사 한지는 몇 년 됐네요.
물론 저도 영세한 업자라 큰 액자까지 해드리지는 못하구요, 그냥 4R 액자와 큰 해상도의 정돈된 사진파일을 제공하는 것으로...
가끔은 큰 액자도 안주면서 무료냐고 성질내는 어르신들도 있어요. ㅠㅠ
취지가 영정사진으로 쓸만한 파일을 만들어 드리자 인데. 어르신들은 서운하신가봐요.
아무튼 한 달에 한 두번은 그렇게 급하게 작업을 합니다.
주말에 의뢰가 들어오기도 해서 어쩔 수 없이 거래처에서 액자틀만 여러개 구입하고 쿨코팅기와 코팅지도 마련해 놓았네요.
요점정리 :
부모님 살아계실 때, 건강할 때, 하루라도 젊을 때 꼭 사진 찍어 드리세요.
핸드폰 사진이라도 좋으니 옷 예쁘게 입혀 드리고 찍어 두셔야 나중에 덜 서운합니다.
그래서 저도 엄니 아부지 영정사진 진작에 만들어 놨지요. 액자까지...
괜히 우울한 이야기 했네요. 다들 행복한 하루 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