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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젊으니까 1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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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편) 바늘 구멍에 실 넣듯이


보경이와 그렇게 나는 첫날 밤? 을 보냈다. 다음날 점심때쯤인가 나는 보경이와 들어갈때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으로 모텔을 나섰다. 보경이는 나의 한쪽팔에 팔짱을 끼고 함께걷는 내내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간단하게 늦은아침, 혹은 우리에겐 너무 이른 점심식사를 했다.


나의 일방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함께 식사를 하며 보경이의 행동하나하나를 보고있자면


아주 작은 행동만으로도 어제까지의 보경이의 느낌과 달라진 것을 느낄수 있었다.


식사를 하기전 냅킨 한장을 곱게 접어 내 앞자리에 깔아주고 그위에 정갈하게 수저와 젓가락을


곱게 놓아주며 직접 만든 음식은 아니지만 자기가 만든 음식을 대접하는듯이 수줍어했다.


함께 식사를 마치고 나는 보경이를 바래다 주기로 마음먹었는데, 아마도 전에 보경이가 순대처럼


미어터진 답답함을 안고 그 먼거리를 혼자 가게 만든것이 미안해서였을것이다.


보경이와 지하철에 몸을 실었고 가는 내내 보경이의 MP3를 통해서 사랑을 속삭이는 노래들을 함께


나누어 들었다. 아마 그 지하철에서 우리 두사람을 보았다면 사람들은 꽤 오랜기간 연예를 한것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의 젊은 커플로 우릴 보았을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그런 모든게 '밤섬을 가로지르는 서강대교' 처럼 뭔가 어울리는것 같아도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아직 그녀를 잊지못하는 내가 벌써 이렇게 보경이와 이런 달콤한 모습으로 지내도 괜찮은건지 혼란스러웠다.


그에 반해 보경이는 만족하는것처럼 보였다. 아니 행복해보이기까지 했다.


몇번의 지하철문이 혼란스러운 내맘처럼 좌우로 정신없이 열리고 정신없이 내리고 오르는 사람들을 지나


노원역에 도착했고 역에서 얼마 안가 보경이가 혼자 지내고 있는 작은 원룸이 보였다.


보경이는 내게 들어왔다 갈것을 물었지만 나는 그냥 말없이 웃고 저녁에 보자며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보경이와 나의 연애가 시작되었다.


가게내에서는  사내연애를 하는듯 비밀스럽게 연애를 하게되었고 나는 첫사랑 그녀와 연애를 할때보다는


굉장히 수동적으로 행동했던것 같다. 가게의 좁은 복도를 지날때면 보경이는 내 옆구리를 살짝 찌르고 웃는


것으로 신호를 주었고 나는 그럴때마다 살짝 웃음으로 우리가 연애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그랬던것 같다. 일을 마치고 몰래 만나 같이 밥을 먹을때도 주도하는것은 보경이였고


나는 그래~라는 말로 보경이가 원하는대로 말없이 따라갈 뿐이었다.


일주일에 한,두번정도 나는 보경이를 바래다 주었고 그럴때마다 보경이는 자신의 방에 들어왔다가 가라며


헤어짐을 아쉬워했지만 나는 그냥 보경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는것으로 거절아닌 거절을 했다.


솔직히 뭐가 두려웠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첫사랑과의 기억이 중첩되어 어떤 트라우마가 생긴것 같았다.


혼자사는 방에 들어가게되면 왠지 그때의 첫사랑과 나의 모습이 떠오를것 같았고 나는 점점 희미해지는


그녀와의 기억을 적어도 보경이와 만나는 동안은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것 같다.


보경이는 그때 당시에도 십 몇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아도 나에게만큼은 늘 헌신적인 여자였다. 가게에


출근할때면 항상 내게 작은 포스트잇과 함께 피로회복제와 알약을 가져다 주었다.  "오빠~오늘도 힘내~!"


세상에 단 한명에게만 배달되는 우유나 신문처럼 보경이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속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일을하다보면 볼수밖에 없는 안좋은 모습들도 최대한 내게 보이지 않도록 나를 배려했다.


그리고 보경이는 의외의 행동으로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했을때가 있었는데, 내가 손님이 나간 룸에서


열심히 혼자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을때 소리없이 들어와 뒤에서 나를 힘껏 안아주거나 입을 맞춰주고


숨바꼭질을 하는 어린애처럼 도망치기도 했다.


보통 화류계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중에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도 쉬지않고 출근 하는 경우는 드물다.


아무리 먹지않으려고 해도 먹게되는 알콜의 축적, 부르기싫어도 불러야 하는 노래들과 억지섞인 춤들,


남들이 편한 잠을 청할때 뜬눈으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체력적인 피곤함때문일텐데 보경이는 나와 연애를


하는동안 하루도 쉬지않고 가게에 출근했었다. 심지어 함께 일하는 자신의 친구들이 나오지 않는 날에도


혼자서라도 보경이는 출근을 했었다. 보경이는 그렇게 하루도 쉬지않고 연애를 하고있었다.


4월초쯤 보경이는 내 기억으로 이틀정도 일을 안나온적이 있었다. 4월초라는 것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4월초가 나의 생일이 있는 달이기 때문인데, 보경이는 내생일 직전쯤 이틀인가 출근을 하지 않았다.


걱정이 되어 연락했을때 보경이는 "아...오빠 나 좀 일이있어서...." 라는 말을 하며 자세한 설명은 해주지 않았다.


나는 내심 궁금했지만 더는 파고들지 않았고 막상 보경이가 보이지 않으니 허전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내 생일전날, 보경이는 출근을 했고 늘 그렇듯 작은 포스트잇에 "오빠 보고싶었엉~♥" 이라는 글귀와


함께 늘 내게 주던것들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자정을 지나 내 생일날이 되었을때 가장먼저 내게 "오빠 생일축하해!"


라는 문자로 내게 축하를 해주던것도 보경이었다.


그날 일을 마치고 먼저 퇴근한 보경이가 남들의눈을 피해 날 기다리던 커피전문점에서 다시 보경이를 만났다.


보경이는 내가 오자마자 내가 의자에 앉을 틈도 주지않고 "가자" 라며 내손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보경이에게 이끌려 탔고 보경이는 택시기사에게 "아저씨 신림역 가주세요" 라며 신이난 아이처럼 말했다.


택시는 내게 익숙한 곳들을 지나 신림역으로 향하기 시작했고 신림역조금 못가서 내가 살고있는 동네주변에


몇블럭을 지난 골목 초입끝에서 "여기에 세워주세요!" 라는 보경이의 신호로 멈춰섰다.


나는 보경이에게 "야 여긴 왜?" 라며 당황했고 보경이는 해말게 웃으면서 "오늘은 내가 오빠 데려다주려고!" 라고


대답했다. 보경이에게 나는 내가 사는 우리집을 알려준적이 없다.


그날 보경이와 내가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날 스쳐가듯 보경이가 물어서 나는 "저쪽 위로 좀만 더 가면돼" 라고


말한 기억만 있을뿐이다. 그것을 어렴풋이 기억해서 이렇게 날 바래다 주겠다는 보경이의 마음이 그저


고마울따름이었다. 나는 보경이에게 "뭘 바래다줘~내가 애냐" 라며 웃으며 핀잔을 주는것으로 그 고마움을


애써 숨겼다. 보경이는 그런 나에게 "오빠~ 내가 알아보니까 이 근처에 맛있는식당있는데 24시간이래~가자!"


라며 내손을 잡아끌었다.


골목초입을 지나 몇개의 문닫은 상가를 지나니 도저히 식당이 있을거라고는 보이지않는 조용한 골목어귀에


도착했다. "야 이런데 식당이 있어?" 보경이는 아무말없이 내손을 잡아 끌었다.


그리고 갓지은듯이 주변 건물들보다 나름 세련되보이고 깨끗해보이는 어느 빌라앞에서 지금보다 좀 더 강하게


내손을 잡아 끌었다. 내가 학창시절에 영어공부를 열심히 안한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도 나는영문을 몰랐다.


빌라로 끌려들어가 몇번의 계단을 올라 3층에 다다랐고 보경이는 어느 문앞에서 비밀번호를 눌렀다. 문이 열리고


보경이는 먼저 들어가 익숙한듯 불을 켰다. 상황파악못하고 있는 내게 들어오라며 재촉했고


처음보는 집안에 들어서며 문을 닫자 보경이는 입고있던 겉옷을 벗으며 외쳤다. "짜잔! 놀랐지?ㅋㅋㅋㅋㅋ"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당황하는 나를 주저앉히듯 1인용 쇼파에 눌러앉힌 보경이는 "잠깐만있어봐" 라며


뭔가를 분주히 준비하기 시작했다. 나는 1인용 쇼파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심플하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많은 가구들이 있지는 않았지만 적당하게 필요한것들로 꾸며진 방안은 누가 보아도 보경이의 방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며 이제서야 상황을 파악하는 내 눈이 일순간에 깜깜해졌다. 그리고 이내 은은한 촛불빛이


주변을 밝혔다. "생일 축하합니다~생일 축하합니다~사랑하는 우리 오빠! 생일 축하합니다" 라며


보경이는 날위해 생일 축하곡을 부르며 조그맣고 귀여운 케이크에 불을 붙여 내가 앉은 1인용 쇼파앞에 작은 탁자로


케이크를 가져왔다. 그리고 촛불을 내앞에 들이밀며 "오빠 생일축하해~소원빌고 촛불꺼야지!" 라고


수줍게 얘기했다. 나는 그런 보경이를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고 시키는대로 고분고분 촛불을 껐다.


다시 보경이가 방에 불을 켜자 나보다도 더 기뻐하는 보경이의 모습을 보았고 나는 울컥하는 마음을 누르며


쇼파에서 일어나 보경이를 가만히 앉아주었다.


가슴과 가슴을 맞대고 안긴 보경이의 심장박동이 내게 전달됨을 느끼면서 나는 한참을 그렇게 보경이를 안고있었다.


좀 시간이 지나 보경이는 날 밀쳐내며 "아 오빠 감동먹었네?ㅋㅋ" 라며 다시 날 가만히 쇼파에 앉혔고


주방에서 잠시 달그락거리는 몇번의 소리를 내며 분주히 뭔가를 준비하며 완성된것들을 조금만 탁자에


하나씩 가지고오기 시작했다. 하얀밥, 그리고 미역국 그리고 직접 한것같지는 않지만 나름 정갈하게 준비한


반찬 몇가지를 금새 탁ja위에 올려놓았다.


보경이는 민망한 표정으로 "오빠 미역국이랑 밥은 내가 한거야!" 라고 말하며 얼굴을 붉혔고 나는 아무말없이


보경이가 만든 미역국을 한숟갈 떠 입에 넣었다. "잘끓였네^^"


보경이는 내 반응을 살피다 안도하는지 그제서야 숟가락을 들어 자신이 준비한 음식들을 맛보기 시작했다.


함께 생일날 첫 미역국이 올려진 식사를 하며 나는 보경이에게 물었다.


"이사하고 한다고 이틀동안 가게 안나온거였구나!?" 보경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틀동안 이사를 했다는 말과


이사를 하게된 이유까지 설명했다. "오빠가...나 데려다주고 가면 내가 마음이 좀 그렇더라고..가까이 살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모아둔 돈을 털어 이사를 했다고 하며 "바늘가는데 실이 따라가야지~내 남자친구 힘들잖아"


마음이 먹먹했다랄까 아니 고마웠다랄까. 모르겠다. 그때의 감정은 글을 쓰는 지금도 뭐라 표현하기 힘들다.


단지, 바늘가는곳에 실이 따라가야 한다던 보경이의 말을 회상하다보니 그때의 보경이에겐 그저 모든 기준이


'나라는 남자' 였던것 같다.


바느질을 하기위해 혹은 눈이 침침한 엄마를 위해 바늘구멍에 실을 넣어본적이 있냐고 읽는분들께 묻고싶다..


바늘구멍으로 보이는 것보다 바늘구멍 밖에 보이는 것들이 훨씬 많지만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듯이 바늘구멍속에


실타래를 통과시키기 위해선 우리는 그 순간만큼은 그 작은 바늘구멍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집중을 위해서 스스로 한쪽눈을 감아 시야를 좁혀야 할때도 더러 생긴다.


그때의 보경이의 고마운 마음을 떠올리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그때에 나는 보경이에겐 바늘구멍같은 존재


였던것 같다. 보경이는 사랑한다는 말한마디 해주지못한 '바늘구멍'같은 나에게 사랑받고픈 마음과 진심이 담긴


마음을 실타래처럼 내 마음속에 통과시키고 싶었지않았을까 라며 그 고마움을 곱씹어볼뿐이다.


그때 보경이는 나를 정말 많이 순수하게 사랑했다.


그래서 한쪽눈을 감아 시야를 좁히듯 나만을 바라보기 위해 애썼고


바늘구멍에 실 통과시키기위해 노력하는 사람처럼 나만를 위해 노력했고 자신보다 나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나는 그런 보경이의 뜨거운 마음을 알게될수록 점점 달궈져 갔고 달궈지는 동안 나도모르게 쇳덩이가 녹듯이


내 마음도 녹아들기 시작했던것 같다.


아무리 좁은 바늘구멍도 달궈지면 시나브로 녹아내려 헐거워지게 마련이듯 나는 그렇게 첫사랑의 경험으로 좁아진


'바늘구멍' 같던 내마음이 조금씩 헐거워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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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편 마침.



누구나 한번쯤은 제가 쓴글처럼 어느 하나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경험이 있을겁니다.

그것이 공부든, 사랑이든, 돈이든, 어떤것이든지 말이죠.

저는 그게 '열정' 이라고 쓰고싶습니다. 보배님들께서는 언제 그런 열정을 가져보셨나요?

그리고 그 뜨거웠던 열정을 마지막으로 느껴본적이 언제인지도 궁금합니다.

오늘은 일요일입니다. 만약 지금 그런 '열정'을 잠시 잊고 사셨다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이든

아니면 내자신을 위해서든 그때의 순수했던 여러분들의 '열정'을 발휘해보는건 어떨까 싶습니다^^





댓글
  • 눈팅프로 2019/12/29 07:15

    잘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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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탄캔 2019/12/29 07:16

    2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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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럭셔리머스마 2019/12/29 07:21

    잘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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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적쭈니 2019/12/29 07:22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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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ueazul 2019/12/29 07:23

    기다리고 있었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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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배구경꾼 2019/12/29 07:24

    보경이때문에 18편이 더욱.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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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식없는세상이란 2019/12/29 07:33

    첨으로 10등안에드네요ㅎㅎ 잘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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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록색양파 2019/12/29 07:37

    크으....
    길어서 더 좋았던 17편.
    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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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키도키 2019/12/29 07:38

    보경이가 진짜 좋아했네요ㅋㅋ
    이른 아침부터 감사합니다.
    휴일 잘보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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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Dung2 2019/12/29 07:43

    아니 이시간에 올라오다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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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우소스 2019/12/29 07:44

    보경씨랑 결혼하나요?
    궁금해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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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란파라솔 2019/12/29 07:46

    많이 기다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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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런저런 2019/12/29 07:47

    따끈따끈할때 읽었네요ㅋ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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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스브룩 2019/12/29 07:55

    우와 이렇게다시 사랑이시작됐던거었군요ㅋ
    역시 이형글은 맛집이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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