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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 살면서 경험한 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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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의 이야기이고 또 동의없이 알려질경우 문제가 될 수 있어 읽기전용으로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제시 고소하겠습니다)


보배드림을 우연한 계기에 알게되어 글을 본지 삼일째입니다.


저는 평생 공부만 하고 지냈습니다. 저와 다른 삶을 사신 분들의 이야기를 접하니 참 즐겁고 새로웠습니다.


저 또한 다른분들에게 흥미로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글을 써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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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현재는 대학병원을 떠나 병원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ㅈㅅㅇ 간호사 이야기가 주가 되어버렸습니다.


#6에서는 인턴생활 도중 있었던 기억나는 에피소드를 다뤄볼까 합니다. 이로써 인턴시절 이야기는 끝납니다.

#6을 업로드하고 #7는 12/23일 넘어가는 자정이후부터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7부터는 다이나믹한 의사로서의 삶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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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어떤식으로 쓰냐고 여쭤보시는분들이 있는데 오래전 기억이다보니 글을 쓰기전 마인드맵처럼 기억의 조각들을 써냅니다. 그 조각에서 파생되는 이야기들을 써두고 눈을 감고 그때 당시를 기억해보려 노력합니다. 마인드맵과 소재 선정이 끝나면 최대한 잊어버리지 않게 머리속에서 나오는대로 써내려갑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실제 글 쓰는데 필요한 3시간 중 글을 작성하는데는 30분밖에 소요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현재 작가활동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10년전부터 일기를 남기는 습관이 있어 일기를 써오고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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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억나는 환자 이야기 (1)


내과는 평생치료를 하는 분과다 보니 환자들이 지쳐있고 순응도도 낮았다. 그래서 환자들의 분노는 일반인의 몇갑절이고 그 분노를 하루에도 심심찮게 봤던것 같다. 호흡곤란으로 입원한 한 아저씨는 빨리 낫게해달라면서 그렇게도 몰래 담배를 폈다. x-ray는 더 나빠지고 폐기능검사에서도 계속 나빠지는데 몰래몰래 폈다. 그래놓고 


"의사양반. 약좀 더 좋은거 써서 빨리 낫게좀 해주소. 병원이 후져서 그런지 몸도 잘 안낫네" 


교수님 입장에서는 다른병원으로 전원시켜버리고 싶으셨을것 같다.

그래도 웃으며 묵묵히 할말 하시는 교수님을 보며 많은것을 느꼈다.




2. 기억나는 환자 이야기 (2)


그 당시 종종 보던 환자가 돌아가셨다
처음 그런 상황을 겪을땐 놀라기도 했지만 많은 환자들을 보다보면 무뎌진다.

그사람은 전날 Acute peritonitis (급성 복막염)로 내원한 환자였다.
내가 진찰하기에도 Blumberg 징후가 나타났고 (반발성 압통 소견), CT 소견상 천공이 의심되어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였다.

학생때 배우기로도 이경우는 절대 수술을 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그환자가 수술을 거부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자기가 본 책과 방송에서 "병원을 믿지 마라. 약은 안 먹을수록 좋다" 라고 말했다는것이었다.
약은 안 먹을수록 좋다. 하지만 약을 제때 먹는 것은 중요하다. 더군다나 수술이 필요한 환자인데 본인은 복통 이외에 증상이 없다며 진통제 처방과 퇴원을 강력하게 요구했었다.

결국 동의서를 받고 환자는 걸어서 퇴원을 했다가 다음날 사망했다.
방송하나 찍으려고 자극적인 말들을 써내다보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그들의 명성을 믿고 진실이라 생각하게 된다.
의학에 관해서는 조심스럽게 조언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문적으로 접근을 할때는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을 하는데 논문이나 과학에 근거하지 않은 말들을 방송이나 책에서 서슴없이 말하는 모습들을 보면 가끔 무서울때가 있다.

최근에 이런 환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보조 식품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걸린 병의 우선치료가 무엇인지는 적어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그리고 환자 본인이 파악할 수 있는 환경 정도는 조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3. 응급실에서 근무할 당시 이야기



응급실을 내원하는 환자들 중에 정말 응급한 환자는 50에 1 정도이다. 응급실 인원은 한정적이고 환자는 그보다 많기 때문에 환자를 접근하기전에 priority(우선순위)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당장의 치료를 요하지 않는 기흉이나 요석 환자보다는 뇌졸중이나 뇌출혈 환자를 먼저 봐야할것이다.

한번은 골절당한 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했다. 기본적인 이미지 촬영을 하고 환자가 통증을 호소할 경우 약을 주고 담당 전공의가 이미지를 확인할 동안 잠시 환자는 대기하고 있으면 된다. 

그 사이 의식을 잃은 환자 한명이 119에 실려 들어왔다. ER (응급실)에 근무하는 모든 선생님이 달려가 그 환자를 파악한다. 대개 응급한 환자는 스스로 아프다고 얘기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 ER에선 그런말이 있다. 


아프다고 말안하고 조용히 있는 사람부터 먼저 찾아라.


인턴을 포함한 전 의사가 환자의 활력징후 회복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사이 20분쯤 흘렀을까? 골절 당한 환자의 가족이 왜 자기들 치료해주지 않냐고 고함을 치더니 급기야 트레이에 있던 의료도구들을 막 던지기 시작했다.

뉴스로만 보던 그런 상황을 직접 경험하자 소름이 돋았다.


어느 교수님이 얘기했다. 가장 아픈 통증은 내가 가진 통증이다. 모두가 다 아프겠지만 의료진이 더 응급한 환자를 먼저 봐야 한다는 인식이 내려앉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처럼 의료 서비스의 접근이 쉬운 나라에서는 널리 퍼지기 쉽지 않은 인식 같기도 하다.




4. 인턴 동기들과 이성 이야기


각과를 돌다보면 심심찮게 간호사와 연락하는 인턴 동기들을 발견한다. 의사들은 본교출신이 많은데 간호사쌤들은 ㅈㅅㅇ처럼 타지역에서 오는 경우도 많다. 타지역에서 오다보면 외로움이 크기 마련이다. 잘생긴 인턴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간호사 쌤들도 있었고 심지어 오프날 밤에 전화해서 술 한잔하자고 하는 간호사 쌤도 있었다. 인턴애들도 생활이 힘들다보니 그렇게 술자리하는걸 즐기곤 했다. 나는 인턴 초기엔 여자친구가 있었고 이후로는 거의 병원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부풀려 말할만한 간호사 대쉬 에피소드도 전혀 없다. 있었다면 3페이지 이상을 도배했을것이다.


남자 인턴들의 경우 흔히 마담뚜라고 하는 사람에게서 맞선을 보겠냐고 전화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런 전화가 한번 돌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정보를 공유하곤 했다. 일단 신기했다. 의사 사위를 모시기 위해 그토록 노력하는 돈 많은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그중 일부는 전공의때 만나 실제로 결혼까지 이어진 사례도 있다. 지금 그들이 사는걸 보면 화목하면서도 부유하게 잘사는거 같아 부럽기도 하다.


간호실습생들에게 쪽지 받는 남자 인턴들도 있었다. 대학병원수에 비해 간호학과 학생은 많다보니 몇십개의 학교 학생들이 매일 병원을 오고간다. 그들에게 남자 의사쌤은 선망의 대상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또한 지방의 모 간호대 학생에게 쪽지를 받은적이 있었다.. 은근 많은 수의 인턴들이 번호를 받고 오프때 같이 노는 모습을 보았다. 


 


5. 사랑하는 부모님


인턴을 하면서 딱 두번 부모님을 뵀다. 한번은 오피스텔 입주하면서 한번은 추석때였다. 의과대학에 입학해 유급없이 쭉 진학하여 동대학병원의 인턴으로 취직한 나를 부모님께서는 굉장히 자랑스러워 하셨다. 풍족하진 않지만 의과대학시절 진학할수 있도록 부모님께서는 지원을 해주셨다. 오피스텔 입주도 부모님께서 도와주셨다. 그리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이제 저에게 더이상 지원안해주셔도 된다고... 앞으로 부모님 본인들의 삶을 위해서 쓰시라고 말씀드렸다. 그말에 부모님은 감정이 북받쳤는지 몇십분을 내옆에 앉아 우셨다. 


부모님도 지옥같은 인턴생활에 대해 드라마로만 봤지 실제 모습을 알리가 없었다. 그렇게 지옥같은 몇달을 보내고 다시 부모님을 뵙던 추석날. 어머니는 내얼굴을 보자마자 방바닥에 주저 앉으셨다.


"너가 어떻게 살았길래 얼굴이 이렇게 상했나?"

"인턴 그만두고 건강부터 챙겨라"


내가 내방의 거울을 보고도 눈물이 주르륵 흘렀는데 하물며 귀한 아들의 모습이 망가져 있으니 통탄할 따름이었을것이다.

최근에 힘든 과를 돌고 있어 그런거지 밥도 잘먹고 잘지낸다며 부모님을 달래드리고 겨우 저녁을 먹을수 있었다.


부모님을 뒤로하고 다시 대학병원으로 돌아오던날.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더 잘먹고 잘지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쓰지도 않던 수분크림에 로션세트를 구입하고 방에는 여러 영양제도 가져다 두었다.  부모님이 종종 보내주시는 반찬도 빠뜨리지 않고 먹으려고 노력했다. 시간은 없지만 병원 옆 헬스장에 샤워하러간다 하는 생각으로 등록을 해서 운동도 시작했다.


사람은 정말 하기 나름이다. 망가졌던 얼굴도 점차 회복되는듯 했고 병들어 있던 몸도 개운하게 바뀌어 가고 있었다.

이것도 인턴 막바지에 여유가 생겨서 가능한일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도 ㅈㅅㅇ 간호사를 만나지도 못했을것이다.

부모님 덕분에 사랑스러운 여자친구도 만날수 있었던거다

부모님 말씀을 잘들으면 하늘에서도 떡이 떨어진다더니...?




6. Epilogue


너무 인턴생활 이야기만 하면 지겨울것 같아 짧게 여자친구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내가 훈련소에 들어간 이후에도 그녀는 매일 인터넷 편지와 오프라인 편지를 보내주었고 힘든 훈련소 생활동안 활력소가 되었다. 갸끔 훈련소에서 자다가 훈련소 전날 여자친구와 보냈던 행복한 순간을 꿈으로 꾸곤 했다. SCENE #5. Bolt & Nut   까지 꿈꿨다면 몇개 없는 속옷을 빨러 몰래 나가야 했겠지만.... 다행히 그런일은 없었다.


평온할것만 같았던 우리사이에도 한번 위기가 찾아왔다. 나도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문제이기도 했다. 

댓글
  • 다시시작이다 2019/12/22 02:44

    1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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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기반찬 2019/12/22 02:45

    잇!! 2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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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갬성폭발 2019/12/22 02:45

    3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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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애촌장 2019/12/22 02:52

    4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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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수지괴물 2019/12/22 02:52

    볼트와 너트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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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쏭쏭군 2019/12/22 02:54

    5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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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쏘쏘쏘쿨 2019/12/22 02:56

    댓글 1등~5등중에 추천안하신한명 추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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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사의축복을 2019/12/22 02:58

    적고나니 등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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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들바람산들 2019/12/22 03:00

    6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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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들바람산들 2019/12/22 03:02

    옛날생각난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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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쌤 2019/12/22 03:07

    볼트와. . 너트라. . .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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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남스키부대저격수 2019/12/22 03:09

    추천후 정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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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도방탄좋아 2019/12/22 03:10

    공짜로 읽기가 미안하기까지 하네요.
    너무 재밌어요 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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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닭뽁음면 2019/12/22 03:15

    자려다가 올리신거 보고 정독했네요
    오늘부터 팬 1호입니다
    자게서 읽는 한 편의 글이 소소한 즐거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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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닭뽁음면 2019/12/22 03:17

    남사친 밴드서 산부인과 썰 보다
    더 필력이 좋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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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날로그풍월 2019/12/22 03:18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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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어쨔샤 2019/12/22 03:20

    좋은꿈꾸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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