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취직했습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제가 낳은 딸은 아니고 오랜 기간 후원했던 녀석입니다만 그래도 가슴 벅차고 세상 살 맛이 납니다.
삼십 대 초반부터 8년 가까이 제가 가진 걸 조금씩 나눴습니다. 한 달에 50만 원씩이요. 사실 생활이 여유로운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돈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저를 지치게 만든 적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무엇 하나 제대로 성과를 내본 적 없는 사람이니, 이번만이라도 시작한 걸 마무리하자는 마음이 부담감보다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여유가 없을 때는 아르바이트까지 해가면서 어떻게든 약속을 지키려고 애썼는데, 다행스럽게도 다사다난했던 제 삼십 대에서 이 약속 하나만큼은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지요.
그렇게 초등학생이던 아이가 자라 2014년에는 대학에 입학했고, 이제는 취업의 문턱도 무사히 넘게 됐어요. 그 사이 저는 삼십 대를 지나 어느덧 마흔넷이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만나고 싶다는 편지는 제법 받았지만 단 한 번도 그러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어렵디 어려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가운데, 누군가는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다른 누군가는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만 딸아이가 헤아려준다면, 비로소 제가 해왔던 일이 나름의 가치를 남기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게는 아이가 둘 있습니다. 하나는 곧 여섯 살이 되는 꼬맹이 아들이지만, 다른 하나는 벌써 취업에 성공한 든든한 딸입니다. 올해는 두 녀석에게 걸맞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건네고 싶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잠든 아들을 잠시 지켜보다가 운동하러 나왔습니다. 옅게 코를 고는 아들 너머 어딘가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딸아이의 모습이 스쳐지났습니다. 취업 소식에 기분이 좋아 날아갈 것만 같습니다.
부디 모난 데 없이, 사랑하며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해라. 아빠가 바라는 건 그게 전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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