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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 리뷰 ㄷㄷㄷㄷㄷ
'한' 사람이다, 한 '사람'이다.
이 영화에서 강자(정확히는 중립자)가 나오는 것은 고작 한 씬 뿐 모든 이야기는 약자들의 삶을 따라갈 뿐입니다. 챕터 2의 터렐은 샤이론(주인공)을 지독히 괴롭히지만, '그' 사건을 벌이기 직전 케빈과의 대화에서 학교를 그만둘거라 말하죠. 공립학교에 다니는 빈곤층의 흑인 불량 청소년이 학교를 그만둔다면 대부분 영화 속의 15번가 같은 곳으로 흘러가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일 겁니다. 현실적으로.
옹호하거나 할 여지조차 없지만 결국 터렐도 약자이고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줄 장치는 영화에서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이하 주인공의 이름은 챕터별로 '리틀'(챕터 1의 어린 샤이론)/'샤이론'(챕터 2의 청소년기)/'블랙'(챕터 3의 26살의 샤이론)으로 나누어 호칭하겠습니다.)
챕터 1에서 후안은 리틀에게 가족과 사랑(또는 존재)에 대한 두 가지 충고를 해 줍니다. 후안의 이 충고들이 챕터 2와 챕터 3를 거쳐가는 내내 떠오르게 돼요.
대부/친구의 역할로 리틀의 삶 속에 중요하게 작용하던 후안은 챕터 1 막바지의 리틀과의 대화에서 감춰왔던 사실이 발가벗겨지듯 드러나며 극도의 수치와 자기혐오를 느낍니다. 이 씬의 마허샬라 알리는 정말 대단해요.
리틀이던 시절과 다름없이, 혹은 보다 더욱 더 안팎으로 괴롭고 괴로운 샤이론의 삶 속에서 후안이 이야기했던 달빛은 잠깐 케빈과의 관계 속에서 그의 내면을 은은하고 따뜻하게 조명해 주지만 다시 그것도 잠시, 샤이론은 이내 따가운 햇빛 아래에서 구렁텅이로 떨어지고 맙니다. 샤이론은 케빈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케빈이 챕터 1에서 말했던 것처럼 당하고만 있지도 않죠. 터렐의 악질적 장난에 휩쓸려 버린 와중에도 케빈과 눈을 마주치는 것은 케빈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 앞서 말했던 자신의 의지를 케빈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블랙의 삶은 챕터 2의 샤이론이 마지막으로 보여준 것과 궤를 같이 합니다. 후안의 모습을 한 블랙은 단단한 껍질을 두른 사람입니다. 마치 후안이 블랙을 지켜주는 듯한 모양새로도 보입니다. 챕터 1에서 후안이 리틀에게 수영을 가르치고 방에서 의자에 앉는 법을 알려주는 장면때문에 더욱 그렇게 여겨집니다.
그 껍질이 깨지는 순간은 밤에 걸려온 케빈의 전화를 받는 장면이죠. 달빛이 비추는 순간 소년은 파란색이 되듯, 케빈의 목소리만으로 블랙의 껍질 속에 숨겨진 샤이론이 은은하게 페이드 인 합니다. 영화 속에서 가장 팽팽한 감정이 느껴지는 식당 시퀀스가 끝나고, 케빈의 집에서 샤이론이 그의 존재를 울먹이며 뱉어내는 장면은 그 껍질이 얼마나 두터웠는지, 껍질 속의 내면이 얼마나 순도높은 것인지 있는 그대로 느끼게 해줍니다.
카메라는 대부분의 장면에서 그 흔한 풀 쇼트 한 번 잡아주지 않습니다. 토르소가 그나마 가장 먼 거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집요하게 가까운 거리에서, 그것도 눈높이에서 인물을 담고 있어서, 우리들은 그들을 결코 관망할 수 없고, 그저 가담하거나 동화되는 두 가지의 입장 외엔 도저히 그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어요.
처절할 정도로 바닥을 쓸어담는 내러티브와는 상반되게도, 영화의 컬러는 부드럽고 동시에 매료적입니다. 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해서 날 다큐처럼 보지마! 라고 항변하는 듯합니다. 성글고 굵은 편집은 몰입도를 오히려 높여줍니다. 위에서 말한 카메라앵글과 함께하니 적절하다 느꼈습니다.
살아가는 모든 것들에게 희망을 비추는 영화, 굳이 사르트르나 하이데거까지 들쑤시지 않더라도 [문라이트]가 친절하게(혹은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는 바는 바로 '우리 존재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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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저도 보고싶던 영화인데.. 리뷰 감사해요 ^^
스포를 나름 피해서 적었습니다~ 리뷰 보시고 영화 보셔도 될 듯해요~
제가 보고싶지 않은 내용이 들어있어서 좀 그렇네여....-_-..
피한다고 피했는데 죄송합니다.
제목을 수정하겠습니다.
아뇨 리뷰 말고 영화내용요 ㅋㅋㅋㅋㅋㅋ
리뷰는 문제없어여 ㅠ
아 네 ㅎㅎ
와...글 잘 쓰시네요 잘 봤습니다 고마워요~
간만에 영화가 인상깊어서 손가락 끄지려 봤네요 ㅎㅎ
영화봤지만 이글보니 더 헷갈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