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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코에서 여장 코스어한테 고백받은 썰

 

 

 

 

 

20대 초반에 한창 서코에 빠져있을 때가 있었는데

 

 

직접 코스프레를 하거나 부스를 내서 동인물품을 파는 건 아니고

 

 

그냥 일반인으로 가서 구경하는게 재밌었고 모르는 사람들 만나서 애니 주제로 이야기꽃 피우며

 

 

친해지는 일 자체가 즐거웠음

 

 

그 애도 그렇게 서코에서 만난 아이였는데 지인의 지인들을 소개받는 자리였음

 

 

남녀가 섞인 열댓명 가량의 모임이었고 함께 회장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다가 

 

 

서코가 끝난 후에는 뒷풀이 겸으로 식당을 갔음

 

 

사람이 많다 보니 두 테이블로 나눠서 앉아야 했는데 내가 남녀 나눠서 앉자는 

 

 

지금 생각해보면 아까운 제안을 했음

 

 

그런데 그 애가 아무렇지 않게 남자 테이블에 앉는 걸 본 나는

 

 

여자 테이블은 저 쪽이라고 말을 건넸음

 


그 말을 들은 몇 지인들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고 당황한 나는 무슨 일인가 어안이 벙벙한데

 

 

한 여자애가 나에게 'ㅇㅇ씨, 걔가 여자 같아요?' 라고 말하는 것이었음

 

 

당연한 거 아니냐는 표정으로 대답을 찾고 있는데 그 애가 ' 저 남자에요 ' 하며 수줍게 웃더라

 

 

처음에는 당연히 장난 치는 줄 알았다

 

 

 

예쁘장한 얼굴에 작은 몸집을 가져 그 전까지는 남자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으니까

 

 

 

서코를 자주 다녀 여장남자에는 익숙했지만 말을 듣기 전까지는 알아채지 못했다는게 충격이었다

 

 

 

지인들의 반응을 보고 진짜라는 걸 깨닫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음

 

 

 

그제서야 찬찬히 생각해 보니 복장도 남성복도 여성복도 아닌 유니섹♡ 계열의 성별을 유추하기 모호한 패션이었고

 

 

 

머리는 남자치고는 길었지만 여성의 단발 치고는 짧았음

 

 

 

목소리는 미성이었는데 허스키한 여자라고 해도 충분히 그럴 듯 했지만 계속 들어보면 남자 같기도 했음

 

 

 

그렇게 나 홀로 충격에 빠진 채로 그 날의 일정은 마무리가 되었고 사람들과 연락처도 주고받았는데

 

 

 

물론 그 애의 연락처도 받았음

 

 

 

 


뒷풀이 때는 말도 없고 조용한 애라 대화할 기회가 없었는데



연락을 주고 받다 보니 밝고 명랑한 애라는게 느껴졌음



어째선지 내게 먼저 연락을 해오는 일이 많았고 나도 그 애와의 대화가 지루하지 않아서 자주 이야기를 나눴다



그 애와의 대화는 마치 여자애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착각을 들게 했음



기본적인 말투가 여성스럽고 세심한 성격의 단어 선택이나 애교성이 짙은 태도와 귀여운 이모티콘 등



여자애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그 때 제법 즐겁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듬



그러던 어느 날 그 애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했음



'ㅇㅇ씨.. 혹시 동성간의 연애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때의 나는 게이던 레즈던 동성연애에 별 다른 인식을 갖고 있지 않았고 생각해본적도 없었음



그래서 나는 그 애가 어째서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지 알고 있었으면서도 불구하고 이렇게 대답했음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하는데 문제는 없지 않을까요?'



내 대답을 들은 그 애는 왜인지 기뻐 보였다




그리고 며칠 후 그 애가 내게 고백을 했다



자신의 외적인 모습이나 성향을 알고도 이렇게 다정하게 대해준 사람은 내가 처음이었다며



연애하고 싶다고 말하더라




생각할 시간을 달라던가 만나서 얘기하자던가 대답을 유예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 시점에서 거절의 대답을 돌려주었음



그 애는 그래도 이전처럼 지낼 수 있겠죠? 라며 밝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나 또한 긍정했지만



우리 사이의 연락은 그 뒤로 점차 줄어 들어 언젠가부터는 아예 하지 않게 되었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생각을 함

 

 

그 때 그 애의 질문에 부정적인 대답을 했다면 어땠을까


혹은


너무 그렇게 다정하게 대해주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고



책임질 수 없는 마음이라면 너무 다정해져서도 안된다는 생각이 마음 한 켠에 자리잡은 것 같음

 

 

여릿한 죄책감과 함께 말이지



그냥... 그 뿐인 이야기임



 

 

 

 

 

 

 

 

댓글
  • 오필리아메이커 2019/12/15 13:48

    왜 급커브 안도셈;

  • 민트초코 삼계탕 2019/12/15 13:49

    왜 안 그치만...이니..?

  • 쿠드랴프카 2019/12/15 13:49

    뒤로가기 했는데 어떻게 댓글다냐 이 거짓말쟁이야

  • 쿠드랴프카 2019/12/15 13:48

    실화라서;

  • 오필리아메이커 2019/12/15 13:48

    왜 급커브 안도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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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드랴프카 2019/12/15 13:48

    실화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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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토메구미 2019/12/15 13:49

    막줄부터 봤는데 노잼일꺼같아서 뒤로가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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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드랴프카 2019/12/15 13:49

    뒤로가기 했는데 어떻게 댓글다냐 이 거짓말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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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토메구미 2019/12/15 13:50

    이제부터 할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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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므량컁 2019/12/15 13:49

    지랄ㄲ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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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리웹-375642922 2019/12/15 13:49

    대충 드레이븐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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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욘중인 닉네임 2019/12/15 13:49

    뭔가 묻고싶은게 생겨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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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드랴프카 2019/12/15 13:49

    물어보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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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딘신관 2019/12/15 14:05

    아니 쟤는 너 묻어버리고 싶은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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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트초코 삼계탕 2019/12/15 13:49

    왜 안 그치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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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샤인스파크 2019/12/15 13:54

    죄책감 느낄 필요는 없어 그정도만 해도 잘한거지 어차피 시간지나면서 연락 안 하게 되는거는 상대가 누구던 비슷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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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드랴프카 2019/12/15 13:54

    거마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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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LLL! 2019/12/15 13:54

    잘했어
    안사귈거면 희망고문없이 바로 거절한것도 잘했고
    동성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한거랑 다정하게 대해준것도 그 애한테 누군가 자신을 좋게 봐줄 수 있다는걸 알수있게 해줬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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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드랴프카 2019/12/15 13:55

    고마워.. 넌 착한 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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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리웹-8027849718 2019/12/15 14:04

    오니챤 어디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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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리웹-0270706118 2019/12/15 14:04

    맨아래에 그치만 나올줄알고 스크롤 내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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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똥개 연탄이 2019/12/15 14:05

    희망고문을 하는거 보다는 깔끔히 거절하는게 나아.
    그래야 그 친구도 깔끔하게 포기하고 다른 짝을 찾아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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