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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U2 공연후기 (장문)


고등학교때 처음 U2의 War 엘범을 접하고 Sunday Bloody Sunday 라는 곡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었습니다.
그 후 U2의 광팬이 되었고, 그때부터 기타도 치게되었고, 학교에서는 밴드 생활도 했고, 직장인 밴드도 했었구요.
얼마전에는 오랜만에 U2의 곡을 카피해서 공연도 했었네요.
그렇게 U2와는 각별한 인연(?)으로  25여년을 살아온 저를 U2가 찾아왔습니다.
공연장에 3시쯤 도착했는데, 우연히 지나가다가 보노를 만났네요 ㅋ
사람들이 모여있어서 가보니, 보안관 모자쓴 보노가 사람들하고 악수하고 있더라구요 ㅎㅎ
순간 당황해서 뭘 해야할지 모르겠더군요. 쏜 뻗으며 다가가다가 경호원에게 제지당해 접촉(?)은 실패했고,
부랴부랴 핸드폰 꺼내서 사진만 몇 장 찍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손흔들며 몇마디 해주더니 차를 타고 공연장으로 들어가더군요. 예수님 보는 줄 알았다는 표현이 뭔지 알겠더라구요. ㅋㅋㅋ
잠시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는데, 조금 후에 평범한 외국인 흰머리 할아버지가 오는데,
몇몇 외국인들이 싸인을 받음. 엣지와 래리는 아니고.. 설마 애덤?
생각보다 키가 작고 너무나도 평범해보였지만, 애덤이 맞았습니다. 역시 싸인은 못받고 사진만 몇 장 찍음
애덤 들어가니 입구를 막아버리더군요.
지하 주차장에 스탠딩R석 대기장소에서 한시간반 기다리니 입장이 시작됩니다.
공연장 들어가서 맨 앞줄에 자리 잡았네요. 스탠딩R 1000번대 번호였던거 치고는 앞줄에 잘 자리잡았습니다.
그리고 고난의 시작... 감히 화장실을 갈 엄두도 안나는 현장에서 오줌마려울까봐 물도 안마시고.. 2시간 반을 서있어야 했습니다. 
7시가 되어가니 허리 통증이 시작되고 다리가 부러질것 같음.. 그때부터는 소위 정신력 싸움의 시작이었습니다.
7시가 넘어도 시작되지 않는 공연.. 97년 독일에서 하노버 공연을 다녀오셨던 선배의 당시에는 2시간 딜레이였다는 말을 듣고 의연하게 생각합니다.
7시 20분쯤 되자 불이 꺼집니다.
곧 드러머 래리가 등장하고 본무대 앞에 설치된 작은 무대의 드럼셋에 앉아 연주를 시작합니다.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하고, 이제 시작이구나 싶었습니다.
이어서 기타를 메고 성큼성큼 걸어오는 엣지..
선데이블러디선데이의 전주 기타리프를 연주하는데, 이제서야 U2의 공연이 실감납니다.
딩딩딩딩~  메아리치며 태연하게 울리는 기타소리를 듣는 순간 30년전 U2의 곡을 처음 들었던 고향집의 그 방의 냄새가 떠오르며 그 방 책상에 앉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어서 보노와 에덤이 따라 나오고 본격적으로 공연이 시작됩니다.
일단 저에게는 첫곡부터 뗴창을 안할수가 없었기에.. 목청껏 따라 불렀네요. 제가 음이 이렇게 높게 올라가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보노의 목소리와 하나가되는 기적을 체험했지만... 두번째 곡부터는 목소리가 안나옴..ㅋ
몇 곡 이어서 내리부르고, 얼마전 내가 공연했었던 Pride가 시작됨.. 안나오는 목소리 쥐어짜서 따라부름.. 목구멍이 그만하라며 계속 신호를 보냈지만 무시하고 외침, 인드네~임~옵~럽~.. 그런데 이제부터는 목소리만 안나오는게 아니라 체력이 고갈됨... 힘이 없어서 소리를 못냄.. ㅋ
프라이드 후반부가 생략되고 바로 Where the street h에이브이e no name 전주 스트링이 깔려 나옵니다. 이곡은 '아 나 저거 보러왔어' 하는 곡이라 또 흥분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성큼성큼 걸어 본무대로 이동하는 멤버들..
제 코앞으로 멤버들이 왔습니다. 띵띵띵띵띵~ 역시 메아리치는 엣지의 기타리프.. 거대한 백스크린에 광활한 도로의 질주가 시작되고 저를 비롯한 관객들의 광분이 시작됩니다. 
본 공연의 이제야 시작했는데, 저는 마지막 남은 체력을 쥐어짭니다..
얼굴에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범벅이 된 채, 30년간 우상이었던 그들의 코 앞에서 40대의 체면은 진정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한국 최대 힛트곡 With or  without you 에서 관객 반응은 이미 클라이막스였습니다.
후기를 간단히 쓰려고 했는데 이게 너무 길어지네요..
카리스마 넘치는 보노의 무대메너, 애덤의 자비로운 자태, 덩실덩실 엣지의 액션과.. 열정넘치는 래리의 16비트 연주... 보노가 커다란 조명달린 카메라를 들고 무대 이곳저곳을 비추면 그 카메라의 모습이 백스크린에 필터링되어 보여지더군요. 개 멋짐..
곡마다 백 스크린에 영상들이 나오는데, 곡들의 메세지와 분위게 맞는 장면들이라 마치 하나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 개 멋짐..
죠수아트리 엘범 공연이 모두 끝나고 멤버들이 들어갔는데,
사람들 모두 앵콜공연이 남은거 뻔히 알고 있음. 보통 뻔히 알아도 앵콜을 외치는데.. 사람들이 다 지쳐서 목소리를 못냄 ㅋㅋ, 제 주변에 20%가 외국인이었고 70%가 40대 이상이었음. 모두 앵콜을 외칠 힘이 없음 ㅋㅋㅋ
당연히 앵콜 무대 시작..엘레베이션, 버티고, 뷰티풀데이, 원 등.. 힛트곡들과 함께 노인네들의 무아지경 환장파티로 공연은 끝났습니다.
한국에 또 오겠다고 하던데, 정말 올 런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U2가 한국에올거라 생각도 못했고, 내가 보노를 실제 마주칠지도 몰랐고.. 선데이블러디선데이의 전주를 엣지가 기타줄을 튕기는 실시간으로 듣게될거라는건 정말 상상도 못했던 일입니다.
일생에 이런 날이 있다는게 너무 행복했던 하루였습니다.
지금은 다리며 허리며.. 후유증이 심각하네요. 몸 전체가 뻐근하고 아프지만.. 무엇보다도 연인과 헤어진 후 사진첩 보며 눈물흘리듯 공연 때 찍어둔 사진과 동영상 보며 아직도 여운을 씻지 못하고 있습니다. ㅜㅜ
사운드가 안좋았다는 말들이 있는데, 저는 스탠딩 앞부분 중앙쪽이었는데, 저는 사운드 환상적이고 예술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돔이다 보니 위치에 따라서 사운드 편차가 많이 컷을 거에요. 특히 뒷쪽 지정석이나 구석진 쪽은 반사음향 때문에 더 심했을거라 생각됩니다. 
암튼.. 후기는 여기서 마침니다.. 현장의 감동에 비해 제 표현력이 너무 부족한것이 안타깝네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 제이슨본 2019/12/09 10:17

    잘 읽었습니다. 저도 이번 공연 놓친게 천추의 한이 될 것 같네요 ㅎㅎ
    부러우면서도 아주 생동감있는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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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lmdesert 2019/12/09 10:18

    잘 읽었습니다. 의외로 보노는 팬들에게 친절하고 싸인도 잘해주는거같더군요. 보통 그 급 뮤지션들은 팬들 피하는데...친한동생도 해외에서 유투공연갔다가 호텔에서 기다려서 싸인받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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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시15분 2019/12/09 10:18

    멤버들 사진이라도 한 장 보여주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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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칼렛레터 2019/12/09 10:21

    고척돔은 사운드가 별로긴 하더라구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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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풍당당~식도락 2019/12/09 10:23

    ㅎㅎㅎ 읽어보니 어제의 감동이 더해지는 듯 합니다..
    스탠딩의 유혹도 있지만 진짜 체력의 한계를 몇번 경험한지라 이젠 스탠딩 못하겠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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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dLynx 2019/12/09 10:25

    사진은 한장밖에 안올라가네요. 보노 만난 사진 핸드폰에서 찾아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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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dLynx 2019/12/09 10:28

    U2는 멤버들 모두 인성이 훌륭하죠. 왠만해서는 40년넘게 멤버변경없이 한팀 하기가 쉽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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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dLynx 2019/12/09 10:31

    스칼렛레터 // 저는 98년부터 올림픽체육관에서 메탈리카, 메가데스, 드림시어터 공연을 모두 봤는데, U2가 사운드 최고였습니다. 사운드는 공연장이 클 수록 잡기가 어렵고, 특히 돔구장은 더더욱 그런데 사운드에 있어서의 기술발전이 확연히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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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dal 2019/12/09 10:36

    [리플수정]가까이서 보시다니 부럽네요..진짜 7시쯤 되니 허리도 너무 아프고 커피 중독인데 화장실 압박때문에 커피도 못마시고 3시 이후로 아무것도 안마시고 버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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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izOnce 2019/12/09 11:00

    일요일이 아니라 토욜이었으면 스탠딩 갔을 겁니다. 지정석은 넘 멀었어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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