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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남자 입니다.. 제 인생얘기를 좀 해봐도 될까요~^^

안녕하세요.


즐거운 불금에 야근이라~....많은 분들의 보배글을 봐오며 언젠간 내 이야기도 하며 위로 받고 싶다는..


조금은 허무맹랑한 생각을 했었는데.. 얼마전에 미혼모분의 글도 보았고..흉흉한 일만 많은 요즘인데요.


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다만,


"내가 너희보다 더 아프고 힘들다." 라는 생각은 감히 해본 적 없고,, 저보다 힘들분들도 많이 계실걸 알기에..


조금은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글을 적어 보겠습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2남 1녀중 막내 입니다.


학창시절 어려웠던 형편탓에 원치않게 여러번 전학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로인해 깊고 진한 우정을 느꼈던 친구가 많은편은 아닌데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저는 군입대를 조금 남겨놓고 편의점 알바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벌써 15년이 지난 이야기네요..^^ 야간 알바를 하고 아침이 다되서 버스에 타고 집에 돌아가기전에


근처 다른 편의점에서 오전 근무를 하던 그녀를 얼핏 보게 되었습니다.. 정말..그 당시에 뒤돌아서 보게되는 예쁜 여자였지요.


그렇게 저는 매일 퇴근을 하고 그 여자는 아침출근을 하며 제가 쓸데 없이 그 편의점에 들락날락거리고,, 그러기를 몇주.


음료수와 함께 악필로 쓴 쪽지를 주며 혹시 남자친구가 없다면 만나보고 싶다는 말과 함께 폰번호를 줬었죠..


연락이 안온다면 다신 그 길로 다니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ㅎㅎㅎㅎㅎ



그런데 거짓말 처럼 이틀뒤에 연락이 왔고 그렇게 사귀게 되었습니다. 저는 21살, 그녀는 20살 이었지요.


철 모르고 사랑하던 그때 군입대가 4개월 가량 남아있었고, 시골에서 할것도 없던, 돈도 없던 그 시절에 


그렇게 즐거웠던적이 내 인생에서 또 있을까 싶을만큼 좋은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그녀가 저에게 임신을 알려왔고 군입대가 며칠 남아있지 않던 저는 무작정 그녀를 저희집에 어머니와 함께 남겨놓고


군에 입대하게 되었습니다. 혼인신고도 하지 못한 채로...


입대후에 그녀는 천사같은 딸아이를 출산 하였고, 아이의 출생신고를 위해 어머니는 군청관계자분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설득하여 군인인 아들을 대신해


혼인신고 및 출생신고 까지 해 주셨습니다.


어머님은 처음엔 여러가지로 반대가 심하셨으나 배부른 여자아이를 내치는 부모가 이 세상에 있을까요.


그렇게 백일휴가를 나와서 터미널에서 딸아이를 처음보았던 그날이 제 머릿속에서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4.5초같던 백일휴가를 마치고 군에 복귀 하였고, 잠깐 통화도 힘들던 그 이등병 시절에 선임들의 배려로 아이엄마와 통화도 많이하고


나름 잘 지냈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러다가 사고가 터지게 됩니다...


저는 O형. 아이엄마는 A형.  어머니가 또 손주라고 딸아이가 열이 조금 있어 병원에 데리고 갔다가 B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글을 보시다가 아는분은 금방 느끼셨을것도 같네요. 저는 그녀를 10개월에 한참 미치지 못하게 만나고 9월 29일에 군에 입대하였는데,


딸아이가 11월4일에 태어났습니다.


너무나 무지했던 저는 그 당시 아이를 10개월가량 품고 있다가 낳아야된다는 사실조차도 몰랐고,,


어머니의 반대 때문에 자세히 설명도 드리지 못했고 어머니는 언제부터 만난지도 모르고 계셨으니...


얼마나 마른하늘에 청천벽력이셨을까요. 제가 지금 살며 느끼는 고통보다 또 살아가며 느껴야 하는 아픔보다.


그때 그 어머니의 심정이 얼마나 속상하고 아프셨을까.


생각하면 금방 눈물이 차오르곤 합니다. 아이엄마에게 사실관계를 물었고,


홀아버지 손에 외동딸로 자란 그녀는 아버님의 알코올중독 탓에 가출을 시도 한적이 있었고


그 와중에 만난 하룻밤 상대의 아이 같다는 사실을 토해내게 됩니다.


그때부터 군생활이 정말 많이 힘들었고..탈영도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어머님께 죽어서도 씻지못할 불효를 해드린점.


아비도 모르는 젖먹이 딸아이는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두려움.


아이엄마와의 관계는 어떻게 유지해야하는지.


또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형제들에게는 어떻게 설명을 해야하는지.


그때 제 영혼은 죽었습니다.


제 군생활 180일 되던날. 비보를 듣습니다. 무단횡단을 하던 아이엄마가 교통사고가 나서 응급실에 갔단 소식이었죠.


중대장님과 해당병원으로 바로 향하였고, 저는 굳게 입다문 차가운 그녀의 손을잡고 마지막 혼잣 인사말을 해야 했습니다..


어머님은 실신하셨고 그때 제 영혼은 죽었습니다. 그게 저의 바닥이었습니다.


큰형은 아이는 어머니와 본인, 형수님께서 어떻게든 자립할때까지 길러주시겠다며 너는 새출발을 하실것을 권하셨지만


저는 그 제안을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아니 받아들였다면 사람의 탈을 쓴 악마였겠죠.


이제 서른도 되지않은 형. 노후가 코앞이신 이제는 조금 편하게 살 법 하신 어머니. 아주 싹싹하던 우리 형수.


세 분에게 저의 되돌릴 수 없는 실수로 인해 피해를 드릴 수는 없다는 생각이 강했고, 전역이 가장 급선무 였고


부대관계자 분들께서도 힘써주셨지만 최종적으로,


아이를 책임져 줄 직계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2년간의 군복무를 가득 채웠습니다.



전역해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저의 사정을 알고 신경써주시던 대대장님, 중대장님, 행보관님, 인사과장님 선후임들과 이별하는게 되려 슬플 정도 였습니다.


친구들과 피시방에서 밤도 새보고 싶었고 철없이 술도 조금 마셔보고 여자에게 호기심 많을 나이에 저는 공장에 취직 했습니다


생계가 시급했습니다.


2교대 근무였고 아주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그 당시 급여가 나쁘지 않았기에 그마저도 감사하며


열심히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산재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잠깐 따끔 한것 같았는데 저의 왼손 3,4 수지가 한마디씩 잘리는 절단사고를 당했습니다.



장갑을 벗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수 있을만큼 다쳤던 당시에 악 소리 한번 내보지 못하고


제발 큰 사고가 아니기를 절대적으로 기도하며. 멀쩡하게 서서 장갑을 벗었는데 제 손은 너무도 끔찍했습니다.


그때 제 영혼은 두번 죽었습니다. 다신 살아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손에서 전해져 오는 고통보다 그동안 참아왔던 설움과 분노 슬픔이 모두 터져 괴성을 지르며 짐승처럼 공장바닥에서


울어야 했습니다.


엠뷸런스를 타고 근처에 의료원에 다다랐으나, 소독뿐 그 어느것도 해 줄수 없다 하셔서


서울에 있던 봉합 전문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그쪽에서도 잘린 부분의 오염이 너무 심해 봉합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제발 흉터가 있어도 붙일수만 있다면.. 하고 정신을 놓지 않았었는데.


참 오래전의 일인데.. 그날을 회상하니 그때 엠뷸런스 안에서 차마 어머니껜 전화하지 못하고


친형에게 전화하며 울먹이며 와달라고 하던 그 아이가 가엾다고 느껴지네요..ㅎㅎ


병문안을 와서 말한마디 건내지 못하고 울기만 하다 간 누나의 쪽지에는


아직도 저를 눈물 짓게 하는 말들이 남아있습니다.



OO아,


너를 보고 내가 웃어야할지, 울어야 할지, 밤새 잠을 한 숨 못잤어.


왜 너에게 이런일이 생겨나는지.. 내가 대신 아플순 없는지.



가여운 내동생, 엄마랑 형 누나 보고 힘냈으면 좋겠다..





그 후로 저는 손을 많이 써야하는 일은 곤란해서 중장비 면허를 취득해서 먹고 살고 있습니다~..


요즘같이 추운날에는 다친 손 끝도 시리고,, 마음도 시렵지만 현실을 위해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딸아이요?


어머님이 예쁘게 길러주신탓에 지금은 중2학생이 되어 학교에 잘 다니고 있습니다~


공부는 잘은 못하는거 같고...ㅎㅎㅎㅎ 애기때부터 눈치를 보고 자라 소심하고..소극적인 부분은 있지만


여느 아이들과는 다르게 순수하고 순진하고 눈꽃같은 마음을 가진 아이라는걸 전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 예쁜 새가 되어 제 품을 떠날 아이라는걸 저는 직감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밤으로 낮으로 보고 들은게 있어서,


핏줄이 아니라는걸 아는지..20살이 되면 떠날 준비를 하고있다는 어머님의 말씀에.. 코웃음이 나면서도,


나는 딸아이에게 무엇을 더 해 줄 수 있을까. 저 아이가 떠난다면 내가 붙잡을 순 있을까. 또 나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가.


생각하면 마음도 아파지고,,무거워지는건 어쩔 수 없네요..


그런 생각하며 너~무 머리 아프고 기분도 별로가 되서 또


도무지 해답을 찾기가 어려워서 그저 아이가 커가는 모습만 눈에 많이 담아놓으려 합니다.



저는 이런 인생을 살아 왔습니다..


제가 인생의 고비가 몇번 있었다고 해서 혜안이 생긴것은 아니나,


또 잘 살아왔노라. 떳떳하노라. 말할수도 없을 인생이지만 요즘은 마음이 편안하네요~


쥐고있는것을 조금 놓고.. 아쉽지만 포기할것은  하고,


내 인생에 최선은 다하되 물 흐르듯 시간에 맡겨보는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라는 생각도 많이 하구요^^


이래뵈도 저 차분하고 예의 바르다는 얘기 많이 듣습니다~ㅎㅎㅎ


회원님들,, 또 제 글을 읽어주시는 많은분들.


많이 행복하실수도 있고~ 많이 불행하다고 느끼실수도 있지만


모든일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생각이 되요..


행복하다면 더 없이 만끽하시면 될것이고,


불행하여 그 무게가 무거우시다면 너무 노여워마시고, 슬퍼마시고 담담하게 천천히 조금씩 해결을 해보시는건 어떨까요.


저는 단 한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인생이 뒤바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책임졌고, 지고 있습니다.^^


저에게도 언젠가 더 밝은날이 찾아올것이고 회원님들도 모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어설픈 두서 없는 제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딸아~희원아.


많이 사랑한다. 평소에 내 감정을 너에게 모두 전할 순 없지만 누구보다 널 사랑한단다~..


나중에 은혜?는 꼭 갚아라!~~ㅎㅎㅎ

















댓글
  • 의젖탐지견 2019/12/06 21:25

    힘내라는 말밖에 못해드려 죄송합니다
    좋은날 반드시 올거라 믿고
    힘내세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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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불왕래불왕 2019/12/06 21:31

    정말 눈팅만하다 추천과 댓글답니다ㅠ 보는 제가 다 힘이빠질정도로 험난한 삶을사셨네요, 지금까지버티신게...대단하다는말밖에는나오지 않습니다ㅠ 제가 본 그 어떤분보다 대단하시고 잘버티셨네요! 앞으로는 큰걱정없이 잘 풀리는 인생살아가시길 바랍니다...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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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C탁탁 2019/12/06 21:33

    대단하시네요..
    배로낳진않았지만 길러주신 정이있잖아요
    딸도 평생아빠처럼 섬기며 살겁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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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또1등당첨자욤 2019/12/06 21:34

    앞으로도 살 날이 많은만큼 처음에는
    불행했지만 처음에 오지안던 행복이 오지않을까요
    로또라도 사보세요 ^^ 행복하시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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