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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고인물의 은전 한닢

니콘동민님들 안녕하심미까~~
날이 부쩍 추워진 수요일 아침임미다;
겨울은 야경 사진 찍기 대체로 무난한 날씨가 많이 뜨는데
기압이 높고 건조해서 시정이 쨍한 날들이 많아서 야경 사진, 특히 별궤적 사진 제철이라고 할수 있겠네요.
3한4온이라고 하는데 3한때 날씨가 추울수록 야경찍기는 좋은 날씨가 뜰 가능성이 높다고 기억하시믄 되겠슴미다ㅋ
오늘도 가볍게 야경사진 썰과 사진들 좀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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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야경사진 커뮤니티에서 본 일이다.
오래 묵은 야경고인물 하나가 사게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국민포인트 야경 한 장을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사진이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타회원들의 댓글을 쳐다본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사진과 야경고인물 회원정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사진을 클릭해 확대해 보고
"졸업."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졸업'이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사진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커뮤니티를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사진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좋은 빛으로 만든 야경 사진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이 커뮤니티 회원들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로우 파일을 어디서 훔쳤어?" 거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인터넷 짤방으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큰 파일을 빠뜨립니까? 업로드하면 오류는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야경고인물은 손을 내밀었다. 커뮤니티 사람은 웃으면서
"졸업."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사진이 날아가지나 않았나 스마트폰을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누더기 위로 그 사진을 띄운 스마트폰을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스마트폰을 손바닥에 놓고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찍게 도와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인터넷 짤로 주운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이런 사진을 줍니까?
움짤 한 장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후방주의 짤을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삽질 한 삽질 얻은 사진에서 몇 B컷을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출사삽질 마흔 여덟 번 끝에 A컷을 얻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졸업작 한 장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사진을 얻느라고 여섯 해가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야경 사진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사진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졸업작 한장이 갖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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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 작가님의 은전 한닢을 야경쟁이 버전으로 각색해보았습니다;
어제 남들 다 찍는 사진을 왜 찍는가에 대한 썰에 이어서
(https://www.slrclub.com/bbs/vx2.php?id=nikon_d1_forum&no=3620449&cmt...
제가 왜 만족하는 사진을 담기까지 여러차례 같은 곳을 반복해서 가면서 사진을 담는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그저 이유 없이 순수하게 은전 한닢이 갖고 싶었던 피천득 작가님의 수필에 나오는 거지 같은 심정인듯 합니다.
야경쟁이들 사이에서 완성도 높고 더 이상 미련이 남지 않을 정도의 사진을 담았을때 우스개소리로 "졸업"이라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ㅋ
그런 의미에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수 있고 이미 수많은 이들이 사진을 찍었던 장소이지만
저또한 만족스럽게 담은 사진 한장을 갖고 싶어서
여러번 재도전해서 담았던 사진들 몇장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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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남한산성이나 청벽산은 지금껏 족히 열댓번은 넘게 도전한듯 합니다ㅠ
즐기면서 하는 사진생활에 과도하게 결과에 집착하기 보단 과정을 즐길줄 알아야 하지만
그럼에도 은전 한닢 같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졸업"작을 하나씩 모으는것도 참 보람차고 즐거운 일인듯합니다.
올해 월간사진 초대사진가로 선정되서 가볍게 지면에 소개되었는데
그때도 은전한닢이라는 제목으로 저를 소개했었습니다ㅋㅋ

긴글과 흔한 국민포인트 사진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연말연시 건강 챙기시고 가족 친지분들과 유익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ㅋ
P.S: 인스타도 합니다ㅋ 인스타에서도 빨간닭입니다;;
댓글
  • 지연♡지우♡지아 2019/12/04 10:47

    이게 정말 다 우리나라란 말입니까???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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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간닭 2019/12/04 10:48

    Republic of Korea 사진들입니다 ㄷㄷ
    감사합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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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賢者妥臨 2019/12/04 10:47

    이래서 전 풍경고자의 삶을 살기로 했읍니다
    ㅎ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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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간닭 2019/12/04 10:49

    페이즈원으로 담은 뉴욕 풍경 졸업사진들은 느무 잘 봤습니다 ㅎ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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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송이군 2019/12/04 10:58

    이정도면 은전이 아니라 금괴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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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간닭 2019/12/04 11:00

    금괴면 뭔가 애지중지해하는 거지의 훈훈한 스토리가 안되서 안됨미다 ㄷㄷㄷ
    감사합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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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의심장 2019/12/04 11:09

    더 내놔주시지요!! 마구마구 보고싶네요. 게으른 저는 못 따라갈 내공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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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간닭 2019/12/04 11:13

    더..더 분발해서 내놓겠습니다 ㄷㄷ
    관심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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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따마르 2019/12/04 11:26

    두번째가 단양인가요?
    배구보러 자주 가는곳인데, 멋진 곳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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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간닭 2019/12/04 11:29

    넵 단양 양백산 전망대입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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