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회의를 마친 나는 카메라 하나 들고 저녁산책을 나선다. 산책길에 만나는 풍경들을 담아 보고싶어서다. 월요일 아침의 부산하던 길거리를 상상하며 다소 담을 거리를 그려보았지만 왠걸 길거리는 일요일 낮시간만큼이나 텅텅 비어있다. 이들은 도대체 집에서 무엇을 하길래 이리 시내가 한산할까 하는 궁금증을 품으며 그나마 열려있는 일용품 상점과 DVD 가게에 눈길을 주며 크지 않은 시내를 거닌다.
다만 너무 이른 시간인 듯 텅비어 있는 몇 개의 펍과 바만이 문을 열고 손님의 발길을 기다린다. 인사를 건네오는 주인장 또는 기도 아저씨한테 어색한 답례를 건네고 나는 다시 호텔로 발길을 돌린다. 각기 다른 나라의 다른 라아프 스타일이라 체념하며 말이다.
그러다 만난 작은 카페 하나. Café Escape! 무료함에서 나를 해방시켜주려나? 하는 작은 기대와 저녁해결을 위해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 본다. 크지 않은 사이즈지만 제법 많은 테이블이 있고 나 외에도 3개의 테이블에 열명 넘짓한 사람들이 앉아있다. 웃으며 반기는 점원으로 부터 10시에 문을 닫는다는 대답을 듣고는 나는 안도하며 버거 하나와 스파이시 차이티를 주문하고 자리를 차지한다.
10TOP(약 5,500원)에 2G 심카드을 샀더니 피할 수 없는 메일과 메시지들이 나의 관심을 받고 싶은지 나의 호주머니 속을 자꾸 흔들어댄다.
피할 일도 아니기에 급한 응답이 필요한 것들만을 골라 최소한으로 응답 시간을 줄여 나만의 탈출 시간을 즐기려 한다.
그러다 현관옆에 있는 작은 현판에 눈이 가며, 미소 지으며 음미하고 있는데 주문을 받은 직원은 버거를 가져오며 즐거운 시간이 되라며 웃음 지어준다.
첫날 회의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곳 통가는 무료하고 재미없던게 당연하게 여겨지던 회의 개회식을 현악연주와 합창단이라는 양념을 더해 우리가 차린 음식을 밍밍하지 않은 맛갈난 음식으로 만들어 주었고, 특히 합창단은 절제되었지만 힘이 느껴지는 작은 춤동작과 함께 이루어졌는데 참석한 대표단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는다. 아마도 개회사와 축사를 읽어 나간 이곳 장관과 우리기관 사무총장보다도 더 많은 박수를 받은 듯 하다.
첫날 회의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마무리 되었는데, 주최국 정부가 마련한 환영만찬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서였다. 오래 걸리는 곳은 아니었지만 대표단에게 아름다운 석양을 즐길 시간을 주고 싶다는게 이들의 요청이였기 때문이다. 바람대로 날씨는 화창했고, 적절한 구름이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해주었고, 너무나 상쾌한 20도 가량의 날씨와 알코올은 우리를 한결 흥겹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이런 날씨가 그리웠던 나를 비롯한 동 지역에 사는 대표단에게는 너무나 고마운 날씨와 이들의 호의였다.
칵테일 파티는 3시간 가량 진행되었고 우리는 회의 첫날의 어색함을 잔을 부딛치며 서서히 녹아내기 시작했다. 배가 고픈 대표단은 서서히 주최국 친구들을 쳐다보기 시작했고, 이들은 우리를 식당안으로 안내해 준비된 부페와 전통춤을 즐기며 1시간 반가량 식사를 가졌다.
이곳의 전통춤은 폴리네시아인들에게는 서로 다르다 하지만, 나 같은 외부인이 보기에는 유사하게 보였지만, 하나 다른 점은 여성댄서들은 어깨와 팔에 코코넛 기름을 바르고 나와서 춤을 추는데, 이들 전통으로는 관객이 이들 댄서들에게 팁을 준다 하는데, 바로 이 기름을 바른 어깨와 팔에 지폐를 붙히는 방식이라한다. (본래 이들이 기름을 바르는 이유는 여성들의 피부를 보호하고 남편들이 배를 떠나기 전에 아내의 팔에 발라진 기름을 손가락으로 훌터 내려갈때 제대로 미끄러지면 그날 운항이 제대로 이루어질거라는 미신을 믿기에 이를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다.) 나도 이들과 함께 나의 감사를 표하며 작은 나의 성의를 기름진 어깨에 살포시 고마음을 싫어 지폐 한 장을 얹어본다. 사회자는 통가 춤 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의 춤이라며 각기 다른 춤을 시리즈별로 보여주는데, 사모아의 춤을 출때는 사모아 대표단도 함께 무대를 차지해 춤을 추니, 남자 무희는 설자리를 못찾고 무대 끝자리에서 간신히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역시 섬나라 사람들의 열정은 남다르다.
스냅 사진을 담기 위해 들인 디지털 바디는 여러모로 쓸모를 확인하게 되는데, 필름으로만 사진 취미를 즐길 때에는 담은 사진을 현상과 스캔을 하기 위해 1주 또는 2주가 걸려, 담은 사진을 현장에서 공유할 수 없었는데, 사진 담은 당일 또는 다음날 사진을 정리해 지인들에게 메일로 공유하는 행위들은 지인들과 나와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데 크게 일조하는 듯 하다.
경쟁.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종교적 신념과 같이 경쟁과 이에 수반되어 오는 혜택을 부르짓는다. 일견 이들의 신념이 맞을 수도 있다고 본다. 이번 출장 여정 중에 경험한 캄보디아와 필리핀. 서로 상반되는 통신시장 구조를 가지고 있어 경쟁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측면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내 6개의 이동통신 사업자의 경쟁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통신료라는 기록을 만든데 반해 (1기가 데이타가 미화 1불 미만), 필리핀은 2개 통신사업자의 독점에 가까운 과점의 폐단으로 통신료는 주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최근 제 3 통신사업자를 준비중이다. (물론, 이 또한 중국 사업자가 참여를 하고 있다한다. 중국의 발자국은 세계 어디를 가든 피하기 어려운 듯 하다.)
하지만, 이곳 태평양 섬국가의 경우는 다른 관점으로 경쟁을 바라봐야 함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제한된 자원이라는 이들의 지울 수 없는 한계는 외부 세계의 원조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세계은행(World Bank)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이곳 태평양 국가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원조는 몇 개의 패턴을 보이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는 원조의 댓가 또는 방안으로 독립적인 통신 규제기관 설립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미국, 호주 등의 퇴직 관료들이 규제청장으로 일하게 되고 그들의 첫번째 임무는 경쟁이 가져오는 통신요금 저하라는 명목적 가치 아래 통신시장의 개방을 밀어 부친다.
통신시장의 개방과 경쟁. 명목적으로는 환영 받아야할 명제임은 자명해 보이지만, 이들 섬나라의 적은 인구와 작은 통신 시장규모를 고려할 때 진정으로 경쟁이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통신시장 개방은 국영통신 사업자의 독점을 붕괴시키고, 이미 준비된 시나리오와 같이 그 틈을 디지셀(Digicel)과 보다폰(Vodapone) 등 해외 다국적 기업이 차고 들어오게 되고 이들의 오래 축적된 사업 경험과 규모의 경제는 역내 기존 국영 통신 사업자의 수익을 악화시켜 이들 정부의 수입원을 점진적으로 악화시키고 있고, 이들 섬나라의 부가 국외 특히 서방세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구조를 만들어 이는 섬나라 국가들이 금융기관의 최대 주주인 미국 등 서방세계에 더욱 더 의존하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의 시발점으로 작용해 오고 있다.
아울러, 이동전화를 가능케 하는 주파수 할당은 대부분은 통신 규제기관에서 진행하게 되고, 주파수 사용과 관련된 사업권과 이용료는 많은 국가에게 정부의 주요 수입과 재원이 되고 있는데, 이는 통신망 구축과 개선, 그리고 기타 정보통신 발전에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서방주도로 세워진 통신 규제기관의 장들은 주파수 비용을 최대한 낮추고자 노력하는 이력들을 많은 곳에서 목격한 바 있고 이는 해외 사업자들에게 원활한 사업운영을 위한 규제환경이 되어오고 있다.
이에, 이번 회의에서 나는 최대한 국영사업자들의 참여를 독려해 그들이 당면한 현안과 해법에 대해 목소리를 키울 기회를 주고 싶었지만, 나날이 경쟁하기 부친 이들에게, 재정적/인적 여건이 쉽지 않은 이들에게 국제 회의 참석이란 것은 하나의 호사처럼 여겨지고 있어, 우리 기관이 참가 비용을 지원한다 해도 연사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고, 언제나 그렇듯 이들 다국적 기업들은 정책과 규제입안자들을 만나기 위해 자체 비용으로 참가한다.
leica Q | summilux 28mm f1.7 | oct. 2019 | nuku'alofa, tonga
도시가 참으로 깨끗하게 유지되는 듯합니다.
여느 대도시의 휘황찬란한 조명빛 가득한 풍경에 비하면
그저 소박하지만, 그 안에 담겨진 수채화같은 감성과 느낌이
참으로 정겹습니다..열정 가득한 어니님의 작품들로 멋진 구경합니다
주민들의 표정이 뭔가 여유가 있고
행복해 보입니다
잘 읽고 봅니다^^
와.. 사진도 사진이지만 글이 정말 전에도 느꼈지만 필력이 대단하십니다. ^^
갑자기 어니님께서 무슨일을 하시는지 궁금해지기도 하구요~ 여튼 좋은 사진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해외가신다고 하신게 얼마전 같은데 벌써 몇해가 지났군요 몸건강하시고 어니님의 이런 경험이 더 큰곳에 쓰여지길 바랍니다.
디지털도 들이셨네요 (필름초고수가 디지털이라니 조금 어색하긴 합니다ㅎㅎ) 그래도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옜 선현들의 말씀처럼 역시나 잔잔하게 담으신 사진과 글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