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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글70년대 초반생들의 남녀차별

 

저는 70년생 여자이고 72년생 남동생과 남매로 자랐습니다.

제 부모님 정도면 거의 남녀차별 없이 키우신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저에게는 절대 안된다던 재수 남동생은 기회부여.

대학원은 네가 벌어서 가야겠다던 부모님 남동생은 대학원까지.

그래도 저는 행복한 편인게 다른 글에 댓글로도 달았지만 동네에서 골목을 사이로 마주보고 지내던 이웃 중에 첫딸을 4년제 대학에 보내준 건 제가 처음이었습니다.

오빠나 남동생보다 공부를 잘해도 강제로 여상(주로는 서울여상, 동구여상)으로 진학시키고 남자형제들의 학비를 대라고 강요당한 언니 동생들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시대는 남자들이 받은 특혜만큼 또 짐도 무거웠으리라 생각합니다.

제 동생녀석만 해도 역사덕후라서 그 계열로 진학할 줄 알았는데 이과 선택하고 재수 끝에 공대에 진학하더군요.

군입대 후 첫 휴가 나왔을 때 왜 그렇게 선택했냐고 물어봤더니 동생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누나야 자유로운 영혼이고 뭐 알아서 잘 살 사람인데 나까지 인문학 전공하면 부모님은 노후에 누가 봉양하겠어. 가난한 집 아들이 제일 탄탄한 길이 뭐 공대 아니겠어.

저는 두 살 터울이지만 어리게만 봤는데 딴에는 장남이라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던 겁니다.

거기에 엄마한테는 말하지 말라면서 바지를 걷어 정강이를 보여주는데 고참들에게 무참히 군홧발로 까여서 생긴 그 험악한 흉터들...




제가 남녀차별을 살면서 크게 느꼈던 것은 주로 직장에서였어요.

직장생활을 할 때 똑같은 공채를 보고 들어왔는데 여직원에게는 확실히 제대로 된 업무를 주길 꺼려한다.

그리고 남자들끼리의 술자리나 담배타임 등으로 공고해지는 그 투명한 테두리 밖으로 늘 튕겨져 나간다.

회식할 때 1차를 빠지면 여자는 사회성이 없다고 욕을 먹고 3차 전에 빠지지 않으면 눈치가 없다고 욕을 먹는다.

성희롱이나 추행은 참으로 흔하게 발생하고 이걸 문제삼으면 직장 내에서 왕따가 된다.

저는 심지어 아주 오래 전 젊은 시절 직장에서 상사에게 거의 성폭O 직전까지 간 위험한 상황 모면한 이후 저를 껄끄러워하던 상사가 다른 지점으로 전출시켜버린 적도 있었지요.

웃긴 것은 그 전출이 제 인생 최고의 기회가 되었고 나름 인생역전을 했다는 것이지만요. ㅎㅎ




그나마 저는 비록 변두리지만 그래도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자랐고, 부모님이 비교적 진보적인 분들이고 해서 집안에서는 나름 대우받고 자랐습니다만

고종사촌들 보면 아무리 공부 잘해도 언니들은 사범대, 아들들은 일반대 대학원 이상(그 학비는 다 사범대 졸업하고 교사가 된 언니들이 책임지는 형태)까지 공부시키고, 혹시 대도시로 유학이라도 보내면 여동생이건 누나건 무조건 온갖 집안일, 특히 취사는 다 도맡아하고 남자 사촌들은 그냥 먹기만 하는 모습은 너무나 흔했던 시절입니다.

유산도 뭐 아들들에게 훨씬 많이 주고 그러던 시절이죠.




어쨌거나 그 시절에 딸로 태어나 받는 차별이 없었다면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야만의 시절을 함께 살아낸 또래 아들들도 지금보다 더 길고 더 폭력적이었을 군대라는 고통과 대우해줬으니 책임지라는 무거운 책임을 떠안고 살아내야 했던 것도 맞습니다.

요즘 불펜 보면 맨날 남녀 간에 못잡아먹어 안달인가 싶은 걱정스러운 모습들이 많은데 이 세상에 자로 잰 듯한, 그리고 저울로 단 듯한 완벽한 공평함이 실현되기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여자이기에 알 수 없는 남자의 고통, 남자이기에 알 수 없는 여자의 고통에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해야 뭔가 조금은 더 공평하고 좋은 세상이 되지 않겠습니까.




댓글
  • 남학생B 2019/10/22 16:09

    맞습니다 불평등을 기계적으로 해결할순 없죠 서로 양보하면서 인정하면서 받아들여야하는데.. 요새는 그러질 못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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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겆성김하성 2019/10/22 16:11

    둘다 수혜자성이 있고 피해자성이 있는건데 여성의 수혜를 언급하면 쓰레기 찌질남 일베충이 되어버리니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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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구마킬러 2019/10/22 16:13

    여자라서 당했다 이런 소리하면서 남자들을 적으로 만들면 남자들도 할 말들이 많죠
    서로 족쇄 자랑 해가며 서로를 욕하진 말아야할텐데 자꾸 남자를 적으로 돌리는 페미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과거세대가 피해를 봤으면 그 보상은 그 세대가 가져가야 옳겠구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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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king 2019/10/22 16:13

    이말이정답인듯.. 요즘 여자들이 이분처럼만 생각이 있으신분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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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이호이용 2019/10/22 16:15

    님 경험 충분히 있을 수 있었던 세대이구요, 그래도 균형감 있게 봐주시네요. 공감할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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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레타 2019/10/22 16:19

    남녀 간에 험한 말이 많이 오가는 시국이라 조심하며 썼는데 그래도 여기에선 싸움이 안나서 안도하고 갑니다.
    서로의 고통과 수혜를 인정하면서 평화롭게 사랑하면서 살아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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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새드 2019/10/22 16:20

    추천합니다. 다들 살기 팍팍하니까 분노가 쌓이는거 같은데 다른 집단에 대해 분노하기에는 '남자'나 '여자'는 너무 큰 집단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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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러왔어용 2019/10/23 00:05

    결국 파이가 너무 적은 게 문제죠. 그 시절에 풍족했다면 그 시절 부모님들도 아들 딸 차별 안 하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도록 해 주고 싶으셨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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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etheny 2019/10/23 00:43

    성폭O 직전까지 가게한 상사따위는 증거 건져서 콩밥행 해드려야하는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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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i**** 2019/10/23 01:06

    고구마킬러// 공감. 피해는 피해를 준 세대에서 보상하지 왜 아무 잘못 없는 세대에게 전가하는지 원. 어쨌든 갈라치기 하려는 꼰대들 페미들이 문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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