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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나랏말싸미]를 보고.. 오만한 무지가 초래한 영화적 모욕 (스포 포함)


'조철현' 감독의 [나랏말싸미]를
지난 토요일에 보았습니다.
개봉 전부터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고
잘못된 신념에 사로잡힌 감독의 인터뷰가
논란의 불씨를 본격적으로 키우면서
대중들로부터 퍼부어지는 십자포화를 피할 수 없었던 영화죠.
너무도 많은 비판들이 쏟아졌고
그 비판에 거의 전적으로 공감, 동의하기에
리뷰를 쓰지 않고 넘어가려 했으나,
몇몇 분의 요구와 부탁으로 아주 간단하게
그 비판에 쓴소리를 조금 더하고자 합니다.
영화적 재미가 전혀 없습니다.
인물들 간의 갈등이 크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극의 긴장을 이끌 동력이 딸립니다.
약간 존재하는 그 갈등마저도
역사적으로 아무 근거가 없는,
작위적이고 위악적인 갈등이기에
관객들에게 올바르게 납득되지를 않죠.
각종 병마에 시달리는 세종대왕의 육체적 고통은
제법 느껴지지만,
한글 창제 과정에서 그가 느꼈을 내면적 고통은
거의 전달되지 않습니다.
궁녀들 몇몇의 입장을 보여주긴 하지만,
영화 자체가 궁궐을 거의 벗어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담을 문자의 필요성에 대한
일반 백성들의 입장과 상황은 부재합니다.
한글이 창제되고 반포된 후에도
백성들은 한 명도 등장하지 않더군요.
아설순치후(牙舌脣齒喉),
자음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이미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다 배웠던 내용이죠.
한글의 창제원리를 과학적으로 완벽히 설명한,
훈민정음 못지 않게 위대한
훈민정음 해례본 공부를 통해서.
게다가, 모음 구성의 바탕을 이루는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의 원리는
어이없게도 누락됩니다.
일관성의 결여를 지적하고 싶네요.
영화를 산문으로 치환한다면
이 영화는 무미건조한 설명문에 해당되겠네요.
설명하는 내용이 팩트가 아닌.
가장 후진 건 엔딩입니다.
세종과 신미가 나란히 서서
그들의 신념을 재차 말로 설명하고 공유하는...
이게 진정 엔딩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진부하고 유치하며 안일합니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설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고 표현하면 알맞을까요?
송강호 배우, 박해일 배우는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배우들이건만...
다른 리뷰를 통해서 이미 수차례 이야기했듯,
좋은 시나리오와 연출이 없다면
좋은 연기는 있을 수 없습니다.
故 전미선 배우...
엉망진창의 이 영화가
그녀의 유작(遺作)으로 남을 것을 생각하면
괜스레 화까지 치밉니다.
참 좋아했던 배우입니다.
늦게나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30억원의 제작비 중 상당 부분을 차지했을,
미술과 의상에 대한 투자는 수긍이 가지만,
겉만 번지르르한 불량식품을 먹은 후엔
그 화려한 외관에도 원망이 느껴질 뿐입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살인마 잭의 집]을 통해
예술에 윤리가 개입될 수 있는가를,
'아리 에스터' 감독은 [미드소마]를 통해
문화상대주의의 관점이 언제나 옳을 수 있는가를
관객들에게 물었습니다.
조철현 감독이 [나랏말싸미]를 통해
관객들에게 묻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요.
영화에서 역사왜곡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감히 추측컨대...
묻고 싶기보다는 가르치고 싶었겠죠.
잘못된 신념에 기초해 터득한 잘못된 사실을...
재미와 감동과 교훈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었을 지도 모릅니다.
오만한 무지...
손익분기점에 한참을 미치지 못할 성적표를
손에 쥐게된 지금,
그에게 뒤늦은 깨달음이 찾아오길 바랍니다.
세상은 이미 달라졌고 계속 달라지며
자신의 무지와 오만을 순진하게 받아들일 만큼
대중들은 어리석지 않음을...
댓글
  • 항상웃자구^^ 2019/07/31 04:41

    보지는 않았지만 일말의 보고싶은 마음도 사라지네요.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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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yedrop 2019/07/31 04:42

    연출이라도 좋았다는 평이 나왔으면 혹여 감독의 숨은의도가 있지않을까 해서 볼까했는데..리뷰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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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텔레만 2019/07/31 04:44

    그냥 신미 한글창제설을 설파하는 영화 이상도 이하도 아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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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9/07/31 04:54

    항상웃자구^^// 왓챠에 별점 한 개 반 주었답니다. 보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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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때메로나 2019/07/31 04:54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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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9/07/31 04:54

    Eyedrop// 리뷰 쓸 시간도 아까운 영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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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9/07/31 04:55

    텔레만// 서프라이즈 한꼭지로 다룰 정도의 소재에 130억을 쏟아부었네요.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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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9/07/31 04:56

    올때메로나// 영화가 꾸져서 읽는 시간 뺏은 것도 민망할 지경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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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인구 2019/07/31 05:07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의 시작'
    감독이 담아내고 싶은 의도가 포스터에 적나라하게 새겨져 있네요.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소위 '국 뽕'만 불러일으켜도 본전은 건질 수 있는 치트키 하나를 잃어버린 느낌이랄까요.
    나랏말싸미와 오버랩되는 감독말싸미에 짜증 하나.
    좋아하는 배우들이 출연했다는 역사적 사실에 짜증 둘.
    돈은 굳얻으나 그 이상의 무언가를 뺏긴 듯한 모욕감과 배신감에 짜증 한 트럭.
    혁명이 필요한 새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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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9/07/31 05:12

    유인구// 안녕하셨죠. 넘넘 오랜만입니다. 댓글에 추천누르는 기능 있담 얼마나 좋을까요. 특히, 짜증 둘에는 공감 오십만개... 올해 한국영화는 기생충 아니었다면 거의 붕괴, 멸망이라고 부를 지경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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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인구 2019/07/31 05:35

    혁명전야//제가 영화를 좋아하지만 영화를 잘 안보는 '안본 눈'으로 전락한 이유가 잘못 선택한 영화를 보고 난 이후의 후유증 때문입니다.
    폭식으로도 치유가 안되더라구요ㅋ
    그래서 언제부턴가 영화를 보기 전에 평점과 리뷰를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혁명전야말싸미'는 대중들에게 신체적,정신적,시간적,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줍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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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9/07/31 05:47

    유인구// 폭식으로도 치유가 안되는 후유증이라... ㅠㅠ 더 좋은 리뷰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아도 좋은, 그런 영화들이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어느새 7월의 마지막날이네요. 잘 마무리하시고 남은 5개월도 건승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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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타스틱전군 2019/07/31 09:10

    안그래도 말 많은 영화길래 혁명전야님 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명료하네요 안봐야겠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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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이드암 2019/07/31 12:34

    엄복동은 얼마나 못만들었길래....라는 궁금증에 2천여원이라는 고가(?)를 지불하고 IPTV로라도 봤습니다만(궁금증 해소됨)
    이 영화는 그럴 가치조차 못느끼겠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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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기적 2019/07/31 12:40

    차라리 엄복동은 병.맛 느끼는 재미라도 있지,
    이 영화는 리뷰글 몇 개랑 예고편 스샷 몇 개만 봐도 역겹고 불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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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입만 2019/07/31 12:52

    이정도면 쓰레기급인데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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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장 2019/07/31 13:14

    안보셔도 될 영화를 리뷰위해 보시느라 고생하셨네요!
    늘 좋은 후기 잘보고있습니다.
    더운 여름 건강 잘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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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언커티스 2019/07/31 13:36

    글이 참 쉽게 읽힙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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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잉여도스 2019/07/31 14:04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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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상기 2019/07/31 14:33

    긓이 참 쉽게 읽힌다는 글을 쓰려 했는데
    이미 바로 위에도 있군요.
    문장도 짧고 논리구조도 명백하고 일관되신 듯..
    글을 정말 잘 쓰시는 것 같습니다.
    잘읽어보았고 큰도움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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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ptain82 2019/07/31 15:51

    매번 써주시는 영화 등의 리뷰 잘보고 있습니다. 이런 영화는 망하는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ㅎㅎ
    좋은 하루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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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증은내꺼 2019/07/31 16:01

    혁명전야님은 어떻게 까는 글까지도 우아하신지..ㅋㅋ 영화는 볼 생각이 없지만 살포시 추천 놓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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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북바위 2019/07/31 16:08

    글을 겁나 잘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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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디즈 2019/07/31 16:10

    이런쓰레기영화가 100만이나본다는게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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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스름 2019/07/31 16:53

    그래도 한번 볼까했던맘을 버렸습니다
    리뷰 정말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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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라데이 2019/07/31 18:14

    감독의 무지가 철저히 드러난 영화... 나도 무지하다만 나 같으면 내가 무지하단게 그리 자랑은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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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라데이 2019/07/31 18:15

    부디즈// 생각 없는 자들이 그렇게 많다는 거죠 일베 메갈 네이버댓글러 들만 해도 수백만 명은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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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요정 2019/07/31 22:13

    하~~제가 불펜뿐 아니라 혁명전야님에게도 누누이 이야기했듯이...가장 좋아라하는 배우가 송강호이거든요
    제가 그 망작이라는 하울링과 푸른소금(이건 불펜에도 적은적 있지만 저에겐 아주 뜻깊은 작품!!!ㅎㅎ)조차도 극장에서 봤거든요
    이건 정말이지 재미와 이런걸 떠나 제가 가장 싫어하고 분노하는 역사왜곡!! 이걸로 완전 걸러야 겠다고 생각했어요...마치 군함도처럼요
    아무리 좋아라하는 류승완 감독이나 송강호가 출연하더라도 군함도와 나랏말싸미는 끝까지 안볼거 같아요..
    정말이지 가장 조아라하는 배우가 이런 영화에 출연했다니..그냥 역사적 사실 기반해서 약간 극적 장면만 넣어도 나름 히트칠것을....ㅜㅜㅜ
    아마도 혁명전야님 리뷰중에 영화 안보고 그냥 끝까지 읽은것은 스노우맨에 이어 두번째인거 같아요
    참으로 슬프네요...가장 좋아라하는 배우가 이런 작품에..ㅠㅠ
    암튼 비판 리뷰도 넘나 훌륭하고 넘 잘 읽었어요!!
    칠드런 액트는 아마 난중에라도 보고 난후에 읽을려고요....지금 이거 극장에 걸릴날이 딱 3일 남았는데 아무래도 요즘 일이 넘 바빠서 힘들거 같아요...ㅠㅠㅠㅠ
    다시 한번 넘나 글 잘 읽었고요..
    특히 좋은 시나리오와 연출이 없다면 좋은 연기는 있을수 없다!!(여러 리뷰에서 이 말만큼 공감되는 말이 없었어요!!!!) 정말이지 이 문장은 다시 또 읽어도 공감 백만배네요!!
    그리고 전미선님에 대한 느낌과 감정...비록 영화는 안봤지만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을거 같아요..ㅠㅠ
    암튼 가장 조아라하는 송강호의 작품이 이런 역사왜곡에 출연했다라는것에 매일 가슴 아프고 슬프네요
    비오는 저녁~~굿밤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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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떼동 2019/07/31 23:39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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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arCAT 2019/07/31 23:48

    똥을 먹어봐야 똥인 줄 아나?
    제 예상 그대로입니다만 훨씬 적나라하게 말씀해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당연히 돈 내고 보지도 않을 것이며, 나중에 티비에서 무료로 틀어주더라도 결단코 즉시 채널 돌릴 겁니다. 얼치기 역덕으로서, 보다가 혈압 올라 쓰러질 작품이에요. 백프로.
    정말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공개된 있는 역사 그대로만 담담하게 그려내어도, 한민족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과 캐릭터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소재인데, 왜 이렇게 싸구려 다단계스러운 길을 택해야 했는지.. (이점은 영화 명량도 마찬가지긴 하네요. 그래도 그건 생각없이 보는 재미라도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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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네스az 2019/08/01 00:10

    이런 영화는 처절하게 망해야, 다음에 이런 개뻘짓 왜곡영화가 아예 투자도 못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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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년 2019/08/01 00:13

    진지하게 정의공주를 모티브로 했으면 여자들이 영혼보내기 해서 손익분기점 넘겼을거 같은데요. 개돼지로 볼 대상을 잘못정한거지 마케팅 방식 자체가 잘못된건 아닌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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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기몽쉘 2019/08/01 00:26

    근데 이렇게까지 분노할 일인가 싶기도 해요. 뭐랄까 '어디가 이러이러하게 잘못됐다'가 아니고 그냥 '감히 세종대왕을 건드려?!!!!' 이런 느낌. 어차피 역사왜곡을 이 영화만 하는 것도 아니고 적당히 가리고싶은 역사 가리는 건 뭐 우리나라도 많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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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arCAT 2019/08/01 00:40

    딸기몽쉘//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의 문제라면 님 말씀이 그에 해당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건 그냥 첫장부터 밑장빼기를 하는 겁니다. 차원이 다르죠.
    더구나, 그 사람 아니었으면, 지금 당장 님과 저의 이 댓글들도 한자나 알파벳으로 주고 받았을 사람을 상대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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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와이안꽃 2019/08/01 01:09

    전미선씨 돌아가셔서 어차피 안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리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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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부 2019/08/01 01:46

    감독의 말은 변명임이 영화 포스트에 다 나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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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또콩등 2019/08/01 08:34

    늦었지만 술술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확.실.히. 저의 위시 리스트에서 지워지네요.
    나중에 인터넷으로 풀려도 돈줘가며 볼 생각은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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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arCAT 2019/08/01 10:36

    [리플수정]유년// 그렇습니다.
    대신들과 유림의 반대가 극심했던 사안이라 외부발주(?)는 어려웠고, 그래서 세종 혼자서(!) 만드셨던 거죠. 그러니 (사료에 100% 남기 어려운) 왕실 안에서의 역할분배 정도는 역사재해석 또는 예술재창작의 허용범위 안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세종대왕의 메인역할을 빼앗지 않는 선에서 말이지요.
    잘 만들면 충분히 재밌겠네요. 공주 뿐 아니라 세자였던 문종대왕, 욕심있는 기질을 드러내는 수양대군이나 예술감수성이 넘치는 안평대군, 고지식하고 강직한 금성대군 등 재밌는 캐릭터들도 살짝살짝 양념쳐 주면 스토리에 따라 흥미있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다들 한창 때인 10대 후반~20대 초중반이기도 하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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