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주에는 테일리스가 마징길라니 사자들의 눈을 피해 동마포호의 네 딸을 홀로 키우는 모습과,
그녀의 두 맏딸이 마징길라니의 아내가 되어 여덟 마리의 자식들을 낳은 모습,
그리고 마징길라니들로부터 스파르타 프라이드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솔로가 마침내 레오와 클레오를 이끌고 방랑을 떠나는 모습을 살펴봤습니다.
테일리스, 두 맏딸, 그리고 솔로의 앞에는 또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자,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9. 멀고도 험한 길
(1) 스파르타 프라이드의 통일
2011년 7월의 어느 추운 겨울 날,
솔로는 약 2년 간 정들었던 스파르타 프라이드를 떠나 두 번째 방랑을 시작했습니다.
방랑은 물론 고단한 것입니다.
그래도 그의 두 번째 방랑은 첫 번째보다는 한결 나았죠.
첫 방랑 시절 그는 아직 네 살의 애송이 사자였고 처량한 외톨이 신세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는 2년 간 동마포호, 마징길라니와 대결하며 많은 경험을 쌓은 역전의 용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덩치 또한 매우 커서 그보다 반 살 내지 한 살 많은 마징길라니 사자들보다 더 거대했죠.
그는 실로 위풍당당한 제왕의 품격을 갖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는 더 이상 외톨이가 아니었죠.
이제 그의 곁에는 레오와 클레오라는 의붓동생들이 있었으니까요.
그들도 어느덧 네 살을 넘겼습니다.
솔로가 첫 방랑을 했을 때와 같은 나이가 된 것이죠.
물론 솔로와 두 형제가 아직 막강한 마징길라니의 적수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그들 편일 겁니다.
그들은 젊음이라는 최강의 무기를 갖고 있으니까요.
물론 레오와 클레오는 아직 어립니다.
그들이 솔로를 도와 마징길라니와 싸우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죠.
그때까지 솔로는 두 동생을 잘 보살펴줘야 할 겁니다.
이는 전적으로 솔로의 어깨에 지워진 큰 짐이었습니다.
- 7월의 어느 추운 겨울날, 솔로는 떠나갔다 -
솔로의 퇴장은 사비샌드 동부의 정세에 큰 변화가 일어날 징조였습니다.
솔로와 두 동생은 그동안 마징길라니의 유일한 견제 세력이라는 중책을 맡아 왔죠.
그들마저 사라진 지금 마징길라니들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마징길라니들은 옛 마포호 못지않게 예측불가의 면모를 보이곤 했죠.
이제 그들은 어떻게 행동할 것이며, 그들 영토의 암사자들 운명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여태까지 가장 안정된 세월을 보낸 것은 찰랄라 프라이드의 두 암사자였습니다.
테일리스의 맏딸들 말입니다.
그녀들은 자식(혹은 동생)들의 양육을 어머니에게 맡기고 마징길라니의 첫 아내가 되었죠.
마징길라니들의 욕망을 충족시키고 자식들을 낳아줌으로써,
그녀들은 옛 가족들의 안전을 보장받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 테일리스의 두 맏딸 -
결국 솔로가 레오와 클레오를 데리고 떠나갈 무렵, 찰랄라 프라이드는 엄청나게 큰 세력을 형성했죠.
본진에 남은 두 맏딸은 여덟 마리의 건강한 아기사자들을 데리고 있었고,
분파로 떨어져 나간 테일리스 곁에는 네 마리의 아성체 딸들이 있었죠.
찰랄라 프라이드의 두 무리를 모두 합치면 무려 15마리의 대식구였죠.
성체 암사자 셋, 아성체 암사자 넷, 아기사자 여덟(5남3녀) 마리.
- 11년 5월에 태어난 찰랄라 프라이드 막내사자들 -
두 찰랄라 무리가 재결합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이는 얼핏 시간문제로 비춰지기도 했죠.
테일리스가 데리고 있는 두 살짜리 딸 넷이 무사히 자라난다면,
그리하여 본진의 두 어미(혹은 언니)와 다시 합류한다면,
찰랄라 프라이드는 무려 일곱 마리의 성체 암사자가 포진한 대형 프라이드가 될 것입니다.
테일리스는 바로 그런 날을 꿈꾸며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었던 것이죠.
그와 정반대로 고난에 고난이 겹치는 세월을 보낸 것은 스파르타 프라이드였죠.
동부의 유서 깊은 그 프라이드는 3년 넘게 지옥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들은 2008년부터 동마포호의 집요한 공세에 시달렸고,
2010년부터는 마징길라니의 핍박을 받았죠.
늙은 롤러코스터 사자와 젊은 솔로가 차례로 버텨봤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3년여에 걸친 시련 속에서 그 프라이드는 분열되었고 많은 개체를 잃었죠.
그 중에는 동마포호의 어린 자식 셋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가엾은 아기사자들은 첫 돌도 맞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죠.
솔로는 그들을 끝내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솔로는 젊은 수사자들을 데리고 떠나갔고,
자식 셋을 모두 잃은 어미사자들은 마징길라니 형제의 새 아내가 되었습니다.
젊은 암사자들 셋(레오/클레오의 누이들) 또한 예비신부 자격으로 안전을 보장받았죠.
- 마징길라니 수사자와 스파르타 암사자의 짝짓기 -
마징길라니는 스파르타 프라이드라는 새 가족에 크게 만족한 것 같았습니다.
원래도 그들은 마포호의 누이이자 아내였던 분파의 두 암사자와 간간이 교미해왔지만,
솔로와 동생들이 떠난 후로는 더욱 거리낌 없이 행동할 수 있었죠.
심지어 레오와 클레오의 누이인 젊은 암사자들도 이윽고 마징길라니와 어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본진의 젊은 세 암사자와 분파의 두 어미사자는 슬슬 함께 행동하기 시작했죠.
결국 스파르타 프라이드는 같은 남편을 섬기며 재통합되었던 겁니다.
(2) 테일리스의 고뇌
한편, 찰랄라 프라이드는 서서히 방치되기 시작했습니다.
젊은 아내들에게 흠뻑 취한 마징길라니 사자들이 스파르타 프라이드에 오래 머무느라,
찰랄라의 본처들과 첫 자식들을 좀처럼 찾지 않은 것이죠.
물론 마징길라니들의 부재가 찰랄라 프라이드에 당장 악영향을 끼친 건 아닙니다.
두 어미들은 남편들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자식들을 먹여살릴 수 있는 유능한 사냥꾼들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아비 사자들의 오랜 부재는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었죠.
마징길라니들의 행보를 지켜보며 가장 깊은 불안감에 빠진 건 아마 테일리스였을 겁니다.
그녀는 본진의 두 맏딸과 영원히 헤어질 생각이 없었습니다.
다만, 네 아성체 딸들이 무사히 성체로 자라날 시간을 벌고자 했을 따름이죠.
그녀들이 장성해서 마징길라니들의 아내가 될 자격을 얻으면,
자연히 본진의 맏딸들과 합쳐 찰랄라 프라이드의 재통합을 이룰 수 있을 테니까요.
얼마 전 스파르타 프라이드가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일이 꼬이기 시작한 겁니다.
솔로가 떠난 후 마징길라니 사자들은 스파르타 프라이드와 함께 론돌로지 남부에서 지내는 시간이 부쩍 늘었고 북부의 찰랄라 프라이드를 방치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북쪽의 마녤레티에서는 새로운 수사자들이 남하를 예고하고 있었죠.
여섯 마리의 마팀바 컬리션 말입니다.
터주대감이 누군지 확실한 상황에서 새로운 수사자들의 출현은 몹시 불길한 징조입니다.
처절한 전쟁이 벌어지리라 예고하는 일이었으니까요.
마팀바 수사자들이 사비샌드 북부에 어슬렁거리기 시작한 6월부터,
사람들은 크게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징길라니 대 마팀바의 전쟁은 몹시 두려우면서도 설레는 일이었죠.
그러나 두 거대 컬리션 사이의 전쟁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우선 마팀바가 남하를 멈췄습니다.
솔로보다도 약간 어린 그들은 마녤레티를 평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았죠.
경험이 일천한 그들은
따라서 팽창을 멈추고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언제 다시 정복에 나서 남하를 시도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아무튼 일단 그들은 쥬마 일대에서 웅크린 채 더 내려오려 들지는 않았습니다.
- 마팀바 영토(푸른색), 마징길라니 영토(붉은색), 두 찰랄라 프라이드(녹색 원), 스파르타 프라이드(황색 원) -
한편 마징길라니도 남쪽 영토에만 처박혀 있을 뿐, 좀처럼 북쪽으로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비단 스파르타 암사자들의 미색에 취한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무작정 싸우고 보는 마포호 사자들과는 전혀 달랐죠.
그들은 싸움을 가려서 했습니다.
수적 열세의 불리한 싸움은 결코 하려 들지 않았죠.
그들이 남쪽에만 머문 것은 마팀바와의 충돌을 피하려는 심산이었던 걸로 보입니다.
입장이 난처해진 것은 테일리스였습니다.
두 무리로 갈라진 딸들이 재통합하려면 반드시 같은 남편을 섬겨야 했죠.
본진의 두 맏딸이 이미 마징길라니의 아내가 되었으므로, 지금 데리고 있는 네 딸들 또한 그들의 배필이 되어야 할 겁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계속된다면 어린 딸 넷은 마팀바 컬리션의 아내가 될 가능성이 크죠.
정말 그리 된다면, 찰랄라 프라이드의 분열은 영구적인 것이 될 터입니다.
- 론돌로지의 파수꾼들, 마징길라니 -
(3) 해후와 작별
2011년 9월 중순, 스파르타 프라이드에 경사가 있었습니다.
분파 출신의 성체 암사자 하나가 마징길라니의 자식 둘을 낳은 겁니다.
이는 마징길라니와 스파르타의 결합을 더욱 끈끈하게 만드는 중요한 사건이었고,
마징길라니 형제들이 스파르타 프라이드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욱 늘었습니다.
반면, 얼마 후 찰랄라 프라이드에는 큰 비극이 있었습니다.
5월에 태어났던 어린 수컷 두 마리가 끔찍하게 목숨을 잃은 것이죠.
아기사자들이 고기 맛을 알게 되며 두 어미의 부담은 크게 늘었습니다.
아무리 어려도 여덟 개의 입에 넣기 위해 더 큰 고깃덩어리가 필요했던 것이죠.
한동안 쿠두와 임팔라 같은 영양들을 잡던 그녀들은 더 큰 사냥감을 노리게 되었습니다.
가령 버팔로 같은 것 말이죠.
9월 말의 어느 날, 두 어미사자는 용감하게 버팔로 사냥에 나섰습니다.
그녀들은 한동안 버팔로들을 거세게 몰아붙였지만 곧 뜻밖의 상황을 맞았습니다.
쫓기던 버팔로들이 문득 뒤돌아서더니 거세게 반격해오기 시작한 것이죠.
사냥터는 이내 전쟁터로 돌변했습니다.
문제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여덟 마리의 자식들이 무방비 상태로 있었다는 것입니다.
단 두 마리뿐인 찰랄라 암사자들 입장에서는 아기들의 보모까지 따로 둘 여유가 없었던 것이죠.
어미사자들을 쫓아버린 버팔로들은 곧장 아기사자들을 향해 돌진했습니다.
2월생인 큰 자식들은 모두 간신히 덤불 속으로 몸을 숨길 수 있었지만,
5월생인 어린 자식들 중 두 마리가 미처 달아나지 못하고 버팔로들의 둔중한 발굽에 짓밟혔습니다.
그리하여 찰랄라 프라이드의 아기사자 수는 여섯으로 줄었습니다.
- 살아남은 자식들을 데리고 이동하는 찰랄라 암사자들 -
테일리스의 두 맏딸은 어미와 동생들(딸들)과 결별한 후로 줄곧 승승장구해왔습니다.
이 사건은 그녀들이 마징길라니의 아내가 된 후 처음 겪은 좌절이었습니다.
남편인 마징길라니 수사자들이 곁에 없었기 때문이죠.
남편 없이 자식을 키운다는 일은 인간에게나 사자에게나 힘들기는 매한가지인가 봅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10월 초의 어느 날, 실로 묘한 일이 있었습니다.
순찰 중이던 론돌로지 관리자들이 마흘랄레 댐(Mahlahle Dam) 근처에서 워터벅(영양의 일종)의 사체를 두고 두 무리의 암사자들이 격렬하게 싸우는 모습을 목격했죠.
그들이 자세히 살펴보니, 찰랄라 프라이드의 두 암사자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녀들은 여섯 자식들을 대동하고 있었죠.
그녀들과 싸우던 상대가 누구일지 살펴보던 관리자들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녀들의 딸이거나 동생들일 찰랄라 분파 암사자들이었던 겁니다!
당시 현장에 테일리스는 없었지만,
영문 모를 상황에 목격자들이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에 불현 듯 나타났습니다.
테일리스는 도착하자마자 두 무리의 딸들 사이를 막아서며 싸움을 말렸죠.
그녀를 발견한 두 맏딸은 즉시 다가가 응석을 부리듯 머리를 부비며 강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세 모녀는 지난 1년간을 꼬박 떨어져 지냈습니다.
그러나 그 전에 9년의 세월을 함께 했죠.
9년 동안 쌓아올린 세 모녀의 애정은 1년의 단절로 인해 끊어지기에는 너무도 두터운 것이었죠.
- 1년만에 맏딸들을 만난 테일리스 -
어떻게 해서 이처럼 갑작스러운 해후가 이루어진 걸까요?
이는 결코 테일리스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을 겁니다.
전적으로 우연의 결과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의 해후가 이루어진 만남의 장소는 평소 찰랄라 본진의 영역보다 약간 위였으며, 찰랄라 분파의 영역보다는 꽤 아래였습니다.
얼마 전 버팔로 사냥에 실패하고 자식마저 둘 잃은 본진의 두 암사자는 다른 사냥감을 찾기 위해 평소보다 더 위로 올라왔고,
분파 암사자들 또한 비슷한 이유에서 남쪽으로 내려온 것 같습니다.
그 우연의 결과 이처럼 예기치 못한 해후가 이루어진 것이죠.
아무리 계획에 없던 일이라 해도 세 모녀의 만남은 감격적인 것이었죠.
그러나 분파의 젊은 암사자들을 바라보는 두 맏딸의 시선은 어미를 향한 것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그녀들은 감격에 젖은 듯 어미를 핥아주고 몸을 부비다가도,
문득문득 어린 동생들(딸일 수도 있지만 걍 동생이라 할게요)을 성난 눈길로 바라보며 나직하게 으르렁거렸죠.
분파의 어린 암사자들은 몸을 바짝 낮춘 채 긴장감을 숨기지 못한 시선으로 언니들(혹은 어미들)을 살폈습니다.
심지어 두 맏딸은 어린 동생들을 재차 공격하려는 듯한 움직임까지 보였지만,
테일리스가 몸을 던지다 해서 간신히 더 이상의 불상사를 피했습니다.
그러나 찰랄라 프라이드의 두 무리 사이에는 오직 싸늘한 기운만 맴돌고 있었죠.
- 테일리스 딸들끼리의 싸움, 찰랄라 프라이드의 내전 -
약간의 시간이 더 흐른 후 찰랄라 프라이드의 두 무리는 각자 왔던 길로 돌아갔습니다.
다만 테일리스 혼자만이 왔던 길과 다른 길로 떠났습니다.
그녀는 두 맏딸을 따라 본진에 합류했습니다.
1년 가까이 홀로 보살펴 왔던 어린 딸들 곁을 떠난 것이죠.
테일리스의 이 결정은 매우 뜻밖의 것이었습니다.
사전에 아무런 징조가 없었기 때문이죠.
그 날의 우연한 만남에서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평생에 걸쳐 보여준 테일리스의 모습은 충동적인 것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는데 말이죠.
테일리스가 갑자기 맏딸들을 따라나선 이유는 여섯 마리의 손주들 때문일 겁니다.
테일리스는 모성애의 화신 같은 암사자였죠.
그녀는 평생을 자식들을 돌보는 데 바쳐왔습니다.
따라서 그녀는 자신의 보살핌이 더욱 절실한 쪽을 택했던 게 아닐까요?
지난 1년 동안 보살펴왔던 어린 딸들은 이제 두 살 반을 넘겼고 곧 세 살이 될 겁니다.
1년간의 충실한 학습을 통해 그녀들은 이미 나이에 비해 능숙한 사냥꾼이 되었죠.
더구나 자신들의 숫자가 네 마리나 되었고 딸린 자식들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영양이나 얼룩말 등을 잡아서 스스로 먹거리를 마련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겠죠.
반면, 맏딸들이 처한 상황은 매우 어려워졌죠.
남편들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미 두 마리의 자식을 잃었으며,
아직 먹여 살려야 할 어린 생명이 여섯 마리나 남아 있었죠.
그녀들이 얼마 전 버팔로들에게 자식들을 잃은 건 보모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테일리스가 그녀들 곁에서 보모의 역할을 맡아줬다면 그런 불상사는 없었겠죠.
이것이 아마 테일리스가 맏딸들을 따라나선 결정적인 이유일 겁니다.
그동안 테일리스와 함께 지냈던 네 어린 딸들은 아마 버림받은 기분이었을 겁니다.
지난 1년간 자신들을 알뜰살뜰 보살펴줬던 어미는 냉정하게 곁을 떠났습니다.
그녀들에게 남은 것은 1년만에 만난 언니들이 만들어준 쓰라린 상처와 지독한 상실감,
그리고 도저히 떨쳐버릴 수 없는 깊은 배신감이었습니다.
- 찰랄라 분파 암사자들. 이제 그녀들은 어미 없이 지내야 한다 -
(4) 두 번째 테일리스
마징길라니 컬리션이 찰랄라 프라이드를 방치한 지 어느덧 반년 가까이 지났습니다.
그들은 줄곧 스파르타 프라이드하고만 지냈죠.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강력한 컬리션이 둘 이상의 프라이드를 거느리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의 마징길라니처럼 한 프라이드만 일방적으로 편애하고 나머지를 방치하는 것은 희한한 일이죠.
그들은 아직도 가족들을 거느릴 경험이 부족했던 걸까요?
아니면 마팀바가 두려워 북쪽에는 얼씬조차 못한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다른 이유에서일 수도 있고,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일 수도 있죠.
아무튼 찰랄라 프라이드가 철저히 방치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테일리스의 합류는 두 맏딸에게 큰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그러나 세 모녀는 아직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녀들은 이제 한바탕의 시련을 또 겪어야 한다는 사실을요.
9월 말 버팔로들에게 어린 자식 둘을 잃었던 건 그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약 두 달 후에는 더 큰 시련이 그녀들을 찾아왔죠.
테일리스는 평생에 걸쳐 하이에나들과 악연을 맺어왔습니다.
어린 시절 그녀는 하이에나들에게 언니를 잃었고,
2005년에는 자식들을 지켜낸 대신 꼬리를 잃었죠.
그때 지켜낸 자식들 중에는 솔로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동마포호와의 사이에서 낳은 어린 딸도 하나 잃고 말았죠.
이번에는 한 맏딸의 차례였습니다.
11월 1일에 론돌로지 관리인들은 찰랄라 프라이드가 기린을 뜯어먹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모처럼의 큰 만찬을 즐기는 그들의 모습은 매우 행복해보였죠.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그곳에는 하이에나들이 포만감에 젖어 곤히 잠든 모습으로 있었죠.
기린은 앙상한 뼈대만 남았고 찰랄라 프라이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불길한 예감을 떨치지 못한 관리인들은 황급히 찰랄라 프라이드를 찾았습니다.
이윽고 다시 발견한 그 프라이드의 상태는 몹시 좋지 못했죠.
테일리스와 맏딸 하나는 무사한 모습이었지만, 나머지 맏딸이 끔찍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한쪽 뒷다리를 심하게 절었고, 꼬리가 거의 끊어질락 말락 한 상태였죠.
마치 데자뷰 같았습니다.
6년 전, 그의 어머니가 당했던 것과 거의 같은 일을 당한 것이죠.
게다가 그녀가 당한 봉변은 어머니보다 더 지독했습니다.
테일리스는 꼬리를 잃은 대신 자식들을 모두 지켜냈지만,
이 맏딸은 자식마저 하나 잃고 말았죠.
그때부터 어린 아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겁니다.
그녀는 5월에 태어난 네 아기들의 어미였습니다.
그녀의 자식들은 3남1녀였죠.
(여기서 정정합니다. 지난 편에는 넷 모두 수컷이라 했는데, 오류였습니다)
두 달 전 버팔로들에게 목숨을 잃은 두 아기는 그녀의 아들들이었죠.
그런데 이번에 하이에나들에게 또 하나의 아들을 잃은 것이죠.
그녀 곁에는 이제 딸만 하나 남았습니다.
몇 주 후 다시 목격된 그녀의 모습은 매우 수척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이제 다리를 절지 않았다는 사실이죠.
다리 부상은 그리 심각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꼬리가 말끔하게 사라져 있었죠.
아무래도 그녀의 어미나 언니가 떼어준 듯합니다.
그리하여 그녀는 6년 전의 어머니와 똑같은 모습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름을 얻게 되었죠.
이때부터 사비샌드 사람들은 그녀를 ‘new tailless’, 혹은 ‘younger tailless’라 불렀습니다.
저는 앞으로 ‘영테일리스(Young Tailless)’라 부르겠습니다.
- 영테일리스는 굳이 밟지 않아도 될 어미의 전철을 밟았다 -
동생이 꼬리를 잃은 덕분에 언니 또한 이름이 생겼습니다.
사람들은 그녀를 ‘테일드(Tailed)’라 부르기 시작했죠.
그녀는 찰랄라 프라이드의 유일한 ‘꼬리 있는’ 암사자입니다.
(5) 작은 기적, 큰 비극
영테일리스는 이름을 얻은 대신 꼬리와 아들을 잃었습니다.
꼬리야 그렇다 쳐도 아들을 잃은 상실감은 지독한 것이었죠.
찰랄라 프라이드는 한동안 침울한 분위기에 젖어 있었습니다.
특히 암사자들은 이제 단 한 마리 남은 어린 수사자를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곤 했죠.
2월생인 그는 세 누이와 함께 태어났으나, 석 달 뒤에 남동생 셋이 더 태어났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의 앞날은 무척 밝아보였습니다.
그와 세 동생은 장차 강력한 컬리션을 만들 것이고, 우두머리 자리는 맏형인 그의 몫일 테니까요.
그러나 그 남동생들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모두 사라졌고 그만 홀로 남았습니다.
외톨이가 된 것이죠.
찰랄라 프라이드는 이미 외톨이 수사자를 배출한 일이 있습니다.
그가 바로 솔로죠.
솔로는 덩치와 용맹과 지혜라는 삼박자를 두루 갖춘 뛰어난 개체였고,
스파르타 프라이드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행운까지 얻었지만,
지금 지독하게 힘겨운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또래의 형제가 없다는 불운은 그 어떤 행운으로도 상쇄시킬 수 없었죠.
찰랄라 프라이드의 세 암사자는 솔로의 어머니와 누나들이었죠.
그녀들은 고독한 장남의 고난과 시련을 생생히 지켜봐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 어린 아들마저 그의 전철을 밟을 상황에 처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들이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없었죠.
그저 막막하고 불안한 눈길로 그를 바라볼 뿐...
그런데 몇 주 더 시간이 지난 후, 이 프라이드에 작은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죽은 줄만 알았던 그 어린 수사자가 홀로 가족을 찾아온 겁니다!
그는 이제 불과 생후 5개월이었습니다.
생후 5개월짜리 사자가 무려 5주를 홀로 버틴 끝에 살아남은 것이죠.
그가 가족들과 다시 만난 감격적인 장면은 때마침 사람들에 의해 생생히 목격되었습니다.
당시 그 아기는 차마 보기 힘들 정도로 더러웠고 삐쩍 말라 있었지만,
몸에 이렇다 할 상처도 없었고 다리를 절거나 하지도 않았습니다.
매우 건강한 상태였죠!
- 기적적으로 돌아온 어린 수사자. 몹시 말랐지만 건강했다 -
기적적으로 살아돌아온 그 아기는 어머니 품에 안겨 비로소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그 아기를 가장 반긴 것은 그보다 석 달 먼저 태어난 형이었죠.
이제 고작 생후 8개월인 그 아들은 남동생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걸까요?
그는 정신없이 달려가 5주만에 만난 미래의 전우를 얼싸안고 뒹굴었습니다.
어쩌면 그들의 전우애는 이때부터 강하게 형성되기 시작한 건지도 모릅니다.
- 동생 뒤를 열심히 쫓는 형.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걸까? -
그 장면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박수 치며 환호했고,
두 아들들의 미래를 축복하며 기대했습니다.
저 5개월짜리 녀석은 대체 어떤 녀석일까?
얼마나 강인한 품성을 타고 났기에 5주 동안 혼자 살아남은 걸까?
생후 5개월짜리 수사자에게서 벌써 제왕의 면모를 발견한 사람들의 마음은 몹시 설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아이들의 아버지들이 돌아왔습니다.
마징길라니 사자들이 모처럼 스파르타 프라이드를 떠나 찰랄라 프라이드로 향한 것이죠.
그 동안 스파르타 암사자들은 대부분 출산을 하거나 임신 중이었죠.
더 이상 교미가 불가능해진 것이 마징길라니들을 이동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 스파르타 프라이드의 아기사자들. 그들 또한 마징길라니의 자식들이다 -
그러나 그들의 귀환은 그다지 감격적이지 않았습니다.
찰랄라 암사자들은 마징길라니들을 향해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고,
마징길라니들 또한 자칫하면 그녀들을 공격할 듯할 태도를 보였죠.
수사자들과 암사자들, 아니 남편과 아내들 사이에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긴장감이 팽배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의 크리스마스가 하루 지난, 12월 26일의 일이었습니다.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며 사비샌드의 짧은 여름밤이 시작될 무렵이었죠.
론돌로지 중부에 함께 모여 하루종일 휴식을 취하던 마징길라니 형제들이 문득 몸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북쪽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죠.
찰랄라 프라이드가 있는 방향이었습니다.
당시 마징길라니들은 네 마리가 모두 모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북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은 세 마리뿐이었죠.
리더 다크메인이 선두에 서고, 골든메인과 스카노즈가 차례로 그 뒤를 따랐습니다.
오직 힙스카만이 그 행진에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반대쪽으로 혼자 이동했죠.
힙스카가 홀로 이탈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 마징길라니 사자들 -
아무튼 세 마리의 마징길라니들은 찰랄라 프라이드를 향해 이동했습니다.
이는 뭐 사실 별로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남편들이 아내들을 찾아가는 게 특별할 게 있나요?
그런데 사람들이 당시 그들을 주목했던 건 이동의 양상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거품이 질질 흐르는 입으로 성난 사자후를 연신 토하는 그들의 모습은 흡사 전쟁터로 출진하는 것 같았죠.
이윽고 그들은 찰랄라 프라이드를 만났고, 즉시 맹공격을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테일리스, 테일드, 영테일리스는 사력을 다해 남편들의 공격에 맞섰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이내 그녀들은 박살이 난 채로 간신히 자식들을 챙겨 달아났죠.
그녀들은 영문도 모른 채 습격 받았지만,
워낙 노련한 암사자들이라 큰 손실을 면했습니다.
어쩌면 그런 불상사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이미 며칠 전부터 마징길라니들은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으니까요.
아무튼 그녀들은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지 않았고, 아기사자들도 대부분 지켜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모두’가 아니죠.
결국 그녀들은 그 끔찍한 밤에 자식 하나를 잃고 말았습니다.
그 불운한 아이는 하이에나의 공격 때 사라졌다가 5주만에 돌아왔던 그 아이였죠.
마징길라니의 스카노즈는 자신의 자식일 수도 조카일 수도 있는 그 어린 생명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짓밟았습니다.
그 어린아이는 홀로 떨어져 있던 5주 동안 다시 가족들과 만나기 위해 우리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없는 역경을 이겨냈을 겁니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그의 아비일 수도 있는 수사자에 의해 목숨을 잃었죠.
실로 애달프다 아니할 수 없습니다.
- 아기사자의 죽음을 확인하는 스카노즈 -
그리고 그 가엾은 어린 수사자가 목숨을 잃기 하루 전인 25일,
스파르타 프라이드에서는 마징길라니의 새로운 자식들이 세 마리 태어났습니다.
(6) 격변
해가 바뀌어 2012년이 찾아왔습니다.
찰랄라 프라이드는 크나큰 슬픔 속에서 새해를 맞이했죠.
마징길라니들에게 어린 아들을 잃은 겁니다.
그의 형은 다시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한 달 전에 그토록 반갑게 맞이했던 남동생은 스치듯 떠나갔죠.
- 마지막 날 아침의 어린 수사자. 그 날 밤 그의 짧은 생은 끝났다 -
찰랄라 프라이드는 한동안 깊은 우울감에 젖어 지냈습니다.
그리고 1월 중순에 그들의 슬픔을 씻어주려는 듯 큰 비가 내리기 시작했죠.
원래 사비샌드의 1월은 우기가 한창인 때니까요.
문제는 그 우기가 너무 지독했다는 겁니다.
큰 비가 일주일 가까이 그칠 줄 모르고 퍼부어댔죠.
샌드리버의 강물은 무섭게 불어났고, 사비샌드가 통째로 물에 잠길 지경이 되었습니다.
대홍수가 일어난 것이죠.
- 대홍수 -
포식자와 피식자를 가릴 것 없이,
사비샌드의 모든 동물들이 한동안 비를 피할 은신처를 찾기에 급급했습니다.
그토록 사납게 날뛰던 마징길라니조차 한동안 웅크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죠.
사비샌드 사람들도 숙소에 틀어박혀 빨리 비가 그치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이윽고 1월 말에 이르러 간신히 비가 그쳤습니다.
사람들은 모처럼 랜드로버에 몸을 싣고 보호구역의 동물들을 점검하러 나섰죠.
그들이 사랑하는 동물들이 무사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찰랄라 프라이드의 상태를 점검하며 그들의 가슴은 무겁게 내려앉았습니다.
작년 2월에 태어난 아기사자 두 마리의 모습이 사라진 겁니다.
그 중에는 이제 하나 남은 어린 수사자도 포함되어 있었죠.
- 물이 빠지기 시작한 강을 건너는 마징길라니 형제 -
그래도 사람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사라진 어린 사자들을 기다렸습니다.
불과 얼마 전에도 5개월짜리 아기가 5주만에 살아돌아온 일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의 기다림은 부질없는 것이었습니다.
불어났던 물이 다 빠져도 두 아기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죠.
그 어린 수사자는 끝내 아비들 손에 먼저 죽은 동생 뒤를 따랐습니다.
그리하여 찰랄라 프라이드에는 이제 아기사자가 셋만 남았습니다.
작년 2월에 태어난 딸 둘과 5월에 태어난 딸 하나였죠.
아들 넷과 딸 하나는 버팔로에 의해, 마징길라니에 의해, 그리고 홍수에 의해 차례로 떠나갔습니다.
한동안 삶의 터전을 채우고 있던 물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테일리스의 심정은 몹시 참담했습니다.
그녀는 정말 훌륭한 어머니였습니다.
이는 누구도 감히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었죠.
그녀는 처음 얻은 두 맏딸을 모두 훌륭히 키워냈고,
온갖 고초 속에서도 솔로를 무사히 길러냈습니다.
마징길라니의 압박 속에서 동마포호의 네 딸을 잘 보살피기도 했죠.
물론 그녀가 언제나 자식농사에 성공했던 건 결코 아닙니다.
많은 좌절을 겪기도 했죠.
솔로의 형과 누이 둘을 롤러코스터 형제에게 잃었으며,
동마포호의 아들 셋을 마징길라니에게, 딸 하나를 하이에나들에게 잃었죠.
그러나 그녀는 항상 꿋꿋이 다시 일어섰습니다.
남아 있는 자식들을 보살펴야 했기 때문이죠.
모성애는 그녀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힘을 내게 하는 원천이었죠.
하지만 이번에 겪은 좌절은 너무 심각했습니다.
아비가 아들을 죽이는 패륜과 대홍수라는 천재지변은 그녀가 아무리 위대한 암사자라 해도 예측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이었죠.
테일리스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손주 셋을 떠나보냈습니다.
당시 그녀가 느낀 무력감은 전에 없이 지독한 것이었죠.
그러나 테일리스는 마냥 무력감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자기 몸을 추스를 여유도 없이 나머지 식구들을 돌봐야 했죠.
홍수가 끝나자 그녀는 살아남은 식구들을 다시 모았습니다.
맏딸 둘과 손녀 셋... 단출한 식구였죠.
- 살아남은 11년 2월생 손녀가 어머니(테일드) 등에 기대어 쉬고 있다 -
- 영테일리스의 살아남은 유일한 딸. 그녀의 오라비 셋은 모두 죽었다 -
- 영테일리스와 테일드. 뒤에 엎드려 있는 건 그녀들의 어머니 테일리스. -
하지만 테일리스는 물론, 테일드와 영테일리스 또한 강인한 어머니들이었습니다.
그녀들은 슬픔과 아픔을 벗어던지고 의연하게 옛 사냥터로 돌아갔죠.
물이 빠진 사냥터에는 수많은 초식동물들이 풀을 뜯으려 몰려와 있었죠.
그 장관을 보며 세 모녀는 다시 힘을 냈습니다.
그녀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부지런히 사냥했고, 살아남은 세 딸들을 먹였습니다.
다행히 어린 딸들은 매우 건강했고,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그리하여 찰랄라 프라이드는 간신히 평온을 되찾았습니다.
다시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이 완연한 4월 어느 날의 일이었죠.
여느 때처럼 사냥터들을 돌아보던 테일리스의 눈에 낯선 수사자 두 마리가 띄었습니다.
그들은 남의 사냥터에서 천연덕스럽게 버팔로를 잡아먹고 있었죠.
조심스레 침입자들을 살피던 테일리스는 이내 그들이 전혀 낯선 사자들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은 마포호 컬리션의 마쿨루와 프리티보이였죠.
약 한 달 전인 3월 16일,
사비샌드 역사상 최악의 사자라던 미스터티가 셀라티 4형제의 습격을 받아 숨을 거뒀습니다.
그의 죽음으로 마포호 제국은 명실공히 멸망해버렸고,
살아남은 마쿨루와 프리티보이는 셀라티 컬리션에게 영토를 넘겨주고 망명을 시작했죠.
죽음이라는 종착지를 향하는 쓸쓸한 여정이 시작된 겁니다.
- 사탄이라 불린 사자의 장렬한 최후 -
젊은 사자들을 피해 이리저리 표류하던 마포호 노장들은 어느덧 론돌로지로 흘러들었습니다.
그들이 론돌로지 땅을 밟은 것은 마포호 제국이 동서로 분열한 지 4년만의 일이었죠.
당시만 해도 사비샌드를 통째로 집어삼킬 것 같던 그들은 이제 내일의 삶조차 장담할 수 없는 늙은 방랑자 신세였죠.
당시 마쿨루는 열네 살, 프리티보이는 열한 살이었습니다.
테일리스는 마쿨루와 동갑이었습니다. 그녀도 열네 살이었죠.
그녀는 마치 거울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마쿨루의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그녀와 마쿨루가 한때나마 의붓남매로 지냈던 것은 어느덧 10년 전의 일이었죠.
당시 그들은 아직도 아성체 티가 역력한 풋풋한 처녀 총각 사자들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옛 일입니다.
테일리스가 마쿨루의 모습을 다시 본 것이 얼마만의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짧게는 5년, 길게는 9년 가까이 될 겁니다.
어느 쪽이든 몹시 긴 시간이긴 마찬가집니다.
사람의 인생으로 치면 수십 년 세월이 흐른 셈이니까요.
오랜 세월을 거쳐 다시 만난 옛 의붓오라비의 모습은 믿기 힘들 정도로 변해 있었습니다.
한때 사비샌드에서 가장 거대한 수사자라 찬사 받던 그의 몸은 애처로울 정도로 말라 있었고,
그토록 형형하던 눈빛 또한 몹시 흐려졌죠.
테일리스는 그런 마쿨루에게서 물씬 풍겨오는 죽음의 냄새를 맡았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깨달았을 테죠.
자신에게서도 그런 냄새가 나기 시작했으리라는 것을...
- 늙은 수사자 마쿨루 -
- 마쿨루의 눈에는 수만 가지의 이야기가 담긴 듯하다 -
마쿨루와 프리티보이는 며칠 후 사라졌습니다.
잠시나마 늙은 몸을 뉘일 만한 땅을 찾아 떠났겠죠.
마징길라니 영토는 그럴 곳이 못 된다는 사실을 그들은 잘 알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 짧은 만남을 통해 마쿨루는 옛 누이에게 중요한 사실을 깨우쳐줬습니다.
이제는 그녀에게도 길고도 험했던 여정을 마무리할 때가 다가왔다는 사실 말입니다.
- 테일리스. 그녀도 이제 늙고 지쳤다 -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음 주에는 이 지루한 연재를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제목은 많은 분들이 예상하셨겠지만,
the Beatles의 “The Long and Winding Road”에서 따왔습니다.
* 지난 글 보기 *
1부
2부
3부
4부
5부
6부
7부
8부 1편
8부 2편
선추천후감상. 감사합니다
선추천합니다^^
인공휘성// 밀우// 감사합니다 ㅎㅎ
사자글은 추천 후 읽는 게 진리입니다.
면서// ㅎㅎㅎ 어서오세용
글 고맙습니다
MrBig// 제가 고맙죠 ^^
실종됐다 5주 후 말라비틀어진 몸으로 나타난 아기사자,
그러나 잔혹한 아비로 인한 죽음.
늙고 수척한, 깡마른 마쿨루.
기구한 운명을 헤쳐온, 지친 테일리스...
처연합니다.
면서// 네 저도 이번 편은 쓰면서 좀 힘들었습니다. 멘탈 나가는 장면이 계속 나와서...
두번째로 라이브 글 봅니다.
지금 갑니다. 😁😁
flythew// ㅎㅎㅎ 어서오세요
[리플수정]자식 조카도 죽이고
찰랄라프라이드에게 모질게 대하는 특뱔한 이유가 있나요? 못보던 테일리스가 있어서 그런건 아닌것 같고요. 마팀바와 거리를 두는것으로도 이유가 부족해보여서요. 호불호에 특별한 이유가있어야 하는건 아니지만요
마징길라니 특징은 예측불허네요..자식을죽이다니..결국 찰랄라 두 믿딸과 그 분파 딸이 싸우는거보니 가족은 함께한 세월로 만들어지나봅니다. 자기 핏줄인데 안타낍네요..
그 스틱스 하이에나에게쫓긴 수사자는 어찌됐나요
하아 의붓남매의 만남이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세대의 마무리 ㅠ ㅠ
ㅠㅠ 잘 읽고 갑니다.
마징길라니 컬리션 의외로 찌질한 놈들이네요; 숫사자의 의무인 외부의적으로부터 처자식을 보호하는 임무는 내팽겨치다 뒤늦게 짝짓기만 하러왔다 안해주니 지자식까지 죽이고..마팀바가 무서웠던듯..마포호 오형제가 복수하러왔을때도 꽁지빠지게 도망가더니..그런데 게중에 힙스카는 나중에 죽을때도 왕따당하다 죽고 이번습격건에서도 형제들과 다르게 행동하는거보면 형제들의 찌질하고 비열한 행동이 마음에 안들었던 모양이네요. 킨키테일을 죽일때 제일 어그레시브하게 싸운게 힙스카라던데..비열하고 교활한 마징길라니중에서 유일하게 웅지가 있는 개체가 아니었나 추측되네요.
그나저나 동물들의 짧은수명은 진짜..테일리스나 마쿨루는 야생동물치고는 진짜 오래산건데도 열네살이 한계점인 모양이네요. 이때부터는 거동도 불편한 나이가 되니 사냥과 전투를 못하면 생존이 어려운 야생동물특성상 어쩔수없는듯..하긴 애완동물인 우리집강아지도 만열네살 못넘기고 몇달전 무지개다리건넜죠. ㅠ 보고싶다 몽실아..
매번 감사 합니다 ..
세대 교체가 시작 되는 군요 ㅜ
잘 읽었습니다. 언제나 흥미진진한 글 감사합니다.
[리플수정]지욕심만 챙기고 육아에 소홀한 남편이 속도모르고 나타나니 '어딜 꺼질러다니다가 이제 나타난거야..그간 애들이 죽었어..날이렇게 고생시키고 이제와서 애비노릇이야~~바가지를 긁자 야비하게 폭력을..결국 칼로 일어선자 칼로 망한다고..폭력작인 놈들은 다 자기씨를 못보고 마네요..스플릿록형제 시자나니등은 그래도 자기씨 훌륭하게 남기고....흠..신은 결국 결과로 심판하네요..
자녀들중에도 정이가는 개체가 있을듯..스플릿록 형제 품성을 닮아 성실힌 첫 두딸은 성격도 정이갈듯..마포호 피를 받은 분파 딸들은 다그런건 아니어도 뭐가 애비 성격이 나타나기도 했을듯...
+암행어사// 찰랄라 암사자들이 먼저 적개심을 보여서거나, 찰랄라의 아기사자들이 자기 자식이라 확신하지 못했거나 겠됴
깊은빡침// 스틱스 수사자 얘기는 다음편 앞부분에 꼭 넣겠습니다 ㅎㅎ
하만칸// 한량도령// 감사합니다 ^^
큐티몽실// 네, 힙스카는 다른 형제들하곤 좀 달랐습니다. 평소 아기사자들을 가장 살갑게 대한 것도 힙스카였죠.
그나저나 몽실이도 굉장히 오래 살았네요. 그만큼 정도 많이 들었을텐데 그리우시겠어요. ㅠ
Arsenal// 사라스// 감사드립니다 ^^
깊은빡침// 네.. 두 맏딸도 그렇고 솔로도 그렇고... 스플릿록 핏줄은 다 착한거 같아요
매번 잘 읽고있습니다.
이번편은 특히 감정이입을 해서 읽게되네요.
이번 이야기는 그냥...마음이 아프다고 할까, 슬프다고 할까.. 좀 복잡한 감정으로 읽었어요. 테일리스라는 사자가 대단한 삶을 살고 떠났다는 걸 잊지 못할 거 같아요. 괜히 눈물이ㅠㅠ 마징길라니 사자들 밉네요. 오랜만에 나타나서 그 무슨 짓인지.. 그리고 사람이나 동물이나 늙어간다는 건 쓸쓸한 일인 거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다음 주가 마지막 글이라니 아쉬워요.
의천듀스도 끝났는데 테일리스 이야기도 담주 끝이라니 ㅠ.ㅠ
술한잔했습니다
마징길라니 이놈들 용서가 안되네요
짝짓기 사진은 주번나 부탁드립니다ㅜ
후회중// 슬슬 막바지라 그럴 겁니다 ㅎㅎ
qupid*lions// 그러게요 사람이든 동물이든 끝을 향해 간다는 건 참... ㅠㅠ
우리약// 정민군 보고 싶네요 ㅎㅎ
마포고// ㅋㅋㅋ 주번나 ㅎㅎ
버밍험 보이즈가 등장하기전에 2010년대 초중반에 가장 강력했던 컬리션인 마징길레인과 마팀바가 붙었으면 정말 빅매치였을텐데, 둘다 결국 전면전을 하지는 않았나 보군요.
그러고 보면 테일리스의 형제 중 하나도 아버지로 추정되는 웨스트스트리트 컬리션에게 척추가 부러져서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니다가 결국 죽었죠...
한동안 스플릿 록 형제나 롤러코스터 수사자나 도지처럼 힘든 상황(늙고 노쇠하거나 형제를 잃고 혼자남겨지는 등)에서도 할 수 있는 한 가족을 지키던 수사자들만 보다가 이런 상황을 보니 충격이 크네요...
마징길라니가 장기간 패권을 쥐고 있어도 그렇게 매력적이진 않다고 느낀 이유가 단지 킨키테일을 죽였기 때문만은 아닌 거 같아요.
엠파이어.// 나중에 마팀바가 분열해서 남부 마팀바가 종종 마징길라이랑 싸우곤 했는데, 생각처럼 전면전으로 번지진 않았습니다
fjdyjch// 네 마징길라니는 분명 대단한 컬리션이지만 뭔가 확 하고 사람 마음을 잡아끄는 면은 부족한 것 같아요.
마징길라니는 자기들보다 조금이라도 수가 많거나 세보이는 컬리션 만나면 도망거죠. 남은 마포호 오형제가 킨키테일 복수하러왔을때도 마팀바 여섯마리가 내려왔을때도 다 스파르타 프라이드로 토꼇죠.유일하게 이긴게 셀라티 네마리랑 붙었을때인데..셀라티애들이야 부실하기로 유명한 컬리션이니..
엔딩은 사자신 마쿨루와 함께 사지별로 떠나 그 후로 그들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엔딩인가요 ㅠㅠ
[리플수정]담주가 끝이라니...스핀오프로 '그후 솔로는' 부탁드려요...흑
마쿨루는 진짜 뭔지.. 사자신이라는 댓글이 있는데.진짜 뭡니까?
잘 읽고 갑니다. 담주가 끝이라니 ㅜㅜ
큐티몽실// ㅋㅋㅋ 셀라티 불쌍해지네요
RegTeddy// 오오 멋진 엔딩인데요... 솔깃
깊은빡침// ㅎㅎㅎ
가스통르루// 정말 기묘한 친구죠 마쿨루는...
로코와몰리// ㅎㅎ 시간 참 빠르네요
큐티몽실// 셀라티와 붙었을때도 셀라티 네명중 한마리가 버팔로 사냥하다가 죽어서 세마리로 줄어든 상태라는 말도 있더군요.실제로 마징길라니가 셀라티 치기전에 셀라티 무리를 보면 세마리밖에 없더군요
기적적으로 5주만에 생환한 아기사자가 아비에게 죽음을 당하다니..슬프면서도 너무 어이없네요.. 탈랄라 자식들은 자신들이 편애하는 스파르타 자식들의 미래 경쟁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 양쪽다 자기 자식들임에도 미운털 박힌 자식을 죽인것일까요
엠파이어.// 헉 그건 정말 충격적인 얘긴데요 ㄷㄷ
추억속으로// 설마 그렇게까지... 모르겠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