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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감 집착자

SOM01734_3.jpg
비가 올 때만 조그맣게 생기는 폭포를 다녀왔습니다.
이런 곳에 올 때면 빗물이 모여 떨어지는 물줄기, 푹신한 이끼, 물을 머금은 잎사귀, 미끌거리는 바위, 축축한 낙엽같은 것들이 촉감으로 느껴지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사진을 찍고 싶은데, 결국에는 SNS나 커뮤니티가 허락하는 작은 사이즈 이미지나 화질 열화로는 보여줄 방법이 없네요.
'뭐 찍은거임?'이란 반응만 안나와도 다행이네요.
프로건 아마추어건 요새 시대엔 SNS를 적극 이용하는데, 기술은 발전했지만 결국에 올릴 수 있는 사진은 과거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SOM01760_1.jpg
예를 들면 이 사진도 이끼 디테일이 멋지게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사진이 소비되는 기기도 이제 대부분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을 이용하니 아이러니하네요.
그것을 보여주겠다고 모든 사진을 대형 인화해서 항상 전시를 할 수 있는 노릇도 아니구요.
아래 사진은 위 사진에서 이끼 부분을 크롭해봤습니다.
제목_없음_1.jpg
카메라랑 렌즈가 좋아진만큼 이런 디테일들을 찍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결국엔 가장 먼저 도태되는 사진 형태인 것 같습니다.
분위기나 색감으로 언뜻 봐도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못하지만,
함께 옆에 서서 만져보는 듯한 이런 느낌의 사진도 가끔은 매력적이네요.
www.youtube.com/c/jimmylab
www.instagram.com/special_jang
댓글
  • 서정준 2019/06/18 03:13

    예술사와 인터넷 발전의 큰 흐름으로 볼 때 결국 모든 예술은 개인적이고 파편화되는 과정에 놓여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에(아무리 매스미디어의 힘을 빌어도 공중파 시절처럼 모두가 하나를 보게 만들 수 없죠) 이러한 형태의 사진들도 요구하는 층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오늘 문득 비슷한 생각을 했는데요. 당장 제 작업 모니터가 24인치에 1080p 정도다보니까 그 이상의 큰 흐름을 가지고 사진을 본 적이 없더라고요. 인화해서 크게 벽에 걸어두고 볼 때 생기는 감각 말이에요. 그래서 '아 내 시선을 키우려면 작업 모니터 크기도 다양화해야겠다' 싶었는데, 이런 질감을 말씀하시는 것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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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스킨 2019/06/18 08:33

    좋은 의견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근래 모든 사진을 휴대폰으로 옮겨봅니다. 전시나 출판을 할 때가 아니라면 사람들이 대부분 휴대폰 위에서 사진을 보니까요. 근데 아무리 디스플레이가 좋아져도 도저히 휴대폰으로는 볼 수 없는 장르가 있더라구요.
    큰 모니터, 작은 모니터, 좋은 종이, 나쁜 종이, 액자, 책 등등 사진이 소비될 패턴에 맞춰서 셀렉트하고 찍는 것도 현대에는 중요한 작업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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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타이르 2019/06/18 08:49

    말씀하신 내용 참 공감됩니다. 좋은 말씀 잘 보고 갑니다.
    사진도 멋지네요. 이끼의 촉촉함과 매끄러운 느낌이 잘 느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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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usica 2019/06/18 09:07

    네... 오늘날의 99.999%가 사진을 폰으로 보죠. 그래서 전 작은 액정에 그나마 알맞은 망원렌즈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85부터 200까지요. 망원으로 찍어 폰으로 보는 사진은 그 대상을 우리 눈이 실제로 보는 크기와 같아서 부담이 없더라구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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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화꽃향기 2019/06/18 09:13

    요즘엔 무엇인가를 고집한다는것이 어려운듯 싶습니다.
    핫한것만, 트랜드한 것만 따라가고, 사람들이 열광하고 반응하다보니
    한가지를 고집하고 전념하기엔 어려운 현실이고
    무반응에 무플에 사람들이 쉽게 포기하고 말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시스킨님의 사진이 어쩌면 더 소중한 사진이 될수 도 있고
    극소수가 될지 모르는 팬덤을 형성할 수도 있고요.
    질감에 집착한다... 좋은 표현인듯 싶습니다.
    사진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인듯 싶습니다.
    질감에 집착한다. 색감에 집착한다.
    각기 자신이 사진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장인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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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neB 2019/06/18 09:16

    반대 되는 이야기 일지 모르겠지만, 저는 사진을 소비하는 매체가 더 늘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필름 시대에서는 작가의 작품은 오직 전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기회가 대부분이였다면
    이제는 그런 제약을 벗어났다고 할 수 있죠.
    장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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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po 2019/06/18 09:28

    퀄리티에 치중하는 사람에겐 인스타나 페이스북은 정말 별로 필요없는 것들입니다.한계가 너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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