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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아이즈원] 조금 긴 후기(멤버 중심)


공연은 정확히 세시간을 채웠습니다. 끝날 때까지 폰을 안 만졌는데(녹취중인 거 걸릴까봐 그랬던 건 비밀 ㅎㅎ)끝나고 보니 8시더군요. 앵콜 중간 개인멘트 시간 외에는 시간이 간다는 체감도 못할 만큼 알차게 흘러갔던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소회는 좀 천천히 정리해야 할 것 같네요. 충분히 즐거운 공연이었지만 100% 다 즐기지는 못했습니다. 16구역 한가운데쯤에 있었는데 베이스 소리가 울려서 심장을 자꾸 치더라구요. 몇번 토할 뻔한 거 겨우겨우 넘겼습니다. 먹을 거라곤 물 한통만 들고 왔는데 좀 더 챙겨올 걸 그랬어요. 으윽...여하튼.
멘트를 기존 이틀과 역순으로 진행했습니다. 그 순서를 따라서 멤버들 실물 본 소감을 써 보도록 할게요.
유진이 오늘도 어김없이...ㅋㅋ 먹먹해지는 멘트였어요. 조명이 내리고 난 후의 공허함을 절감하기엔 아직은 너무 어린 나이인데 짊어진 짐이 녹록치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아렸습니다. 그래도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데 누구보다도 솔직하니까, 그만큼 더 씩씩하게 이겨낼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앵콜을 외칠 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 영락없는 댕댕이의 모습으로 어느새 되돌아가 있더군요. 덧붙여 개인적으로는 라이브의 결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좋은 보컬입니다.
예나는 오늘도 재간둥이였습니다. 브릿지마다 깨알같이 재미있는 포인트를 만들어 내네요. 또 그간은 음원으로만 느꼈던 부분이지만 현장에서 들으니 발라드곡(특히 비밀의 시간)을 부를 때의 감정선이 새삼 좋았어요. 가진 재주가 많기에 스윙맨마냥 여러 포지션을 넘나들면서 활용되고 있는데, 오리 없었으면 팀 밸런스 맞추기 쉽지 않았겠다 싶습니다.
채원이 보컬은 뭐...길게 늘여쓸 필요 없겠죠?^^ 개인적으로 하이라이트 무대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봤던 멤버입니다. 스크린에 뜬 클로즈업을 봤는데 표정이 기가 막히더라구요. 그걸 보신 분들은 쌈떽을 인정하시게 될 겁니다 ㅋㅋ 반면에 개인멘트 부분에서 끝까지 담담하게 이어나가는가 싶다가 멤버들 이야기하면서 결국 무너져내리는 걸 보면 역시 아직은 스무살이구나...싶기도 해요. 멤버들을 많이 좋아하는 티가 납니다. 멤버들도 쌈무를 많이 좋아하는 티가 나고요.
유리는 항상 저를 반성하게 만듭니다. 프듀때 왜 일찍이 알아보지 못했을까 싶어요. 9개월째 식지 않는 감자에 한말 보태 보자면, 저는 커로 입문해서 서서히 떽을 받아들이는 중입니다. 떽이라고 단언 못하는 건 아직 미자라서(...)여튼 점차 안정감을 갖춘 보컬로 성장하는 듯하고, 몸의 선이 예뻐서 춤으로도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것 같아요. 여담으로 꿈꾸동 나오기 전 VCR의 옌율 투샷은 참...애틋했습니다.
나코 오늘 모처럼 한국말 버퍼링 시전했는데 그 모습마저 커엽네요 ㅋㅋ 귀를 기울이면 3단 고음을 만약 제가 그 시절 경연 현장에서 직접 들었다면 제 1픽은 나코짱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나코가 가진 색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노래가 언젠가 하나쯤은 나와 줄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언제 보아도 나코의 눈, 특히 속눈썹은 참 예쁘단 말이죠.
사쿠라 being 사쿠라. 비주얼은 이걸로 할말 다 한 것 같고요. 신곡 무대가 끝나고 소개하는 자리에서 단출하게 선보인 Ayayaya의 한 대목이 새삼 1년간 얼마나 뼈를 깎는 노력을 해 왔는지 실감나게 했습니다. 그간 아직은 어눌한 티가 있던 보컬도 이 곡에서는 많이 깔끔해져서 또 한번 놀랐고요. 멘트는 항상 마음을 울리는 한방이 있습니다. 주관을 객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게 글쓰는 사람으로서 꾸라에게 가장 부러운 점입니다.
원영이가 가족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들으면서 문득 프듀 3차경연을 보며 느꼈던 그 시절의 감상이 다시 떠오르더군요. 이 자이언트 베이비가 어느 날 진짜 어른이 되었을때 어떤 모습일지, 사실 마냥 호기심으로만 흐뭇하게 상상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It's too early to think about tomorrow - 라는 테마로 원영이를 바라보곤 합니다. 적어도 아이즈원 안에서는, 가족들만큼이나 원영이를 예뻐해줄 수 있는 언니들의 품에서는 천진난만한 막내의 모습이었으면 싶어요. 그럴 때의 원영이가 가장 행복해 보이고, 그런 원영이를 볼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오늘 가장 충격적인 모먼트를 한 장면만 꼽으라면 저는 채연이가 멤버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할 때 스크린에 클로즈업 된, 입을 틀어막고 오열하는 히토미의 쏟아질 듯하던 두 눈을 꼽고 싶습니다. 그때 장내 분위기가 별로 어둡지 않아서 귀엽게 생각하고 넘어갔지만, 이 모습을 언젠가 올 마지막 순간에 마주하게 된다면 견딜 수가 없겠더라구요. 유리와 함께 항상 저를 반성하게 하는, 그만큼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히짱입니다. 그런데 그냥 2년 6개월 하고 접는다고요? 히짱 어머님한테 이를 거예요. ㅎㅎㅎㅎㅎㅎ
뱀파이어 VCR로 마주한 은비의 연기력은 데뷔 쇼콘 때보다 큰 폭으로 도약해 있더군요. 커여운 면모도 물론 있지만 역시 은비는 묵직한 카리스마를 드러낼 때 가장 빛이 나는 것 같습니다. 퍼포먼스를 볼 때마다 표현력이 참 좋다고 생각해요. 프듀 시절의 루머, 이번 콘서트의 Ayayaya같은 곡은 기실 센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 멘트에서는 최대한 감정이 폭발하는 걸 절제하려고 한 것 같은데, 결국 열두명이 다같이 끌어안는 엔딩에선 히짱과 함께 오열하는 투샷을...ㅜㅜ
민주도 이제 퍼포머로서 일정 궤도에 올라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쉽게 좌석이 사이드 쪽이라 현장에선 시야가 가려졌는데 직캠으로 본 하이라이트의 민주 파트는 탄성이 절로 나오더군요. 건반 치는 모습은 VCR 속에서나 무대에서나 참 곱고요. 한때는 그냥 건드리기만 해도 울 것 같은 애잔함이 그득한 캐릭터였는데 적어도 오늘 개인멘트에서만큼은 누구 못지 않게 씩씩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구절마다 따뜻함이 전해져 온다는 게, 누구든 민주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되네요.
채연이 춤은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역시 가장 적절합니다. Ayayaya를 빨리 세상에 내놓길 바라는 건 음원이 잘 뽑혀 나온 것도 있지만 퍼포먼스에서 정확하게 자신이 나서야 할 포인트에 확실하게 시선을 잡아끄는 채연이의 무빙을 제대로 체감할 수 있는 곡이어서이기도 해요. 그 밖에도 브릿지마다 예나와 함께 애드립을 잘 끌어냈고, 개인멘트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막콘의 끄트막을 유쾌하게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곱씹어보면 그리 즐거운 내용이 아니건만 묘하게도 현장에선 시트콤 보는 양 눈물기가 쏙 가시도록 웃음짓게 되더군요. 역시 아직은 우울해지기엔 너무 이른 때인 거지요. 그래도 포기하라는 말에 오히려 오기를 느끼고 더 악착같이 덤벼들었다는 말은 당분간 쉬이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혜원이. 위즈원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열두명 전원에게 회전문이 파르르 돌기 마련입니다만 저는 아직까지 최애가 바뀐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그 이유를 굳이 말하라면...언뜻언뜻 스크린을 보며 확인할 수 있었던 성장의 징표들도, 뱀파이어 VCR 에서 잘 나타나는 독보적인 캐릭터와 한결같은 비주얼도 그냥 오늘 마지막 멘트 하나로 다 갈음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전 혜원이를 보며 종종 넬의 고양이를 연상하곤 했습니다. "아무 말도 없는 내가 너는 너무 싫다고, 아무 표정 없는 내게 한번 웃어보라고, 그렇게 넌 나를 더 가두려 해" 지금껏 살면서 보아온 그 누구보다 자유로운 이 한 영혼을 연예인이라는 틀 안에 가두고 여기저기 모난 곳을 도려내 뭉특하게 만들지 않을까, 했던 제 bias가 무색하게 노력해온 것 같아 고맙더라구요. 항상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고 기다리게 되는 것, 그게 아이즈원을 응원하는 가장 큰 이유인데 제게는 혜원이가 비교적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거겠지요.
컨디션 문제로 모든 무대를 집중해서 보지는 못한 탓에 멤버들의 비주얼과 퍼포먼스를 이보다 더 자세히 기억에 담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다음 콘서트는 좀 더 눈치 보지 말고 올출 질러 볼까 봐요.
사진은 낮에 나눔받은 품목(+혜원이 네임태그)입니다. 다음엔 다른 멤버들 생사나 슬로건도 좀 수집해야겠네요. 나눔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하고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Summer 2 Friday 12 2:10 기다리면 되겠죠? ㅋㅋ
댓글
  • DEADRABBIT 2019/06/10 00:27

    정성과 애정이 담긴 후기글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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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G>영건DVD 2019/06/10 00:29

    사진이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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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RAL*IZ 2019/06/10 00:30

    [리플수정]영건DVD//잉...주황공 어플로 썼는데 사진 첨부가 안 됐네요;;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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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만두 2019/06/10 00:31

    김채원 솔로 무대는 꼭 현장에서 들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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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RAL*IZ 2019/06/10 00:32

    왕만두//다음 콘서트 때는 준비 기간이 좀 넉넉해져서 개인 무대도 짧게나마 볼 수 있었음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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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몰랑 2019/06/10 00:32

    후기 잘봤습니다~ 이런글은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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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곡따르릉 2019/06/10 00:33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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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구리가또 2019/06/10 00:37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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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흰너울 2019/06/10 00:38

    이 글을 보면서 제가 어렴풋이 느끼긴 느꼈지만 딱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았던 감정들이 이거였구나 하고 느낀 부분이 많습니다
    잘 읽었고 많이 공감이 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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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RAL*IZ 2019/06/10 00:39

    좋게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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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IZONE_KEV 2019/06/10 00:54

    글 곳곳에서 센스와 진심이 묻어나서 미소지으며 잘 읽었습니다. 많은 부분 공감도 하고 같은 생각을 나누는 위즈원들이 많다는 부분이 행복하고, 앚둥이들도 이런 것들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드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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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르딩푸딩 2019/06/10 01:00

    참 분석 잘하셨네요 저는 기억이 벌써 가물가물 ㅠㅠ
    구석구석 잘 캐치하신 것 같고 구문마다 공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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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강이다 2019/06/10 01:00

    Summer 2 Friday 12 2:10
    일단 날짜하나 던져놓고 그동안 회의 거듭진행해서
    저 날짜에 그걸 딱 발표를 하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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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글쑤 2019/06/10 01:13

    정성글 추천해요. 같은 현장에서 저도 모두 똑같이 느꼈네요 공감합니다. 필력이 좋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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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풋어른 2019/06/10 01:54

    정성글엔 그저 추천뿐!!!
    애들도 울고 나도 울고 하늘도 우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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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rightSun 2019/06/10 03:09

    정성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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