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쓴 문장 맞음.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된 신랄하면서 처연한 계급우화.'
한자어의 나열임에도 불구하고(보통 한자어들로 글을 쓰면 관념은 확보할 수 있을수 있지만 감각적인 면이 거세되어 눈에 보이는 듯함과 손에 잡히는 듯함이 사라지기 마련인데)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된'에서 씨줄과 날줄이 엮어내고 있는 베 한필이 눈에 보이는 듯함. 여기서 '상승과 하강'이란 당연히 주제라는 측면에서 상/하 계급(계층) 간의 충돌을 비유하고 있음. 그것이 형식이라는 측면에서도 시각적으로 적절히 짜여져있다는 느낌을 받게함. 이 짧은 몇개의 단어 연결로 작품의 주제와 형식을 동시에 언급하고 있는거임.
그것도 '명징하게' 라는 부사가 수식함으로서 보푸라기 없고 엉킴없는 깔끔한 피륙이 떠오름. 에두르지 않고 두루뭉실하지 않은 방식으로 관객의 폐부를 찔러대는 방식의 화법을 칭찬하고 있는 것임.
또한 '명징하게'가 없었다면 그저 작품의 주제와 형식에 대한 소개에 지나지 않았을 거임. '명징하게'라는 어휘 선택을 통해 작품에 대한 (평론가의 의무이기도 할) 가치 평가를 의도하고 있음. 작품전체의 깔끔한 완성도까지 함께 칭찬하고 있는 느낌을 주는 어휘선택이란 말임.
(도대체 여기서 명징하게를 빼고 뭘 넣으란 소린지? 명약관화? 명쾌하게? 잘? 적절하게? 군더더기 없이?... 뭐가 문젠지? 아무리 봐도 잘 골랐구만?)
이것이 바로 뒤의 '신랄하면서도 처연한'이라는 어휘에 연결되고 있는 것도 훌륭함. 감각적인 부분으로 작용하는 수식어구(앞부분)만으로는 형식적이거나 공허하게 들릴 수 있을테니 그것이 야기한 감성적인 성취(관객에게 다가가 최종적으로 야기된 예술작품의 이펙트)까지 찝어주고 있는거임. 돌려 말하면 신랄하지 않게 될것이고 대놓고 드러내버리니까 관객은 아프고 그 아픔을 2시간동안 겪다보면 결국 처연해질 수밖에 없을테니... 처연하면서도 신랄함이라고 하면 선후가 바뀐 느낌일 수도 있는데 그런 디테일까지 지키고 있음.
거기다 이동진 본인까지도 돌려 말하지 않고 이 영화를 (두개의 수식어구를 받는) 네글자로 요약해냄. 계급우화. 자신의 20자 평까지도 '명징한' 거임.
무식하면 책들 좀 읽고 살 생각들을 합시다. 내 무식을 감추고 싶어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까지 씹어보려는 행태는 죄의 영역에 가까움.
필력 ㄷㄷㄷ
저걸 쉽게 풀어 쓰면 한줄평으로 불가능하죠. 한줄평으로 잘쓴 문장 맞음.
[리플수정]비문같은데요
‘상승과 하강의 xx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이라고 써야 맞는 듯
그리고 이미지화가 딱 되어버리니 오히려 이게 쉽게 느껴질수도 있어요.
무식까진 그렇고, 저 단어들 모르면 평소 너무 쉬운 글들만(이를테면 인터넷의 가벼운 한 줄 글 같은)
주로 읽어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은 해봐야 할 듯.
명징하고 직조 모르면 무식한 거임?
안산조영훈// 상승과 하강은 직조를 수식한다고 봐야
크브즈// 명징하고 직조모르면 무식한거 아님. 그런데 저 단어 쓴다고 뭐라 그러면 그건 무식.
사람들이 한줄평을 이리 진지하게 읽을까요? 슥 보고 이해 안가면 뭔소리야 하고 스킵하죠
사람들이라는 것도 천차만별이죠. 글쟁이들은 그중 알아보는 사람들 보고 글쓰기도 하고.
다 쉽게만 쓰면 그건 그것대로 아쉽죠.
파크에 오면 즐...// 그건 영화평론적인 관점에서 봐도 너무 무책임한 수식어사용인것 같은데요. 그것도 이동진 급이라면 말이죠. 뜬구름잡는 상찬은 아무나 다 할 수 있는건데
모르는게 죄는 아니더라도 별로 어려운 단어는 아니죠
안산조영훈// 직조라는게 실을 엮는거고 상승과 하강이 그걸 묘사하는거죠. 영화의 구조를 이렇게 이미지화 한거고요.
이동진은 좋은 평론가이지만 이 글이 잘 썼다는 의견은 전혀 동의할 수가 없네요. 단어선택은 그러려니 해도 그 외의 부분에서 좋은 문장이 아닙니다
유저들 무지하게 모는 작태 또한 .'.
보도문이나 사회과학 논문에다가 이런 스타일의 문장을 쓰면 안 좋지만, 20자평은 원래 시적인 감각으로 쓰는 거죠.
글 깔끔하게 잘 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