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아이즈원] (뻘글) 전역했습니다

2년전 착찹한 심정으로 머리 밀고 진주로 내려 가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국방부 시계는 돌고 돌아 저한테도 전역이라는 날이 오긴 오네요
사실 전역이 올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고 군생활 힘들다고는 하지만 나만 이렇게 힘든건가라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힘들때 프로듀스 48과 아이즈원은 제 군생활에 큰 힘이 돼 줬고 그래서 저한테 아이즈원은 각별할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제 군생활과 아이즈원에 대해 몇자 끄적여볼까 합니다
저는 공군을 나왔습니다 특기 특성상 몸을 많이 써야하는 특기였고 제 근무지에 인원이 많은 편도 아니었기 때문에 막내때부터 무리할수 밖에 없고 결국 상병 2호봉때쯤 되서 허리를 다쳤습니다
몸도 많이 아팠을뿐더러 당시 부대엔 꼽창도 많았고 새 장비가 도입되던 시기라 간부들이 많이 예민한 상황이었고 그만큼 저를 많이 닦달해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땐 휴대폰 사용도 안되던 시기라 생활관에 누워서 티비 보는게 유일한 낙이었죠
그때 처음 접했던게 바로 프로듀스 48이었습니다. 프로듀스 시리즈라.. 저는 프로듀스 101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프로듀스라는 프로그램이 서바이벌을 통해 뽑힌 연습생들이 데뷔한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지 자세히 어떤 프로그램인지 몰랐어요
프듀48 보신분들은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첫 방송하기 전에 연습생들의 자기 pr영상을 모아 30분 정도 방송해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호감을 갖게된 친구들이 원영이 유진이 채원이 민주 은비 등등 많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제 눈에 딱 들어왔던건 예나와 지금은 에버글로우로 데뷔한 시현이였습니다
허리가 아파 침대에 누워 tv만 보던 저에게 프로듀스 48라는 프로그램을 집중하고 보게 해준 친구가 바로 예나와 시현이였죠
시현이는 시원시원한 눈웃음이 매력적이었고 예나는 에이핑크의 시크릿을 불렀던 걸로 기억하는데 노래와 춤을 잘 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기도 했지만 개인기도 곧 잘 하는걸 보고 끼가 많은 친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는 부대 사정상 사람이 없어서 다시 근무를 들어가느라 방송을 잘 못봤어요 그러다 사지방에서 프로듀스48을 검색하다 발견한게 너무너무너무 공연때 개별 직캠에서 예나가 하트를 깨무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장면을 보고 정말로 머리를 때려 맞은거 같더라고요 최예나라는 연습생이 이렇게 외모와 실력과 끼를 갖춘 연습생이었구나..
그때 이후로 예나랑 시현이는 꼭 투표했던것 같습니다 시현이가 탈락하고 나서는 예나라도 살리자하면서 선후임들에게 홍보하고 다녔죠
그렇게 막방까지 오게 됐고 막방 만큼은 꼭 생방송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에 휴가를 써서 집에서 보게 됐습니다 사실 당시 예나는 데뷔권 밖이었기 때문에 친구들한테 한표만 뽑아달라고 사정사정 해가면서 투표를 독려했죠
전전긍긍하면서 막방을 봤는데 반해버리잖아 센터 무대위로 올라와 고개를 까딱한 순간 저는 예나는 데뷔하겠다고 확신했습니다
그 덕분일까요, 결국 예나는 4위로 데뷔 하는데 성공했고 저는 친구들에게 술 사주느라 술값 꽤나 깨졌습니다 그래도 예나가 데뷔해서 행복했죠
사실 프로듀스 48 방영 초반에는 데뷔할 그룹 멤버 12인에 대해 보다는 최애였던 예나에 대한 관심이 더 컸던것 같습니다 다른 연습생들도 각자 다른 매력이 있다는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때까지는 '올팬' 이라는 개념은 없었던것 같아요
제가 아이즈원 멤버 모두를 좋아하기 시작한건 마지막 방송 순위 발표식과 이어진 브이앱들에서 나오는 케미 덕택이었습니다
최종 순위발표식에서 자기가 떨어질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이름이 불린 친구를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모습, 거기서 나온 채연이와 사쿠라의 우정..
데뷔를 확정지은 연습생이 소감으로 탈락 위기의 친구와 같이 데뷔하고 싶다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모습.. 군생활에 지쳐 제 자신밖에 모르던 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며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그 이후에는 '나의' 최애였던 예나만 찾아보는게 아니라 '우리' 아이즈원을 찾아보면서 덕질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생겨나는 애들간의 케미도 볼만 했구요
그러한 케미 속에서 나온 아이즈원 멤버들의 소소하고도 잔망스러운 모습들을 보며 모든 멤버들에게 애정이 생기더라구요 그때 생각했습니다 아이즈원 멤버 모두를 좋아해줘야겠구나
그렇게 아이즈원은 2018년 10월 29일 라비앙로즈로 데뷔했지만 저는 부대에 있어서 오프는 뛰질 못했습니다 휴가 복귀 직후에 아이즈원이 데뷔해버려서 타이밍이 맞질 않더군요
데뷔일이었던 그날 오후 6시에 사지방으로 달려가서 라비앙로즈 뮤직비디오를 처음 본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제가 알고 있던 치열한 경쟁 속에 눌려 기죽어 있던 어색한 모습의 연습생들이 아닌 완벽한 하나의 매력적인 걸그룹이 탄생한 모습.. 그때의 그 전율은 잊지 못할거 같아요
그렇게 앨범을 사고 부대 사지방에서 아이즈원을 찾아보며 신인상 투표 해줄수 있는건 다 해줬습니다
덕택에 아이즈원은 걸그룹 데뷔앨범 초동 1위를 달성하고 신인상을 휩쓰는 대형 신인 걸그룹이 됐습니다 저도 한몫 했다는데에 뿌듯하네요
아이즈원이 신인상을 휩쓸고 일본에서 플레티넘 인증을 받는 동안 제 군생활도 흘러 같이 프듀를 보던 선임들도 하나 둘씩 전역하고 왕고가 됐습니다
말년 휴가 나와서는 본격적으로 오프를 뛰기 시작했어요 돈이 없는 가난한 군인이었던 탓에 팬싸는 가지 못했지만..
운좋게 아이즈원 츄 게릴라 콘서트를 맨 앞줄에서 애들을 보며 하루종일 가슴졸이며 고생했던 애들에게 팬으로써 큰 감동을 줄 수 있었다는 사실에 기뻤고
초동 신기록이 눈 앞에 있을때엔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고자 몇장 더 샀었는데 다행히도 신기록을 세울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운좋게 공방에 당첨 됐을때에는 여기저기 사녹을 다니면서 피곤하기도 했지만 가까이에서 아이즈원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쁘게 다녔던것 같습니다 알차게 말년휴가 보내서 만족했던 3주였구요
아이즈원 덕분에 힘든 군생활 잘 마칠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덕택에 제일 시간이 안간다는 시기에도 애들을 찾아보며 즐겁게 시간을 보낼수 있었습니다 애들한테 고맙고 또 고맙네요
아이즈원 팬하면서 감명깊게 본 문장인데요
"나의 사랑은 끝이 있는 사랑이다
그래서 남들처럼 천천히 사랑할 여유가 없다
나의 사랑은 한여름 밤 쏘아올린 폭죽의 불꽃처럼
한 순간 뜨겁게 빛나야한다"
저는 이 문장이 위즈원의 심정을 잘 이해한 글이라고 생각해요
아이즈원은 위즈원을 책임져 줄순 없어도, 위즈원은 아이즈원을 뽑아 준 만큼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아이즈원을 사랑해주면 기분좋은 안녕의 가사처럼 이별이 다가온다고 해도
끝이 있는 결말이 아니라 팬들과 아이즈원 모두 바라는 좋은 결말이 있을거라 생각하고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아이즈원이 단독 콘서트를 열고 해외 콘서트 투어를 도는 아이돌로 성장한만큼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그때까진 굿즈 사고 앨범 사고 콘서트 가면서 아이즈원에게 더 힘이 되주고자 합니다
그냥 짧게 쓰려고 했었는데 쓰다보니 두서없이 길어졌네요
암튼 뭐.. 전역해서 좋습니다 집 가서 비까리 직캠이나 봐야겠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