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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문재인은 노무현이 아닌 그만의 정치를 하고 있다


1.

문재인이 최근 가장 잘 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친구였던 노무현을 자신으로부터 지워가고 있는 것. 특히 그 방법이 옳고 좋다.


2.

노무현은 문재인에게 중요한 자산이지만 동시에 난제이기도 했다. 노무현 프레임 공격자는 노무현을 긍정하느냐 부정하느냐의 두가지 선택지만으로 옭아맨다. 노무현을 넘겠다고 말하면 노무현을 부정하는 걸로, 부정하는 건 아니라고 나서면 노무현과 동일한 것으로 규정한다. 프레임론의 강점은 어느쪽을 택하든 공격의 빌미가 된다는 점이다.


3.

문재인은 "문재인 되기"로 이 프레임을 깨고 있다. 문재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것, 노무현이 아닌 문재인이니까 하는 것들에 집중한다. 이는 노무현이 노무현이었으므로 권력을 손에 넣은 것과 같다. 삼당 합당을 반대하는 노무현, 대의 구현을 위해 험지에 출마하는 노무현, 모두가 자신을 약체로 평가할 때 시대에 몸을 던지는 노무현이었으므로 노무현의 길이 열렸다. 자신의 길에 치열했다.


물론 민주화 이후 지금까지 선출된 대통령 중에 치열하지 않은 사람은 여야 막론하고 단 한 명도 없다. 이 치열함은 첫째 자신이 처한 정치환경을 제대로 인식하고, 둘째 그 환경에 적합한 정치철학을 대응의 기초로 삼은 것의 결과다. 시대마다 사람마다 치열함의 방향과 색깔은 다르다. 그러므로 노무현이 처했던 환경에 맞춰 노무현이 치열했던 방법으로 문재인의 정치환경을 헤쳐나갈 순 없다.


4.

노무현은 대선경선 이전까지 정계 선두 그룹에 속하지 못했다. 그의 머리 위로 여러 층의 계단이 있었다. 오로지 신념과 승부사 기질로 환경의 불리함을 깨트리며 갑작스레 대선정국의 초신성이 됐다.


그러나 급격히 부상하는 속도 에너지가 강력한 운동 에너지로 변화한 덕택에 대통령이 된 대신, 노무현은 진영의 수장이 되어 적대적 정치세력을 상대하기 위해 공력을 연마 할 기회를 잃었다.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정계 거물 정치인이 된 그에겐, 문재인이 거물 정치인으로서 지금껏 절치부심 해 온 10년의 세월이 없었다. 노무현을 향한 정치적 비난의 상당부분은 이 지점에 뿌리가 있다.


5.

뒤집어 말하면 지금의 문재인에겐 과거 노무현이 가져 본 적 없는 '정치 수장으로서의 시간'이라는 자산이 있다. 보수정권의 집권 기간 동안 그는 협소한 지형 이라는 현실 위에서 진영수성과 정치공략을 실험했고, 갖은 부침 속에서 이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철학을 내면화 시킬 수 있었다.


확고한 정치 철학은 고도의 전략을 낳고 고도의 전략은 상황별 전술의 효력을 높인다. 최근 문재인이 SNS에서 보여주는 문장, 대중과 이야기할 때의 발언, 인재영입 캠페인, 상황이 오기 전에 상황을 미리 준비하는 방식 등의 발군의 실력은 여기에 기인한다. 열악한 환경을 헤쳐 오면서 강력한 상대를 대하는 그만의 정치철학, 전략 세계관이 완성 돼 있음이 보인다.


6.

불과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세간에 문재인은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턴가 문재인의 곁에서 서서히 노무현은 지워져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변화는 문재인이 문재인의 정치를 하면서 가능해졌다. 자의든 타의든 문재인은 자신이 처한 정치환경에 전념했고 이를 체화한 상태에 이르렀다. 그리고 어느순간 노무현이 가져본 적 없는 자산을 획득하여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 문재인이 하는 정치활동들은 당시 노무현이 할 수 없었던 것들이다.


7.

이제 노무현 프레임으로 그를 공격하더라도 문재인은 "나는 나의 정치를 한다. 나 문재인은 문재인의 정치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노무현의 친구다."를 결과로써 보여주고 있다.


자신을 과잉하지도 않으면서, 노무현을 부정하지도 않으면서,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은 정치가 문재인이 됐다. 옳은 방법으로 옳은 길을 열었다. 이제 노무현은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 되어가고 있다. 문재인은 문재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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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김종현님의 글인데 나름 공감이 가서 퍼왔습니다

댓글
  • 아래위옆 2017/02/07 18:07

    저도 공감합니다

    (iB1cS4)

  • 7thhe에이브이en 2017/02/07 18:08

    탱커로서의 역량은 노무현이 못 따라올 듯

    (iB1cS4)

  • 타임어택 2017/02/07 18:11

    "지금의 문재인에겐 과거 노무현이 가져 본 적 없는 '정치 수장으로서의 시간'이라는 자산이 있다. 보수정권의 집권 기간 동안 그는 협소한 지형 이라는 현실 위에서 진영수성과 정치공략을 실험했고, 갖은 부침 속에서 이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철학을 내면화 시킬 수 있었다."
    정말 공감가는 부분이네요.

    (iB1cS4)

  • 야구가좋다! 2017/02/08 00:12

    공감합니다.
    특히 4번은 이해가 되는 대목이네요.

    (iB1cS4)

(iB1c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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