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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어느 조선인의 기묘한 모험(미완)

이 글의 주인공은 이지항(李志恒), 자는 무경(茂卿)
동래부출신(부산싸나이..)의 수어청(守禦廳)에서 근무하던 군관으로
지금으로 치면 수도경비사령부 소속의 엘리트 군인이었죠
그는  영조 32년 (1756년)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동래로 내려가 상을 지내고
다음해 돌아오기 위해 길을 나서다가
생각지도 못한 모험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그가 남긴 일기인 "표주록(漂舟錄)"을 알아보기 쉬운 현대어로 바꾸고
앞뒤 내용을 정리하여 쓰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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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항은 상을 마치고 서울로 상경하려던 중
영해(현재의 강원도 영덕)에 들렀다 갈 일이 있어서 서둘러 길을 나서려던 참이었습니다
원래는 그냥 종 데리고 말타고 가려고 했지만
부산포를 지나가다가 선원인 공철과 김백선이 영해로 간다는 소리를 들었죠
"어이 자네들 진짜 영해로 가는 건가?"
"아? 예 저희가 읍내 사는 김여방이와 동업해서 어물 도매업을 하거든요
물건때러 동해안을 삥 돌건데 영해에도 들를건데요"
"그럼 나도 좀 끼워주게 나도 영해에 갈일이 있어서 말이야"
"뭐 배도 큰데 사람 하나 늘어난다고 별일이야 있겠습니까"
그래서 이지항은 종을 돌려보내고 편하게 가게 됬다고 기뻐하며 배에 오르게 됩니다. 1756년 4월 13일
김자복, 김귀동, 김북실, 김한남등과 이지항은 부산을 출항해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죠
앞서 말한 선원들은 모두 다 울산 서낭당 마을 출신의 선원들이었고
총 8명의 인원이 배에 타고 있었습니다.
출항때부터 날씨가 그리 좋지 않아서 육지쪽에 붙어서 항해를 했죠
하지만...
4월 28일
그날 아침따라 날이 맑아서 얼른 출발했는데
오후 3시경 그들은 엄청난 폭풍우를 만났습니다.
표주록에 쓰여진 바에 따르면
"파도가 하늘에 닿을듯 높았다" 고 하는군요
그들은 얼른 배를 돌려 육지로 가려고 했지만
강한 파도에 그만 키가 부서져버려서 방향조절을 못하게 되었고
파도에 밀려 먼 바다로 휩쓸려 나가 버리게 됩니다.
4월 30일
폭풍이 겨우 잦아들자 겨우 그들은 한숨을 돌립니다..
"아이고 이틀간 밥한술 못먹었더니 배고파 죽겠네.."
"불피울 형편도 안되니 일단 생쌀이라도 먹죠.."
생쌀을 씹어먹으며 주위를 보니 온통 안개라 아무것도 보이질 않고
어딘지도 짐작할수 없었습니다.
"이거 우리 어디에 있는거죠?"
"해뜨는 방향을 보니 우린 지금 북동쪽으로 가고 있구만..."
"주위에 육지가 있을지도 모르니 잘 둘러들 보시게!"
5월 6일
"나리...물이 다 떨어졌습니다.."
"우리 이제 죽는건가요?"
"내게 대책이 있으니 걱정들 말게나"
그리고 이지항은 바닷물을 퍼서 솥에 담고 불을 피웠습니다..
어떻게 할지 아시겠나요?
바로 바닷물을 끓여서 증류수를 추출해냈습니다!
생각보다 조상님들은 똑똑하셧다구요!!
그렇게 식수문제는 이지항의 재치로 해결할수 있었습니다.
5월 7일
오후 다섯시쯤 한무리의 물개가 나타났습니다!
물개들은 배에 다리를 올리기도 하고 주위를 헤엄치기도 하고하며 놀았죠
그 모습을 본 선원 하나가 잡아먹으려고 칼을 들자
이지항이 말렷습니다.
"내가 물개들이 나타난 걸로 점을 쳐 봤는데 천지비괘(天地否卦) 가 나왔다네 이 괘는 비록 불길하나
우리가 자손을 볼 것이라는 점괘도 같이 나왔으니,
우리가 반드시 살아난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나?"
라고 점괘를 해석해 주자
모두가 끓어앉아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기도했습니다.
5월 8일
이지항이 점을 볼줄 안다는 걸 알게된 선원들이 언제나 육지에 갈수 있을지 알아봐달라고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다시 점을 봤죠
" 풍뢰익괘(風雷益卦)"가 나왔는데 이건 길한 징조라네, 우린 반드시 살아날걸세"
그때 마침 서풍이 불기 시작했고 배는 동북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예전에 통신사로 다녀온 사람들 이야기를 들었는데
왜국의 오사카에는 황제라는 자가 있고 에도에 관백이 살고 있는데
두곳의 거리가 15~16일 거리라고 했다네
그러니까 동해에서 동쪽으로 곧장 가면 왜국이 나올거고 그러면 조선으로 돌아갈수 있을걸세
마침 서풍이 부니 우릴 하늘이 도와주는거 아니겠나?"
라며 선원들을 달랬습니다만 선원들은 모두
"동해에서 동쪽으로 가면 끝없는 바다라구요!! 우린 이제 끝이에요"
라며 다들 부모자식 이름을 부르며 통곡했습니다
게다가 그날밤 또다시 풍랑이 몰아쳤고
이지황과 선원들은 모두 갑판에 주저않아 기도만 할 따름이었습니다
5월 12일
오후 1시경
그들의 눈에 드디어 육지가 들어왔습니다
커다란 산이었는데 위에는 만년설같은게 정상을 덮고 있었죠
식량도 떨어졌고 식수도 조금씩밖에 만들어지지 않아서 힘이 없던 이들이었지만
드디어 찾은 육지에 환호했습니다...
그러나...
배에 물이 들어오는 비상사태가 발생했죠
"어서 물을 퍼내! 저기에 도달할때까지 가라앉으면 안돼!!"
다들 양동이를 들고 죽을 힘을 다해 물을 퍼내기 시작했고
겨우 침몰하는건 면한체 육지에 다달을수 있었습니다
그곳은 바로
리리시도(利尻島) 였습니다
여기가 어디냐구요?
바로 훗카이도 최북단의 작은 섬이었습니다
그래봐야 일본이네....
그렇게 생각할수 있지만...
이 당시 여기는 일본의 행정력이 닿지 않는 지역이었습니다!
어쨋거나 이지항과 8명의 선원들은 도착하자마자 땅에 뛰어내렸습니다
"관세음보살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지치고 굶주린 그들은 그대로 잠들어 버렸죠
5월 13일
일행은 다음날 아침에야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섬을 탐사해보기로 마음 먹었죠
"나리! 저기 사람사는 집이 보입니다!"
"어서 가보세!"
하지만 그곳은 임시로 만든 가건물이었고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앞에는 엄청난 양의 생선들이 말리기 위해 널려있었고
안그래도 굶주렸던 선원들과 이지항은 배터지게 그 생선들을 먹었죠
배가 부르자 다시 주변을 살펴 봤지만 별다른걸 찾지 못하고 해가 저물었습니다.
5월 14일
아침부터 일행은 높은곳에 올라가 연기가 나는 곳을 찾았습니다
"나리! 저기 밥짓는 연기 같은데요?"
"마침 바람이 좋으니 배를 타고 가보도록 하세"
배를타고 천천히 연기가 나는 곳으로 갔는데
그곳에는 작은 마을이 있었습니다!
마치 조선의 염전같은 분위기였죠
"왜인들의 마을인가 보네! 다행이구먼"
일행의 배를 보고 그 마을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검푸른 머리칼에 수염을 기르고 가죽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왜...왜인들이 아닌것 같은뎁쇼..."
"그래...나도 왜관에 출입해본 적이 있어서...알고 있네.."
"어떻하죠?"
"어떻하긴 자네들이 한번 말 걸어 보게, 선원이니 이런저런 사람 많이 보지 않았는가"
"나리께서도 왜관에 출입하셧다니 이것 저것 아실 것이 아닙니까?"
"어허; 이 사람;;"
네...서로 말걸기 무서워서 미루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들이 너무 험상궂게 생겨서 이지항 일행은 살해당할까봐 공포에 떨고 있었죠
배가 고장나서 도망칠 수도 없었고, 도망칠 곳도 없었습니다.
그런 그들을 그 "야만인"들도 가만히 서서 지켜보고만 있을 따름이었습니다.
그렇게 서로 눈치를 보고 있던 그때
한 노인이 작은 나룻배를 타고 이지항일행의 배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
"...."
뭐라고 막 말하는데 전혀 알아들을수 없었던 일행은 계속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한 노인이 나뭇잎으로 싼 뭔가를 내밀었습니다
열어보니 삶은 생선이었죠
여전히 무서웠지만
어차피 도망갈수도 없고 다른 방법도 없는데다가
먹을걸 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는데
일말의 희망을 걸고 "야만인"들의 마을로 배를 댓습니다.
내려서 살펴보니 식인종이라던가 그런건 아닌것 같았기에 한시름 놓은 일행은
글도 써보고 말도 해봤지만 전혀 통하지 않자
비장의 무기 바디랭귀지를 시험해 봤습니다
열심히 입과 배를 가르키며
"배고프다구요!!!"
라고 말하자 그들은 알아듣고 물고기로 끓인 탕을 내주었죠
어탕을 먹으며 그들을 살펴보니
가죽옷에 산발을 하고 꾀죄죄 해서
남녀 구분도 잘안갔는데
다만 남자들은 다 수염을 길게 길러서 그걸로 남녀구분을 할 수 있었습니다.
금방 이들이 생긴것만 험상궂지 선량한 이들이라는걸 안 일행은 간이 배밖에 나와서
노인 수염을 잡아당겨서 길이도 재보고(노인이 허락함)
여기저기 마을 구경도 다니고 했습니다.
저녁시간이 되자 그들이 또 어탕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저...밥 좀 주세요...이거 먹어서는 먹은것 같지가 않아요.."
하지만 그들은 고개만 절래절래 할 뿐이었습니다.
"세상에 밥안먹고 사는 사람들이 어딧어! 분명히 우리한테 밥주기 아까워서 그런거지!"
그래서 이지항은 저녁밥 먹는 시간에 온동네 집들을 다 돌아다니며
자기들만 빼놓고 밥먹는지 감시했는데....모두가 어탕만 먹을 뿐이었죠
"이 사람들...농사짓는 법을 모르는구나..."
그래서 이지항은 중대한 결심을 했습니다..
"이보게들 여기서 밥을 안주고 어탕만 주니 이래서는 굶어 죽을것 같으이...
우리 얼른 여기서 탈출해서 밥이 있는 조선으로 돌아가도록 하세(진짜로 이랬음)"
=========/=///////============
예전에 있던 커뮤에서 연재하던 글인데..
중간에 이런 저런 사정으로 연재 중단한 글입니다..
X싸다만 느낌이라 죄송하구요..
더 궁금한분은 표주록으로 검색하시면 원문까지 보실수 있습니다..
아 참고로 저 "야만인"들은 아이누족입니다..

댓글
  • 대대승 2019/04/24 20:26

    예전에 다른 곳에서 본 적 있는 글이었는데, 여기서 다시 보네요.
    다시 읽어도 재미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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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멜롯 2019/04/24 20:26

    오.. 재밌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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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lythew 2019/04/24 20:35

    어 본건데.. 이걸 님이 쓰신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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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푸 2019/04/24 20:37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나머지 부분도 읽고 싶어요.
    구글이랑 네이버에서 검색해도 쓰신 글을 찾을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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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마니체 2019/04/24 20:39

    산푸// 제가 썻던건 여기 까지구요..예전 있던곳에서 안좋게나와서 나오면서 글을 몽땅 삭제하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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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마니체 2019/04/24 20:40

    산푸// 표주록의 국역 사이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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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대승 2019/04/24 20:43

    참고로 저 리시리 섬은
    https://www.google.com/maps/place/%EB%A6%AC%EC%8B%9C%EB%A6%AC+%EC%84%AC/@44.1007534,141.3208768,7.25z/data=!4m5!3m4!1s0x5f0fc5ceb179ca8b:0x40b362957d993660!8m2!3d45.2004238!4d141.222042?hl=ko
    여기입니다.
    이후에도 홋카이도 해안을 떠돌아다니는 이야기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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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푸 2019/04/24 20:44

    원문이나 정식번역 말고.. 글쓴분 버전으로 읽고 싶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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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향  2019/04/24 20:47

    계속 연재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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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다가 2019/04/25 01:17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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