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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오래 된 라이카 사진

예전에 오래 된 라이카 카메라에 한창 빠져있을 때 모델을 자청해 찍혀진 선배의 흑백사진이다. 라이카 스크류 마운트의 IIIf는 필름 장전도 어렵고 촬영도 쉽지 않다. 기껏 한 롤 넣고 찍어보노라면 필름 버리기 일쑤고 사진도 '황'일 때가 많다. 그러면서 어쩌다 정상에 가까운 사진을 만나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2001년 마포 시절, 내 오피스텔 인근에 살고 계셨던 배효신 선배는 고등학교 14회 선배에다 언론계도 대선배다. 대한일보 사회부 민완기자에다 주월특파원까지 하셨다. 그 무렵 가끔씩 내 사무실에 오셔서 소줏잔을 함께 기울이곤 했다. 그런 어느 날, 라이카 카메라로 낑낑대는 나를 보더니, 내 한번 찍어봐라 하면서 모델을 자청하셨다. 그 때 찍은 사진이 어제 사진들 뭉치 속에서 나왔다. 연세가 지금의 내 나이보다 훨씬 젊었을 적 모습이다(참고로 올해 제 나이는 68세 입니다).
엊저녁 마침 선배의 조카되는 송인성 선배가 연락을 해 와 같이 마포로 가서 선배와 오랜만에 만나 뵈었다. 생맥주에 소주를 타 맛있게 드신다. 여전히 건강한 모습이었다. 즈미크론(Summicron) 표준렌즈로 찍은 흑백사진 속의 선배 모습에서 지난 날 선배와의 추억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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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Kubrick 2019/02/26 11:51

    예쁜 사연과 사진 잘 봤습니다. 사진을 찍다 보면 이런 사진이 가장 찍기 어려운 것 같아요. 가장 많이 찍는 자세와 구도지만 이렇게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이 느껴지게 찍기 어렵더라고요. 인화까지 한 흑백사진을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너무 예쁘네요. 두분 모두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좋은 추억 많이 담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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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석 2019/02/26 12:03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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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utilus7 2019/02/26 12:14

    제 첫 라이카도 IIIf였네요. 50미리 침동 즈미크론에... 스위스 나이프로 필름 잘라서 넣고 외장 노출계로 노출 잡고 하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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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goScape 2019/02/26 12:20

    외람되지만 올려주신 글과 사진을 보니 "친구와 술은 오래될수록 좋다." 는 말이 떠오릅니다. 여기에 "카메라와 렌즈" 도 덧붙여도 될 듯합니다. 귀한 사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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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warf™ 2019/02/26 12:30

    사진 한 장에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고, 추억을 되살려주기에 사진을 찍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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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갓차맨 2019/02/26 12:31

    단 한 장의 사진에 담긴 이야기에 너무 멋져서 말을 잃게 되고
    제가 얼마나 건방지고 허세찬 인스턴트같은 사진을 하고 있는건지 반성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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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석 2019/02/26 12:38

    과찬의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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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manfrotto 2019/02/26 12:40

    귀한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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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zzminor 2019/02/26 12:55

    이렇게도 감동을 받을 수 있군요. 좋은 사진 잘 봤습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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