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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명절에 일이 죽도록 힘든게 아닙니다

며느리 된 의무란게 힘든거죠.
며느리는 손님이다? 시어머니 부엌에 계신데 발뻗고 편한 건 아들이지 며느리가 아닙니다.
저 결혼 후 첫 명절 때 어머니가 몇시부터 음식 준비 하는지도 모르는 신랑 믿고
시댁 천천히 갔더니 전이랑 음식 준비 거의 다 끝나있더군요.
제가 하얗게 질려서 그날 밥먹다 체했어요.
어른들은 괜찮다 그럴수도 있지 다음에 일찍 오면 되지 라고 워로해주셨죠.
사촌시동생이 신랑한테 형 늦게 왔다며? 라고 다음날 차례 지내는데 타박하더군요.
큰엄마랑 자기 엄마만 고생했다고...
여기에 깔린 생각이 뭘까요. 결혼하면 며느리가 명절 제사 음식 준비하는 게
당연한 거에요. 손님이 아니라...
그걸 저희 어머니한테 큰엄마가 직접 만든 동그랑땡이 맛있다며
사먹는건 싫다고 투덜대는 사촌시동생이 얘기할때 화나더군요.
와서 하는 건 큰 상 들고 나르는 거 밖에 없는데...
그래도 착해서 형들과 달리 시키면 바로바로 들어는 줍니다.
여러분들 주변엔 며느리 음식 준비 안한다고요?
제 주변엔 아직도 올 명절도 고생했다고 하는 며느리들이 전부입니다.
저는 불펜에서 그렇게 꿀 빤다고 욕하는 80년대생 며느리구요.
시댁에 큰 돈 받아 결혼한거 아니지만 도움은 받았고
그렇지만 그거 갚아야지 생각으로 모시는 것도 아닙니다.
남편 낳아주신 분이니 나에게도 부모지라고 생각하고 말 한번이라도
무뚝뚝한 아들대신 다정하게 하려고 합니다.
고작 그깟 명절일이 힘드냐고 취사병이 어쩌고 여자는 힘든 게 없어서 징징댄다 하는 글 볼때마다 좀... 불쾌해요.
여자들이 그깟 군대 다녀오면 되지 라고 말하면 기분이 어떻겠어요?
전 겪어보지 않아도 나라가 강제해서 뺏기는 귀한 시간 아깝고 남자들 미안하다 앞으로 세대라도 남녀가 같이 병역 의무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저처럼 이미 결혼해서 애 키우는 여성들이 어떻게 의무를 나눠질 수 있을지 그 방안은 생각이 안나네요. 아무튼...
그런데 여기 지금 글보면 여자가 하는 모든 일은 다 징징이고 힘든게 없다라는 식으로 폄하하는 글이 너무 많아요.
시어머니만 일하더라구요? 그걸 보고 며느리 욕하는 시동생님들 중에 같이 일하는 분이 대부분일까요? 전 부칠 때 옆에서 그거 접시에 덜어달라고 하는 분이 더 많을까요?
전 정확한 통계를 내지 않아서 모르겠고, 그건 여기 분들 대부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다만 서로 나에게 유리한 정보만 주변에서 모으는 거겠죠.
그러니 적당히들 좀 합시다.
맘까페 글 보세요. 어이없는 시댁 남편 얘기 수백에 좋은 시댁 좋은 남편 얘기 하나입니다. 그렇다고 그게 맞는게 아니죠. 거기 글 쓰는 엄마들끼리도 말해요.
인터넷이라 부정적인 얘기만 올라오기 쉽다고.
하지만 저 미혼땐 그런 부정적인 이야기에 겁 많이 먹었었죠.
그리고 지금 미혼들도 그런 거 같구요.
여기 분들도 자꾸 여자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만 늘어놓는데
막상 와이프랑 소소하게 일상을 꾸리는 분이 더 많을까요?
부부간 갈등으로 매일 위기인 분이 더 많을까요?
전 전자라고 봅니다. 그런데 올라오는 글들마다 서로에 대한 혐오만 강화하죠.
불펜이 남초인건 알지만 주제가 다양해서 맘까페보단 자주 들어왔습니다.
맘까페는 말그대로 엄마 모드일때 들어가는 곳이라...
그런데 요즘 불펜은 읽기 힘든 글들이 너무 많네요.
눈팅조차 시간이 아까울 만큼...
세대로 성별로 나눠서 내가 아닌 남을 배척하지 않고 좀 아우르며 같이 지내는 그런 글들도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같이 살기 위해 노력하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고 전 아직 믿고 있어서요...
그럼 일상으로 돌아가시는 분들 모두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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