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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집 사건 항소심 2차 공판 후기입니다.

 


 2019 1 16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곰탕집 성추행 사건 항소심 제 2차 공판을 다녀왔습니다. 이전 공판에서 비공개로 진행한 탓인지, 30만 명의 청원이 있었던 것이 거짓말로 느껴질 만큼 공판에 참여한 기자나 방청객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매우 조용한 가운데 공판이 진행되었습니다.

 공판은 피고인 측이 증거로 제시한 영상 분석 결과 보고서에 대하여 확인하는 것이 주 내용이었으며 해당 영상을 분석한 영상 분석 전문가가 증인으로 출석하였습니다. 증인은 법원, 수사기관, 군부대 등에서 의뢰를 맡아 작업하는 6년 경력의 베테랑 이었으며, 영상 분석을 위해 원본 영상에서 화질을 개선하고 3D 시뮬레이션을 제작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아래는 증인이 증언한 내용입니다.


- 피고인이 고개를 돌리고 난 뒤부터 손을 모으고 난 뒤를 교행 시간으로 판단하였을 때 이는 40프레임 정도의 시간으로 약 1.3초로 볼 수 있다.

-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반사적인 행동을 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일반적으로 1초가 걸린다. 1.3초라는 시간은 의식적으로 판단하여 행동하기에는 불가능하다.

- 피고인의 행동은 일반적인 성추행범의 행동 패턴(피해자를 장시간 따라다닌다거나, 피해자를 계속 주시하는 등의 행동)과는 상이하다.

- 3D 시뮬레이션으로 재구성했을 때 '피고인의 손이 가장 멀리까지 뻗었을 때'는 피고인의 손이 피해자의 몸에 접촉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 다만 피고인이 손을 모으고 난 뒤에 피해자가 반응한 것으로 보아 피고인이 손을 모으는 과정에서 어떤 경우에서든 접촉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판단된다.

- 실제 범행 여부는 원본 영상에서 가려져 있기 때문에 판단할 수 없다.

- 원본 영상이나 3D 시뮬레이션을 보면 해당 공간의 장소가 매우 협소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몸이 스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피고인과 피해자도 공간이 협소하기에 이동 중에 스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증인은 이를 바탕으로 최종적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성추행 한 것으로 보기는 힘들며 스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에 작성하였습니다.

 이에 검사 측에서 증인의 증언에 대하여 반박하였습니다. 아래는 검사 측과 증인의 문답 내용입니다.


검사 ) 공공 기관을 통한 의뢰가 아니라 사적으로 의뢰한 것인데 공공 기관을 통한 의뢰와 사적으로 의뢰한 것의 금액 차이가 있는가?

증인 ) 이번 의뢰의 경우 200만원을 받았다. 법원을 통해 의뢰받는 경우 350만원을 받는다. 또한 증인은 의뢰인에게 먼저 법원을 통해 의뢰하기를 권유하였다.

검사 ) 사건이 일어나기 전 피고인이 피해자를 인지하고 있었다면 성추행범의 패턴이 드러나지 않았을 수 있다. 또한 엉만튀(엉덩이만 만지고 도망가는 행위)의 경우 일반적인 성추행범의 패턴을 따르지 않는다.

증인 ) 사전에 피해자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교행 시간에 대한 답이 될 수 없다.

검사 ) 식당 현관문이 유리와 같이 반사되는 재질이라서 뒤에 있는 피해자를 인지하는 경우에는 범행이 가능하지 않느냐?

증인 ) 영상에서 피고인의 시선은 고정되어있었으며 계속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사 ) 증인이 판단한 교행 시간과 실제 범행 시간에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

증인 ) 1프레임은 약 0.03초로, 앞 뒤 프레임을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0.1초 정도의 시간이 포함될 뿐이라 크게 차이가 없다.


 마지막으로 증인의 "인지 반응 시간은 특정 조건에 따라 늦어질 수 있다. 술을 마시거나 하는 경우 더 느려진다." 라는 증언과 함께 증언 신문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번 공판에서 증인의 설명은 "1.3초는 인간이 의식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라는 한 마디로 요약될 수 있을 만큼 간단명료하였습니다. 하지만 판사와 검사는 계속해서 '피고인이 의도했다면 가능하지 않았겠느냐?', '1초라는 시간이 그렇게 기냐?' 라는 질문만을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에서 저희는 판사와 검사가 의식적인 행동과 무의식적인 행동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점이 들었습니다.


 또한 검사 측이 원하는 대답을 얻기 위해 논점에서 벗어난 질문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의뢰비용이 얼마나 되느냐, 공공 기관에서 의뢰한 것과 사적으로 의뢰 받은 것에서 차이가 있느냐." 라는 질문의 경우 실제 영상 분석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질문이었으며, 검사가 '증인이 의뢰비용, 혹은 이 사건에 대해 편파적인 감정으로 분석을 하였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질문이었을 것입니다. 저희 운영진은 이 질문이 증인에게 매우 무례한 생각이라고 생각하였으며, 증인 또한 불쾌하다는 기색을 비추었습니다.


 검사의 무리한 질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이 여성을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무의식적으로 반응하여 성추행을 한다면 가능한가?' 이라는 질문이 과연 법정에서, 그것도 검사의 입에서 나온 질문이라는 것을 여러분은 믿으실 수 있으십니까? 이 질문을 듣는 순간 법정 안에 있는 방청객뿐만이 아닌 판사까지도 황당해하며 실소를 금하지 못하였습니다. 어떻게든 증인에게서 '그런 경우에는 가능할 것이라 판단됩니다.' 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 피고인에게 초인적인, 혹은 비상식적인 능력이 있지 않느냐고 묻는 검사에게 저희는 매우 착잡한 심경을 느꼈습니다.


 공판의 마지막에서 저희는 충격적인 사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영상을 분석한 증거를 제출하였으나, 전문 영상 분석가에게 의뢰한 변호사 측과는 달리 검사 측에서 제출한 증거는 해당 CCTV의 확대본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이에 대한 추가 의견도 없어 판사의 입에서도 직접 '검사 측에서 제시한 증거는 따로 볼 필요가 없겠다.' 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증거를 찾아 범죄를 입증해야 할 검사는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무죄로 추정되어야 할 피고인은 사비를 들면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크나큰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실무를 보는 변호사들은 말합니다. 유죄추정은 있다고.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지는 순간 무죄추정의 원칙은 사라지게 됩니다. 곰탕집 사건은 무죄추정의 원칙과 증거재판주의를 지킬 최후의 판례가 될 것입니다. 이를 지킬 수 있게 꾸준한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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