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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우면 생각나는 부모님.

부모님 두 분, 한 겨울에 다 돌아 가셨어.
아버님 땐 몰랐는데, 몇년 후 어머님까지 돌아가시자 눈물이 많아지더라...
 
부모님이 사셨던 시골집 둘러보면서 눈물 쾅~
운전하다 갑자기 눈물 쾅~
시도때도 없이 울컥해지면 그냥 쏟아졌어, 눈물이...
 
난 막내야, 어떤 분이 그러시더라구, 막내가 눈물 많은 이유는 형제,자매 중 부모님과 가장 짧게 살아서라고... 
 
친구들과의 술자리였어.
농 잘하는 친구가 그러더라. 로또 어떤 넘이 되는 지 아냐고.
모두들 그 넘 입술 빤히 쳐다봤지.
 
그 넘 농에 의하면
옥황상제가 티켓을 준데, 누구에게? 저승서 일 정말 열심히 한 사람들에게. 용도는? 소원 들어 주는 티켓이라는 거야.
저승서 열심히 일 해 구한 티켓으로 부모님들은 자신을 위해 쓰지 않고 이승의 자식들에게 로또를 안겨준다는 거지.
 
술이 불콰해진 우리는 온갖 말들을 쏟아 냈어.
 
"그럼 우리 아버지는 저승서 뭐하고 계시노?"
"자식은 개뿔, 술 좋아 하셨던 울 아버지는 아마 그 티켓으로 소주 사드실꺼야"
"뭐 저승서까지 일하셔, 로또 필요 없으니 고생만 하셨던 울 부모님 그냥 저승에선 편하게 계셨음 좋겠어"
 
웃자고 한 얘기였지만 나도 진지하게 생각해봤어. 술을 좀 많이 마셨거던.
 
울아버지는 한량이셨어, 일보다는 동네 사람들과 모여 술마시며 얘기하는 걸 좋아하셨지. 아마 티켓 구하려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 보고 아버진 속으로 비웃었을 거야. 쓰잘데기 없는 일 한다고. 어머니는 또 어떻고, 한량인 아버지와 산 업으로 평생을 고생하셨는데 그기서까지 일하실라구~.
 
그렇게 기분 좋게 친구들과 술 마시고 칼바람 맞으며 집으로 가는 중이었어.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거라.
 
만약 내가 죽어 저승 가 옥황상제로부터 소원들어 주는 그 티켓을 얻는다면, 나는 그걸 어디에 쓸까?
분명한 건, 날 위해 쓰지는 않았을 거야. 나 역시 자식들을 위해 썼겠지.
그럼 자식들에게 뭘 해주라 했을까?
 
울 아들내미, 어렵게 사는 딸내미 로또 당첨되게 해달라 했을까?
아니더라는 게지. 로또는 아니더라는 거지.
울 자식들 큰 병 없이 건강하게 살게 해달라지 않았을까?
시집간 딸내미 풍족하지 않아도, 비록 물질이 조금 부족해도 남편, 자식들과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게 해달라지 않았을까?
큰 사고 없이 무탈하게 살게 해달라지 않았을까?
 
날은 추웠고
술 기운이 설설 올라왔어.
 
내가 부자는 아니어도 지금 건강하고, 마누라와 찌지고 뽂으며 살지만 때론 애틋하고~
자식들 크게 공부는 못해도 건강하며 밝고~
추운 날, 찾아갈 따듯한 집이 있는 것도, 술 기운을 빌어 얼굴 비빌 가족이 있는 것도
하여 이런 작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도 실은 저승에서도 자식 걱정하는 부모님 때문은 아닐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또 울컥해지더니 대책 없는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어.
 
한 겨울,  바람 쌩쌩 부는 추운 겨울엔 유독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더라......... 
 
 
 
 
  
  
 
 
댓글
  • 싼타스틱4 2018/12/17 12:56

    ㅠㅠ 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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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니풋 2018/12/17 15:23

    가족 잃은 슬픔을 어떻게 비견할까요
    제가 아는 분도 심장마비로 아버지 돌아가시고 그렇게 강하신 분이셨는데 무너져서한참을 우시고 힘드셔서 치료도 받고 하셨어요..
    슬프면 슬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충분히 이야기 많이 하고 그러세요..!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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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친앙마곰 2018/12/17 18:33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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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합미역국 2018/12/17 18:37

    제가 지금 40대 중반인데 20여년전에 어머님이 돌아가셨는데, 그 전해에 군대 제대하고 할 일 없어서 겜 늦게까지 하고 늦게 일어날 때
    어머님이 제 방문 열고 "xx야~ 밥 차렸어 밥 먹고 자. 안 그럼 속 버려"할 때 "그냥 잘꺼야"하면서 문 닫았는데,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기억이 너무 선명하고 미안해서 그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고 먹먹해집니다.
    지금은 사과할 수도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기억만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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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oulGuardian 2018/12/17 19:45

    "꿈에 나타나서 로또번호 줄러줬는데..
    아니 이놈이 깨어나선 기억을 못하네..!!"
    기회는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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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피하라 2018/12/17 20:27

    우리 아버지는.. 내가 다섯살때 돌아가셨는데.. 스무살때 열여덟엄마를 만나 결혼. 스무살 군입대전에 애가 들어선걸 모르고 갔다가 휴가 나와보니 애가 뙇! 본인 자식 아니라고 엄마를 그렇게 의심하셨다고.. 근데 내가 진짜 아버지랑 붕어빵인데!! 엄마붕어빵인 여동생만 당신 닮았다며 이뻐하고 그렇게 노래부르던 아들은 얼굴도 못보고 가시고..자식들은 됐고 꽃같은 청춘에 남편잃고 자식 셋 버리지않고 끝까지 키운 엄마한테나 티켓좀 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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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피가되고파 2018/12/17 21:52

    추우면 추워서 아부지 생각나고.. 더우면 더워서 아부지 생각나고... 길 걷다가 문득 아버지뻘 되는 노인분 보면 갑자기 울컥해서 골목 들어가서 혼자 훌쩍거리고... 비오면 비와서... 낮이면 낮이라서... 밤이면 밤이라서... 문득 문득 순간 아버지 생각나면 진짜 주체할수 없이 눈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아버지 가신지 이제 1년인데... 좀 지나면 나아지겠지요... 효도하세요... 불효하면, 진짜로 불효한 만큼 날카로워져서 그 칼끝이 자기 스스로의 가슴을 파고 듭니다... 정말이에요...ㅡㅜ 나 처럼 어리석은 후회하는 이가 한명이라도 적길 바라면서 댓글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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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궁디에용문신 2018/12/17 22:04

    제가 배관을 부친께 배워서 같은 업종의 같은 일을 하던 관계로 돌아가시고 난뒤 일하다가 뻑하면 눈물터져서 고생 많이 했네요 벌써 6년이나 지났는데 그나마 요즘은 눈물이 터지는 정도는 아니고 그냥 먹먹해지는 정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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