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점! 9회말 기적 같은 동점입니다! ]
" 오! "
이삿짐을 정리하던 사내는, 가장 먼저 연결해놓은 TV 화면을 보며 자리에 앉아 쉬었다.
작은 원룸인데 이삿짐 정리할 게 왜 이렇게 힘든지, 어쩌면 작아서 더 힘든 건지, 벌써 밥 시간 때를 한참 지난 뒤였다.
그때 현관문 밖에서,
' 배달이요~ '
" 네~! "
사내가 주문한 중국집 음식이 마침맞게 도착했다. 그는 현관으로 향해 문을 열어 주었다.
배달원 아저씨는 곧장 입구에서 철가방을 열었다.
그때 방 안에서-,
[ 홈런! 역전 홈런입니다! 9회말 투아웃 기적 같은 역전 홈런-! ]
" 이런 씨?! "
아저씨의 입에서 욕설이 터졌다.
" 아오! 저게 역전을 해?! 망할! 이번엔 좀 따나 했더니! "
그 모습을 본 사내는, 아저씨가 무언가 스포츠 토토 같은 것에 관련이 있을 것이라 속으로 짐작할 뿐, 굳이 혼잣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아저씨는 혼자서 투덜대며 음식을 다 내려놓고, 사내에게 쿠폰을 건네주었다.
사내는 만 원짜리를 내밀었고, 아저씨가 잔돈을 꺼내는 사이에 무심히 쿠폰을 살폈다.
[ 10장 - 군만두 ] [ 20장 - 잡채 ] [ 40장 - 탕수육 ] [ 60장 - 깐풍육 ] [ 80장 - 양장피 ] [ 200장 - 손가락 튀김 ]
사내의 시선을 끈 건 '200장 - 손가락 튀김'이었다.
" 이건 뭐에요? 손가락 튀김? "
" 아 그거? 그냥 장난식으로 한 내기입니다~ 누가 쿠폰을 200장이나 모으겠습니까? "
" 아 예... "
" 그럼, 맛있게 드십쇼~ "
" 네~ "
배달원 아저씨가 돌아간 뒤, 사내는 TV 앞에서 볶음밥을 펼쳐놓고 먹었다.
" 오! 맛있네? "
자주 음식을 시켜먹는 그로서는, 이사 온 곳에서 마음에 드는 배달 식당을 발견하는 것이 조금 걱정이었다.
다행히도 맛에 만족한 사내는, 중국집 쿠폰을 제대로 챙겼다. 잠시 잠깐, 그의 시선이 '200장 손가락 튀김'에 머물렀다.
.
.
.
' 덜컹! '
" 자주 시켜 드시네~ "
배달원 아저씨가 철가방에서 볶음밥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사내는 웃으며,
" 예~ 맛있어서요. 이 동네에서 여기가 가장 낫네요~ "
" 하하 뭘 좀 아시네~ "
아저씨는 웃으며 돈을 받고 쿠폰을 건네주다가,
" 쿠폰 많이 모으셨겠네? 우리 집 탕수육 괜찮으니까 먹어봐요~ 쿠폰이라고 섭섭하게 드리지 않으니까~ "
" 아 예. "
아저씨가 돌아간 뒤, 사내는 쿠폰 서랍에다 쿠폰을 챙겼다. 이미 들어찬 쿠폰의 숫자가 수북하여 40장은 넘어 보였지만, 사내는 셀 것도 없다는 듯 서랍을 닫았다.
.
.
.
' 덜컹! '
" 쿠폰은 안 쓰시나? "
철가방에서 짬뽕을 내려놓은 아저씨가 미묘한 얼굴로 물었다. 사내는 멋쩍게 웃으며,
" 네? 아 네.. 그냥 좀 더 모으려고요. "
" 한 백 장 넘지 않았나? 뭘 그렇게 모아? "
" 그냥 뭐.. "
" 혹시... '손가락 튀김' 시키려고 그래? 그러지 마! 그거 그냥 장난이야~! 주방장 새끼가 그냥 장난으로 넣어놓은 건데! "
" 아 예에 뭐 그냥... "
얼버무리는 사내의 모습에, 아저씨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 아 좀, 200장 모으지 마! 주말에도 받아줄 테니까~ 주말에 집에 있을 때 양장피 같은 거 시켜서 먹어~ "
" 예에~ 예에~ "
사내의 대답이 건성이라, 아저씨의 인상이 풀어지지 않았다.
.
.
.
" 백구십육...백구십칠...백구십팔...백구십구...이백! "
사내는 바닥에 200개째 쿠폰을 포개놓은 뒤, 핸드폰을 들었다.
[ 네~ 14번지 103호요~ ]
" 예. 짬뽕 하나랑요. 그리고...쿠폰 200장 모았거든요? "
[ ... ]
수화기 너머,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사내는 좀 떨떠름했지만,
" 손가락 튀김...주세요. "
[ ...네. ]
한참의 침묵 뒤에, 작은 대답이 들려왔다. 사내는 고개를 갸웃하며 통화를 끊고는, 기대했다. 과연, 손가락 튀김이 무엇일까? 단순히 손가락 모양 튀김이라면 실망스러울 것 같았다.
.
.
.
" 늦네... "
사내가 주문을 한 지 1시간이 되어가지만, 도착하지 않았다. 평소의 신속배달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역시 손가락 튀김 때문일까 생각하고 있을 때,
' 쿵! 쿵! 쿵! '
" 음! "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사내가 현관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매일 배달하던 그 아저씨가 서 있었다. 다만, 평소 때와는 달리, 붉게 충혈된 눈으로 사내를 노려보고 있었다.
사내는 그 살벌한 눈빛에 긴장하여 침을 꿀꺽 삼켰다.
" ... "
아저씨는 말없이 사내를 노려보다가, 철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안에서 짬뽕과 평범한 '탕수육'을 꺼내놓는데-
" !! "
그릇을 내려놓는 아저씨의 손가락이 하나가 짤려 있었다! 핏물 가득 밴 붕대로 칭칭 감겨있는 손!
" 서, 설마...! "
사내는 놀란 눈으로 그 손을 보았고, 아저씨는 사내를 노려보며 낮게 말했다.
" 맛있게 드십쇼...손가락 튀김...! "
" ... "
아저씨는 철가방을 철컹! 소리가 나게 닫고 사내를 노려보았다.
사내는 긴장한 얼굴로 침을 꿀꺽 삼키며, 아저씨를 향해 물었다.
" 저기...쿠폰은 안 주세요? "
" ..... "
.
.
.
' 바삭! '
탕수육을 씹으며, 사내는 쿠폰 서랍을 열었다.
200장이 들어있었던 그곳에, 피 묻은 쿠폰 한 장이 들어가 놓여-, 닫혔다.
기복 기복 기복 기복. . .;
드디어 첫 추천..! 흐흐흐
오늘은 뭐랄까.. B급전개이지만, 그속에 담김 스릴감은 역시나 심장을 두근거리게하는 무언가가 있네요ㅎㅎ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쿠폰 400장째에는 반대손
그이후에는뭘까요?
사실 이 이야기는 퀄리티가 낮아서, 비슷한 류의 이야기들 한 번에 묶어서 올리려고 했는데...; 다른 퀄리티 낮은 이야기들이 잘 안 써지네요; 으하;
" 아 그거? 그냥 장난식으로 한 내기입니다~ 누가 쿠폰을 200장이나 모으겠습니까? "
이게 복선일 줄이야
주방장과 내기를 했나보네요;;
배달원이 초반에 스포츠 토토 이야기 한것도 있고..
내기 잘못하믄 손꾸락 날라갑니다 가 교훈인가요 ㅋㅋ
바삭-이 임팩트있네요.
결국 그걸 시켜서 먹었다는거 잖아요. 쿠폰은 안주냐고 물을 때부터 범상치 않은 인물 ㄷㄷ
쿠폰으로 시킨 메뉴에 쿠폰을 주다니..!
작가님은 퀄이 낮다고 하시는데 저는 이렇게 약간 초현실적인 괴담을 좋아해서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만약 쿠폰 이백장인 줄 알고 '손가락 튀김'을 시켰는데, 그래서 배달원 손가락이 하나 잘린 채로 왔는데, 현관에서 다시 세어보니 쿠폰 199장이더라ㅋㅋ 이런 류의 생각도 들고 아무튼 재밌었어요. 쿠폰 이천장 모으면 저 배달원은 배달을 못 오겠네요.
사내가 나빴어..!
ㅠㅠ
단골 아조씨 인지 오빠야인지 무섭네요 집요하게 200장 모아서 요구하다니;; 진짜로 잘라서 들고온 사람도 무섭지만...
그래서 배달원이 김남우인가요 손님이 김남우인가요. 배달원이면 다음 쿠폰 200장 내기는 탕수인육일 거고.. 손님이면 담번 쿠폰 200장 모으면 배달원손에 인간고기 될듯 ㅋ
배달원 아저씨 손가락 잘린거 보고도 그걸 먹은건가요..?허허....
손가락 이름이 김남우..?
손가락 1개면 양이 넘 적음....
(지나가던 꿀꿀이)
알고보니 그 손가락은 중지